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단풍이 호수에도 비끼어 산도 붉고 호수도 붉었다.

유람선은 서서히 물결을 가르며 달리었다.

『어떻습니까. 풍치가 마음에 드십니까?』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환하게 미소를 지으시었다.

『정말 이를데없이 아름답습니다.』

총련 부의장은 벌써 황홀경에 심취되어있었다.

그분께서는 우리 나라는 그 어데를 가나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총련 부의장과 함께 배를 타고 즐기니 경치도 더없이 좋아보이고 기분도 대단히 상쾌하다고 말씀하시었다.

『이렇게 몸가까이 불러주셔서 저도 무척 즐겁습니다.』

고령인 부의장은 어느덧 목이 메었다.

생각해보면 지난 9월(1981년) 공화국창건 33돌을 경축하는 재일본조선인축하단 단장으로 조국에 불러주신 후 그분께서 베풀어주신 은정은 이루 다 말할수가 없었다.

당시 그는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하고 피부가 벗겨지는 난치의 병으로 곤경을 겪고 있었으나 이역땅에서는 치료받을 길이 없었다.

이러한 때 위대한 수령님과 경애하는 장군님께서는 그를 불러주시고 조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모든 조건을 다 취해 주시었다.

장군님께서는 효험이 좋다는 온천에 그를 보내주시고 희귀한 고급약재들을 보내시어 병을 완치시켜 주시었다. 실로 꿈같은 일이었다.

그런데 이날 그이께서는 친히 그를 불러주시고 귀중한 하루를 바치시여 그와 함께 휴식의 한때를 보내시었다.

호수를 감돌던 유람선은 경치좋은 섬에 가닿았다.

그이께서는 총련 부의장의 팔을 부축하시고 갑판에서 조심조심 섬으로 내리시었다.

이미 섬에는 천막이 쳐있었고 천막안 야전용식탁우에는 갖가지 음식이 차려져있었다.

그이께서는 점심때가 되였는데 우선 식사를 하자고 하시며 총련 부의장을 앞세우고 천막안으로 들어가시었다.

여러가지 회들이며 어죽이 대번에 구미를 돋구어주었다.

자신의 곁에 총련 부의장을 앉히신 그이께서는 부의장을 위해 차린것이니 사양말고 어서 들어야 한다고 하시며 갖가지 음식을 집어다 앞에 놓아주고 잔이 넘치도록 축배술도 부어주시었다.

좌석은 자못 흥겨웠다.

식사가 끝날무렵에는 오락회가 벌어졌다. 동행한 일군들이 서툴지만 진정을 담아 노래를 부르고 차례가 된 부의장도 서슴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과묵한 성격인데다가 고령이여서 총련사람들도 그가 노래부르는것을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날은 어린애처럼 즐거워 하며 노래부르고 춤까지 추었다.

    …

    얼씨구 좋네 절씨구야

    우리네 평양은 좋을씨구

인생말년에 청춘의 활력을 되찾은 한없는 기쁨이 재생의 은인이신 그이앞에서 그대로 터쳐진듯 싶었다.

그의 노래와 춤을 이끌어주고 더욱 흥을 돋구어주듯 그이께서 치는 손벽과 무릎장단은 뛰여난 반주로 이채를 띠었다.

그 노래에 그 장단은 떼여놓을수 없는 조화를 이루었다.

좌석에서는 박수가 터져올랐다.

얼마후 다시 유람선에 올랐을 때 총련 부의장은 그이께 말씀드리었다.

『이 늙은것이 로망을 부렸는가봅니다』

그러자 그이께서는 호탕하게 웃으시었다.

아닙니다. 부의장동지가 즐거워 하시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그이께서는 이국땅에서 언제 한번 마음놓고 노래부르고 춤을 추어봤겠는가고 하시면서 이번에는 한번 낚시질을 함께 해보지 않겠는가고 말씀하시었다.

배에서 내려 한곳에 이르니 거기에는 벌써 두개의 낚시대가 바위우에 놓여있었다.

장군님께서는 그중 하나를 그의 손에 쥐여주시고 나서 미끼도 끼워주고 사용법도 가르쳐주시었다.

부의장은 만시름을 잊고 그이와 나란히 앉아 호수에 낚시를 던졌다.

얼마 시간이 지났을가.

문득 그이께서 부의장에게 어서 줄을 당기라고 다급히 말씀하시었다.

그가 낚시대를 드니 팔뚝같은 고기가 요동을 쓰기 시작했다.

그놈은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좀처럼 끌려나오려 하지 않았다.

그이의 낚시에도 고기가 물렸다. 낚시줄이 팽팽해졌다.

그러나 그이께서는 부의장의 낚시에만 관심을 가지고 커다란 잉어 한마리가 뭍에 끌려나올 때까지 거기에서 눈길을 뗄수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그놈의 잉어는 그이의 낚시도 입에 물고있었다.

놀랍게도 한마리의 고기가 두 낚시를 한입에 삼키고있었던것이다.

호수가에는 경탄의 목소리가 터져올랐다.

장군님께서는 잉어의 입에서 두개의 낚시를 조심스럽게 떼여내며 호탕하게 웃으시었다.

이거 야단났습니다. 임자가 둘이 나섰으니 부득불 두동강으로 자를수밖에 없게 되였군요. 머리부분이 요구되는지, 꼬리부분이 필요한지, 자, 어서 이야기하십시오. 소원대로 해드리겠습니다.

그이께서는 펄펄 뛰는 잉어를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기며 정말 고기를 자를듯 한 기세를 보이시었다.

그러자 그 말씀이 롱담인줄 알면서도 부의장은 정말 그 뜻깊고 잘 생긴 고기를 뭉텅 자르시면 어쩌나 하여 얼결에 아이들처럼 고기를 두손으로 싸쥐며 엎디었다.

주위에 섰던 수원들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리었다.

그이께서도 웃으시고 총련 부의장도 유쾌하게 따라웃었다.

그이께서 병을 만나 고생하다가 온 손님에게 양보할수밖에 없다고 하시며 푸들쩍거리는 잉어를 부의장앞으로 밀어놓으시자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