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회고록으로 보는 세상이야기』 중에서


 
1. 《세기와 더불어》 주체사상 둘러보기

   《아는것을 알지 못한》 밀정 최용빈  

인류력사상 지구촌 최초의 제국이 된 미국, 이러한 미국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국제정치학자들은 남북 그리고 미일 4자간에는 이상한 고양이-쥐 력학관계가 있다고 한다. 미국-일본, 미국-《한국》, 북-미국이 서로간의 고양이-쥐관계라는것이다.

코대높은 나라 미국이 유일하게 사과하고 무릎꿇는 대상이 바로 북이다. 《푸에블로》호사건때 죤슨대통령이 북에 사과하고 승무원들이 무릎꿇는 모습들을 보았을것이다. 판문점 미루나무사건때도 경우는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국제정치상식으로 리해 못할 일이다.

북이 강대국의 코를 끌고다니고 지금도 건재할수 있는 비결을 나는 지도자의 지도력때문이라고 본다.

그 한 단면을 왕청지구에서 김일성사령관이 옛 동지였던 최용빈이 변절자가 되여 앞에 나타났을 때에 그의 위장전술(오그랑수)을 간파한데서 엿볼수 있다고 본다. 《오그랑수》란 《꼼수》 혹은 《속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보화시대는 과거 소박하던 때와는 다른 가상공간속에 정보가 류통되고있다. 소위 《신종범죄》라는것이 모두 이런 정보화때문에 생긴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상대방의 속셈을 미리 알아차리는 《속셈학(subliminal)》이 등장할 정도이다.

우리는 지금 아직 너무나도 농경사회 혹은 굴뚝산업화시대의 의식구조를 가지고 정보화시대에 림하고있다. 그러다가 당한것이 바로 IMF이다. 정보화사회의 특징은 메타화이다. 눈에 대해 《눈치》, 말에 대해 《말귀》를 구별할줄을 알아야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말은 《살린다》인데 말귀는 《죽인다》이다. 마치 호랑이가 어머니한테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할 때에 말은 《안 잡아먹는다》 이지만 말귀는 《잡아먹는다》이다. 해님이, 달님이 오누이가운데 동생은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였지만 누나는 알아들었다. 이 설화는 우리 민족이 강대국틈속에 살아남자면 《아는것(known)》만으론 안되고 《아는것을 알아야 함(known known)》이라는 교훈을 주고있는것이다.

왕청지구 유격대중대장 최용빈의 사례를 통해 《아는것을 알지 못한》 사례를 하나 생각해보기로 하자. 최용빈은 힘이 장사이고 한다하는 싸움군이였다. 그러나 그는 얼마후 《민생단》으로 몰리게 되자 처자식을 버리고 일본의 적통치지구로 내려가버린다.

최용빈은 그후 5년이 지나 김일성사령관유격대를 다시 찾아온다. 그는 사령부천막에 들어서자마자 곤두박질을 치며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최용빈은 유격대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 산중에서 고생하던 얘기를 묻지도 않는데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제부터 그의 언행에서는 그가 《아는것을 알지 못하는것》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드디여 그가 밀정이라는 정체가 밝혀진다.

김일성사령관이 식사를 했는가고 묻자 그는 요 아래에서 밥을 끓여먹고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산중에서 혼자 얼마나 고생했는가를 보여주려는듯 배낭속에서 쌀자루, 말린 가재미, 술을 꺼내놓는다.

그런데 유격대를 찾느라고 산중을 오래 헤맸다는 사람의 쟁개비가 그을음 하나 묻지 않고 새것대로 있으니 이상한 일이였다. 최용빈은 자기가 하는 말과 행동을 알고있지 못하였던것이다.

회고록에는 이렇게 씌여있다.

《최용빈은 내가 자기를 어떻게 본다는것도 모르고 고뿌에 술을 가득 붓고나서 다시 만난 기념으로 마시자고 하였습니다.

내가 그 청을 거절하자 그는 갑자기 술고뿌를 쥔 손을 덜덜 떨었습니다. 내 목소리가 노기에 차있었으니까 아마 자기 정체가 다 드러났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8 64페지)

우리는 종종 철없는 아이들에게서 이런 사례를 발견하군 한다. 자기가 거짓말을 하고있다는 사실을 어른들은 알고있는데 자기자신만은 자기가 하는 거짓말을 어른들이 눈치채지 못할것이라 생각한다. 이를 《오그랑수》라 한다.

