노동운동의 좌표정립
 

노동운동을 활성화하자면 운동좌표를 명백히 정립하고 실천투쟁을 거기에로 지향시켜 나가야 한다.

운동의 향방과 목표를 뚜렷이 내세우지 못하면 실천투쟁에서 정도를 가지 못하고 좌왕우왕하게 되며 좌절과 실패를 면할 수 없다.

현단계 노동운동의 좌표는 민족의 자주성 확립, 민주적 권리쟁취, 자주적 평화통일, 생존권확보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대중의 생존권확보와 노동3권 보장

현시기 노동운동의 가장 절박한 당면투쟁과제는 노동자대중의 생존권확보와 노조활동의 자유를 위한 민주주의적 과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오늘 우리 노동자들은 사회의 밑바닥에서 무권리와 비참한 생활, 비인간적인 근로조건하에서 시달리고 있다.

그러므로 노동자들의 민주민권과 절박한 생활상요구를 포함한 제반 민주주의적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노동운동을 활성화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노동운동은 우선 노동3권의 완전한 쟁취를 투쟁과제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 정부」라는 김대중정권은 여전히 노동3권을 유린하는 파쇼악법들인 「노동조합법」,「노동쟁의조정법」, 「노동위원회법」등을 유지하고 있으며 7월1일부터 전교조를 합법화한다고 하면서도 노조의 행동권은 허용하지 않고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은 노동3권을 제약하는 노동관계악법들의 철폐와 노조활동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노동운동의 가장 절박한 당면투쟁좌표는 또한 노동자대중의 생존권확보라 하겠다.

「국민의 정부」하에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은 사상최악의 상태에 이르고 있다. 구조조정과 실업대란, 고통분담과 임금삭감 등으로 노동자들의 생존이 더욱 커다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올해 민주노총의 이갑용위원장은 신년 인터뷰에서 『고용불안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대해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다』면서 『정리해고 중단, 고용보장, 올임금 7.7%인상, 2백만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정망 구축』등을 요구했고 임금인상 및 단체협약을 중심으로 한 투쟁방향에 대해 안정적인 임금확보, 사회보장확대, 고용안정협약체결 등을 당면투쟁노선으로 제시했었다.

생존권확보를 위한 투쟁은 노동자대중의 계급적 자각과 투쟁의식을 높이고 조직적 단결을 실현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노동자들의 당면한 생존권확보투쟁에서 임금문제, 노동시간문제, 근로조건개선문제, 취업안정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생존권확보를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업안정을 실현하는 것이다.

지금 실업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데 5월현재 실업자수는 2백70여만명에 달하며 특히 15세부터 25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무려 17%를 육박하고 있다.

해고와 실직은 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신탁통치 이전시기에는 생존권확보에서 임금인상문제에 중심을 두었다면 현시점에서는 고용안정문제에 무게중심이 실리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즉각 중단, 해고자 복직과 실업자 구제조치 등을 요구해 완강히 투쟁해야 할 것이다.

생존권확보를 위한 투쟁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임금문제의 해결이다.

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기본생계원천이다.

그런데 김대중정권하에서 노동자들의 전반적 임금수준은 이전에 비해 3분의 2정도로 하락한 실정이다. 임금삭감과 임금체불, 물가고 등은 노동자들의 생계를 무섭게 압박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올해 임금인상률 7.7%인상요구와 체불임금 즉각 지불,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기어이 실현하기 위해 투쟁해야 할 것이다.

이밖에도 생존권확보를 위해서는 산업재해 추방,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의 확립 등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다.

중심적 투쟁목표

현단계에서 노동운동이 내세워야 할 가장 중심적 투쟁목표는 반미자주화이다.

반미자주화는 우리 민족의 자주성확립의 필수적 요건으로서 한국노동운동이 내세워야 할 전략적 목표이다.

오늘날 노동대중이 가난하고 무권리하게 사는 근본원인은 미국이 이 땅을 무력으로 강점하고 나라를 분열시켰으며 대리정권을 조작하고 그를 통해 식민지적 지배와 약탈을 감행하고 있는데 있다.

한국노동자계급과 민중이 겪고 있는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은 바로 미국의 식민지통치에 있다. 미국은 저들의 식민지통치를 유지하기 위해 한국의 노동운동세력과 민족민주통일애국세력을 가차없이 제거할 수 있는 독재적, 반통일적 권력을 요구하고 있다.

오늘날 「국민의 정부」를 표방하는 김대중정권이 자주민주통일세력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고 언론통제를 강화하는 등 독재화로 줄달음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때문에 우리는 반미자주화의 기치밑에 민족자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투쟁을 앞세울 때만이 생존권과 민주민권을 쟁취하는 데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룩할 수 있다.

식민지한국에서 노동운동이 반미자주화를 위한 투쟁으로 전개되지 않는한 노동자계급의 해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노동운동이 반미자주화투쟁을 전략적 목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것은 민족해방의 성취로 계급해방의 넓은 길을 열어놓아야 하며 반미자주화의 궤도선상에서 노동대중의 모든 투쟁을 자주성확립에로 부단히 지향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노동운동에서는 노동대중의 절박한 생존권확보투쟁에 힘을 넣으면서도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생존권투쟁과 반파쇼민주화투쟁을 반미자주화투쟁에로 지향시켜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당면하여 노동자들은 미국 다국적 기업의 착취와 억압, 인권유린행위를 반대하여 투쟁해야 한다.

