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91(2002)년 11월 27일(수)                                                                                         통일여명 편집국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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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민주전선이 수행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 동력, 실현경로에 대하여
- 9월테제에 대한 해석

한호석 2001 10 19

통일여명 편집국 해설 / 4-1-11

 

글을 시작하며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은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과업,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과업,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과업이다. 나는 민족민주전선이 이 세 가지 과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기 시작하여 적어도 10년을 전후한 기간에 완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 전망은 당면정세와 역량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기초한 것이며 사회역사발전의 법칙성과 필연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세가지 과업이 앞으로 10년을 전후한 기간에 완수하리라는 것은 확정적이다. 민족민주전선의 최후승리에 대한 부동의 신념과 강인한 의지는 이러한 확정적 전망에 의해서 전선일꾼들의 심장에 생명의 기운을 뿜어준다.

지난 몇해동안 이어지고 있는 나의 사색과 집필과 강연은 사회역사발전의 법칙성과 필연성을 반영하고 있는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이 현시기 어떠한 정세 속에서 실현되고 있는지를 해명하는데 집중되어있으며, 그 전략적 과업이 앞으로 10년을 전후한 기간에 완수될 것이라는 전망을 좀더 투명하게 제시하는데 집중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은 내 능력의 한계 때문에 아직 미흡한 성과를 내놓았을 뿐이다.

이 글은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는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중앙상임위원회가 지난 9월 22일 민족민주전선일꾼전진대회에서 ≪조국통일대사변기를 맞는 전국연합의 조직·정치방침≫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발표한 ≪9월테제≫를 읽고 그 문건에 훌륭하게 정리되어 있는 전략적 과업에 관하여 조금 부언하여 설명하려는 목적에서 작성한 것이다. 이 글을 쓰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내가 지난 10월9일 전국연합 기관지 민의 편집진으로부터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는 것과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어떻게 연관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청탁을 받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는 문제와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문제는 모두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전략적 과업의 성격, 동력, 실현경로를 이론적으로 해명하지 않으면 그 내용을 전면적으로 파악할 수 없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주제를 세 가지 전략적 과업의 성격, 동력, 실현경로를 해명하는데 집중시켰다.

두루 알려진 대로,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은 자주민주통일의 강령에 의하여 규정되었으며 전민족적인 반제자주역량, 전민족적인 조국통일역량, 남(한국)의 민주변혁역량에 의하여 지금 힘있게 수행되고 있다. 자주강령은 전민족적인 반제자주역량이 수행하고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제기하고 있으며, 민주강령은 남(한국)의 민주변혁역량이 수행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제기하고 있고, 통일강령은 전민족적인 조국통일역량이 수행하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주시해야 할 사실은 민족의 자주성완성,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 자주적 평화통일실현이라는 세 개의 전략적 과업과 반제자주역량, 민주변혁역량, 조국통일역량이라는 세 개의 역량은 병렬적으로 나열된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배열되고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세가지 전략적 과업과 그것을 수행하는 역량이 체계적으로 배열되었다는 말은 세 가지 전략적 과업이 서로 구분되는, 그러나 분리할 수 없는 성격, 동력, 실현경로에 의해서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세 가지 전략적 과업의 성격, 논리구성은 더 복잡하고 세밀한 희로로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된다.

≪9월테제≫가 명백하게 제시하고 있듯이,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은 자기의 전략적 과업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를 이미 해명하였다. 이제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문제, 그리고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동력문제, 그 과업을 실현하는 경로문제를 해명해야 하는 한 층 더 높은 단계에 이르렀다. 아직 미흡한 이 글은 그러한 높은 단계에 들어선 민족민주전선의 이론문제를 해명하기 위한 토론과정에 하나의 논변으로 내놓았다.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 동력, 실현경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이 과업은 민족의 자주성을 지역적 범위가 아니라 전민족적 범위에서, 그리고 불완전하지 않고 완전하게 실현하는 최대, 최상의 전략적 과업이다. 그런 까닭에 ≪완성≫이라는 개념을 쓰게 된다. ≪완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려 할 때 지적해야 하는 문제는 남(한국)의 자주성만이 아니라 민족전체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한다는 사실이다.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한다는 것은 남(한국)과 북(조선), 그리고 해외동포집단을 모두 포괄하는 전체 민족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여, 그 과업은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세력의 지배·수탈을 제거하고, 북(조선)에 대한 제국주의세력의 적대·말살 책동을 제거함으로써 한(조선)반도에 살고 있는 모든 민족성원들은 물론 해외 여러 지역에 살고 있는 해외동포집단을 포함하는 전체 민족의 자주성을 높은 수준에서 완성한다는 뜻이다.

