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 91(2002)년 10월 17일(목)                                                                                         통일여명 편집국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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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선언과 디마고지, 기회주의로의 변질 - 사회당 비판 (1)

대표집필자 최성원

통일여명 편집국 해설

 

서론

≪청년진보당은 2001년 사회당으로 당명을 개정하면서 ≪반조선로동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그것은 ≪반자본주의≫와 함께 사회당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두 가지 선언 중의 하나이다.≫

이것은 6.25 전쟁 이후 조선반도의 식민지에서 최초로 사회주의라는 간판을 내걸고 좌파정당을 결성하였던 사회당 지도부의 ≪엄숙한≫ 선언이다. 과장된 언사를 즐겨 쓰는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사회당은 ≪다른 정치세력과 사상적으로 확연히 구별되는 ≪사회주의≫를 묵직하게 내걸었≫으며, ≪한국 어느 정치세력도 내걸기 꺼려하는 것을 과감하게 선택함으로써 한국사회 전체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식민지의 좌파정당이 내놓은 ≪반조선로동당, 반자본주의 선언≫(?!).

망론인지 헛소리인지 얼핏 봐서는 잘 분간할 수 없는 괴상한 선언이 나온 뒤로 그 동안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그 선언과 관련하여 약간의 찬반토론이 있었다. 그런데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필자는 그 선언을 내놓은 사회당 지도부의 사상관점을 분석하면서 깊이 있는 반론을 제시한 글을 아직 보지 못했다. 왜 그러할까? 필자는 본격적인 반론이 나오지 않은 이유를 대략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사회당 지도부의 그 선언을 논박할 가치조차 없는 궤변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족민주운동진영의 거의 모든 활동가들은 그 선언을 무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사회당 지도부가 ≪반조선로동당 선언≫을 내놓음으로써 친조선로동당이냐 반조선로동당이냐 하는 양자택일의 함정을 파놓았기 때문이다. 만일 누군가가 ≪반조선로동당 선언≫에 대해 논박하면, 그 논박은 조선로동당을 옹호·찬동하는 변론이 될 것이다. 부정에 대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논리구도가 불가피하게 성립되는 것이다. 이것이 사회당 지도부가 파놓은 교묘한 논리적 함정이다. 운동진영의 많은 활동가들은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셋째,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사회주의적 정치구호를 내걸은 사회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은 역시 사회주의자의 시각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자본주의 선언≫에 관한 논쟁이 의미 있는 것으로 되려면 사회당 지도부가 진짜 사회주의자들인가 아니면 가짜 사회주의자들인가를 판별하는 논쟁이 전개되어야 한다. 그러한 본격논쟁은 사회주의자들의 논쟁이다. 그렇지만 파시스트 악법인 ≪국가보안법≫으로 인하여 사상문제가 극도로 억압당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사회주의자로서 공개적인 토론에 나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필자는 사회당 지도부의 ≪반조선로동당, 반자본주의 선언≫이 운동진영 전반에 혹시 사상적 해독을 끼치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수많은 동지들의 견해를 대변하는 심정으로 이 논문을 작성하였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사회당 지도부의 ≪반조선로동당, 반자본주의 선언≫을 논박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공개적으로는 토론하기 힘든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들≫까지도 전반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라는 것은 사회당 지도부가 혐오·배격하는 김일성주의의 핵심내용들에 관련된 것이다. 그것은, 사회당 지도부의 표현을 빌리면, ≪조선로동당의 유일 지도사상인 주체사상에 입각하여, 조선로동당이라는 정치세력의 수미일관한 발전에 따라 수립된, 조선로동당 운동의 역사적 완결형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문제다.

김일성주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문제는 우리 민족민주운동진영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 논문은 그 숙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론이다.

(1) ≪반자본주의 선언≫은 기회주의자들의 위장선언이다

사회주의 사상과 사회주의자들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파시스트적 억압체제 안에서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구호를 당의 기치로 내걸고 무대에 등장한 일군의 용맹스러운 사회주의자들이 있다. 당명도 거창한 사회당(Socialist Party)이다.

물론 그들의 말대로, ≪반자본주의≫라는 선언은 미 제국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반제선언이 아니다. 사회당 지도부의 ≪반자본주의 선언≫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이지 제국주의에 대한 반대는 아니다. 그 선언은,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와 ≪세계 자본주의에 대한 보편적 반대≫를 집약한 선언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사회당 지도부는 왜 미국 자본주의와 세계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하면서도, 미 제국주의를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일까?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들의 주장에 의하면, 미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반대는 ≪민족해방이라는 2차 대전 이전의 틀≫로서, ≪반미지상주의자들≫이나 저지르는 시대착오적 오류이기 때문이다.

