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91(2002)년 12월 12일(목)                                                                                       통일여명 편집국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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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통령선거의 전망과 민족민주운동의 대응

최성원 2002 8

통일여명 편집국 해설 / 4-3-18

 

1. 대통령선거에서 격돌하게 될 3대 정치세력

지금 이 땅에서는 3대 정치세력이 집권하기 위한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 소위 개혁을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있는 부르조아개혁세력, 그리고 진보적 정치세력이다. 지금까지는 한나라당은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을 대표하고, 새천년민주당은 개혁을 입으로만 떠들어대고 있는 부르조아개혁세력을 대표하고,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정치세력을 대표하고 있다.

그렇지만 선거국면이 가까워지면 더 많은 정당으로 세분될 가능성도 있고, 새천년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선거국면에 대처하여 각각 당을 개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정당이 출현한다고 해도 명백한 것은 선거국면을 형성하는 기본세력판도가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 부르조아개혁세력, 진보적 정치세력 사이의 삼파전으로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대선에서는 이 세 정치세력이 대결하게 되겠으나, 진보적 정치세력은 아직 역량이 미약하므로 대선의 중심권에서는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과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접전이 주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과 부르조아개혁세력의 대결양상은 막상막하의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며, 선거정국을 하루아침에 뒤집어버릴 수 있는 불의의 돌발변수가 수없이 도사리고 있음을 생각할 때, 대선에서 어느 쪽이 이길 것인가를 예단하기는 아직 쉽지 않다.

그러나 8월에 들어서면서 정치권의 객관정세는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에게 차츰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조미대화의 재개와 남북정부당국자회담의 재개, 남북 교류와 협력의 활성화에 따른 6.15공동선언을 실현하기 위한 대중적 통일운동의 발전추세, 미군 장갑차가 여학생을 깔아 죽인 사건에 의해서 불붙은 반미자주화운동의 대중화 추세 등이다.

이회창을 두목으로 하는 한나라당이 올 가을에 들어가서 어떤 불의의 돌발변수를 조작해내어 선거국면을 자기들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뒤집어버리지 못하는 경우, 그들에게 매우 불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회창과 한나라당을 괴롭히고 있는 고민은 부르조아개혁세력의 대선후보를 공격할만한 마땅한 타격수단이 그들에게 없다는 데 있다.

반면에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의 대선후보인 이회창에게는 그를 위협하는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이회창 아들의 병역비리 문제, 소위 ≪세풍사건≫으로 미국 사법당국에 구금되어 있는 이석희가 ≪한미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라 ≪한국≫ 검찰의 손에 넘어오는 문제가 이회창을 위협하는 ≪복병≫으로 출현하고 있다.

악질 정상배의 표본인 이회창을 두목으로 하는 한나라당은 이 땅의 정치사에서 일찌감치 타도되었어야 할 정치적 불량배집단이다. 저들은 민족을 배반하고 미제국주의세력에게 아부·굴종하고 있는 민족반역자들이며,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사회경제적 이익을 짓밟고 빼앗는 억압자, 착취자, 부패집단이며, 사멸해 가는 만고의 악법 국가보안법을 흉기로 삼아 민족민주세력을 공격하고 있는 반민주세력이며, 6.15공동선언을 부정하는 반통일세력이며, 이 땅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기를 바라는 평화의 교란자들이다. 한나라당은 어느 한 구석을 살펴보아도 악질적이지 않은 곳이 없는 그야말로 악의 화신이다.

이 땅의 민중은 지역주의 망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 한나라당의 정체를 똑바로 보고 저들에게 정의의 심판을 내려야 하며, 민족민주세력은 한나라당을 고립시키고 이회창을 타격하는 정치투쟁을 더욱 활발히 전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집권당인 새천년민주당은 또 어떠한가? 이들도 역시 미제국주의세력의 지배주의정책에 순응·맹종하는 대미예속세력이며, 입으로는 부르조아개혁을 부르짖고 있으나 실제로는 민중의 정치적 요구를 짓누르고 민중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수탈하는 반민중세력이다.

