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87(1998)년 5월 어느 날 이른아침이었다. 

경애하는 장군님께서 타신 야전승용차는 아침 일찍이 까치봉마루에 올라섰다. 

최전연의 높고 험한 영봉에서 최고사령관동지를 뵈옵게 된 군인들의 가슴은 몹시 설레이었다. 

그러나 장군님을 따라 고지에 오른 부대장은 안타까왔다. 이른새벽 멀고도 험한 길을 헤치시며 부대를 찾으신 장군님께 전선형편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려야겠는데 주변이 온통 안개로 뒤덮여있었던 것이다. 

부대장은 어서 안개가 걷히었으면 하는 심정을 금치 못하였다.

안개가 걷히지 않으면 아군의 진지를 육안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윽고 장군님께서는 부대장으로부터 인접과 전선너비, 전선정황에 대한 보고를 받으시었다. 

부대장이 까치봉뒷계선의 주요봉우리들에 대해 설명하여 드리려는데 뜻밖에도  그분께서 직접 그 봉우리들을 가리키시며 먼저 이름들을 지적하시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장군님께서는 동북쪽방향의 고지들을 가리키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저쪽에 있는 것이 선조암이고 그앞에 보이는 것이 351고지와 월비산입니다.』

그것은 짙은 안개에 가리워 전혀 보이지 않는 대상물들이었다. 부대장은 어안이 벙벙해 졌다. 잘 보이지 않았으나 그분께서 가리키시는 것이 대단히 정확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안개속에서도 최전연의 지형지물들을 손금보듯이 죄다 알아보시는 것일까?)

그러한 심정은 부대장만이 아니었다. 

동행한 일꾼들도 까치봉전후방의 모든 지형지물들을 너무도 상세히 알고 계시는 장군님을 우러러 경탄을 금치 못했다.

일꾼들의 이러한 심정을 헤아려보신듯 그분께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시며 『나는 안경을 끼고 보니까 다 보입니다. 동무들도 안경을 끼면 다 보일 것입니다.』라고 소탈하게 농말을 하시었다.

부대장은 장군님께서 까치봉에 오시기는 처음이어서 이곳 정황을 상세히 보고드리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분께서 어찌나 잘 알고 계시는지 자기가 미처 모르는 것이 있을가 보아 말을 삼가하고 조심스러워 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몇해전 겨울 어느 날 인민군대의 해당 일꾼들과 한 무명고지에 대하여 말씀하실 때도 그러하였다.

일꾼들은 해발고가 수십미터밖에 안되는 그 고지를 군사적 견지에서는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몇해만 있으면 고지의 면모를 잃게 되는데도 그곳에 자리잡고 있는 화강석 광산에서의 채광을 묵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장군님께서는 그 사실을 아시고는 대뜸 그 고지를 없애면 4~5km 더 들어와서 방어해야 하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하시었다.

일꾼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장군님께서는 그곳을 현지에서 보신적이 한번도 없으시었다. 그러나 그곳 지형조건을 손금보듯이 환히 꿰뚫고 구체적으로 알고 계시었다. 지도위에서만은 절대로 그렇게 자세히 알 수 없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는가? 일꾼들은 그것을 도저히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