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91(2002)년 12월 12일(목)                                                                                       통일여명 편집국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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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전략, 백 가지 전술

최성원 2002 9

통일여명 편집국 해설 / 4-3-19

 

1. 들어가며

최근 필자는 올해 선거정국의 본질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대응에 관한 논문 두 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 논문들은 여러 동지들 사이에서 토론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필자는 필자가 발표한 두 편의 논문에서 제기한 논제들에 관한 토론을 보면서, 그 논문들에서 명료하게 서술되지 못한 내용을 추가하기 위해 또 다시 논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앞의 두 논문을 읽은 연장선상에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필자가 이처럼 올해 선거정국과 관련한 논문을 연속해서 집필하고 있는 이유는,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올해의 선거정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하는 문제가 선거정국 이후 혁명정세의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6.15공동성명 이후의 조국통일운동이 내외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부수며 통일정세를 날로 발전시키고 있는 가운데, 혁명정세를 발전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중대한 계기를 마련하는 것, 이것이 올해의 선거정국에서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비상한 노력과 투쟁으로 달성해야 할 과업입니다. 필자는 이 논문에서 그 당면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좌우경적 오류와 그 당면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전술문제를 논하려고 합니다.

2. 환상 또는 좌절: 좌우경적 오류의 귀결점

일반적으로 말해서, 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는 부르조아계급의 지배수법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르조아계급이 자기의 지배체제를 공고하게 하기 위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 부르조아 선거제도입니다. 정치적 지배와 억압 아래서 쌓여만 가는 민중의 사회정치적 불만, 반발감, 저항의식이 폭발하여 혼란이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부르조아계급은 이른바 선거라는 기만적인 정치놀음을 몇 년에 한 차례씩 주기적으로 벌려놓고, 민중을 맹목적인 경쟁열기가 비등하는 그 놀이판으로 몰아넣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기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관철할 수단을 아직 갖지 못한 민중은 부르조아계급의 부패한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을 드러내 보이거나, 아니면 부르조아계급이 주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기만적인 선거판에 불가피하게 휘말려 들어가게 되며, 그 혼탁한 선거열기 속에서 그 동안 쌓여온 사회정치적 불만, 반발감, 저항의식을 해소하게 됩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의 선거는 인민의 정치적 의사를 실현하는 민주주의 제도가 아니라, 민중의 사회정치적 불만, 반발감, 저항의식을 해소시키기 위하여 지배계급이 이용하고 있는 통로입니다.

이와는 달리 사회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는 어떤 특정한 계급의 지배수법이 아니라, 인민정권의 민주주의적 질서 가운데 하나인 것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는 어떠합니까? 그것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 일반과 달리,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를 지배·착취하고 있는 제국주의세력의 지배수법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지난 시기 일본 제국주의세력은 조선을 무력으로 강점한 뒤에 조선총독부를 두어 지배·착취하였으므로, 식민지 조선에서 선거는 생각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제국주의세력을 몰아내고 이 땅에 기어 들어온 미제국주의세력은 우리 나라를 분할·강점한 뒤에 강점지역의 인민대중을 지배·착취하는 한편, 강점지역에서 식민지정치권을 내세워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이른바 ≪자유민주주의≫를 실시한다고 떠들어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한층 교활하고 음흉해진 제국주의세력의 새로운 지배수법입니다. 제국주의세력의 새로운 지배수법을 낡은 지배수법과 구별하는 의미에서 신식민주의적 지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 땅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은 제국주의무력을 동원하여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을 군사적으로 강점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기에게 복무하면서 예속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식민지정치권을 ≪자유민주주의 선거≫에 주기적으로 동원함으로써 자기의 지배를 영구화하려고 책동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이 보여주고 있는 지배행태입니다.

지난날 식민지파쇼세력의 집권기에 미제국주의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선거≫마저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박정희 군사파쇼정권이 획책했던 이른바 ≪종신 대통령≫이나, 전두환 군사파쇼정권이 획책했던 이른바 ≪체육관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 선거≫마저 허용되지 않았던 암울한 파쇼집권기의 기억 속에 남아있습니다.