그 전략적 과업의 성격문제를 논할 때, 우리는 ≪민족해방≫이라는 기존의 개념을 쓰지 않고, ≪민족자주≫라는 새로운 개념을 쓰고 있다.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은 1930년대 이후에 조선민족이 전개하였던 항일무장투쟁시기의 과업이었으며, 지금은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민족민주전선에서 수행하고 있는 과업이다. 우리가 민족해방이라는 개념대신에 민족자주라는 개념을 쓰고 있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의 다양한 민족민주전선이 처해 있는 조건과 달리 한(조선)민족은 제국주의세력의 분할·지배정책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분단된 특수한 조건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문제를 새로운 개념으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영토분할과 민족분열을 알지 못했던 항일무장투쟁시기의 조건과 달리, 분단이후 남과 북의 사회변혁운동의 발전수준이 서로 달라진 현실조건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문제를 새로운 개념으로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줄여서 말하자면, 민족자주라는 개념과 민족해방이라는 개념을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는 까닭은 그 두 개념에는 반제자주화운동의 형식과 내용에서 발생한 일정한 차이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족해방이라는 개념은 제국주의세력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지배와 수탈을 당하고 있는 지역에서 전개되는 반제자주화운동의 전략개념이다. 민족해방은 이전 시기의 식민지적 예속이나 오늘날의 신식민지적 예속을 가릴 것 없이 제국주의세력에 의하여 강요된 모든 형태의 예속상태에서 벗어나 자주성을 실현하려는 사회적 집단의 변혁을 지시하는 개념이다. 이에 비하여 민족자주라는 개념은 제국주의세력을 반대하고 민족의 자주성을 지키려는 모든 종류의 반제자주화운동을 규정하는 폭넓은 전략개념이다. 민족자주는 민족해방을 포괄하는 폭넓은 개념으로 된다. 그러므로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을 실현한 뒤에도 제국주의세력이 이 지구 위에 남아있는 한, 민족자주의 전략적 과업은 계속하여 수행해야 할 과업으로 남는다.

이를테면 베트남민족은 지난 시기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을 피흘려 수행하고 승리했으나,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을 완수한 뒤에 제기된 민족자주의 전략적 과업을 완수한 뒤에 제기된 민족자주의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데서는 시행착오와 오류를 저지르고 있다. 오늘 반제자주화운동의 동력을 상당히 약화시키고 있는 베트남민족이 저러다가 전 세계 반제전선의 전진행로에서 낙오하는 게 아니냐 하는 세계 진보적 인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게 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베트남민족이 민족해방의 과업을 완수한 뒤에 자기들의 반제자주화운동을 영도할 사상, 다시 말해서 자주성에 관한 철학적 세계관에 기초한 지도사상을 지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족자주라는 개념은 한(조선)민족이 피흘려 개척하고 자기의 힘으로 진전시키고 있는 반제자주화운동을 영도하는 사상을 한마디로 농축시킨 개념이며, 자주성에 관한 철학적 세계관에 기초한 사상의 핵심개념이다. 또한 민족자주라는 개념은 민족과 계급이라는 두 개의 공고하고 포괄적인 사회적 집단을 수행단위로 하여 진전되고 있는 현존 인류의 자주화위업을 지시하는 보편적 개념이다.

한(조선)민족의 반제자주역량이 전 세계 진보적 인민들 앞에 높이 치켜든 민족자주의 위대한 기치는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의 반제민족해방운동과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의 반제자주화운동을 하나의 유기체로 결합시킨 폭넓고 새로운 사상을 전파하고 있다. 민족자주라는 이 한 마디의 단어 속에는 반세기를 넘긴 지난 세월동안 파쇼감옥의 쇠창살 속에서, 교수대 위에서 자기의 목숨을 기꺼이 바치며 사라져간 남(한국) 민족민주전선의 투사들이 흘린 피와 눈물이 고여있으며, 내 나라 흙탕물을 마실지언정 제국주의자의 코카콜라는 마시지 않겠다고 허리띠를 동여매고 ≪고난의 행군≫을 헤쳐온 북(조선)의 혁명적 인민들이 흘린 피와 눈물이 담겨있다. 민족자주라는 이 한 마디의 단어 속에는 제국주의세력의 광란 앞에서 물러서지 않고 싸우며 매개 민족의 자주성과 근로대중의 자주성을 옹호하고 있는 전세계 진보적 인민이 간직한 철의 신념과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은,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이나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전략적 과업이 두 단계로 수행되는 것과 달리 단계적으로 나누어서 수행되지 않는다. 그 까닭은 그 전략적 과업이 다른 두 가지 전략적 과업을 직접적으로 규정하면서 그 두 가지 전략적 과업의 수행과정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과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전략적 과업은 오직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 안에서, 그 과정을 통하여, 그 과정에 의하여 수행되어야 한다. 그것은 조금도 달라질 수 없는 불변의 철칙이다. 그러므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전략적 과업은 다른 두 가지 전략적 과업과의 관계에서 선차적 중요성을 지니게 되며, 다른 두 가지 전략적 과업을 완수하기 위한 근본과업으로, 다른 두 가지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선도과업으로 된다.

