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91(2002)년 12월 12일(목)                                                                                       통일여명 편집국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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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대선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최성원 2002 9

통일여명 편집국 해설 / 4-3-20

 

1. 들어가며

민족민주운동권의 활동가들 사이에서 ≪6.15대선연합≫이라는 전략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한총련 지도부가 이 전략을 논의하고 있으며, 장정씨, 한성순씨 같은 집필자들이 이 전략을 제시하는 논문들을 온라인 상에 발표하였습니다.

필자는 ≪6.15대선연합≫을 전술이 아니라 전략으로 이해합니다. 선거정국에서 복수의 정치세력이 서로 손을 잡는다는 말은 정책연합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며, 더 나아가서 연립정권을 세운다는 의미로 됩니다. 정책연합 실현과 연립정권 수립이란 선거정국에 대응하여 복수의 정치세력이 일시적으로 공동투쟁을 벌인다는 전술적 의의만이 아니라, 선거에서 승리하여 연립정권을 수립하려는 전략적 방침을 상정하고 있는 개념들입니다. 정책연합 실현과 연립정권 수립은 복수의 정치세력이 잠깐 만났다가 헤어지는 ≪해후≫가 아니라 상당기간동안 함께 살아간다는 ≪동거≫를 의미합니다. 필자가 ≪6.15대선연합≫에 관한 일련의 논의를 전략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필자는 ≪6.15대선연합≫전략론(이하 ≪전략론≫으로 표기)의 중심내용을 다음과 같이 세 가름으로 정리·요약합니다.

첫째로, ≪전략론≫은 올해의 선거정국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손을 잡을 수 있는 대상을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문제를 기준으로 판별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전략론≫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이 6.15공동선언을 반대하는 이회창반역세력을 이번 대선에서 패배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전략론≫은 당선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어야 이회창반역세력을 대선에서 패배시킬 수 있다는 전술적 의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전략론≫이 이회창반역세력을 패배시키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는 이유는, 이회창반역세력이 집권하면 6.15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것으로 예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전략론≫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이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상층집권세력(집권개혁파)과 손을 잡고 정책연합을 실현하거나 연립정권을 세우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전략론≫이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전략론≫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려 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선거정국과 관련하여 중대한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이 시기에 가장 올바른 전략전술(들)이 무엇인가를 동지들과 함께 고민해보려는 생각에서 이 논문을 작성하였습니다. ≪전략론≫을 논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필자의 진의가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2. 난국을 돌파하는 투쟁에서 주체적 관점이 가지는 의의

경험은 식민지에서의 선거정국이 어느 시기에나 매우 혼란스럽고 예상하기 힘든 난맥상을 드러내어왔음을 말해줍니다. 정권을 잡느냐 혹은 잃느냐 하는 사활적인 문제를 두고 여러 정치세력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는 국면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자주, 민주, 통일의 정치강령을 기치로 들고 투쟁하고 있는 우리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아직은 미약한 정치역량밖에 준비하지 못한 불리한 조건에 처해 있으므로,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시각에서 올해의 선거정국을 바라보면 더욱 혼란스럽게 보입니다. 선거정국은 수많은 난관이 가로막혀 있는, 그야말로 난국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난국은 오직 주체의 강력한 투쟁에 의해서만 돌파할 수 있습니다. 주체의 투쟁은 적개심만 가지고 좌충우돌하는 식으로 싸워서는 승산이 없으며, 올바른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완강하고 민활하게 싸워야 이길 수 있습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선거정국이라는 난국을 돌파하는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확고부동한 전략을 가져야 하고, 당면정세의 주객관적 측면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기초 위에서 개발한 능숙능란한 전술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다면 선거정국을 돌파하는 민족민주운동세력의 투쟁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전략을 가져야 하겠습니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찾기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모든 전략은 사상에 의거하여 수립된다는 사실입니다. 필승의 전략은 과학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에서 나오는 법이지, 그 어떤 다른 곳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 민족민주운동의 전략은 언제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사상에 의거하여 수립됩니다. 선거정국이라는 난관을 돌파하는 전략도 역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사상에 의거하여 수립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김정일국방위원장께서 창시하신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사상은 언제나 주체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김일성주의 혁명관의 진리를 우리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사상의 전략적 방침은 주체를 강화하는 과업을 최우선으로 수행하는 방침입니다. 주체적 관점은 언제나 주체를 강화하여야 한다는 혁명의 진리에 대한 견해와 태도이며,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혁명적 관점입니다.