최용빈은 《토벌대》 3개 부대로 유격대가 있는 골안을 포위해놓고 이렇게 나타나 오그랑수를 쓰다 정체가 들통이 난것이다.

이러한 포위망속에서 오그랑수의 속셈을 간파해야 아니, 그것을 꿰뚫어볼수 있는 안목을 가진 지도자만이 자신과 자신이 이끌어가는 대중을 불행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야 살아남는다는것이다.

만약 김일성사령관이 최용빈의 수에 속아넘어갔다면 그 순간 일이 나고말았을것이다. 《토벌대》 3개 부대라면 유격대의 수에 비교해 적지 않은 수였다. 용기만으로 안되는 리유가 여기에 있다. 용장보다 지장이 더 중요한 리유가 여기에 있다.

리순신장군이 전쟁에서 불패의 신화를 남긴 리유도 다름아닌 일본의 오그랑수를 먼저 간파하고 더 높은 수로 대처한 때문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원균은 일본의 오그랑수에 빠져 넘어가 칠천량전투에서 수천명의 군사를 몰살시키고 자기도 죽고말았다. 리순신이 그렇게 만류했는데도 불구하고 원균은 대군을 이끌고 일본이 파놓은 함정속에 스스로 기여들어가고말았다.

중국 통화성일대와 랑림산맥의 호랑이라 불리던 량세봉사령도 밀정의 말귀를 못 알아듣고 눈치를 채지 못해 죽었다. 1934년경 일경은 배신자 왕가를 량사령에게 보내여 《중국항일군이 독립군을 원조하기 위하여 사령을 만나려고 한다.》고 회유하였다.

이때에 량사령은 왕가 말의 말귀와 눈치를 신속히 파악했어야 했다. 지푸래기라도 잡고싶던 다급한 상황에서 중국항일군이 원조를 약속한다는 말에 그만 앞뒤를 분별하지 못하고 왕가를 따라 항일군이 기다리고있다는 대립자로 향하였다. 결국 량세봉사령은 로상에서 일제에게 살해되고말았다.

그렇게도 《반공》을 하던 량사령도 마지막 죽을 때에 《나는 죽어서 항일을 할수 없지만 너희들은 살아서 김일성사령을 찾아가라. 살길은 그 길밖에 없다!》는 유언을 남겼다. 드디여 4년후 량사령의 마지막부대는 김일성유격부대와 합류를 한다.

량세봉사령이 비록 《반공》을 하였지만 김일성주석은 그를 렬사릉에 안치하였고 그의 자녀들은 지금 북에서 건재하다. 1948년 김구선생이 평양에서 량사령의 자녀들을 만나고는 놀랐다고 한다. 반공주의자의 자녀를 돌보아주는 김일성주석을 다시 보게 된것이다.

중국항일운동의 거봉이라 할수 있는 양정우도 밀정 정빈의 배신과 그의 고발로 죽고말았다. 1938년 일본은 항일유격대를 힘으로는 이길수 없다는 판단아래 《은사의 대조》란 말을 만들어 항복귀순자들을 처형하지 않고 후히 대접한다고 공포한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 무렵에 많은 비겁분자, 신심이 허약한자들이 귀순하여 밀정으로 활동하였다.

양정우는 자기의 오른팔 정빈이 안내하여온 일본군의 손에 죽고말았다. 그가 죽을 당시에 그의 곁에는 조선인유격대원이 끝까지 그를 호위하였다. 당시 그의 나이 35, 배신자 정빈도 결국 배신에 의해 비참하게 죽고만다.

해방후 김구선생도 밀정 안두희의 손에 죽었다. 안두희가 찾아왔을 때에 김구선생은 처음부터 그의 언행을 수상하게 여겼어야 할것이다. 그의 눈치를 살피고 말귀를 알아들었어야 할것이다. 실로 눈치와 말귀는 핵폭탄보다 큰 힘을 갖는다. 남을 믿는 덕 하나만으로는 위대한 지도자가 될수 없을것이다.