그러므로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모든 선거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의 일환이 아니라 제국주의적 지배수법의 이러저러한 변형태에 불과합니다. 바로 이것이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 또는 자본주의사회 일반에서 시행되고 있는 모든 형태의 선거에 대해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추호의 환상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계급과 민중이 선거를 통하여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는 선거를 통하여 미제국주의세력을 축출하고 식민지체제를 타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전략적 사고를 갉아먹는 매우 유해로운 환상입니다.

만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선거환상에 휘말려들면, 선거에 의한 평화적 집권전략에 분별없이 매달리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진보적 대중정당이라는 새로운 조직형태로 지역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전략은 뒤로 밀려나고 그 대신 진보적 대중정당이 선거를 통하여 평화적으로 집권하는 전략이 앞에 나서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스스로 자기의 무덤을 파는 것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는 목적은,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에서 승리하여 평화적으로 집권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더욱 광범위하고 더욱 견고한 지역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하여 진보적 대중정당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민족민주운동권 일각에서는 진보적 대중정당이 마치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를 위한 정치조직인 것으로 오해하면서 진보적 대중정당의 존립목적을 선거를 통한 평화적 집권에서 찾으려 하고 있는 데, 이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선거≫에 대한 환상이 빚어내고 있는 우경적 오류입니다. 현대 수정주의세력인 사회민주주의자들이 ≪선거환상≫을 부추기는 악질선동과 암해책동을 자행함으로써 노동계급과 그 전위당이 영도하는 혁명운동을 어떻게 변질·와해시키려고 발악하였는가 하는 역사적 사실은 이 논문에서 굳이 서술하지 않겠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목표로 설정되어 있는 자주적 민주정권의 수립은 평화적 집권전략이 아니라 오직 혁명적 집권전략으로만 가능한 과업입니다. 자주적 민주정권은 ≪자유민주주의 선거≫가 아니라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승리에 의해서만 수립될 것입니다.

진보적 대중정당은 혁명적 집권전략을 위한 정치조직입니다. 진보적 대중정당은 어디까지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지역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전략을 수행·관철하기 위하여 건설되고 있는 것입니다. 전략적 사고에서의 혼동이나 전략문제에서는 착오가 있을 수 없습니다.

자주적 민주정권을 수립하기 위한 혁명적 집권전략에는 실로 수많은 전술들이 따라오게 됩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한 가지 전략에는 백 가지 전술이 따라올 수 있습니다. 선거정국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전개하는 일련의 투쟁은 바로 그 수많은 전술들 가운데 속해 있는 일부입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는 미제국주의세력의 지배·착취 아래 놓여 있는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선거를 백 번 시행한다고 해서 과연 우리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무슨 이익이 되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선거 자체를 전면적으로 거부하려는 견해가 있습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집권도 반대하고 반개혁세력의 집권도 반대하는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대변하고 관철할 새로운 정치세력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만, 그러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 이른바 ≪양비론의 좌절≫에로 흐르기 쉽습니다. 제3의 정치적 대안세력이 부재하는 경우에 생겨나는 절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한 절망적 태도는 선거불참이나 선거거부로 나타나곤 합니다.

정치적 좌절과 절망은 선거정국 이후에 더 심각한 후과를 민족민주운동권에 몰고 올 수 있습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에 대해서 일말의 환상과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은 자기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선거결과가 나오는 경우, 절망에 빠지고 좌절하게 됩니다. 만일 선거정국에서의 좌절과 선거결과에 대한 절망이 민족민주운동세력 안에 침투하게 되면, 혁명정세에 대한 비관적 분위기를 확산시키면서 자칫 좌경적 모험주의의 온상을 조성하기 쉽습니다.

모든 혁명운동사가 증거하고 있는 대로, 혁명정세에 대한 비관은 혁명운동을 가로막는 정신적 독소입니다. 혁명은 절망적 상황에서 발생하는 단말마적 저항이 아닙니다. 혁명은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적 전망에 대한 혁명적 낙관주의를 지니고 자주성의 요구에 따라 사회역사를 개조·변혁하는 주체의 창조적인 투쟁입니다.