주지하다시피,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은 사회역사를 개조·변혁하는 모든 과정에서 언제나 강조되지 않으면 안 되며 항상 수행하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왜 선거정국에서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이 유난히 강조되어야 하겠습니까? 그 까닭은 선거정국만큼 비주체적 관점, 견해, 주장들이 난무하면서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을 훼손하는 난국이 더는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선거정국에 들어선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내부에서 비주체적 관점, 견해, 주장들이 생겨나는 까닭은 무엇이겠습니까? 그 까닭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주체역량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입니다. 주체역량이 약할수록 주체적 관점을 더욱 굳게 세우고 자력갱생과 간고분투의 혁명정신을 발휘하여 난국을 돌파하여야 하는데, 자꾸 비주체적으로 사고하려는 경향에 휩쓸리게 됩니다.

현재로서는 집권의 가능성이 없는 미약한 정치세력인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있어서 선거정국의 결말은 불가피하게 패배로 귀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거에서 승리할 가망이 없는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치세력들 가운데 지지할만한 세력이 누구인가를 찾아보게 되며, 그 세력과 힘을 합하여 공동의 적을 패배시키려고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나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지지하는 다른 정치세력이 집권하고, 공동의 적이 집권에 실패하였다고 해서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이 수행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물론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지지하는 다른 정치세력이 집권하고, 공동의 적이 집권에 실패하는 경우,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의 수행에 일정하게 이익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체가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은 아닙니다. 만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선거정국에서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을 홀시하는 경우,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지지하는 다른 정치세력이 집권하고, 공동의 적이 집권에 실패한다 한들,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만물이 변화하는 근본원인도, 만물을 변화시키는 근본동력도, 만물의 변화에 대한 근본요구도 오로지 주체에서 찾아야 합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반드시 주체적 관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주체역량에 의거하여 문제해결의 길을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평소에는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을 그토록 강조하던 활동가들도 막상 선거정국에서는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에서 한 발 비켜서서 선거정국의 승패문제에 매몰되곤 합니다. 이러한 경향은 모두 주체적 관점이 철저하게 세워져 있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민족민주운동권의 활동가들은 선거정국의 본질을 선거승리로 집권하느냐 아니면 선거에서 패하느냐 하는 문제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선거정국의 본질을 선거승패의 결과를 중심에 놓고 파악할 것이 아니라 주체를 강화하느냐 못하느냐 하는 전략과업을 중심에 놓고 파악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체적 관점에로 발상을 일대 전환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선거정국의 본질을 주체적 관점에서 올바로 파악하여야 선거정국에 대응하는 올바른 전략전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과업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과업을 의미합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강대한 제국주의세력과 그 세력에게 예속화되어 있는 국내 반동세력들을 타파·소멸하는 복잡하고 간고한 혁명인 것만큼 노동계급의 혁명역량만 가지고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노동계급의 혁명역량은 물론 그 혁명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주적 민주역량과 통일애국역량이 혁명의 주체역량으로 총동원되어야 합니다. 자주적 민주역량과 통일애국역량을 총동원하는 전략을 통일전선전략이라고 부릅니다. 통일전선의 역량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부분입니다.