우리가 민주정부 수립과 평화통일 실현의 전략적 과업을 말할 때, 언제나 ≪자주적≫이라는 규정적 개념을 앞에 내세워 자주적 민주정부와 자주적 평화통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는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수립될 수 있으며, 평화통일도 마찬가지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실현될 수 있다는 말이다.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자주적≫이라는 개념은 남(한국) 지역에서 수행되고 있는 민족해방이라는 특정한 전략적 과업을 뜻하는 것이고, 자주적 평화통일의 ≪자주적≫이라는 개념은 남(한국)에서의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과 북(조선)에서의 민족자주의 전략적 과업을 모두 포함하는 총체적 전략개념이다. 민족민주전선의 3대 강령 가운데서 자주강령의 의미는 그러한 총체적 전략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자주적≫이라는 개념은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이 수행해야 하는 고유한 과업,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을 지시해주는 개념이며, 그것은 또한 제국주의세력의 직접적인 지배와 수탈을 겪었던 항일혁명시기의 식민지민족해방의 혁명전통을 계승·발전시킨 역사적 개념으로 된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동력은 민족주체역량에서 나온다. 민족주체역량이란 남북해외에 존재하는 전민족적 범위의 주체역량을 뜻한다. 전민족적 범위의 주체역량이 반제자주화운동을 추진하는 전선을 민족통일전선이라고 부른다.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민족주체역량은 남북해외의 각 지역에 병렬·분산적으로 나열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의식적인 노력에 의해서 조직·체계적으로 배치될 때 비로소 제국주의세력을 압도하는 반제자주화운동의 강위력한 동력으로 될 수 있다. 민족주체역량을 조직·체계적으로 배치한다는 말은 반제자주화운동의 다양한 동력을 지위와 역할의 일정한 차이에 따라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으로 구분하고 배치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지적해야 할 것은 반제자주화운동의 동력을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을 구분하고 배치하는 문제를 이해할 때 보조동력을 피동적이고 열등한 동력으로 평가절하하려는 오류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중심동력은 주체적이고 우월하지만 보조동력은 비주체적이고 열등하다고 착각하는 소아병적 오류는 피해야 한다.

반제자주화운동의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은 모두 민족주체역량을 구성하는 동력의 일부이므로, 보조동력도 중심동력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주체적이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반제자주화운동의 동력을 그렇게 구분하는 까닭은,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은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지위와 역할의 일정한 차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를 무시하고 반제자주화운동의 동력문제를 획일적으로 파악하려는 것은 일면적, 단선적인 생각에 묶이는 것이다.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반제자주화운동의 중심동력은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과업을 수행하는 반제자주화운동의 보조동력은 남(한국)과 해외의 민족민주전선역량에서 나온다. 남(한국)과 해외의 민족민주전선역량이라고 했지만, 이 글의 주제가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그 보조동력을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역량이라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은 남(한국)과 해외의 민족민주전선역량에 비할 바 없이 강대하기 때문에 반제자주화운동의 중심동력으로 된다.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과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역량은 모두 반제자주화운동을 추진하는 민족주체역량이지만, 그 역량의 강대성에서 현격한 수준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지위와 역할에서 일정한 차이를 지니고 있으므로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으로 구분되어 배치될 수밖에 없다.

남북해외의 반제자주화운동의 동력들이 그 지위와 역할에서 어떠한 특징을 지지고 있으며 어떻게 구별되고 또 결집되고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내가 지난 9월 18일에 작성하여 전국연합의 민족민주전선 일꾼전진대회에 제출한 특강원고 ≪조·미 관계 10년을 통해 본 한(조선)반도의 통일정세≫에 미흡하나마 내 생각의 일단이 기술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다시 논하지 않는다.