혁명적 낙관주의를 잃어버린 자리에서는 좌경적 모험주의의 싹이 자라납니다. 정치적 절망과 좌절이 혁명운동의 역사적 임무에 대한 무책임한 포기라면, 좌경적 모험주의는 혁명의 주체역량에 대한 비열한 배신입니다. 좌경적 모험주의는 혁명을 승리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파멸에 빠뜨립니다.

양비론자들은 제3의 정치적 대안세력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지만,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것은 그 대안세력이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인민대중 속에 잠재되어 있다는 혁명의 진리입니다. 제3의 정치적 대안세력이 어떤 다른 곳에서 형성되어 역사의 무대 위에 홀연히 등장하는 ≪기적≫을 어리석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인민대중 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역량을 자주적 민주역량으로, 통일애국역량으로 조직화하기 위하여 굴함 없이 투쟁하여야 합니다. 이 조직화의 과업이 통일전선 형성전략에 의해서 달성된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3.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전략에 기초한 선거대응전술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에 대응할 때,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은 한 가지 전략밖에 모릅니다. 그것은, 필자가 지금까지 발표했던 여러 논문들에서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는 대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식민지의 민중을 하나의 거대한 주체역량으로 묶어 세우는 지역통일전선 형성전략입니다. 이 전략문제는 이론·실천적으로 명명백백한 것입니다. 필자는 그 전략문제에 관해서 앞서 발표한 논문들에서 여러 차례 논하였으므로 여기에서는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선거정국에서 전략적 승리가 아니라 전술적 승리를 목표로 세우고 투쟁하여야 합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선거가 시행되는 시기는 혁명의 결정적 시기가 아니라 혁명의 준비기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혁명의 준비기에는 전략적 공세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선거정국에서 전략적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분별한 조급성의 발로입니다. 혁명의 준비기에는 전술적 공세를 가하면서 전술적 승리를 얻으려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러나 만일 선거에서 그 어떤 전략적 승리가 이루어질 것처럼 조급한 기대와 과도한 예상을 품게 되면, 구경은 환상 또는 좌절이라는 좌우경적 오류의 결과밖에 얻을 것이 없게 됩니다.

선거정국에서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수 십, 수 백 가지 전술로 대응하면서 전술적 승리를 얻기 위해서 완강하게 투쟁해야 합니다.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선거대응전술은 시시각각 변동하는 국면에 영활하고 민첩하게 대처하는 전술입니다. 어느 한 가지 전술만을 고집하면 그것은 대적투쟁에서의 전술적 패배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어떠한 선거대응전술을 가지고 투쟁하여야 하겠습니까?

앞서 발표한 논문들에 이어서 이번에도 거듭 기술하는 것인데, 선거정국에서의 전술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에 의거하여 세워야 하며, 그 전략수행에 전적으로 복무해야 합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은, 필자가 이제까지 발표했던 논문들에서 누차에 걸쳐 서술한 바대로, 민족민주운동세력 안에서의 김일성주의혁명사상의 확립, 혁명영도체계에 결합된 비합법 지도핵심조직의 결성, 광범한 대중운동역량에 기반을 둔 통일전선의 형성, 이 세 가지입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3대 전략을 혁명사상 확립, 지도핵심 결성, 통일전선 형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3대 전략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혁명의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혁명의 주체역량을 강화하는 3대 전략은 그 어느 것 하나도 따로 떼어놓을 수 없이 상호연관되어 자주적 민주정권의 수립이라는 전략목표를 관철해 가는 것이므로 항상적으로 수행해야 마땅하지만, 매개 국면에서 비중과 강조점이 일괄적으로 세 가지 전략에 균일하게 집중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논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선거정국에서는 김일성주의혁명사상을 확립하는 사상투쟁, 비합법 지도핵심조직을 결성하는 투쟁보다는 지역통일전선을 강고하게 형성하는 투쟁에 민족민주운동의 총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선거가 시행되는 특정국면에서 지역통일전선을 강고하게 형성하는 투쟁은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진보적 대중정당이 인민대중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투쟁, 진보적 대중정당을 지역통일전선 형성전략의 요구에 맞게 더욱 강화·발전시키는 투쟁이 그것입니다.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선거대응전술은 이 두 가지 투쟁방향에서 국면의 변화에 능숙·노련하고 변화무쌍하게 전개되어야 합니다.