사회당 지도부의 견해에 의하면, 제국주의와 식민지의 모순, 그리고 그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식민지 민중의 반제민족해방혁명은 50년 전의 케케묵은 담론이라는 것이다. 사회당 지도부는 제국주의 체제가 현실 속에서 존재하지 않고 오직 ≪반미지상주의자≫들의 관념 속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하자면, 제국주의 체제가 존재하지 않으므로 식민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며, 따라서 반제민족해방혁명을 운운하는 세력들은 허구적 관념과의 투쟁에 몰입해 있는 시대착오적 집단이라는 비판논리가 성립된다.

사회당 지도부가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같은 나라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자본주의 체제를 모두 반대한다는 의미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는 수많은 나라의 자본주의 체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므로, 수많은 나라의 자본주의 체제들 가운데 유독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한다고 꼭 집어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특정한 반대는 ≪반미지상주의자≫들의 시대착오와 동일한 것으로 혼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분≫으로서의 미국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전체≫로서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사회당 지도부의 ≪반자본주의 선언≫이 사회주의를 배신한 현대 수정주의자들이 자기들의 배신자적 정체를 은폐하기 위하여 내걸은 위장선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근거를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측면으로 분류하여 서술하려 한다.

1)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변별력

오늘날 세계 자본주의 체제라는 개념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 독점자본이 국가기구를 장악하고 노동계급과 비프롤레타리아 대중을 착취하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라는 의미이며, 그 체제가 일국의 범위를 초월하여 세계적 범위에서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제국주의 체제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는, 일찍이 레닌이 ≪자본주의의 특수한 역사적 단계≫라고 표현했던 제국주의 체제다.

이른바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 안에서 독점자본은 국가기구를 장악하고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고 있으며, 독점자본이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자본주의가 덜 발전된 나라(이른바 저개발국가)를 자기의 예속국 또는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예속국과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고 있다.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선진 자본주의 나라들의 독점자본과 식민지 예속자본으로부터 이중적으로 착취당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독점자본이 자기 나라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체제를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라고 부르며,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그것의 외연을 제국주의 체제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현대 자본주의 체제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이며, 제국주의 체제다.

독점자본은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것보다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더 집중적으로, 더 악독하게 착취하고 있다.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에게서 착취한 막대한 이윤 가운데 일부를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과 민중에게 나누어줌으로써 자국의 격화되는 계급적 모순을 일정하게 이완시키고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전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다.

계급적 처지가 동일한 노동계급과 민중이라고 하지만,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과 민중에게 가해지는 착취와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에게 가해지는 착취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이른바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상대적 빈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반면,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식민지 예속자본의 착취가 가중된 이중적 착취를 당하면서 말 그대로 절대빈곤 속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면서 가장 격렬하게 투쟁하고 있는 주체는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아니라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다. 그러므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혁명운동은 제국주의 체제를 타도하려는 식민지 노동계급과 민중이 참가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중심으로 하여 전개되고 있다. 이것은 제국주의 세력과 식민지 노동계급 및 민중 사이에서 벌어지는 격렬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는 기본동력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일부 ≪좌파≫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제국주의 체제와 식민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고 하는 협잡군의 횡설수설이다. 사회당 지도부가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라는 개념을 외면하고 세계 자본주의 체제라는 모호한 용어만을 선별적으로 사용하면서, 마치 제국주의 체제와 식민지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주장한다든지, 또는 제국주의 체제와 식민지를 논하는 것을 ≪반미지상주의≫와 ≪민족절대주의≫로 몰아세우려는 작태는 그야말로 가소로운 짓이다.

어떤 사람들은 냉전 이후의 시기에 제국주의를 운운하는 것을 시대착오라고 주장하는 데 그것도 역시 무식한 소리다. 냉전이라는 것은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세계 사회주의 진영과 미 제국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재편되었던 세계 자본주의 진영 사이의 대결구도였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세계 사회주의 진영이 와해되면서 냉전구도가 해체되었으므로, 냉전 이후에도 제국주의를 운운하는 것은 시대착오가 아니냐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세계 사회주의 진영과 세계 자본주의 진영의 대결구도만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국주의 세력과 식민지 노동계급 및 민중의 대결구도도 있었다. 제국주의 세력과 식민지 노동계급 및 민중의 대결구도는 냉전구도의 붕괴와는 상관없이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냉전구도가 존재했던 지난날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투쟁은 세계 사회주의 진영과 식민지 노동계급 및 민중이 상호연대하는 형태로 전개되었지만, 오늘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투쟁은 전적으로 식민지 노동계급과 민중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에 의하여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오늘 제국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모든 형태의 반자본주의 투쟁에서 중심이 되었다.

