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91(2002)년 8월 6일(화)                                                                                         통일여명 편집부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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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통일여명 편집위원 한철규

무릇 인생 말년자기의 한 생을 회고한다는 것은 참으로 감회로운 일이다. 걸어온 행로가 같지 않고 보고 듣고 느낀 생활체험이 천차만별이라 사람들은 서로 다른 심경으로 지나온 나날들을 더듬어 보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평범한 인간으로서, 근대 이후 세계정치에서 언제나 두드러졌던 한 나라와 인민을 위하여 복무한 정치가로서 나는 깊은 추억과 잊을 수 없는 회포속에 자신의 한 생을 돌이켜보게 된다.

민족수난의 비운이 칠칠히 드리웠던 망국초엽에 태어났고 격변하는 내외정세의 소용돌이속에서 생의 첫 걸음을 떼어야 했던 나는 어린 시절부터 조국과 운명을 같이하고 겨레와 더불어 희로애락을 나누는 길을 걷게 되었으며 바로 그 길에서 어언 팔순에 이르렀다.

인류의 생활에 미증유의 대 흔적을 남기고 세계의 정치지도에 괄목할 변화를 일으켰던 20세기와 더불어 흘러온 나의 한 생은 그대로 우리 조국과 민족이 걸어온 역사의 축도이다.

그 길에는 물론 기쁨과 성공만이 있은 것이 아니었다. 거기에는 뼈를 에이는 슬픔과 희생도 있었고 심한 우여곡절과 난관도 많았다. 투쟁의 길에는 동지도 많았지만 앞길을 막아서는 사람 또한 적지 않았다.

애국의 넋은 10대의 그 시절에 나로 하여금 길림시가의 포석 위에서 배일의 함성을 외치게 했고 적들의 추적을 피하는 아슬아슬한 지하투쟁도 체험하게 했다. 항일의 기치 높이 백두밀림에서 풍찬노숙하며 광복의 그날을 믿어 눈보라 만리, 혈전 만리를 헤쳐야 했고 수십 수백 배나 되는 강적과 맞서 힘겹게 고군분투해야 했다. 해방은 됐어도 분열된 조국의 운명을 건지려 몇 밤을 지샜고 인민의 나라를 세우고 지키던 나날에는 또다시 형언할 수 없는 재난과 불행을 뚫고나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길에서 한 번도 물러서거나 주저앉지 않았다.

파란만장의 인생항로에서 내가 를 잃지 않고 꿋꿋이 살고 싸워나갈 수 있은 것은 오로지 동지들과 인민들이 나를 진심으로 믿고 도와준 덕이었다.

≪이민위천≫, 인민을 하늘같이 여긴다는 이것이 나의 지론이고 좌우명이었다. 인민대중을 혁명과 건설의 주인으로 믿고 그 힘에 의거할 데 대한 주체의 원리야말로 내가 가장 숭상하는 정치적 신앙이며 바로 이것이 나로 하여금 한 생을 인민을 위하여 바치게 한 생활의 본령이었다.

일찍이 양친을 여읜 나는 어려서부터 동지들의 사랑과 기대속에 한 생을 보냈다. 나는 수천수만의 동지들과 함께 투쟁의 혈로를 헤쳐왔고 그 과정에 생사를 같이 하는 동지와 조직의 귀중함을 뼈에 사무치게 체득했다.

아직은 조국광복을 기약할 수 없었던 20년대 화전의 언덕에서 나를 믿어주고 따르던 ≪ㅌ.ㄷ≫첫 동지들로부터 적의 흉탄을 한 가슴으로 막아서고 우리를 대신하여 웃으며 단두대에 올라섰던 그 잊을 수 없는 동지들이 해방된 조국땅에 오지 못한 채 이역의 산하에 고귀한 영령으로 잠들고 있다. 투쟁의 첫 걸음을 달리 떼었어도 종당에는 우리와 한길을 걸었던 수많은 애국지사들도 오늘은 우리 곁에 없다.

우리 혁명이 승리적으로 전진하고 우리 조국이 융성번영하며 만민이 그 최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바로 이 날을 위해 자기 일신을 초개와 같이 바쳤던 동지들의 생각이 더더욱 간절하고 잊을 수 없는 그 모습들이 삼삼히 갈마들어 잠 못 이루는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원래 나는 회고록을 쓸 생각을 별로 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명망 높은 정치가들과 저명한 문인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나의 한 생이 사람들에게 고귀한 교훈을 남길 것이라고 하면서 회고록을 쓸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이제는 김정일조직비서나의 사업을 많이 대신해주어 어느 정도 짬을 얻게 되었다. 세대가 바뀌어 혁명의 노투사들도 하나 둘 가고 새로 자란 세대가 우리 혁명의 중진으로 되었다. 그들에게 민족과 더불어 한 생을 살아오면서 체험한 문제들과 선열들이 오늘을 위해 어떻게 자기 청춘을 바쳤는가를 알려주는 것이 나의 의무로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시간이 있는 대로 한두 줄씩 적어 놓게 되었다.

나는 나의 한 생이 결코 남달리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다만 조국과 민족을 위해 바친 한 생이며 인민과 더불어 지나온 한 생이었다고 자부하는 것으로 만족할 뿐이다.

나는 나의 글이 인민을 믿고 인민에게 의거하면 천하를 얻고 백 번 승리하며 인민을 멀리하고 그의 버림을 받게 되면 백 번 패한다는 진리, 생과 투쟁의 교훈을 후세에 남기게 되기를 바란다.

 

먼저 간 선열들의 명복을 빌면서

1992년 4월 묘향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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