한나라당이나 새천년민주당이나 모두 반민중세력이고 대미예속세력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들은 지금 큰 소리를 치고 있으나, 이 땅의 정치질서가 바로 잡히는 것과 함께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가련한 운명을 지닌 세력들이다.

2.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것은 통일전선운동의 사활적 문제이다

이 땅의 정치질서를 바로 잡을 세력은 누구인가? 더 말할 것도 없이 진보적 정치세력밖에 없다. 진보적 정치세력의 임무는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이 수행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이 진보적 정치세력의 임무를 수행해왔지만, 아직 여러 모로 미약한 게 사실이다. 사회의 변혁과 진보를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각이한 정치세력, 운동세력들은 이번 기회에 진보적 정치세력으로 통 크게 단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반적인 의미에서 논하는 단결이 아니라, 민족민주세력 앞에 제기된 가장 중대한 전략목표인 지역통일전선을 구축하기 위한 조직적 단결을 말하는 것이다.

지역통일전선을 구축하는 과업 앞에서 자기 세력, 자기 정파의 이익을 모조리 포기하라고 무리하게 요구할 수는 없겠지만, 자기 세력, 자기 정파의 협소한 이익을 앞자리에 놓아서는 진보적 정치체력의 조직적 단결을 절대로 보장할 수 없다. 앞자리에 놓아야 할 것은 지역통일전선의 조직적 단결이 가져다줄 최대, 최상의 공동이익이다.

선거정국에서의 복잡다단한 정치투쟁에 나설 때, 그 어떤 논리도 지역통일전선의 원칙을 대신할 수 없다. 지역통일전선을 구축하는 과업에 대해서는 타협하거나 양보해서는 안 된다. 통일전선의 조직적 단결은 이 땅의 혁명운동과 통일운동을 살리느냐 죽이느냐 하는 사활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족민주세력은 이번 대선준비과정에서 통일전선의 원칙을 철저히 수호하고 실현하여야 하며, 자기 세력, 자기 정파의 이익을 앞세우면서 그 원칙을 침해하려는 분열주의자들의 책동에 대해서 단호하게 투쟁하여야 한다. 이 땅의 지역통일전선운동은 지금 매우 어려운 시험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의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것은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주객관적 조건을 타산하지 못하고 당선가능성에 집착하는 조급증, 과욕 따위는 정치투쟁에서 피해야 할 금지목록 제1호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이 얻어낼 수 있는 최대, 최상의 이익은 무엇일까? 민족민주세력은 무엇을 위하여 이번 대선에 나서야 할까? 진보적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대선후보의 득표율을 최고로 높이는 것일까? 아니다. 각 정파별, 단체별로 흩어져 있는 힘을 하나의 강력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모아내는 것, 바로 이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은 득표율 제고에 집착해서는 안 되며, 통일전선적 단결을 목표로 삼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하여 사고하고 실천해야 한다.

왜 득표율 제고에 집착해서는 안 되는가? 그 이유는 명백하다.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세력이 이번 대선에서 얼마나 많은 표를 얻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만 집착할 경우, 자기 세력, 자기 정파가 선거투쟁을 주도해야 득표율을 제고할 수 있다는 생각에 빠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선거에서 표를 더 많이 얻어야 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자기 세력, 자기 정파의 협소한 이익을 추구하려는 비통일전선적 분열현상이 돌출하기 때문이다.

선거에서 득표율을 높이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2002년의 선거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민족민주세력의 올바른 선거전략은 득표제일주의전략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단결제일주의전략이 되어야 한다. 아직 역량이 미약한 진보적 정치세력이 단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제각기 선거판에 우르르 뛰어들어 서로 득표율을 높이겠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착각 중의 착각이다.