다음으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이 수행되는 경로를 생각해보자. 현 시기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은 제국주의세력을 제거하는 반미자주화운동으로 수행되고 있다.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일차적인, 당면한 투쟁은 남북해외의 반제자주역량이 힘을 합쳐 주한미군을 철퇴시킴으로써 조미관계와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문제로 집중되고 있다. 이 당면투쟁에서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은 위태롭고 불안정한 기존의 정전체제를 새로운 평화보장체제로 대체함으로써 조미 사이의 적대관계를 비적대적 관계로 바꾸고 그에 따라 남(한국)에서 미군을 철퇴시키려고 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북(조선)에 대한 적대·말살책동을 추진하기 위해 전진배치해놓은 아메리카제국주의의 첨병이며 동시에 남(한국)에 대한 지배·수탈을 보장하는 가장 강력한 지렛대다. 그러므로 주한미군을 철퇴시키는 것은 북(조선)을 적대·말살하려 하고 남(한국)을 지배·수탈하는 아메리카제국주의의 가장 강력한 물리력을 제거하는 것으로 된다. 가장 강력한 물리력을 제거하면 제국주의자들이 붙들고 있는 나머지 물리력은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 현 단계의 반미자주화운동이 주한미군철퇴운동에 자기의 동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조선)의 강력한 사회주의혁명역량이 자기를 적대·말살하려는 아메리카제국주의의 첨병(주한미군)을 철퇴시키면 그것은 남(한국)을 지배·수탈하는 가장 강력한 물리력을 제거하는 것으로 되고, 그 물리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친미예속체제는 자동적으로 붕괴되지는 않겠지만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될 것은 분명하며 그 체제에 의해서 육성되고 존속되는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도 크게 약화·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과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은 반미자주화운동을 결정적인 승리국면으로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도 또한 분명해진다.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 동력, 실현경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은 민주강령에 의하여 규정된다. 지금 민족민주전선은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데서 민주강령이 제기하는 민주주의의 성격문제를 해명해야 한다.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이 자기의 전략적 과업으로 설정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어떠한 성격의 민주주의인가?

남(한국)에서 민족민주전선이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을 한꺼번에 완수하면 더 없이 바람직하겠으나, 현 시기 친미예속적이고 반민주적인 집권세력과 민족민주전선 사이의 역량관계를 살펴보면 그렇게 될 가능성은 확정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그 전략적 과업은 민족민주전선이 설정하는 두 개의 연속적인 단계, 곧 낮은 단계와 높은 단계로 구분되어 수행될 것이다. 단계적 수행을 말할 때, 우리는 그 두 단계가 분절적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진전될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속적인 두 단계란 일반민주주의라는 낮은 단계와 민중민주주의라는 높은 단계를 의미한다. 민중민주주의를 북(조선)에서는 인민민주주의라고 부르고 있다. 해방 직후에 북(조선)에서 수행한 민주주의혁명단계에서는 진보적 민주주의라고 불렀다. 일반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의 두 단계를 넘어선 최고단계는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인데, 이것은 현 시기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이 수행해야 할 전략적 과업이 아니므로 여기서는 논하지 않는다.

지난 1980년대까지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은 다른 나라의 민족민주전선에서 일반적으로 그러한 것처럼,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에서 제기된 민주주의의 개념을 단일한 내용으로 파악하면서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전략적 과업으로만 이해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변화·발전된 정세에 맞게 그 개념을 두 가지로 가려보면서 그 내용을 일반민주주의와 민중민주주의로 구분한다. 그렇다면 민중민주주의 이전의 선행단계로서 일반민주주의를 설정한 까닭은 무엇인가?

전자본주의적 계급관계가 지배적이었던 지난 시기에는 민주강령을 실현하는 변혁의 과정을 구태여 두 단계로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북(조선)의 경우, 항일혁명의 불길 속에서 강인하게 단련된 주체역량이 자기의 주위에 전체 근로대중의 민주변혁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었고, 바로 그러한 강력한 주체역량이 마련되었기 때문에, 1945년 직후의 전자본주의적 계급관계를 개조·변혁하는 민중민주주의 혁명을 급속도로 수행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였다. 북(조선)의 혁명역량은 진보적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발전시켜 1970년대에는 마침내 사회주의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에 비하여 1990년대 이후의 남(한국)사회는 자본주의적 계급관계가 지배적이고 고착된 자본주의사회로 변동하였을 뿐 아니라, 남(한국) 사회의 자본주의적 계급관계를 개조·변혁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할 주체역량(민족민주전선역량)이 아직 미약하기 때문에 민주강령을 실현하는 변혁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이 당면해서 수행해야 할 민주강령의 전략적 과업은 낮은 단계의 민주주의, 곧 일반민주주의의 실현이다. 물론 일반민주주의의 실현은 한층 더 높은 단계의 민주주의, 곧 민중민주주의에 앞선 선행단계로서, 또는 친미예속적 반민주체제를 민중민주주의체제로 개조·변혁하는 중간과정으로서 의의를 가진다는 점은 자명하다.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이 수행되는 경로는, 남(한국)에서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는 것과 더불어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고 민중민주주의체제로 발전해나가는 경로인데, 그것은 남(한국)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적 요구가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협소한 범위에서 광대한 범위로 실현되어 가는 민주주의혁명의 전 과정이다.