2)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미국 자본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재편된 체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독점자본과 그 국가권력들은 그 체제의 내부모순 때문에 자기들끼리 치열한 갈등과 분쟁을 거듭하였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는 세계를 마구 분할하여 각자 자기의 식민지, 반식민지를 설치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자기들끼리 충돌을 일삼았다. 그 시기에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벌어진 수많은 식민지 쟁탈전쟁들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은 그러한 충돌의 폭력적 형태였다.

그런데 각축전을 벌이던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정점으로 재편되었다.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정점으로 재편된 새로운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현대 제국주의 체제라고 부른다. 양차 대전 기간에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팽창하게 되자, 미국의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지휘·통제하는 압도적인 장악력을 획득하게 되었으며 현대 제국주의 체제의 괴수로 역사의 무대에 출몰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와 그 이후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변모하였다는 말은, 세계 자본주의 체제가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중심으로, 정점으로 재편되었다는 의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50년 이상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내부모순이 폭발하지 않고 봉합되면서 ≪상호협력관계≫를 표출하고 있는 원인은, 그 체제가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압도적인 장악력에 의하여 지휘·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장악력이 약화되면,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상호협력관계≫는 결렬되고 국가독점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치열한 갈등과 분쟁이 재발될 것이다. 이른바 미국, 일본, 유럽연합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로 구성되는 ≪삼극 체제≫, 또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장지향적 사회주의 체제까지 포괄하는 ≪다극 체제≫로의 재편을 운운하는 따위의 정세인식은 그러한 예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나 유럽연합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도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 자기들의 예속국 또는 식민지를 구축하고 있는 제국주의 체제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체제들은 미 제국주의 체제에 속해 있으면서 상대적 자율성밖에 지니지 못하는 하위체제에 지나지 않는다.

3)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실체는 미 제국주의 체제다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세계적 범위에서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실체라면, ≪한국≫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실체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미 제국주의 체제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세계적 범위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 의해서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 제국주의 체제에 의해서 착취당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 유럽연합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도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들의 착취는 미 제국주의 체제의 착취와 질을 달리한다. 단지 양적인 차이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에 대한 미 제국주의 체제의 착취는 정치와 군사, 사상과 문화를 비롯한 식민지 체제 전반에 대한 지배구조와 분리될 수 없으며 그 지배구조에 의해서 자행되고 확대적으로 재생산되고 있는 전면적인 착취다.

그러나 일본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 유럽연합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는 조선반도 식민지 체제의 전반에 대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사실이 식민지에서 미 제국주의 체제의 착취와 다른 나라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의 착취가 질을 달리하고 있음을 입증한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일부 ≪좌파≫는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에 집중하여야 한다고 설교하고 있다. 그들이 타도대상으로 설정한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결국 미 제국주의 체제가 중심이 되어, 미 제국주의 체제에 의해서 형성된 착취체제가 아닌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은 미 제국주의 체제를 타파하기 위한 반제민족해방혁명의 다양한 대중운동방식들 가운데 하나이며, 5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반미자주화운동의 특정 계기에 강조되는 투쟁구호이다.

그런데도 ≪좌파≫들은 마치 미 제국주의 체제는 존재하지 않고 신자유주의 체제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미 제국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반미자주화투쟁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있다. 이것은 미 제국주의 체제를 타파하는 반제민족해방혁명으로 진출하려는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의 목적·의식적 지향에 혼란을 조성하는 것이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미국을 반대하여 투쟁해야 하는 이유는,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고 지배하는 주범이 미 제국주의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회당 지도부는 미 제국주의 체제를 타도하기 위한 반미자주화투쟁을 어처구니없게도 ≪반미지상주의≫, ≪민족절대주의≫라고 비난·모략하고 있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미 제국주의 체제의 착취와 지배를 반대하는 반미자주화투쟁을 중심으로 하여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지, 오로지 반미자주화투쟁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사회당 지도부는 반미자주화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계급과 민중이 마치 반미자주화투쟁에만 병적으로 집착하고 있는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그들이 떠들고 있는 이른바 ≪반미지상주의≫라는 궤변은 미국이라는 특정대상을 반대하는 증오심에 병적으로 사로잡힌 일종의 편집증 정신병리현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반미지상주의≫에 관한 사회당 지도부의 주장은 궤변이라고 하기 이전에 반미자주화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에 대한 모독이다.

편집증 정신병리현상을 보이고 있는 중환자들은 반미자주화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노동계급과 민중이 아니라, ≪미국에 반대하는 것이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고 생각하는 반미지상주의≫를 반대한다는 궤변을 토해내고 있는 사회당 지도부다.