지금 민족민주운동세력은 범진보진영의 독자후보, 단일후보를 세우는 투쟁을 선거대응전술로 수립하고 있는데, 이 전술은 선거정국에서 지역통일전선을 강고하게 형성하는 투쟁과정에서 일관되게 견지하여야 하는 중요한 선거대응전술입니다.

그런데 만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진보적 대중정당의 독자후보를 세우는 투쟁을 외면·방기하고 미제국주의세력의 손탁에서 놀아나고 있는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의 재집권책략에 말려 들어가서 그들의 선거후원세력으로 전락한다면, 그것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을 스스로 훼손하는 사태를 불러올 것입니다.

다른 한편, 만일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세우는 투쟁에 실패하여 두 명의 대선후보가 등장하는 경우, 그러한 사태는 지역통일전선 형성전략에 배치되는 것이므로, 어떤 명분을 내세운다고 해도 절대로 용납될 수 없습니다. 범진보진영의 독자후보는 반드시 단일후보로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러저러한 명분을 내세우면서 별도로 제2의 대선후보를 선출하려는 민족민주운동권 일각의 움직임은, 본의 아니게 민족민주운동세력을 양분시킴으로써 지역통일전선 형성전략을 수행하는 길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범진보진영의 독자후보는 반드시 단일후보가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자기의 선거대응전술을 수립하는 당면과제를 논하면서, 민주노동당에서 선출된 대선후보를 과연 당선시킬 수 있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를 따져 보거나, 또는 범진보진영의 대선투쟁의 구심점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이 그 후보에게 과연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보는 것은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에 대한 환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몽매한 처사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선거대응전술은 선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논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지역통일전선을 강고하게 형성하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적 관점에서 논해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의 당선여부와는 무관하게, 그리고 그 후보의 자질 및 능력문제와는 무관하게,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를 범진보진영의 독자후보, 단일후보로 내세우고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선거정국에서 지역통일전선을 강고하게 형성하는 전략을 수행하는 가장 중요한 전술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지역통일전선 형성전략을 수행함에 있어서 견지해야 할 두 가지 핵심문제를 다시 반복서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로,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조직적 단결을 달성하는 것은, 현 정세가 요구하고 있는 가장 절실한 정치과업이며, 동시에 지역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전략이 요구하고 있는 가장 중대한 정치과업입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이번에 조직적 단결을 달성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단지 선거정국에 대응하는 전술과업에 국한되지 않으며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운동의 전도를 좌우하는 전략과업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전략과업을 외면하고 올해 선거정국을 논할 수 없으며, 올해 선거정국에 대응하는 전술에 대해 말할 수 없습니다.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조직적 단결을 달성하는 전략과업은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오늘의 현실은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전략과업을 수행하기에 너무 힘든 조건을 안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이 통일전선전략의 요구대로 조직적 단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견해차이, 갈등요인, 이해관계의 상충성에 의하여 조성된 난제가 하나둘 제기되지 않으며, 그 복잡한 과정에는 넘어서기 힘든 장애물이 겹겹이 쌓여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세력들 사이에는 견해차이보다 더 큰 견해의 동일성이 확보되어 있으며, 갈등요인보다 협력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으며, 이해관계의 상충성보다 공통성이 더 중대합니다. 견해차이, 갈등요인, 이해관계의 상충성을 뒤로 미루어놓고 무엇보다도 견해의 동일성, 협력요인, 이해관계의 공통성을 앞에 내세우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조직적 단결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가리켜 흔히 지역통일전선의 ≪통 큰 단결≫이라고도 부릅니다.

≪통 큰 단결≫을 이루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의 본질은 정치사업이므로 그 문제에 대한 해법도 역시 정치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지도급 인사들이 통 크게 생각하고 통 크게 실천하는 정치역량을 발휘한다면, ≪통 큰 단결≫은 예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습니다. 오늘 혁명정세의 전환기에 처해 있는 지역통일전선운동이 ≪통 큰 단결≫을 달성하면 전진과 약동을 촉진하는 승리로 되지만, 만일 그것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 현상유지가 아니라 침체와 퇴행으로 귀결됩니다.