두루 알려진 대로, 일반민주주의가 보장하고 있는 민주주의적 권리는 노동대중과 농민대중을 비롯한 기층민중만이 배타적으로 누리는 사회·정치적 권리가 아니다. 일반민주주의는 소수의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을 제외한 남(한국)의 근로대중 전체가 누리는 사회·정치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민주주의다. 그러므로 남(한국)에서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는 동력은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근로대중에게서 나온다. 남(한국)의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과 남(한국)의 근로대중 사이에 형성된 전선을 민족통일전선과 구별하여 민족민주전선이라고 부른다.

물론 근로대중의 민주변혁역량에서 나오는 동력도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반제자주역량에서 나오는 동력에서 그러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으로 구분된다. 민주변혁역량의 중심동력은 민족민주전선에 결합되어 그 전선을 주도하는 남(한국)의 기층민중(노동대중과 농민대중)에게서 나오고, 그것의 보조동력은 민족민주전선에 결합된 남(한국)의 중간층을 비롯한 각계각층 근로대중에게서 나온다.

일반민주주의를 지향한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적 요구는 기층민중을 비롯한 전체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제약하거나 짓누르고 있는 온갖 법적, 제도적 장치를 철거하고 민주적인 것으로 교체하는 것이다. 전체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짓누르고 있는 여러 가지 반민주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들 가운데서도 가장 악질적인 장치는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지탱되고 있는데, 이것은 군사파쇼정권이 사라진지 오래 된 오늘에도 아직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파쇼억압체제의 유산이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일반민주주의체제와 파쇼억압체제의 유산은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그러므로 민족민주전선이 일반민주주의를 지향한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적 요구는 당면하여 국가보안법을 철폐하는 투쟁으로 수행되고 그 투쟁에 집중된다.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은 남(한국)의 양대 기층민중인 노동대중과 농민대중은 물론 중간층까지 포함한 각계각층 근로대중의 광범위한 동력을 전선으로 집결시켜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을 고립·타격할 수 있는 투쟁이므로 민주주의혁명을 촉발시킬 수 있는 도화선으로 된다.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략적 과업에서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이 가지는 의의는, 그 전략적 과업을 실현하기 위한 선결요구, 당면요구라는 데 있다.

남(한국)에서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단계는 자본가계급의 권력을 청산하여 정부와 의회를 기층민중의 정부와 의회로 교체·장악하는 것이 아니다.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단계에서는 민족민주전선에 집결한 기층민중의 정치역량이 근로대중 전체의 권리와 이익을 위하여 근로대중과 함께 대중적 정치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민족민주전선에 집결한 기층민중의 정치역량이 근로대중과 함께 진보적 대중정당을 창건하고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정치투쟁을 전개하면서 집권을 위한 대안세력으로 장성하는 단계다.

그런데 지금 소자산계급에 기반을 두고 있는 집권층 개혁세력이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구호를 내걸고 불안정한 기조 위에서, 매우 불철저하게, 그리고 파행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현 정세의 기본성격은 민족민주전선과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 사이의 비타협적 투쟁으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못하고, 개혁세력과 반개혁세력이 정치권 안에서 벌이는 타협과 정쟁으로 혼탁하게 얼룩져 있다. 개혁정세의 불확실성은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취약한 역량을 지닌 집권층 개혁세력이 파행적으로 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만일 민족민주전선의 정치역량이 강하다면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로 진입하여 짧은 기간 안에 완수하였을 것이며 연속하여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민족민주전선이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소자산계급에 기반을 둔 집권층 개혁세력이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체·장악해버렸다.

집권층 개혁세력의 개혁은 근로대중의 정치역량을 조직·동원할 수 없는 조건에서 집권세력 자체의 빈약한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더욱이 개혁이라는 것 자체가 친미예속성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역사적 전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역량의 결핍, 친미예속성에 의한 역사적 전망의 부재 때문에 집권층 개혁세력의 개혁은 결국 파탄되고 말 것이다.

지금 집권층 개혁세력이 주도하는 개혁정세는 혼탁한 정쟁에 빠져 허우적거리면서 개혁정세의 파탄으로 귀결되고 있으며, 민족민주전선의 정치역량은 아직 정세발전을 주도할 만큼 장성하지 못했다. 민족민주전선은 기층민중의 정치역량을 전선내부의 핵심역량으로 집결시켜야 하는데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간층을 비롯한 각계각층 근로대중을 자기편으로 돌려세우지 못하고 있다. 집권층 개혁세력의 개혁이 파탄의 길로 밀려나고 있는데도 민족민주전선이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로 아직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주체적 조건의 미흡성 때문이다.

민족민주전선이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층민중과 중간층을 망라하는 각계각층 근로대중의 민주변혁역량을 자기의 전선에 총집결시켜야 하며, 그 힘으로 진보적 대중정당을 창건해야 한다. 이 정당은 남(한국)에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근로대중의 정치조직, 다시 말해서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과 두 단계의 민주주의혁명을 위하여 복무하는 근로대중의 정치조직이다.