위에서 이미 언급한대로,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식민지의 자본으로부터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자본은 미 제국주의 체제에 구조적으로 예속되어 있는 예속자본이므로,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미 제국주의 체제와 식민지 예속자본으로부터 이중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여기서 중시해야 할 것은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식민지 예속자본보다 미 제국주의 체제에 의하여 더 집중적으로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 제국주의 체제는 식민지 예속자본을 장악하고 있는 근원적인 체제이기 때문이다.

4) 식민지 노동계급과 민중의 반미구호에 내포된 두 가지 의미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의 반미구호는 미국을 반대한다는 전투적 의미를 전달하는 투쟁구호다. 그런데 미국을 반대한다는 말은 너무 포괄적이다. 반미구호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나올 수 있다.

첫째는, ≪한국≫을 지배하고 착취하는 미국이라는 외세를 반대한다는 견해다. 둘째는, 조선반도의 식민지를 지배하고 착취하는 미 제국주의 체제를 반대한다는 견해다. 전자는 민족주의운동의 견해고, 후자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견해다.

반미구호가 전달해주고 있는 포괄적인 의미만을 훑어보고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과 민족주의운동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민족주의자도 반미투쟁을 전개하며, 사회주의자도 반미투쟁을 전개한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반미투쟁과 민족주의운동의 반미투쟁은 유사한 외양으로 보이지만, 내용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양자 사이에는 세계관의 차이, 노선과 전략의 차이, 전술과 투쟁방도의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과 민족주의운동을 혼동하는 것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에 대한 무지의 소치가 아니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민족주의운동이라고 규정해버리는 의도적인 왜곡선전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운동은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고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하지만, 그것을 자기의 전략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미 제국주의 체제를 타도하는 것을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전개하고 있는 반미자주화투쟁은 민족주의운동의 일환이 아니라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중심내용이며,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타도하는 세계혁명의 일환이다. 물론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에는 민족주의세력의 진보적 구성부분도 참가하게 되지만, 그들이 그 혁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영도권은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세력에게 있다.

5) 인민민주주의혁명의 세계사적 보편성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미 제국주의 체제를 타파하고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여야 할 역사적 임무를 지니고 있다. 이것은 자의적 규정이 아니라 세계사적 보편성에 의하여 진행되는 사회·역사발전의 합법칙적 경로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세계적인 범위에서 진행되었던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인민민주주의혁명은 봉건체제를 타파하는 반봉건혁명이라는 점에서 부르조아혁명의 혁명대상과 동일한 혁명대상을 반대하여 투쟁한 혁명이었다. 유럽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 존재했던 식민지체제의 사회성격은 아직 자본주의가 발달되지 못하고 반봉건적 성격이 지배적인 식민지반봉건사회이었으므로, 그 지역의 인민민주주의혁명이 반봉건의 과업을 수행한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따라서 그 시기의 인민민주주의혁명은 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었다.

봉건체제를 타파하는 혁명이라는 점에서 인민민주주의혁명과 부르조아혁명은 공통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사회주의혁명을 지향하였다는 점에서 지난 시기의 부르조아혁명과는 다른 혁명발전경로를 밟아갔다.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의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자본주의 체제가 일정한 수준에서 성숙되었던 나라들에서 수행되었던 가장 발전된 단계로서의 부르조아혁명인 부르조아민주주의혁명과 동일한 역사적 지위를 지니는 것이었다.

둘째,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자본주의가 발달된 나라에서 진행되었던 부르조아민주주의혁명과 달리 제국주의의 식민지체제를 타파하는 반제민족해방혁명과 결합되었다. 부르조아민주주의혁명은 반제민족해방혁명과 무관하게 진행되었지만, 반제민족해방혁명과 분리된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진전될 수 없었다. 인민민주주의혁명은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으로 수행되었다.

나치 독일의 지배체제를 타파하여야 했던 유럽지역의 경우에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이 반파시스트혁명과 결합되었다. 그러므로 유럽지역에서는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이 수행되었고, 식민지체제에서는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 수행되었다.

셋째, 인민민주주의혁명, 즉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이나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모두 노동계급의 전위당을 중심으로 구축된 통일전선의 기반 위에서 수행되었다. 지난 시기 서유럽 지역의 부르조아혁명의 진행과정에서도 부르조아계급을 중심으로 일종의 계급연합전선이 구축되었지만, 부르조아계급은 노동계급을 비롯한 근로대중 전체를 영도할 수 없었다. 부르조아계급은 부르조아혁명이 승리한 뒤에 노동계급을 배반하고 정권을 독점함으로써 근로인민 전체를 지배와 착취의 대상으로 삼는 부르조아 계급독재를 실시하였다.

