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고]

그들이 부럽다

보수당국의 회유기만책동에 속아 이남땅에 끌려왔다가 북으로 돌아간 김광호 부부와 고경희 여성의 기자회견소식을 듣고 온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도 북의 사회제도에 대해 불만을 품고 넘어왔거나 더욱이 북에서 죄를 짓고 도주해온 것도 아니다.

다만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돈을 벌어보려는 막연한 기대로 월경해 전전긍긍하다가 보수당국의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불순한 자들의 꼬임수에 넘어가 본의 아니게 이 땅에 끌려오게 됐다.

나만이 아니라 이남땅에서 「탈북자」라고 하는 대부분이다 그런 사람들이다.

그런데 보수당국은 이런 사람들에게 「탈북자」라는 딱지를 붙이고는 길가의 조약돌처럼 차 던지고 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나를 꼬여 여기까지 끌어온 국정원 관계자는 이남에 가면 돈도 벌고 일자리도 있다고 했지만 지금 나에게는 돈은 물론 일자리도 없고 잠자리도 없다. 그야말로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버럭돌 신세이다.

그래도 고향에서는 병이 나도 그래, 생활이 곤난해도 그래, 서로 돕고 이끌어주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미풍으로 되고 있어 누구나 살아갈 수 있지만 여기서는 「탈북자」라는 꼬리가 붙어 있기 때문에 일자리도 구할 수 없고 발붙일 자리도 마련할 수 없다.

절대다수의 이남주민들 자체가 썩고 병든 사회에서 초보적인 생존권마저 짓밟힌채 최악의 민생고를 겪고 있는 판에 북에서 국가와 사회의 배려 속에 고생도 별로 해보지 못하다가 일시적인 난관에 동요해 굴러 들어온 나 같은 인간은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생활법칙이 작용하는 이남사회에서는 도저히 적응될 수도 없고 생활을 개척해 나갈 수도 없다.

그럴 수록 지난날 조국에서 혈육과 고향친지들, 동무들과 동고동락하며 생활하던 때가 못견디게 그리워지군 한다.

이러한 속에서 지난해에 이남땅에 끌려왔다가 북으로 돌아간 박정숙 여성의 소식과 이번에 김광호 부부와 고경희 여성의 귀환소식은 북이야말로 잘난 자식, 못난 자식 가리지 않고 사랑의 한 품에 안아주는 어머니의 품, 진정한 조국의 품이라는 것을 더욱 절감하게 하고 있다.

비록 때늦은 후회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더이상 조국 앞에 죄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진다.

탈북자 이동후 (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