이 지점에서 민족민주전선에 집결한 민중의 정치역량이 중간층과의 정치사업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 하는 초미의 문제를 만나게 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중간층은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에 대해서는 지지·동참할 수 있지만,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주한미군철퇴운동에 대해서는 머뭇거리면서 동참하기를 꺼리고 있다. 중간층이 주한미군철퇴운동에 동참하지 않고 있는 원인은 제국주의자들과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이 매우 오랫동안 날조·유포해온 이른바 ≪남침위협설≫이 아직 그들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이 북(조선)의 ≪남침위협≫으로부터 남(한국)을 ≪보호≫해주고 있다는 거짓신화가 중간층의 의식구조를 집요하게 붙들고 놓아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비정상적인 의식구조는 더 이상 유지되기 힘들게 되었다. 제국주의자들의 ≪남침위협설≫은 1998년 8월의 ≪백두산 1호≫ 발사 이후 ≪미국위협설≫로 바꾸어졌으며,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의 ≪남침위협설≫은 2000년 6월의 6.15공동선언 이후 차츰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다. ≪남침위협설≫이 사멸해가면 그에 따라 중간층의 대북공포심과 대북적대감도 자연히 소멸된다. 6.15공동선언에 의하여 중간층의 대북관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는 우리가 현실로 확인하고 있는 바다.

중간층의 의식을 기형화, 황폐화시켜왔던 ≪남침위협설≫이 사멸하면 주한미군에 대한 그들의 관점도 당연히 바뀌게 된다. 주한미군을 ≪보호자≫가 아니라 불필요한 존재로 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제 중간층이 주한미군을 단지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남(한국)에서 주둔해서는 안 되는 악질적인 가해자라고 인식하게 되어야 그들도 민족민주전선의 주한미군철퇴운동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동참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민족민주전선은 중간층에게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세력의 군사적 지배와 참담한 실정을 폭로하고, 중간층에게 미군주둔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알려야 한다.

둘째, 중간층은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에 대해서는 기꺼이 지지·동참할 수 있지만,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에 가서는 동참하지 않거나 심지어 반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남(한국)에서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는 그것만 따로 분리되어 단독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전반적인 정세변화 속에서 반제자주화운동, 조국통일운동의 급격한 상승·발전과 연동되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는 북(조선)에 대한 아메리카제국주의의 적대·말살정책이 파탄되면서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철수되는 정세변화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며, 또한 남북 정부당국 사이의 적대관계가 비적대적 관계로 전환되고,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민족통일전선으로 발전하여 민족통일기구가 수립되고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는 정세변화 속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한(조선)반도의 정세가 민족민주전선에 결정적으로 유리하게 변화·발전될 것이므로 민족민주전선이 중간층의 동요와 이탈을 막고 그들을 민중민주주의의 실현단계로 동반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일이다.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1단계가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로 연속해서 상승·발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로 연속해서 상승·발전하는 것은 오로지 민족민주전선의 노력과 투쟁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혁명의 2단계에 이르면 근로대중의 정치조직인 진보적 대중정당은 민족민주전선의 전일적이고 고유한 정치조직, 다시 말해서 민족해방의 전략적 과업과 민중민주주의의 실현에 전적으로 복무하여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정치조직으로 전화·발전될 것이다.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의 수행정도가 진척되는 것에 따라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전략적 과업이 수행되는 범위와 속도가 정해지게 된다. 제국주의세력의 지배·수탈체제가 주한미군철퇴로 치명타를 맞게 되면, 그에 따라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의 권력구조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민족민주운동은 흔들리는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의 권력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국가보안법체제에 집중적인 정치적 타격을 가하면서 일반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1단계 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할 것이며, 연속적으로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2단계 민주주의혁명의 전진궤도로 급속히 진출할 것이다. 민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2단계 민주주의혁명과정은 곧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민족민주전선의 정치역량이 주도하는 사회변혁의 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주체는 민족민주전선체, 그리고 민족민주전선에 결집된 근로대중의 정치조직(정당)이다. 자주적 민주정부의 수립은 민족민주전선의 강위력한 대중투쟁력, 다시 말해서 근로대중의 조직화된 운동력에 의해서 수행되고 승리하는 사회변혁이며, 또한 그것과 더불어 근로대중의 정치조직(정당)의 노숙하고 세련된 정치력에 의해서 실현되는 사회변혁이다. 민족민주전선에 총집결한 근로대중의 투쟁력은 개혁정세의 파탄 이후에 전민항쟁의 전투적 역량으로 상승·발전될 것이며, 근로대중의 정치조직(정당)이 창건된 이후에 그 정치조직의 역량은 집권을 준비하는 높은 수준으로 강화·발전될 것이다.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전략적 과업의 성격, 동력, 실현경로

자주적 평화통일은 연방제통일을 뜻한다. 자주적 통일이 연방제적 성격 이외에 그 어떤 다른 성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며, 평화적 통일이 연방제적 성격 이외에 그 어떤 다른 성격으로 될 수 없다는 것도 자명하다. 한(조선)반도에서 실현될 통일의 성격은 철두철미하게 연방제적이다.