단결제일주의전략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사회의 변혁과 진보를 지향하는 모든 정치세력, 운동세력을 규합한 힘있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출현, 바로 이것이다. 힘있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출현은 부패무능한 정상배들에게 침을 뱉고 돌아선 이 땅의 수백만 대중이 일일천추로 갈망해 오고 있는 염원이며, 우리 시대 혁명운동, 통일운동의 가장 절실한 요구이다. 진정으로 대중의 마음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대중들이 이번 대선에서 민족민주세력에게 과연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대중들은 이번 대선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이 조직적 단결로 강화된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나서주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조직들 사이에 조성되어 있는 난제들을 노련한 정치사업으로 풀어내고, 사회의 변혁과 진보를 위하여 투쟁하는 각이한 역량을 통일전선적으로 결집한 진보적 대중정당의 단일후보가 나선다면, 그 자체가 대중들에게 가장 호소력 있고 침투력 있는 메시지가 될 것이며, 대선후보의 유세에서 쏟아지는 수천만 마디의 말로 대신할 수 없는 최강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참신한 선거돌풍을 불러일으켜 수백만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만일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이 진보적 정치세력의 단일정당으로 통합하는 데 실패하여 두 사람의 후보가 제 각기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다면, 그것은 모두에게 참담한 패배만을 안겨줄 것이다. 힘있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출현을 반세기가 넘도록 갈망해오고 있는 이 땅의 대중들 앞에 두 개의 파벌로 분열된 두 명의 후보가 초라한 모습으로 나선다면, 차라리 대선에 얼굴을 내놓지 않은 것만 못하게 될 것이다. 87년 대선정국에서 민족민주세력이 비판적 지지론과 독자후보론으로 쪼개지면서 생겨났던 분열과 갈등의 악몽을 15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또 다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지금 민주노동당과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은 범진보진영의 단일후보를 선출하는 문제를 놓고 상당한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단일후보 선출문제를 마지막까지 해결하지 못할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한 경우라 할지라도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은 별도의 독자후보를 선출해서는 안 된다.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은 민주노동당이 선출한 대선후보를 범진보진영의 후보로 인정하고 적극 지지해야 한다.

만일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이 민주노동당과의 합의에 실패한 뒤에 별도의 독자후보를 선출하여 대선에 나선다면, 그것은 대선에서의 참패를 자초하는 자해행위로 될 것이며, 6.15공동선언 이후 정세발전에 따라 어렵사리 다시 일어서고 있는 지역통일전선운동에 분열과 절망의 쐐기를 박는 엄중한 과오로 될 것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민족민주운동조직들은 이번 대선에서 절대로 독자후보를 선출하지 말아야 한다.

3. 미제국주의세력의 지배주의정책과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이 대미예속적이며 반민중적이라고 해서 한나라당과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다른 점은, 민주당이 6.15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전민족적인 운동에 일정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사소한 화제거리가 아니다. 오늘 조선반도의 정치정세를 좌우하는 가장 중대한 문제가 6.15공동선언을 실현하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음을 생각할 때, 민주당이 그 선언을 지지하고 나서고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일정하게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면, 박정희와 김대중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악질적인 파쇼분자이며 미제국주의세력의 하수인이었던 박정희와 혼탁한 정치판에서 친미사대주의자로 잔뼈가 굵은 부르조아정객인 김대중을 똑같다고 볼 수는 없다. 박정희와 김대중은 모두 미제국주의세력의 지배주의정책에 의해서 육성되고 관리된 하수인들이지만, 미제국주의세력에게 있어서 그 쓰임새가 달랐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그 쓰임새는 어떻게 달랐던가?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지향이 아직 불투명하였고, 민족민주세력의 투쟁역량이 미약했던 지난 시기에 미제국주의세력은 박정희 같은 악질적인 파쇼분자를 내세워 자기들의 지배주의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전두환, 노태우가 그 파쇼분자의 대열에서 박정희의 뒤를 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기부터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지향이 차츰 투명해지면서 민족의 자주와 민중의 이익을 위한 대중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하고, 민족민주세력의 투쟁역량이 장성하게 되자, 미제국주의세력은 이전처럼 악질적인 파쇼분자를 내세워서 자기들의 지배주의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미제국주의세력은 자기들이 한동안 잘 써먹었던 파쇼분자들을 권좌에서 밀어내고 그 대신 부르조아개혁을 떠들고 있던 새로운 하수인들을 그 자리에 앉혔다. 한때 영구히 집권할 것처럼 보였던 파쇼세력은 그렇게 미제국주의세력의 손에 의하여 정치권에서 퇴장하였으며, 김영삼의 소위 ≪문민정부≫, 그리고 김대중의 소위 ≪국민의 정부≫라는 허울좋은 간판은 그렇게 미제국주의세력의 손에 의하여 이 땅의 정치권 위에 제법 화려하게 내걸렸던 것이다.