김대중정권은 「세계화」,「구조조정」을 외치며 미국과 IMF가 요구하는 데로 공기업의 민영화, 해외매각, 외국인에 의한 부동산매입 허용조치 등을 통해 미국을 위시한 국제독점자본의 한국점거를 적극 안내해주고 있다.

결과 노동자들은 국내자본의 착취와 함께 외국독점자본의 가중된 착취와 수탈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반대투쟁과 함께 미국주도하의 IMF의 신탁통치를 단호히 반대하여 나서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주한미군과 핵무기철수, 북침전쟁연습중지, 주한미군유지비분담거부 등의 요구를 내세우고 투쟁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9.9 <신 진 섭>
 
 
 
 

「사회적 조합주의론」해부
 

요즘 노동운동권과 사회일각에서는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에 관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참여개혁론」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사회적 조합주의론」을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들은 김대중정권의 등장으로 과거와는 달리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정책기구에 참여해서 사회개혁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조건에서 노동운동도 노동현안문제 해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보다 광범위한 문제해결에로 운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들은 노동운동이 재벌체제개혁이나 사회보장확충, 교육제도개선 등 광범위한 사회정치적 쟁점해결에 관심을 갖는 운동으로 돼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에 맞서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운동이 들고 나가야 할 이념과 노선은 비타협적인 투쟁론인 계급적, 정치적 노동운동이라고 하면서 참여개혁론자들의 「사회적 조합주의론」을 노동운동을 현정권과 독점자본의 시녀로 편입시키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논자들은 노동운동이 반동적인 김대중정권의 경제정책에 맞서 자본관계지양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투쟁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생존권도 보장할 수 없고 제반 민주주의적 권리도 쟁취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노동운동의 이념과 노선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김대중정권에의 「참여개혁」이냐, 불참투쟁이냐 하는 문제로 요약된다.

먼저 참여개혁론자들의 주장을 보자.

이들은 김대중정권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착오를 범하고 있다.

김대중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기가 『일생을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살아왔다』느니,『노동자는 나의 오랜 동지』라느니 하면서 마치 노동대중이 현정권의 집권기반을 이루고 있는 듯한 여론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은 집권전이나 집권후나 언제 한번 노동자들을 위해준 적이 없다.

그는 집권 이전에는 IMF의 신탁통치를 쌍수를 들어 청해들이고 집권 이후에는 경제위기를 구실로 사상유례없는 실업대란을 몰아와 노동자대중을 비롯한 근로민중의 생존권을 무참히 유린하였다.

각계 민중이 전두환, 노태우는 광주시민 5천여명을 도륙한 살인마이지만 김대중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이라는 칼로 2천 5백만의 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죽음에로 몰아넣은 희세의 살인마라고 규탄하고 있는 것이 우연치 않다.

이뿐이 아니다.

김대중정권은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절규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마저 「이적행위」로 몰아 가혹하게 탄압하고 있다.

김대중정권이 조작한 「노사정위원회」도 생존권과 민주민권실현을 위한 노동대중의 진출을 얽어매기 위한 사슬에 지나지 않는다.

노동운동이 노동자들의 처지개선을 위한 투쟁일면에서 벗어나 운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비현실적이다.

참여개혁론자들은 사회보장확충, 교육제도의 개선과 같은 비본질적 문제해결에로 운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자들이 자기의 기본투쟁과녁을 버리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참여개혁론자들이 제창하고 있는 사회적 조합주의론은 노동운동의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른바 노동운동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미명하에 노동자들을 당면한 생활처지 개선을 위한 투쟁현장에서 떼어내며 나아가서는 노동운동의 계급적, 정치적 성격을 거세하고 노동해방의 기치를 내리우게 하려는 우경투항주의적 궤변외 다른 것이 아니다.

결국 참여개혁론자들의 사회적 조합주의론은 노동운동을 와해 무력화시키려는 권력집단의 음흉한 기도와 맥을 같이하는 무서운 사상적 독소임이 분명하다.

이와 반면에 비타협적인 투쟁론인 계급적, 정치적 노동운동론은 어떤가.

명백한 것처럼 피착취계급인 노동자들을 일방으로 하고 착취계급인 권력과 자본을 타방으로 하는 양자사이에는 불상용적인 모순과 대립만이 있을 뿐이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이 두계급이 존재하는 한 이들사이의 모순과 대립은 결코 해소될 수 없으며 양자사이의 투쟁 또한 없어질 수 없다.

김대중정권이 악덕업주들과 한짝이 돼서 노동자죽이기에 광분하고 있는 여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김대중정권의 반노동자적 정체가 더욱 명백히 드러나고 있는 이상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오직 그와의 타협없는 투쟁, 원칙적 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지금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급 노동단체들과 광범위한 노동대중이 날로 노골화되는 김대중정권의 노동자희생책동에 대처하여 그를 반대하는 반정부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는 것은 투쟁만이 살길임을 인식하고 권력과 자본을 반대하는 비타협적인 투쟁으로 생존권과 민주민권을 쟁취하려는 굳센 의지를 그대로 실증해 준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계급적, 정치적 노동운동론은 우리 노동대중의 요구와 시대의 요청에 부응한 바람직한 주장인 것이다.

노동운동이 선택한 길, 광범위한 대중이 지지공감하는 비타협적인 투쟁의 길이야 말로 노동대중의 처지개선과 운동의 활성화를 담보하는 승리의 길이다.

1999.8 <석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