그런데 지금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의 주변에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통일전선전략을 부정하면서 노동계급과 그 전위조직의 혁명역량만을 가지고 당장 사회주의혁명을 수행할 것처럼 떠드는 좌경모험주의자들이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좌경모험주의자들은 사회주의혁명의 구호를 남발하면서, 통일전선전략과업을 수행하고 있는 우리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우경개량주의세력이라고 제멋대로 규정하고 배척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식민지노동계급과 그 전위당의 혁명역량만을 가지고 당장 사회주의혁명에 뛰어들려는 좌경모험주의자들의 전략은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들어가는 필패의 전략입니다. 여러 정파들로 이루어져 있는 ≪좌파≫세력 안에 틀어박혀 있는 소수의 좌경모험주의자들은 올해 대선에서 ≪좌파≫들이 단결하여 이른바 ≪사회주의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그런 주장은 당치도 않은 소리이므로 논박할 가치도 없습니다.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좌경분자들이 일으켰던 일련의 사건들에서 배워야 할 피의 교훈은, 좌경모험주의자들의 책동이 조선혁명에 끼친 해악은 일제의 악랄한 탄압이 끼친 해악을 능가하였다는 것입니다. 좌경모험주의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을 내부에서 파탄시키려고 책동하는 매우 위험한 사상적 독소입니다. 오늘의 선거정국은 ≪사회주의 후보≫를 내세우려는 것이 좌경모험주의자들의 음험한 책동인줄도 모르고 ≪좌파≫세력의 흐름에 휩쓸려가고 있는 사람들을 교양·설복하는 사상투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김정일국방위원장께서 밝혀주신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적 방침에 의하면, 현 시기 조선반도의 식민지에서의 통일전선전략은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키는 지역통일전선전략입니다. 그러므로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키는 전략과업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당면하여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사업은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의 조직적 단합에 의해서 추진될 수 있습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으로 단합하여 지금보다 훨씬 강화·발전된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는 것, 바로 이것이 지역통일전선을 강화하는 필승의 전략입니다.

선거정국에서 지역통일전선을 강화하는 전략을 수행하려면 다양한 전술이 요구됩니다. 선거정국이라는 특정한 국면에서 지역통일전선을 강화하는 전략에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후보를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내세우는 전술 , 진보적 대중정당과 재야개혁세력이 공조하여 반역세력의 후보 이회창을 낙선시키는 전술, 진보적 대중정당의 존재와 의의를 대중들에게 널리 인식시키는 전술, 진보적 대중정당에 대한 대중들의 지지와 성원을 이끌어내는 전술 등이 따라오게 됩니다. 조성된 국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선전술은 위에 나열한 것 이상으로 무수히 많아질 수 있습니다.

올해에 제기되는 대선전술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전술은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전술입니다. 이 전술은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힘을 합하여 진보적 대중정당을 더욱 강화·발전시키는 주체의 전략적 방침을 진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유력한 전술입니다.

선거정국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 단합을 보장하는 정치사업이 단일후보를 내세우는 문제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단일후보를 내세워야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 단합을 실현하고 진보적 대중정당을 비상히 강화·발전시키는 길이 열리게 됩니다. 단일후보를 내세우는 전술은 선거정국에서 조직적 단합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적 의의를 가집니다. 단일후보를 내세우지 못하고 조직적 단합을 말할 수 없습니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자체로 대통령선거후보를 선출하였습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은 민주노동당이 범진보진영단일후보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놓고서도 먼저 자체 후보를 선출한 데 대해서 비판을 들이댈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결정을 존중해주어야 하며 민주노동당의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함으로써 그 후보가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적극 추동하여야 할 것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이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를 지지하여야 한다는 필자의 견해는,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자존심을 상하면서 민주노동당을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 견해는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정파의 이익이 아무리 중하다고 해도 혁명의 대의보다 중할 수 없으며, 정파의 주도권 문제가 혁명의 전략적 방침을 수행하는 과업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터놓고 말하여,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추대하려는 후보가 범진보진영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에서 민주노동당의 후보를 누르고 대선후보로 나설 수는 없는 일입니다. 만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민주노동당의 후보를 누르고 자기가 추대하려는 후보를 내세우기 위한 목적에서 범진보진영의 경선을 치르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통일전선운동의 내부에 균열을 일으키는 정파중심주의적 발상입니다.