미제국주의세력은 김영삼이 수도경찰청장 장택상의 비서로 들어갔던 그 옛날부터 그를 자기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관리하고 육성하여 왔으며, 김대중이 장면과 박순천의 뒤를 이어 정계에 입문하였던 그 옛날부터 그도 역시 자기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관리하고 육성하여 왔다. 미제국주의세력은 자기들의 지배주의정책을 유지하는 데에 특별한 대책이 요구되었던 1990년대의 정계개편기에 각각 그 두 하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냈던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적 정치세력이 미제국주의세력의 하수인인 부르조아개혁세력과 손을 잡으려는 어떠한 시도도 불가능하다. 미제국주의세력이 자기의 하수인으로 부려먹고 있는 부르조아개혁세력에게 진보적 정치세력의 통일전선전략 안에 한쪽 발을 디밀어 보라고 허락할까? 아니다. 미제의 하수인으로 길들여져 있는 부르조아개혁세력이 진보적 정치세력과 손을 잡으려할까? 아니다.

만일 이 땅의 부르조아개혁세력이 미제국주의세력의 하수인이 아니라, 그야말로 독자적인 계급적 지반과 역량을 가진 정치세력이라면, 진보적 정치세력은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을 고립시키기 위하여 얼마든지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제국주의세력의 지배주의정책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는 이 땅의 정치지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지금 미제국주의세력은 이 땅에서 자기들의 지배주의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하여 고심하고 있다. 주한미군철수운동에 의한 반미자주화, 민중이 주인이 되는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6.15공동선언에 의한 조국통일, 이 3대 과업을 실현하려는 4천만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지향은 날이 다르게 강렬해지고 있으며, 민족민주세력의 투쟁역량도 날로 강화·발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제국주의세력은 자기들의 충실한 하수인으로 복무하고 있는 집권세력을 앞에 내세워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민족민주세력의 투쟁력을 언제까지나 억압할 수도 없거니와, 설사 얼마 동안 억압한다고 해도 결국에 가서는 걷잡을 수 없는 힘으로 솟구쳐 오를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물이 끓고 있는 주전자 뚜껑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놓고 증기력이 폭발 수준에 이르기 전에 적당히 뽑아내려는 것, 바로 이것이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민족민주세력의 투쟁에 대응하는 미제국주의세력의 새로운 지배주의수법이다.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집권은 미제국주의세력이 자기들의 지배·착취체제 위에 뚫어놓은 조그만 구멍이다.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민족민주세력의 투쟁력이 혁명적 열기로 끓어오르기 이전에 그 옹졸한 구멍으로 적당히 뽑아내면서 지배·착취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부르조아개혁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한 새로운 지배질서는 김영삼 집권시기의 과도적 실험단계를 거쳐 김대중 집권시기 5년 동안에 그 효능이 입증되었다는 것, 이것이 새로운 지배주의정책을 실시한 뒤로 10주년을 맞이하고 있는 미제국주의세력의 오만한 자평이다.

4. 이회창의 집권은 대파국을 예고한다

1945년 9월에 미제국주의세력의 점령정책이 실시된 이후, 이 땅의 정치사를 변함없이 주물러 오고 있는 것은 미제국주의세력이다. 역대 대선에서 예외 없이 그러했듯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정치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역시 백악관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다. 국가안보회의의 결정은 이 땅에서 매우 은밀하고 교활한 비밀공작을 통하여 관철되면서 대선의 향방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

이번 대선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이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하는 경우를 예상해보자.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이 집권할 경우, 매우 심각한 사태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분석·전망할 수 있다.