이에 반하여, 인민민주주의혁명은 노동계급이 영도한 민주주의혁명이었으며,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계급과 계층이 참가한 통일전선의 기반 위에서 수행된 전인민적 혁명이었다.

인민민주주의혁명이 승리한 나라들에서 노동계급의 전위당은 그 혁명에 참가한 모든 근로인민의 정치적 대표체인 민주정권을 세우고 그에 의거하여 사회주의 공화국이 아니라 인민공화국을 수립하였다. 당시 사회주의 공화국은 소련밖에 없었다.

인민공화국은 노동계급이 영도하는 노농동맹에 기초한 새로운 형의 민주주의 국가로서, 그 정권의 성격은 아직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프롤레타리아 계급독재의 성격을 지니게 된다. 사회주의 공화국이 사회주의 국가인데 비하여, 인민공화국은 인민민주주의 국가이다.

인민공화국은 사회주의적 경리, 소상품 경리, 자본주의적 경리가 병존하는 국가다. 이러한 상태를 사회계급적 측면에서 보자면, 민족자본가와 부농이 잔존한다는 의미고, 경제구조적 측면에서 보자면, 자본주의적 시장경제가 잔존한다는 의미다.

인민공화국의 민주정권에 의하여 불완전하게 실현되었던 프롤레타리아 계급독재는 노동계급의 전위당의 영도에 따라 발전되어 완전하게 되었다. 또한 인민공화국에 한때 잔존하였던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노동계급의 전위당의 영도에 따라 개조되어 사회주의화의 과정을 밟아갔고, 종국적으로 사회계급으로서의 민족자본가와 부농은 완전히 해체되었다.

일부 무식한 ≪좌파≫들은 인민민주주의혁명이 1945년 해방 이후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서 수행되었던 ≪특수한 혁명≫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포괄하는 전 세계적 범위에서 수행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그 혁명은 세계사적 보편성을 가진다.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수행되었던 인민민주주의혁명은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과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었다. 전자는 동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를 포괄하는 유럽의 동남부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예외적으로 서유럽의 아일랜드에서는 민족주의세력이 무장투쟁을 전개하면서 반제민족해방운동을 승리로 이끌어, 1949년에 승리하였으나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차단되었다.

동독,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발달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였으며, 유고슬라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알바니아는 자본주의가 발달되지 못한 낙후한 농업국에서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였다. 유럽의 동남부지역의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은 노동계급의 전위당, 또는 전위조직이 주도하였으므로 혁명이 승리한 뒤에 사회주의의 길로 발전될 수 있었다.

그러나 발달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을 수행했던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에서는 프롤레타리아 계급독재에 의거하여 자본주의 체제를 사회주의적으로 개조하는 데 결국 실패하였고, 전복된 반혁명세력이 제국주의자들과 공모·결탁하여 반사회주의 암해책동을 전개하였으며 나중에 가서는 폭동을 선동하였다.

서유럽 여러 나라들과 달리 자본주의 체제가 발달되지 못하고 봉건체제에 머물고 있었던 데다가 식민지, 반식민지로 전락해 있었던 조선, 중국, 몽골,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서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이 반제반봉건의 과업과 결합되면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으로 수행되었다. 중남미의 낙후한 농업국이었던 쿠바에서는 사회주의 세력이 영도한 반파시스트 민주주의혁명이 승리하여 사회주의의 길로 나갔다.

노동계급의 전위당 또는 전위조직이 혁명무력을 동원하여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추진하였던 조선, 중국, 몽골, 베트남에서는 반제민족해방혁명이 승리한 뒤에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하였고 사회주의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지만, 나머지 다른 나라들에서는 노동계급의 전위당이 역량부족으로 인하여 반제민족해방혁명의 영도권을 장악하지 못했고 그 대신 우파 민족주의세력이 혁명을 주도하였기 때문에 반제민족해방혁명이 승리한 이후에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하기는커녕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발전경로가 차단되었다.