범진보진영단일후보추진위원회는 민주노동당이 선출한 대선후보와 민족민주운동단체들이 추대한 대선후보가 이른바 ≪경선≫을 벌이는 대결의 장으로 되어서는 안 되며,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를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추대하는 단합의 장으로 되어야 할 것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최근 부르조아정치권에서 유행하고 있는 경선을 그대로 모방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주체적 관점이 요구하는 것은 모방이 아니라 창조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부르조아정치권의 경선을 모방하지 않고 자기 식대로 창조하면 좋을 것입니다.

경선은 형식이고 추대는 내용입니다.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키는 주체의 전략적 방침에 있어서 결정적인 것,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근로대중에 대한 지배와 착취 이외에는 아무런 내용을 가질 수 없는 부르조아민주주의는 언제나 형식에만 집착하면서 미사여구로 화려하게 치장된 온갖 형식들을 동원하여 자기들의 지배·착취적 본질을 가려보려고 날뛰고 있지만, 민중민주주의는 형식보다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반영한 내용을 더 중시하며, 그 내용으로 하여금 형식을 규정하게 합니다.

올해 선거정국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에 대한 민중의 기대와 요구는,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대선후보 선출문제를 둘러싸고 갈등과 대립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결코 아니며, 단합과 단결을 보장함으로써 훨씬 강화·발전된 진보적 대중정당이 추대하는 대선후보를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만일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힘을 합하여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내지 못하면,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키는 주체의 전략적 방침을 실현할 수 없게 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해서는 범진보진영단일후보추진위원회를 정상화하고 그 기능과 역할을 높여가면서 조직적 단합을 도모해야 합니다.

3. 대선 이후의 정세전망에서 주체의 정세관이 가지는 의의

≪전략론≫을 논하는 동지들의 정세전망에서는, 이회창반역세력이 집권하는 경우, 그 세력이 6.15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것이며, 그러한 파국적 사태와 더불어 정세는 파쇼억압기에로 회귀되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최악의 경우 미제국주의세력이 이회창반역세력에게 차기정권을 넘겨준다고 해도 6.15공동선언의 일방적 파기, 파쇼억압기에로의 회귀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필자의 견해입니다. 왜 그렇게 보는가 하는 문제를 설명하겠습니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대로, 올해 대선 이전에 조일정상회담 개최와 미국 특사 방북이라는 매우 격동적인 정세변화의 계기가 일정에 올라있습니다. 필자는 조일정상회담 개최와 미국 특사 방북에 의하여 급변의 물살을 타기 시작한 정세변화를 주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전망하게 되었습니다.

주체의 정세관으로 보면, 조일정상회담 개최와 미국특사 방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이 미제국주의세력을 조선반도에서 몰아내고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적 자주권을 확립하기 위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적 방침에 따라서 추진되고 있는 정치적 대결의 일환입니다. 조일정상회담은 조선민족의 백년숙적인 일본제국주의세력과 벌이는 정치대결이며, 미국특사 방북은 조선민족의 최대 적대세력인 미제국주의세력과 벌이는 정치대결입니다.

한편, 조일정상회담 개최와 미국특사 방북이라는 두 개의 연동된 사건 속에는 미일제국주의연합세력의 책동을 반영하는 측면도 들어있습니다. 미제국주의자들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을 손아래 동맹세력으로 두고 있으므로, 조일정상회담은 일본제국주의자들이 단독적으로 준비하고 추진하는 것이 절대로 아니며 미제국주의자들의 동북아지배정책 안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는 점은 명백합니다.

쉽게 말해서, 2003년에 가서 조미 사이의 전면대결을 앞두고 불안에 떨고 있는 부쉬는 고이즈미에게 평양에 먼저 들어가서 전초전을 벌이라고 요구하였던 것이며, 세계자본주의체제의 전반적 위기가 심화되고 장기화되자 일본의 독점자본들이 비명을 지르고 그에 따라 전후 최대의 정치적 난관에 빠져들고 있는 고이즈미정권은 조일정상회담으로 위기탈출구를 뚫어보려고 날뛰고 있는 것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과 미일제국주의연합세력의 심각한 정치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의 정국을 파악하면서 놓쳐서는 안 되는 중요한 지점은, 조선민족의 적대세력인 미일제국주의연합세력은 매우 불리한 조건을 안고 정치대결에 나서야 하며, 반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은 그 세력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집중적으로 정치공세를 가하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올해 가을부터 내년 초까지 전초전의 형식으로 진행될 정치대결에서 조선민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은 미일제국주의연합세력의 반동적 정치공세를 우세한 역량으로 패퇴시키고 또 하나의 전술적 승리를 이룩할 것입니다.

