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gif

 

 

어느 겨울날 평안남도 증산군의 외진 바다가에서 조개잡이를 하던 나어린 처녀가 실종된 일이 있었다. 처녀는 마을사람들과 함께 썰물때를 타서 조개잡이를 나갔는데 홀로 돌아다니다가 저녁 어둠과 함께 낮은 개곬을 따라 들이닥친 밀물에 돌아갈 길이 막혔던 것이다.

때는 겨울철이어서 바닷물은 뼈를 에이듯 차가웠다. 처녀는 요행 떠다니는 얼음장에 오르기는 했으나 더욱 무서운 위험에 부닥쳤다.

날은 이미 캄캄해 졌는데 처녀는 얼음장을 타고 바람사나운 먼바다로 흘러가게 되었다.

세찬 바람과 함께 바닷물이 온몸에 덮씌워져 옷은 꽛꽛하게 얼어붙고 몸은 마비돼 갔다. 자연의 횡포 앞에서 한점의 생명은 이미 절망적인 사태에 처하게 되었다.

뭍에서는 마을사람들이 횃불을 치켜들고 애타게 처녀의 이름을 불렀고 배들도 여러척이나 수색에 나섰지만 철썩이는 파도소리만 높아질뿐이었다.

이 급한 소식이 곧 평양으로 날아가 경애하는 장군님께 보고되었다. 급보를 받으신 그분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었다.

처녀는 이미 죽었을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분에게는 아직은 살아서 구원을 바란다는 생각이 더 컸다.

그분께서는 즉시 긴급 구조작업을 펴시었다.

『인민군대에서 직승기를 동원하여 그를 구원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분께서는 당중앙위원회의 일꾼들을 현장에 파견하시는 한편 주변의 조선인민군 부대들과 경비대들까지 총동원하도록 비상조치를 취하시었다.

이리하여 공중과 바다, 육지에서 동시에 한 생명을 위한 대규모적인 구조작전이 벌어졌다.

탐조등의 불빛들이 바다위의 어둠을 헤가르고 직승기들이 날았다. 숱한 함정들과 고기배들이 바다를 누벼나갔다.

바다기슭 여기저기에는 횃불들이 타올라 밤하늘을 대낮같이 밝히였고 해상의 정황을 알리는 전파는 끊임없이 공중을 날았다.

구조작업은 밤새도록 계속되었다. 그러나 조난자를 찾지 못한채 긴 겨울밤이 새고 날이 밝았다.

그분께서는 기나긴 시간 침식을 잊으시고 수시로 정황을 알아보시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작업에 동원된 모든 사람들이 처녀를 구원할 희망을 잃고 있었다. 설사 그를 찾는다 하더라도 이미 생명을 잃은 몸일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하였다.

그러나 오로지 그분께서만이 그 처녀가 아직 살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살아서 구원되리라는 예감을 지워버리지 못하고 계시었다.

모든 사람들이 맥을 놓고 구조작업을 단념하다싶이 하고있을 때 바로 이 예감으로 하여 그분께서는 다시금 격하신 음성으로 말씀하시었다.

『기어이 구원하여야 합니다.

구원하지 못하면 차라리 보고하지 마시오.』

그 말씀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옮겨지며 온 바다가기슭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사람들에게 안겨주는 그 말씀의 충격이 그만큼 컸던 것이다.

바다위를 힘없이 떠돌던 직승기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금 바다수면을 핥다싶이 저공비행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말그대로 위험을 무릅쓴 결사전이었다.

구조작업은 다시금 다그쳐졌다.

드디어 그 처녀를 찾기 시작한지 20시간만에 한 직승기로부터 무전이 날아왔다.

『목표발견!』

파도에 이리저리 밀리는 얼음장위에서 조그마한 점을 발견한 것이다. 그 점이 바로 처녀어로공이었다. 처녀는 풍랑속에서 이미 의식을 잃고 있었다. 비행사들은 아슬아슬한 위험을 여러번 겪으면서 겨우 구조수단을 드리우고 얼음투성이가 된 처녀를 들어올렸다. 심장은 아직 가늘게 뛰고 있었다.

처녀는 즉시에 병원으로 실려갔으며 집중적인 구급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하였다.

경애하는 그분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신기한 그 예감과 대대적인 구조작전, 그것은 그분께서 지니신 인간에 대한 남다른 사랑의 발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