문제는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동력을 어떻게 규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 동력은 전민족적인 범위에서 형성된다.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전민족적인 범위에서 형성된 각이한 동력들이 하나의 전선으로 총집결하면 그것이 민족통일전선이다. 위에서 이미 설명한 대로, 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기 위하여 전민족적인 범위에서 형성된 각이한 동력들이 하나의 전선으로 총집결한 것도 또한 민족통일전선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민족통일전선은 두 가지 성격을 지니게 된다. 하나는 전민족적 범위에서 형성된 조국통일운동의 각이한 동력들을 총집결시킨 전선의 성격이고, 다른 하나는 전민족적 범위에서 형성된 반제자주화운동의 각이한 동력들을 총집결시킨 전선의 성격이다.

전민족적 범위의 조국통일역량이 총집결된 민족통일전선에는 그 전선을 움직여 가는 중심동력과 보조동력이 작용하게 된다. 민족통일전선의 중심동력은 북(조선)의 사회주의혁명역량과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역량이 결합된 동력이고, 보조동력은 남(한국)과 해외에 존재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정치역량이 결집된 동력이다.

여기서 관심을 돌려야 할 것은 민족통일전선과 민족민주전선의 관계문제다. 민족민주전선도 넓은 의미에서 민족통일전선에 포함되는 개념이다. 제국주의세력에 의해서 분단되지 않는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민족민주전선이자 곧 민족통일전선이다. 그러나 우리 한(조선)민족의 경우는 분단현실의 특수성 때문에 이 두 전선의 구분이 불가피하다. 민족민주전선과 민족통일전선을 구분하지 못하고 하나의 전선으로 일치시킨 전통적인 이론을 강조하는 것으로는 한(조선)민족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를 찾기 힘들다. 민족통일전선은 전민족적인 범위에서 형성되는 전선이고, 민족민주전선은 남(한국) 지역의 한정된 범위에서 형성되는 전선이다. 민족통일전선의 동력은 전체 한(조선)민족에게서 나오는 데 비해, 민족민주전선의 동력은 남(한국) 민중에게서 나온다.

민족통일전선의 투쟁대상은 한(조선)민족의 조국통일운동을 가로막음으로써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억누르고 있는 제국주의세력, 곧 아메리카제국주의세력이다. 남(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은 민족통일전선에 포함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세력을 민족통일전선의 주된 투쟁대상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을 주된 투쟁대상으로 삼는 것은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이다.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당면한 투쟁과정에서는 제국주의세력과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을 분리시키면서 제국주의세력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전략적 타격을 가하고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에 대해서는 견제하면서 전술적 타격을 가하는 투쟁이 요구된다. 집권세력이라고 하여 무조건 적대하지 말고 그 세력권안에서 개혁성과 민족성을 지니고 있는 구성부분은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으로부터 분리시켜 대응해야 하며 민족통일전선의 범위를 최대한으로 확장하여 그 동력을 강화하고 주적에게 타격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항일무장투쟁 시기의 조선민족의 민족통일전선의 역사는 물론이고 모든 나라의 민족통일전선의 역사가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은,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민족 내부의 적대관계를 잠시 뒤로 미루고 제국주의세력을 타도하는 투쟁에 집중해야 하며, 민족 내부의 반민주세력이라 할지라도 제국주의와 모순관계(비적대적 모순관계)에 있는 세력에 대해서는 제휴·공조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내는 것을 가장 중대한 정치적 요구로 인식하고 또 그렇게 실천하였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6.15공동선언을 민족통일전선의 위대한 승리라고 칭송하고, 또한 그 선언을 민족통일전선이 실현할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어떠한 것인지를 밝혀준 위대한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보는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6.15공동선언이 친미예속적 집권세력의 일부를 민족통일전선안으로 견인함으로써 진정으로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민족통일전선은 6.15공동선언을 기치로 하여 형성되고 그 선언을 기치로 하여 한(조선)민족 전체를 자주적 평화통일의 길로 전진시키는 자기의 성격을 확대시키고 있다. 민족통일전선의 조국통일지향적 성격이 6.15공동선언 이후에 날로 확대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반미자주화를 기치로 한(조선)민족 전체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민족통일전선의 또 다른 성격, 반제적 성격도 확대되고 있는 것은 명백하다.