조선반도의 정세에서 미증유의 변화를 또 다시 불러일으킬 이 두 가지 중대한 사변은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에 의하여 진행되고 있으며, 더 놀라운 사실은 조선반도의 식민지에서 진행되는 대선의 향방도 결국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에 의하여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민족민주운동권의 활동가들은 노무현, 정몽준, 이회창 같은 부르조아정객들이 야단법석을 치면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선거정국의 현상만 보고 현훈증을 느낄 것이 아니라, 주체의 정세관으로 그 난해한 선거정국의 본질을 파악하여야 합니다. 주체의 정세관은 부르조아정객들의 각축전이라는 복잡·난해한 선거정국의 현상이 아니라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가 실현되고 있는 정세변화의 본질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조일정상회담 개최와 미국특사 방북이 일정에 오르기 이전인 지난 8월 14일에 발표한 논문 ≪2002년 대통령선거의 전망과 민족민주운동의 대응≫에서 올해 선거정국을 전망하면서 미제국주의세력이 이회창반역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할 가능성을 상정하고, 최악의 경우 이회창반역세력이 집권하면 정세는 대파국으로 밀려갈 것으로 예견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에 의하여 조일정상회담이 개최되고 미국특사가 방북하여 조미미사일협상이 재개되는 조건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이 이회창반역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으며, 최악의 경우 그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집권 이후의 정세를 ≪대파국의 도래≫라고 예견할만한 논리적 근거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과 미·일제국주의연합세력이 치열한 정치대결을 벌이고 있는 데, 조선반도의 정세변화에 대해서 결정권이라고는 전혀 없는 일개 대미예속집단에 불과한 이회창반역세력이 설령 집권하였다고 해서 제멋대로 6.15공동선언을 파기하면서 판을 깨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백두산 호랑이를 한편으로 하고, 아메리카대륙의 검은 사자와 섬나라의 교활한 승냥이를 다른 한편으로 하여 벌어지는 세기적인 정치대결은 평소에 검은 사자와 교활한 승냥이의 뒤꽁무니만 따라다니는 비루먹은 번견이 주제넘게 끼어 들 판이 아닙니다.

식민지에서의 대선은 바로 그러한 정치대결의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정치일정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회창반역세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과 미·일제국주의연합세력의 정치대결에 끼어들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정치대결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혁명역량이 전술적 승리를 이룩할 때 크게 위축될 것입니다.

만일 미제국주의자들이 이회창반역세력에게 차기정권을 넘겨주기로 결정하는 경우에도, 6.15공동선언을 일방적으로 파기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수락하도록 강제할 것이며, 이회창반역세력은 자기의 상전이 내놓은 조건을 수락하지 않고서는 배기지 못할 것입니다. 6.15공동선언은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는 불멸의 통일이정표이며,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선군혁명영도에 의해서 마련되어 만난을 뚫고 실현되고 있는 통일위업수행의 나침판입니다.

다른 한편, ≪전략론≫을 논하는 동지들에게는 또 다른 우려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일 이회창반역세력이 집권하면 일반민주주의개혁의 가능성마저 완전히 봉쇄 당하고 극악한 파쇼억압체제로 회귀하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입니다. 그런 까닭에 이회창반역세력의 집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그러한 우려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것은 이회창반역세력의 집권문제도 역시 주체적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는 이회창반역세력과 현 집권세력의 동질성과 이질성을 주체적 관점에서 명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세력의 동질성은 대미예속세력이라는 데 있으며, 그 두 세력의 이질성은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하는 데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필자가 앞서 발표한 논문들에서 여러 차례 해명하였으므로 여기서는 설명을 생략합니다.