인도는 영국의 제국주의 체제에서 벗어나 1950년에 완전한 독립국가가 되었으나 반제민족해방운동을 주도한 민족주의세력이 압도적이었고, 파키스탄과의 분쟁에 휘말려 있었으므로 인민민주주의혁명은 불가능하였다. 라오스는 1953년에 반제민족해방혁명에서 승리하였고, 캄보디아는 1955년에 승리하였으나 우파 민족주의세력과의 장기적 내전과 미 제국주의 세력의 무력침공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라오스에서는 오랜 내전 끝에 1975년에 군주제가 폐지되었으나 인민민주주의혁명이 불철저하게 수행되었으며, 캄보디아에서는 오랜 내전 속에서도 군주제가 유지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제민족해방혁명이 승리한 뒤에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발전경로가 차단되었던 대표적인 사례는 아마도 인도네시아의 혁명경험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공산당은 1920년에 창건되었고, 민족주의세력의 정치조직인 인도네시아민족당은 1927년에 창건되었다. 민족주의세력들 가운데서도 반제민족해방혁명에 적극적이었던 급진적 민족주의세력은 수카르노를 중심으로 단결하여 인도네시아의 반제민족해방혁명을 주도하였다. 1949년에 반제민족해방혁명이 승리하였으나 급진적 민족주의세력은 정권을 장악한 뒤에 급속히 반동화되어 1965년에 이르러서는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대학살을 자행하였다.

한편 미얀마에서는 급진적 민족주의자 아웅산이 영도하였던 민족해방전선이 반제민족해방혁명을 수행하였고 1948년에 승리하였으나,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발전경로는 차단되었다.

그러한 사정은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대동소이하였다. 민족해방전선을 형성하고 무장투쟁을 전개하여 반제민족해방의 과업을 달성하였던 나라들은 수단(1956년), 가나(1957년), 기니(1958년), 말리(1960년), 알제리(1962년), 예맨(1967년), 기니 비싸우(1974년), 앙골라(1975년), 모잠비크(1975년) 이디오피아(1975년) 등이다.

다른 한편, 급진적 민족주의세력이 주도한 군부쿠데타에 의해서 군주제가 폐지되고 반제반봉건의 과업이 수행된 나라들은 이집트(1954년), 리비아(1969년), 소말리아(1969년) 등이다.

전민항쟁에 의하여 반제민족해방혁명이 승리한 나라는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1960년)와 중동의 이란(1979년)이다. 이 나라들에서 수행된 반제민족해방혁명은 노동계급의 전위당의 영도를 받지 못하고 급진적 민족주의세력에 의하여 주도되었기 때문에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발전경로가 차단되었다. 예외적으로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인민민주주의혁명이 수행되었다.

21세기로 들어선 오늘에도 지구 위에는 미 제국주의 체제의 식민지로 전락해 있거나 그 체제에 예속되어 있는 예속국들이 수없이 많은데, 그러한 나라들에서는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위한 투쟁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필리핀, 볼리비아, 콜롬비아, 페루에서는 노동계급의 전위당 또는 전위조직이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무장투쟁을 지금 이 시각에도 전개하고 있다. 과테말라, 니카라과, 엘살바돌, 수리남에서도 한때 무장투쟁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나, 과테말라의 무장투쟁은 1970년대 이후 미 제국주의 세력과 반동정권의 집중적인 탄압에 의해서 좌절되었으며, 1979년에 나카라과의 전위당(FSLN)은 무장투쟁으로 정권장악에 성공하여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을 승리로 이끌었으나 미 제국주의 세력의 암해책동 때문에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결국 1990년의 선거에서 반혁명세력에게 패하였다. 엘살바돌의 전위당(FMLN)은 1979년부터 무장투쟁을 전개하였으나 1992년에 반동정권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무장투쟁노선을 포기하였으며, 2000년에는 의회에서 다수의석을 차지하였다. 수리남에서는 1980년대 중반에 무장투쟁이 전개되었으나 얼마 가지 못하여 패하였다.

그레나다의 사회주의 세력은 1979년에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하고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추진하였으나, 1983년에 이르러 국내 반혁명세력의 테러와 미 제국주의 세력의 무력침략에 의하여 좌절되었다. 칠레의 사회주의세력은 1970년에 선거를 통하여 집권한 뒤에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추진하였으나, 미 제국주의 세력의 암해책동과 반동군부세력의 반란에 의해서 1973년에 혁명이 좌절되었다.

그러면 우리 나라의 혁명은 어떠한가? 조선반도에서는 일제의 식민지 체제가 붕괴된 이후 인류역사상 가장 모범적으로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이 수행되었다. 그러나 미 제국주의 세력과 국내 반혁명세력의 악질적인 분할책동, 전쟁책동, 식민지화책동으로 인하여 조선반도의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북부지역에서만 승리하였고, 남부지역에서는 좌절되었다.