다른 한편, 지금 민족민주운동권 일각에서는 범진보진영의 후보가 올해 대선에 출마하는 경우 적어도 100만표 또는 그 이상의 표를 득표하여야 할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는데, 이것은 인민대중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더 많이 확보하는 투쟁에 결부된 선거대응전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식적인 말로 들리겠지만,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인민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것은 비단 선거정국에 일시적으로 국한되는 과업이 아니며,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전과정을 관통하고 있는 통일전선전략에 결부되어 있는 중대한 정치과업입니다. 인민대중으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받는 과업은 선거에서 높은 득표율 확보함으로써가 아니라 지역통일전선이 형성됨으로써 근본적으로 해결됩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의 선거정국에서 인민대중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대변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방도를 밝혀주는 합법적 정치세력은 진보적 대중정당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식민지인민대중의 대다수가 아직 진보적 대중정당을 자기의 정당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민대중에 대한 진보적 대중정당의 정치사업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미제국주의세력의 비밀공작과 식민지정치권의 농간과 술수가 횡행하기 때문에 인민대중에게 생겨난 정치의식의 장애현상이기도 합니다.

미제국주의세력의 비밀공작으로 매우 혼란스럽고, 식민지정치권의 별의별 농간과 술수로 혼란스럽기 이를 데 없는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의 선거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이 인민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받는 것은, 선거정국이 아닌 시기에 지지를 받는 것보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민족민주운동세력이 범진보진영 후보의 100만표 또는 그 이상의 득표달성이라는 물량적 목표에 과도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물론 100만표 또는 그 이상의 표를 목표로 설정하고 투쟁해야 하지만, 100만표 또는 그 이상의 표를 얻으면 전술적 승리이고 100만표 이하의 표를 얻으면 전술적 패배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 시행되는 선거에서 범진보진영의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곧 진보적 대중정당과 민족민주운동에 대한 인민대중의 정치적 지지도를 수량적으로 환산한 결과라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식민지인민대중의 정치적 의사는 선거에서의 투표행위에 의해서 투명하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표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4. 반개혁후보를 낙선시키는 선거대응전술에 대하여

지금 민족민주운동권 일각에서는 반개혁세력의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중심으로 선거대응전술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반개혁세력이란 구체적으로 한나라당이며 그 후보는 이회창입니다. 반개혁후보 낙선이라는 선거대응전술과 관련해서는 세 가지 문제를 논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의 수많은 선거대응전술 가운데 하나입니다. 따라서 그 전술도 역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과업수행에 복무하는 한에서만 의의를 갖게 됩니다. 만일 그 전술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길에서 이탈하는 경우, 또는 그 길에 장애를 조성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폐기되어야 합니다.

둘째로,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의 이면에는 민족민주운동세력과 집권개혁세력의 정치적 연대를 추구하려는 위험요소가 들어있습니다. 필자는 앞서 발표한 논문에서 민족민주운동세력과 집권개혁세력의 정치적 연대가 왜 실현할 수 없으며, 왜 실현하려고 해서도 안 되는가 하는 문제를 논한 바 있으므로 여기서는 더 이상의 설명을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이 논문에서 재확인하는 것은, 식민지예속정권을 틀어쥐고 있는 현재의 집권개혁세력은 통일역량의 일부가 아니라 6.15공동선언을 실현하는 과업수행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의 요구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기회주의세력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거듭하여 강조하는 것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은 민주노동당으로 총결집하여 범진보진영의 단일한 독자후보를 출마시켜야 한다는 것, 그리고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이 민족민주운동세력과 집권개혁세력의 정치적 연대를 추구하는 계기로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로,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은 재야개혁세력이 주동적으로 추진해야 할 운동입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재야개혁세력의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을 적극 방조하여야 하겠지만, 자신이 주동적으로 추진할 필요는 없습니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식민지반개혁세력의 후보가 집권하는 경우를 상상하면서 불안과 초조에 빠져서도 안 되며, 반대로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의 후보가 재집권하는 경우를 상상하면서 환상과 기대를 가져서도 안 됩니다.