민족통일전선과 달리 민족민주전선은 남(한국)이라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형성되어 민족해방의 과업과 민주주의혁명을 위하여 복무하는 전선이므로 그 대상은 남(한국)을 지배·수탈하는 제국주의세력과 남(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이다.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은 민족민주전선의 동력에 포함될 수 없다. 민족민주전선은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전략적 과업을 받아들이는 세력만을 자기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남(한국)에는 6.15공동선언을 지지·찬동하면서도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전략적 과업을 회피하거나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데 이들은 민족민주전선의 동력이 될 수 없다.

민족통일전선은 사상과 이념의 차이, 계급적 처지와 생활권의 차이를 떠나 6.15공동선언을 지지·찬동하는 모든 민족성원들로부터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기 위한 무한정한 투쟁동력을 공급받는다. 민족통일전선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시작하여 연방제통일을 완수하는 전체 과정에서 부단히 심화·확대되어 간다. 민족통일전선의 조국통일지향적 성격이 심화·확대되는 것과 동시에 그 전선의 반제적 성격도 심화·확대될 것이다. 민족통일전선이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조국통일운동을 전진시키는 것은 곧 그 동일한 전선의 반제자주화운동을 전진시키는 것이며, 반제자주화운동이 전진되면 민족의 자주성이 완성될 것이다.

민족통일전선의 조국통일지향적 성격을 조직체로 실체화한 것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에서 결성될 민족통일기구다. 민족통일전선이 자기의 조국통일지향적 성격에 따라 수행해야 할 역사적 임무는 민족통일기구를 수립하여 6.15공동선언에 천명된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실현하고, 더 나아가서 민족통일기구를 공고한 국가권력기구로 상승·발전시키어 연방제통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민족통일전선이 자기의 반제적 성격에 따라 수행해야 할 역사적 임무에 관해서는 위에서 이미 기술한 바 있다. 민족통일기구에 관한 설명은 나의 논문 ≪조·미 관계 10년을 통해 본 한(조선)반도의 통일정세≫에서 기술하였으므로 여기서는 되풀이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경로는 어떠한가? 우리가 전망할 수 있는 것은 민족통일전선이 형성되고 강화·확대되고 그에 따라 민족통일기구가 수립됨으로써 연방제통일의 1단계, 곧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는 경로를 밟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전민족적 범위에서 민족통일전선이 형성되고 강화·확대되면, 남(한국) 민족민주전선은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자기의 투쟁에서 결정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보장하게 될 것이다. 민족통일전선과 민족민주전선은 그 성격과 동력, 지위와 역할에서 차이를 지니고 있지만, 그 두 전선을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까닭은 바로 그러한 상호연관성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통일전선이 날로 강화·확대·발전하는 정세 속에서 남(한국)의 민족민주전선은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을 제압하고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적 요구에 따라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게 될 것이다. 남(한국)에서 자주적 민주정부가 수립되면, 그 정부는 북(조선)의 정부와 함께 기존의 민족통일기구를 더욱 강화·확대·발전시켜 짧은 기간 안에 연방통일정부를 수립하는 단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로써 민족의 자주성은 전국적 범위에서 완성되며 자주적 평화통일의 과업은 통일된 자주강국, 연방국가의 건국으로 빛나게 완수될 것이다. 이것이 조국과 민족의 운명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는 대변혁의 경로다.

글을 맺으며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이 힘있게 수행되고 그 과업을 완수하는 최종지점으로 다가가는 전체 과정은 조국과 민족의 운명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민족사의 대변혁이 이루어지는 혁

명적 과정이다. 또한 그 과정은 제국주의세력과 친미예속적 반민주세력에게 짓밟혀왔던 남(한국)의 근로대중이 자기의 운명을 새로운 차원에서 개척하는 해방과 변혁의 과정이다. 사회적 집단이 자주성의 요구에 따라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는 창조과정을 ≪혁명≫이라고 정의한다면 지금 민족민주전선은 그러한 혁명의 준비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살며 투쟁하고 있는 혁명의 준비기는 사회역사를 개조·변혁하는 주체의 역량이 장성되고 그 역량의 주동적 작용이 비상히 강화되는 시기다. 그러므로 혁명의 준비기에 민족민주전선의 전략적 과업을 수행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전선운동조직의 일꾼들은 그 과업을 수행하는 투쟁의 한 복판으로 자신의 삶을 온통 던져 넣는 전투적 행군길에 승리의 기치를 치켜들고 앞다투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전국연합 중앙상임위원회가 발표한 ≪9월테제≫는 그 전투적 행군의 앞길을 밝혀주는 혁명적 실천의 작전도로 된다. ≪9월테제≫를 이루어내려는 열의에 불타고 있는 민족민주전선의 일꾼들 그 작전도를 들고 남(한국) 전역을 누비며 대중투쟁과 정치사업을 진공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장차 이 땅을 뒤덮을 승리의 서광은 그들의 혁명적 실천에서 비쳐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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