이회창반역세력과 현 집권세력의 이질성을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가 반대하는가 하는 문제만이 아니라 일반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할 의사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로도 파악할 수 있는데, 현 집권세력이 일반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현실로 입증되었습니다.

현 집권세력이 집권이래 개혁을 줄곧 떠들어대고 있는데도, 개혁을 단 하나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로, 현 집권세력은 미제국주의세력의 지휘봉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식민지에서의 부르조아개혁은 식민지를 지배·착취하고 있는 제국주의세력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극히 한정된 범위 안에서만 형식적으로 수행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둘째로, 상층집권세력과 반동적 관료집단 사이에는 비적대적인 모순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미제국주의세력은 선거를 통하여 식민지의 집권상층부에 자기의 하수인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투입하지만, 국장급 이하의 반동적 관료집단은 정권이 교체되어도 여전히 남겨두고 있습니다. 선거를 통하여 예속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총리, 장관, 차관급의 집권상층부의 하수인들만 교체투입할 뿐입니다. 상층집권세력은 무능하고 부패한 분자들이므로, 반동권력기관의 실무역량을 장악하고 있는 중하층의 거대한 반동적 관료집단을 제대로 통제·장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층집권세력이 제아무리 부르조아개혁을 추진하려고 해도 중하층의 반동적 관료집단이 그 지시를 따르지 않고 있으므로 개혁은 불가능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을 가장 악랄하고 집요하게 탄압하고 있는 주범은 청와대와 ≪국회의사당≫을 차지하고 있는 상층집권세력이 아니라 ≪국가정보원≫, ≪경찰청 보안수사대≫, ≪검찰 공안부≫ 등에 틀어박혀 있는 중하층의 반동적 관료집단입니다. 한쪽에서는 민족통일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민족민주운동권의 활동가들과 민주노동당의 당원들이 계속하여 체포·구속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상층집권세력의 통제·장악에서 벗어나 있는 반동적 관료집단이 파쇼적 탄압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회창반역세력이 집권하건 노무현개혁세력이 집권하건 간에 일반민주주의개혁이 실현되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며, 민족민주운동권에 대한 탄압도 매한가지일 것입니다. ≪전략론≫을 논하는 동지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이회창반역세력이 집권하면 극악한 파쇼억압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며, 노무현개혁세력이 집권한다고 해서 반동적 관료집단의 파쇼적 탄압이 종말을 고하는 것도 아닙니다.

선거정국 이후에 이회창반역세력의 집권으로 6.15공동선언이 일방적으로 파기되고 일반민주주의개혁의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되며 극악한 파쇼억압체제에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예상은, 주체의 혁명역량을 중심으로 정세변화를 보는 주체의 정세관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객관적 조건이 유리하건 불리하건 간에 언제나 주체역량을 중심으로 정세를 파악해야 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조선혁명의 주체역량에서 분리시키고, 아직 미약한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중심에 놓고 정세를 바라보면 정세가 비관적으로 보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조선혁명의 주체역량의 한 구성부분으로 일체화시키는 주체적 관점에 서서 주체역량을 중심으로 하여 정세를 바라보면 정세는 언제나 낙관적입니다. 선거정국 이후의 혁명정세, 통일정세는 그 변동과정에서 필시 우여곡절이 있겠지만 주체역량의 투쟁에 의해 승리적으로 전진하리라는 것, 이것이 주체의 정세관에서 바라보는 혁명적 낙관주의의 정세전망입니다.

4. 친미예속세력과의 ≪동거≫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5월에 발표했던 필자의 논문 ≪두 개의 전선, 승리를 향한 일보전진≫에서는 6.15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과 김대중정권의 전술적 공조가 가능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은 그 전술적 공조가 특정범위에서만 가능한 전술적 공조라고 모를 박았던 대목입니다. 6.15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 이외에서는 그러한 전술적 공조가 불가능합니다. 선거정국의 투쟁에서 그러한 전술적 공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런데 ≪전략론≫을 논하는 동지들은 민족민주운동세력 또는 민주노동당이 민주당과 공조하여 정책연합을 실현하고 더 나아가서 연립정권을 수립하는 가능성을 논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층집권세력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있으므로 선거 직전에 가면, 그 세력이 민족민주운동세력 또는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자고 먼저 제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필자는 ≪전략론≫의 그러한 견해가 지니고 있는 몇 가지 문제점을 분석하려고 합니다.