올해 대선결과에 대해서는 통일정세의 관점과 혁명정세의 관점에서 각각 다음과 같이 조망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통일정세의 관점에서 올해 대선결과를 다음과 같이 예견할 수 있습니다. 만일 개혁세력의 후보가 재집권하면, 통일정세의 발전도상에는 반개혁세력의 후보가 집권하는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조건이 생겨날 것이며, 반대로 반개혁세력의 후보가 집권하면 통일정세의 발전도상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 생겨날 것입니다. 반개혁세력은 6.15공동선언 자체를 부정하는 흉악한 반통일세력이므로 만일 그들이 집권하는 경우, 현재 발전일로에 있는 통일정세에 엄중한 장애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조선반도의 통일정세에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주되는 반통일세력은 식민지정치권에 존재하고 있는 반개혁세력이 아니라 미제국주의세력입니다. 6.15공동선언이 실현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문제는 식민지정치권의 반개혁세력과의 투쟁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제국주의세력과의 투쟁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6.15공동선언에 의거하여 통일정세를 발전시키는 정치과업을 수행하는 길에서 미제국주의세력과의 투쟁이 결정적이라고 보는 필자의 견해를 식민지정치권의 반개혁세력, 반통일세력을 제압하는 투쟁이 가지는 의의를 축소시키는 뜻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통일세력과 반통일세력의 투쟁에서 주되는 모순과 부차적인 모순을 구분하면서 조국통일운동의 주공방향을 정확하게 견지해야 합니다.

대선 이후에 통일정세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느냐 아니면 장애물에 부닥쳐 침체국면에 빠지느냐 하는 문제는, 반개혁세력과 개혁세력 가운데 어느 쪽이 집권하느냐 하는 데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조선민족의 자주적 통일역량과 미제국주의세력 가운데 어느 쪽이 통일정세의 변화를 주도하느냐 하는 데 따라서 결정될 것입니다. 혁명기지와 식민지를 포괄하는 전국적 범위에 존재하고 있는 조선민족의 자주적 통일역량은 6.15공동선언의 생활력과 실천력을 적극 발양하면서 전국적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통일정세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중입니다.

둘째로, 혁명정세의 관점에서 올해 대선결과를 다음과 같이 예견할 수 있습니다.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 존재하는 개혁세력이나 반개혁세력은 모두 미제국주의세력의 손탁에서 놀아나고 있는 대미예속세력이며,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극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반혁명세력이며, 민족민주운동세력을 탄압하고 있는 반민주세력입니다. 집권개혁세력에게는 일반민주주의개혁을 수행하려는 의지도, 그 개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도 없습니다. 이것은 김대중정권에 의해서 현실로 입증되었습니다.

일반민주주의개혁은 무능하고 부패한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의 재집권으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승리를 향해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김일성주의자들과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불굴의 투쟁 속에서 실현되는 것입니다.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이 재집권하면 반개혁세력이 집권하는 경우와 비교해서 혁명정세의 발전도상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생겨날 수 있겠지만, 민족민주운동세력에게 있어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는 것은 매우 불철저하고 불안정한 기조 위에서 생겨나는 부차적인 성과에 지나지 않습니다.

진보적 대중정당이 올해의 선거정국에서 전술적 승리를 얻음으로써 혁명정세를 일보 전진시키는 것과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이 재집권함으로써 혁명정세의 발전도상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생겨나는 것, 이 두 가지 성과 가운데 더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후자가 아니라 전자입니다.

재야개혁세력이 주도하는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은 식민지부르조아개혁세력이 재집권하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결국 혁명정세의 발전도상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며, 민족민주운동세력은 재야개혁세력의 반개혁후보 낙선운동에 방조를 주는 선거대응전술을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혁명정세의 발전도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것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총결집함으로써 진보적 대중정당에 대한 인민대중의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는 투쟁에서 전술적 승리를 얻어내는 것, 그리고 지역통일전선 형성전략의 요구에 맞게 진보적 대중정당을 더욱 강화·발전시키는 투쟁에서 전술적 승리를 얻어내는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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