항일유격대가 지참해야 될 4대필수품은 식량, 성냥, 신발, 소금이라고 한다. 이 사실을 안 일본《토벌대》는 소금단속에 나서고 소금이 유격대안으로 반출되는것을 적극 차단하고 모략을 꾸민다. 소금에 독을 넣으면 온 부대가 몰살한다는 사실을 안 적들이 소금을 리용 안할리가 없다. 1936년 유격대가 장백지구에 들어와 첫 싸움을 한 뒤 마순구란 곳에서 추석준비를 하고있을 때에 적들은 독소금을 유격대안으로 들여보냈다. 그러나 무명의 한 로인이 이 사실을 알려주어 위기를 모면했다.

1939년 봄에도 소금이 바닥이 났다. 유격대원 김봉록이 마을에 내려가 아버지를 만나 사정을 말하니 아버지는 친구의 친구의 친구, 세 다리나 건너 겨우 소금을 구해가지고왔다. 그런데 이 세번째 로인의 아들이 밀정이였다. 그 과정에서 이를 안 일본경찰이 소금에 독을 넣은것이다. 그러나 김정숙녀사가 비상용으로 늘 가지고다니던 식초를 소금에 넣으니 소금의 독이 금방 반응을 보였다.

김정숙녀사가 김일성사령관과 그 부하들을 위기에서 구원한 사실들가운데 하나이다.(7 209페지) 실로 뛰여난 지혜를 가지지 않고는 살아남기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이였다.

조조와 류비가 술좌석에서 《영웅론》을 전개한다. 조조의 3대영웅론은 걸작이다. 《가슴에는 큰뜻을 품고 옷섶에는 우주의 기틀을 숨기고 배에는 꾀를 가진자》라고. 이 말을 들은 류비가 술잔을 떨어뜨리고말았다. 자기의 정체를 알아본 적장이 두려웠기때문이다. 류비는 덕장이지 지장은 아니였다. 결국 중원을 통일한것은 꾀많은 조조였다. 영웅의 3가지 조건가운데 《꾀》란 바로 말귀를 알아듣고 눈치를 파악하는 힘이다. 그런데 덕이 없는 꾀란 잔꾀가 되고 이를 오그랑수라 한다. 꾀가 없는 덕은 썩은 고목이다.

정체가 드러난 최용빈은 이제 김일성사령관을 회유, 설득하기 시작한다. 그의 회유의 내용은 이렇다. 만주천지는 일본군대가 쫙 깔려있다, 김장군은 할만큼 다했다, 당장 귀순한다 해도 허물을 묻지 않을것이다, 지금 당장 산에서 내려오면 길림성 성장자리를 주겠다고 하더라고 최용빈은 주어섬기였다.

이를 두고 김일성주석은 《사람이 자기만을 생각하면 결국 이렇게 됩니다.(8 65페지)라고 하였다.

김일성주석은 높은 의식수준이 결코 하늘로부터 주어진것도 아니고 타고난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민대중속에서 나온다고 했다. 인민들보다 현명하고 똑똑함은 없다는것이 김일성주석의 기본인민관이고 철학이였다. 철두철미 인민대중속에, 군중속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서 지혜를 구했던것이다.

사대주의와 자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한자들만이 눈이 멀고 귀가 멀어 강도 일본제국주의자들의 속임수에 그대로 속아넘어갔다. 인민이 현명한 리유는 지능지수가 높아서도 아니고 똑똑해서도 아니다. 다만 그들이 가진것이 없는 사심없는 마음때문이다.

김일성주석은 이런 마음을 애국, 애족, 애민이라 한다. 인민들이야말로 눈에 비늘이 가리지 않는 마음이 가난한자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눈을 자기가 볼줄 안다. 이것만이 답이다.

해방이 되자 이미 대중들은 《미국 믿지 말고 쏘련에 속지 말고 일본이 일어난다 조선아 조심하라.》 했건만 사대와 매국에 물젖은자들은 사대예속적의식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모든 주권을 송두리채 미국의 손에 넘겨주고말았다. 《자주(自主)》가 생명같이 중요한 리유는 다름아닌 사대주의야말로 의식의 수준을 한없이 떨어뜨려버리기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의존하기만 하면 생존할수 있으니, 이를 심리학에서 《부모-아이(parentchild)게임》이라 한다. 자신의 독자적인 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는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