첫째로, ≪전략론≫은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민주당과 손을 잡는 것이 민족민주운동세력인지 민주노동당인지, 아니면 둘 다 인지 불분명합니다.

만일 이번 선거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당이 다른 정치세력과 손을 잡으려면,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의 조직적 단합이 선행되어 명실공히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강화·발전되어야 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으로 단합하여야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강화·발전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그런데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으로 단합하여 민주노동당을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강화·발전시키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민주당과 손을 잡는 가능성을 논하는 ≪전략론≫은 선거정국을 돌파하는 투쟁에서 실천적 의의를 갖지 못하는 공리공론으로 되고 맙니다.

둘째로, 진보적 대중정당과 민주당의 정책연합, 그리고 더 나아가서 연립정권 수립은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가상현실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으로 단합함으로써 강화·발전된 진보적 대중정당은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당의 정책으로 내세울 터인데, 그런 정당에 대해서 민주당이 정책연합이나 연립정권을 추진하자고 손을 내밀겠습니까? 주한미군 철수와 국가보안법 철폐를 당의 정책으로 내세운 진보적 대중정당과 주한미군 철수를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철폐 의지가 빈약한 민주당이 손을 잡고 연립정권을 세울 수 있겠습니까? 이 두 가지 예상문제에 대한 정답은 모두 아니오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의 조직적 단합으로 강화·발전된 진보적 대중정당이 민주당과 ≪동거≫하려는 두 가지 목적은 6.15공동선언 이행과 일반민주주의개혁 수행입니다. 그러나 식민지의 진보적 대중정당이 식민지부르조아정당과 ≪동거≫하여 장관직, 차관직 몇 개 차지한다고 해서 6.15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되고 일반민주주의개혁이 수행되리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과도한 기대입니다.

주체의 전략적 관점에 의하면, 6.15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문제는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는 조국통일과업이며, 일반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하는 문제는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민주주의혁명과업입니다. 6.15공동선언을 이행하는 문제와 일반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하는 문제는 정세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최대의 정치문제입니다.

그렇다면 친미예속집단인 민주당이 김정일국방위원장께서 제시하신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는 길로 순순히 따라오리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국가보안법을 자진하여 철폐하리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까? 재집권의 야욕에 빠져있는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은 자기 권력의 일부를 자기의 정적인 진보적 대중정당에게 양도함으로써 결국 ≪부메랑의 타격≫을 자초할 만큼 그렇게 어수룩한 정객들의 집합체가 아니며, 이번에 민족민주운동세력과 민주노동당이 조직적으로 단합함으로써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한다고 해도 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는 정치조직으로 일거에 강화·발전되는 것은 아닙니다.

재집권의 야욕에 빠져 있는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은 통일 이후에도 미군이 주둔해야 한다고 떠들어대고 있으며,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 세력은 6.15공동선언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일반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그 실현경로에 분명한 계선을 그어놓고 있습니다.

한총련 지도부가 최근에 발표한 문건 ≪한총련 2002년 대선방침≫을 읽어보면, 올해 대선에서의 투쟁목표를 세 가지로 정했는데, 그 가운데서 최우선적인 목표가 ≪민족민주진영의 총단결을 토대로 ≪6.15대선대연합≫을 실현≫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필자는 민족민주진영의 총단결이라는 것은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의 단결만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까지 포괄하는 더 넓은 범위에서의 단결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건에서 제시한 민족민주진영의 총단결은, 필자가 앞서 발표한 논문들에서 해설하였던 주체의 전략적 방침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됩니다. 한총련 지도부의 문건이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켜 강고한 지역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문제를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 문건에서 제시한 민족민주진영의 총단결은 주체의 전략적 방침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건에 들어있는 문제의 심각성은, 민족민주진영의 총단결이라는 개념으로 표현한 주체의 전략적 방침과 ≪6.15대선연합전략≫을 하나로 결부시켜 놓았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문건에서 한총련 지도부는 ≪투표전술≫을 제시하면서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6.15대선대연합 실현을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도 주체의 전략적 방침에 따른 대선전술인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내오는 전술과 ≪6.15대선연합전략≫을 하나로 결부시켜 놓았습니다.