첫째,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이 집권할 경우, 그 반역정권을 반대하여 투쟁하는 광범위하고 강력한 전선이 형성될 것이다. 이 통일전선은 민족민주세력이 주도하게 될 것이며, 부르조아개혁을 지지해온 시민운동세력의 일부도 동참하게 될 것이고, 집권연장에 실패한 부르조아개혁세력도 지원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민족민주세력은 통일전선 구축에 비상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통일전선을 구축하고 있는 오늘의 민족민주세력은, 1987년 6월의 민주항쟁 시기에 부르조아개혁세력이 대중투쟁의 영도권을 장악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무기력한 세력이 더 이상 아니다. 민족민주세력은 이 땅의 집권세력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되었다.

둘째,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이 집권하면, 저들은 민중의 개혁요구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시종일관 억압과 기만술책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허둥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의 억압체제와 민중의 사회·정치적 개혁요구가 충돌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민중의 개혁요구가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에 의하여 짓밟힐 때, 일촉즉발의 인화물질처럼 이 땅의 곳곳에 스며있는 정치적 불만은 폭발할 것이다. 분노한 민중의 투쟁력이 민족민주세력이 주도하는 반정부투쟁전선과 결합될 때, 반민중, 반통일 반역정권은 민중항쟁의 거대한 태풍 속에서 v침몰하게 될 것이다.

셋째, 반민중, 반통일 반역정권의 반북대결정책이 남북관계를 파탄지경으로 몰아감으로써 이 땅에서 정치·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이다. 조미고위급정치협상에 불만을 품고 있는 호전세력의 첨병인 주한미군사령부가 반북대결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이 집권한 기회를 틈타서 그들을 앞세워 연평도 근해에서 제3차 서해교전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사태의 악화는 조미고위급정치협상으로 조선반도의 정치·군사 문제를 풀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몰려 있는 미제국주의세력에게 또 다른 골치거리를 안겨주는 것으로 된다. 하수인이 주인의 의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자꾸 실책을 범하거나 엉뚱한 사고를 내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의 집권은 미제국주의세력이 조선반도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을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사태의 악화는 2003년의 조미대결을 앞두고 대결주의전략만 동원하는 데서 한계를 느낀 나머지, 하는 수 없이 조미고위급정치협상에 나서고 있는 오늘의 시점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미제국주의세력이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하는 것은 대파국의 위기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만일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이 집권한 뒤에 집권세력과 민중 사이에서 모순이 격화되어 대파국의 위기에 빠진다면 민족민주세력이 집권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한 경우에도 집권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땅에서 민족민주세력의 집권을 반대하는 최강의 적인 미제국주의세력은 자기의 식민지 지배체제가 대파국의 위기에 처할 경우, 소위 ≪위기관리체제≫를 가동시킬 것이다. 미제국주의세력은 서둘러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을 권좌에서 밀어내고 부르조아개혁세력에게 다시 정권을 넘겨주는 교활한 책동으로 위기를 넘길 것이다.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의 정권과 민중 사이에서 모순이 격화되어 발생하는 대파국의 위기는 미제국주의세력의 정권교체 책동에 의하여 어이없게도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재집권으로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땅에서 미제국주의세력이 자기의 식민지 지배체제를 장악하고 있는 한, 대파국의 위기가 오더라도 그것은 민족민주세력에게 집권의 기회로 되지 못한다.

미제국주의세력도 멍텅구리들이 아니므로 그들 나름대로 이 땅의 정치권의 향방을 주도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기들이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에게 집권을 허락하는 경우 그것이 가져올 후과에 대해서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있을 것이다. 이 분석작업을 위하여 컴퓨터 씨뮬레이션이 동원되고 있을 것이다.

미제국주의세력이 두려워하는 것은 민중항쟁에 의하여 하수인 정권이 붕괴되는 대파국이다. 대파국은 지배·착취체제의 전반적 위기를 의미한다. 미제국주의세력이 대파국을 예방하는 길은 부르조아개혁세력에게 집권연장을 허락하여 아리송한 개혁바람을 일으킴으로써 민중의 혁명열풍을 막아보려는 수법밖에는 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올해의 대선에서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집권연장을 매우 조심스럽게 점쳐볼 수 있는 논리적 근거다.