조선반도의 분단상태가 50년 이상 장기화되는 동안에 북부지역은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을 완수하고 고도로 발달된 주체의 사회주의 체제를 건설한 혁명기지로 되었던 반면에, 남부지역은 미제의 식민지적 지배와 착취에 의하여 봉건세력이 몰락하고 식민지 예속자본이 팽창(예속자본의 축적과 집중)하면서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그 사회성격이 전화되었다. 이것은 미 제국주의 세력이 식민지 체제 안에서 식민지 예속자본을 육성시킴으로써 자기들의 착취체제를 더욱 확장한 것이다. 낙후하고 빈약한 생산력을 가졌던 봉건체제를 발달된 생산력을 가진 자본주의 체제로 교체해야 미 제국주의 체제의 더 많은 착취가 가능하기 때문에 식민지 예속자본을 육성한 것이었다.

≪반(半)자본주의 사회≫라는 개념은 자본주의 체제가 상대적으로 덜 발달되었다는 양적 수준을 판별하는 의미가 아니라, 식민지 체제에서 미제의 요구와 이익에 따라 육성된 ≪한국≫의 자본이 미제에게 예속되어 막대한 이윤을 수탈 당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식민지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기형적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일부 무식한 논자들은 식민지 예속자본의 육성에 따른 기형적 자본주의 체제의 팽창을 탈식민지화 현상으로 오인하면서 ≪한국≫이 미 제국주의 체제에 대해서 이른바 ≪상대적 자율성≫을 획득하게 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식민지적 기형성이라는 본질을 간파하지 못하고 물리적 팽창이라는 현상만 들여다보고 착각하는 것이다. 조선반도의 식민지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팽창한다는 것은 기형화, 불구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형적 자본주의 체제의 팽창은 미 제국주의 체제에 의한 착취가 더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착취를 확대재생산하는 정치·군사적 지배도 또한 더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는 미제에 의하여 지배·착취당하고 있는 예속국들이 수없이 많은데, ≪한국≫은 그 수준을 넘어서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미제의 식민지로 존재하고 있다. 조선반도의 식민지가 처해 있는 운명은 미국의 ≪보호령≫이라는 간판 아래 완전한 식민지로 묶여있는 중남미 카리브해의 작은 섬나라 푸에토리코나 남미대륙의 프랑스령 기아나의 비극적 운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므로 ≪한국≫이라는 국가는 민족사의 국가적 정통성의 견지에서 볼 때도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현대 제국주의 체제를 인식하는 사회과학적 견지에서 볼 때도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은 없다. 미제의 지배 아래 능욕 당하고 있는 식민지 영토, 그리고 미제의 착취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식민지 인민만이 존재할 뿐이다.

조선반도의 식민지에서 미 제국주의 체제의 식민지 예속자본 육성책동에 따라 1980년대 중반 이후 기형적 자본주의 체제가 급속히 팽창하게 되자, 조선반도의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는 전략개념으로 전화되었다. 반제민족해방혁명의 기본성격이 변화되지 않은 가운데, 식민지반봉건사회에서의 인민민주주의혁명은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에서의 인민민주주의혁명으로 전화된 것이다.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반제민족해방혁명과 인민민주주의혁명을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에서 수행하는 혁명이다. 민족해방혁명의 단계가 따로 있고 인민민주주의혁명의 단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조선반도에서 1950년대에 미제의 반혁명책동에 의하여 좌절되었던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그 미완의 과업을 2000년대로 넘겨줌으로써 지금 이 순간에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진행되고 있다.

조선반도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미제의 방대한 침략무력과 직접적으로, 첨예하게, 장기적으로 대치한 준전시상태에서, 그리고 하나의 영토가 미제에 의해서 분할·점령된 조건에서 수행되는, 인류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간고·복잡한 혁명이다.

그렇지만 조선반도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계급의 전위당인 조선로동당과 그 전위당의 영도를 받는 전국적 통일전선운동반제민족해방혁명과 인민민주주의혁명을 연이어 완수하고 조선반도의 통일을 달성할 것이며, 주체혁명의 길로 전진할 것이다.

194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후반까지 약 30년 동안 반제반봉건민주주의혁명은 전 세계적 범위에서 승리하였다. 그러나 김일성주의에 의하여 그 전략개념이 새롭게 정립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승리하지 못하고 현재진행형으로 추진되고 있다.

조선반도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김일성주의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전위당인 조선로동당이 영도하고 있으므로, 조선반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세계사적 보편성이 구현되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다. 조선반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 승리하는 것은 그 혁명의 세계사적 보편성이 구현되는 세계혁명의 승리의 길을 결정적으로 열어놓는 것으로 된다. 조선반도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은 인류의 자주화위업을 전진시키는 세계혁명의 거대한 축이다.

6)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라는 구호는 누가 들어야 하는가?