필자는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키는 주체의 전략적 방침과 ≪6.15대선연합전략≫이 하나로 결부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진보적 대중정당과 민주당의 정책연합 실현이나 연립정권 수립이 혁명적 주체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면, 한총련 지도부의 문건에 기록된 것처럼 민족민주진영의 총단결을 토대로 ≪6.15대선연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며,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중심으로 ≪6.15대선연합≫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보적 대중정당과 민주당의 정책연합 실현이나 연립정권 수립은 주체를 강화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가상현실입니다. 민족민주운동권의 활동가들은 실현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가상현실을 놓고 전략전술을 논할 것이 아니라,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을 집중탐구하고 그 내용을 깊이 이해해야 하며, 주체의 정세관으로 당면정세를 분석한 기초 위에서 과학적인 전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동지들도 아시다시피, 지역통일전선은 분열·분산상태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역량은 미약합니다. 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러한 현실적 조건에서 자주적 민주정부를 아직 세우지 못한다고 해서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을 홀시하고 우경개량주의전략에 기울어져서는 안 됩니다. 우경개량주의전략이라는 것은 선거집권론, 선거혁명론을 의미합니다. 민족민주운동권에서 우경개량주의의 환상적 독소는 제거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문제는, 우경개량주의를 배격한다는 말을 개량전술까지 내던진다는 의미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경개량주의와 개량전술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개량전술도 얼마든지 동원해야 합니다.

진보적 대중정당을 영도할 지도핵심세력이 주체적 관점과 주체의 정세관을 확고하게 견지한 상태에서 개량전술을 취하여야 우경개량주의의 오류에 빠지지 않게 되며, 개량전술들을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에 복무하는 전술로 되게 할 수 있습니다.

5. 재야개혁세력과의 공동전선은 어디 있는가?

필자는 지난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회창반역세력을 낙선시키는 선거전술의 의의를 인정하면서 그 낙선운동은 재야개혁세력이 주도하고 민족민주운동세력이 방조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회창반역세력을 낙선시키기 위한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선거정국에서 중요한 전술적 의의를 갖는 것이 사실이나,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있어서 이회창낙선운동이 우선이 될 수 없으며 진보적 대중정당을 강화·발전시키는 전략이 우선으로 되어야 합니다.

이회창낙선운동은 민족민주운동세력과 재야개혁세력이 각각 분산되어 추진하는 것보다 반이회창공동전선을 형성하여야 힘있게 추진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필자는 여기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재야개혁세력과 손을 잡는 것을 전술적 공조라고 부르지 않고 공동전선 형성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재야개혁세력을 지역통일전선에 동참할 세력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정국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과 재야개혁세력이 반이회창공동전선을 형성하면, 그 공동전선을 장차 지역통일전선으로 전환·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민족민주운동세력 일각에서는 재야개혁세력과 반이회창공동전선을 형성하는 정치과업에 대해서는 홀시하면서, 실현가능성도 없을 뿐 아니라 주체를 강화하는 전략적 방침에서 벗어나는 상층집권세력과의 ≪동거≫에 대해서만 논란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은 무능하고 부패하여 민중의 눈밖에 난 상층집권세력과의 ≪동거≫를 논하면서 시간을 허비할 것이 아니라, 재야개혁세력과 손을 잡고 반이회창공동전선을 형성하는데 더욱 힘을 넣어야 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은 민주노동당과 단합하여 민주노동당을 더욱 강고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강화·발전시키는 전략적 방침을 수행하는 것과 더불어, 다른 한편으로는 재야개혁세력과 반이회창공동전선을 형성하는 정치사업에 힘을 넣어야 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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