미제국주의세력이 부르조아개혁세력에게 집권연장을 허락한다는 말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든다는 의미와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미제국주의세력의 정치공작을 통하여 노무현이 아닌 또 다른 부르조아 정객을 부르조아개혁세력의 대선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선거국면에서는 후보자를 중심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5.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재집권 가능성과 민족민주세력의 대응

이번 대선에서 부르조아개혁세력이 재집권하는 경우를 예상해보자. 부르조아개혁세력이 집권을 연장하면, 반민중, 반통일 반역세력이 집권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객관적 조건을 민족민주세력에게 마련해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민주세력은 소위 개혁정권의 빈틈을 맹렬히 치고 나가면서 자주, 민주, 통일의 위업을 더욱 힘있게 수행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회창과 한나라당을 반대하는 투쟁, 그리고 이회창을 낙선시키기 위한 대중운동을 전개하는 것은 민족민주세력이 활동하기에 유리한 객관적 조건을 마련하는 투쟁으로서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그것은 민족민주세력의 객관적 조건을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민족민주세력에게 더 결정적인 문제는 상대적으로 유리한 객관적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주체역량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민족민주세력이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총집결하여 명실공히 힘있는 진보적 정치세력으로 등장하면, 통일전선운동의 주체역량이 비상히 강화되는 것이다.

민족민주세력에게 있어서 객관적 조건이 유리하게 전변되는 것은 상대적 의의에 그치지만, 주체역량이 강화되는 것은 절대적인 의의를 갖는다. 민족민주세력이 이번 대선에서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총집결하여 자기의 주체역량을 비약적으로 강화하는 사업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근거가 거기에 있다.

미제국주의세력과 그 하수인 집단은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민족민주세력의 투쟁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으며, 부르조아개혁세력의 집권연장이 자기들에게 가져다줄 결과에 대해서 너무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다. 저들은 어리석게도 아전인수격의 주관주의적 정세인식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다.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민족민주세력의 투쟁력은 조그만 구멍으로 뽑아낼 수 있는 허술한 기화물질 같은 것이 결코 아니다. 주전자 뚜껑을 허공으로 날려버릴 수 있는 강한 힘이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미제국주의세력과 그 하수인 집단은 알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으며, 설령 그런 정보를 들어도 믿으려 하지 않는다.

미제국주의세력이 올해 대선에서 부르조아개혁세력에게 집권연장의 기회를 줄 가능성이 있으나, 그 가능성을 실현한다고 해도 그것은 일시적인 궁여지책 이상의 의의를 갖지 못한다. 이 땅의 식민지적 상황에서 부르조아개혁은 민중의 정치적 요구에 절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허울좋은 말잔치에 지나지 않으며 결국에는 파탄에 빠지고 말 것이다. 민족민주세력은 파탄에 빠져 들어가며 허우적거리는 부르조아개혁세력을 압도하여 제쳐 버리고 민중의 정치적 요구와 지향을 이루어내는 정치적 대안세력으로 부상하며 이 땅의 세력판도를 뒤집어 놓을 것이다.

물은 펄펄 끓기 시작했다. 민중의 정치적 요구에 불이 당겨지면서 뜨거운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다. 물이 끓으면 증기력이 발생하듯이,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는 민중의 정치적 요구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힘이 발생하고 있다.

그 열기는 앞으로 얼마동안 부르조아개혁이라는 조그만 구멍으로 증기력을 분출하다가 마침내 뚜껑을 허공으로 날려버리는 혁명적 상황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것은 사회역사의 합법칙적 발전이다.

사회역사의 합법칙적 발전은 자연발생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반드시 목적의식적인 노력과 투쟁에 의해서 진행되어간다. 민족민주세력은 사회역사의 합법칙적 발전을 앞당기는 촉진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며, 그 발전을 이루어내는 추동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것이 민족민주세력의 역사적 임무다.

사회역사의 합법칙적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하여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민족민주세력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최후 승리, 오로지 그 목표만을 바라보며 오늘의 시련과 역경을 뚫고 나아가고 있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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