사회당 지도부가 반대한다고 말한 ≪미국 자본주의≫라는 개념은 미국이라는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와 국가를 의미한다. 미국의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이 결합되어 있다는 사실은 초보적 상식에 속한다.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서 미국의 국가기구는 미국의 독점자본에 의하여 장악되어 있으며, 미국의 독점자본을 위하여 존재한다.

미국의 독점자본은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기구와 그 국가기구가 조직화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체제 전반을 장악·지배하고 부르조아 계급독재와 부르조아 민주주의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위해서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독점자본은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권력을 동원하여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지배·착취하고 있는 대상은 미국의 노동계급이다. 다른 나라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착취하는 것은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 미 제국주의 체제라고 해야 한다. 실체는 동일하나, 그 실체에 대한 관계는 구분된다.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를 반대한다는 것은 미국의 노동계급이 들어야 할 구호가 되며, 그 체제에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책임적 주체는 미국의 진보적 노동운동과 사회주의자들이 된다.

그러므로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이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여 투쟁하는 책임적 주체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조선반도 식민지의 노동계급과 민중은 미 제국주의 체제를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미국의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에 반대하여 투쟁하고 있는 미국의 노동계급과 민중을 지원하는 연대투쟁을 전개할 수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사회당 지도부가 ≪미국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당적 구호로 내걸은 것은 오류다. 그 구호는 사회당의 국제연대사업부문에서 채택할 수 있는 구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7) 반혁명세력은 위장선언을 묵인하고 있다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 해서 모두 사회주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경험은 사회주의 배신자들이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것처럼 떠들면서도, 실제로는 사회주의를 반대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당 지도부는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그들이 내걸은 반자본주의 선언은 사회주의적 선언이 아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사회당의 ≪사회주의≫는 국가사회주의, 시장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의 그 어떤 것도 아니며 현실에 존재하는 노동자 민중 투쟁의 총체이자, 현실을 극복해나가는 운동 그 자체이다. 따라서 사회당의 사회주의는 국제적이고, 생태주의이며, 여성주의이기도 하다. 아울러 사회주의는 반독재 민주주의이고, 자치주의-참여민주주의이며, 인권과 기본권을 옹호하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사상이다.≫

위의 주장은 노동계급의 투쟁에서 노동계급의 계급적 관점을 거세하고 ≪다양성≫과 ≪개방성≫의 미명 아래 잡다한 사상들을 끌어들임으로써 노동계급의 혁명사상을 인민대중의 도덕적 휴머니즘으로 대체하고, 노동계급의 계급투쟁의 본질을 왜곡하며, 그 계급투쟁의 사회주의적 지향을 모호하게 만들려는 술책이다.

사회당이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그럴듯한 간판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회주의 혁명운동에서 이탈하여 있으며, 자본주의 체제를 ≪조금 더 건전하게≫ 강화하려는 사회개량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실천에서 입증된다. ≪진지한 좌파 정치세력≫으로 자처하는 사회당의 실천투쟁은 다음과 같이 잡다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이주노동자와의 적극적 연대투쟁, 북한산 관광도로 반대, 청계천 복원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환경캠페인, 호주제 철폐투쟁, 공교육 촉구운동, 박정희 기념관 건립 반대운동, 정치관계법 개정촉구운동, 만18세 이상 참정권 보장운동, 국가보안법 철폐운동,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운동, 장애인 이동권 쟁취운동, 장애인 노동권 보장운동 등등.≫

사회당 지도부가 아주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는 이른바 ≪사회개량운동의 다양성≫은 사회주의에서 이탈한 기회주의자들의 좌충우돌을 의미한다. 기회주의자들은 언제나 그러했듯이 계급투쟁의 필연성을 부정하고, 노동계급의 혁명적 당의 존재를 부정하면서도 ≪반자본주의≫라는 위장선언을 그럴듯하게 내건다.

세계혁명운동사에 출몰했던 기회주의자들의 뒤를 따라서 사회당 지도부가 내놓은 ≪반자본주의 선언≫은 기회주의자의 정체를 가리기 위한 위장선언이다. 위장선언은 언제나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이며, 명료하지 않고 모호하다. 위장선언은 자기에게 직접적으로 고통을 가하고 있는 착취·억압의 실체에 대한 반대와 투쟁을 회피하면서 간접적이며, 모호한 언사로 자신의 정체를 교묘하게 위장한다.

사회당 지도부가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면서 ≪반자본주의 선언≫을 내놓았는데도, 반혁명세력들이 전혀 문제로 삼지 않고 있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 노출된다. 사회당이 미 제국주의 체제를 반대하는 반미자주화투쟁에 나서지 않는 한, 그들이 미국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 떠들건 세계 자본주의를 반대한다고 떠들건, 반혁명세력들은 그들의 위장선언은 못 본체 묵인해도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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