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의 단결은동지적 단결

곽동기 상임연구원

진보정당은 민중의 힘과 지혜에 의거해 진보활동을 전개한다. 당의 주인인 민중은 권력이나 돈으로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자기결심과 판단으로 행동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존재이다. 그러하기에 투쟁의 길에 나서는 민중은 누구나 민주시민으로, 사회의 주인으로 설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오늘의 한국사회 현실에서, 민중은 외세와 지배권력의 농간에 의해, 여러 이념과 노선으로 나뉘어져 있다. 민중이 명실상부한 사회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하자면 외세와 지배권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념과 노선의 차이를 뛰어넘어 반드시 단결해야 한다.

단결은 진보운동의 필수요건

단결은 진보운동 승리의 필수요건, 핵심조건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민중은 단결해야 역사를 발전시킨다. 민중의 정치경제적 조건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민중이 사상의지적으로 단결되지 못한다면 역사발전은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외세와 지배권력은 권력과 돈으로 각종 논리를 총동원해 여론을 왜곡시키고 있다. 그들은 사상이론적, 물질경제적 공세로 진보진영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첨예한 대결국면에서 권력과 돈에 구속되지 않는 진보진영은 오로지 민중을 중심으로 단결해야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종국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

분열과 이간질은 제국주의의 기본 지배방식이다. 지난 시기, 일본제국주의는 만주의 반일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을 이간질하였다. 미국은 한반도에 38선을 고안해 우리 민족을 둘로 분단시켰고 영-호남 지역주의는 군부독재의 통치기반을 공고히 하였다. 

지난 역사적 과정에서 외세와 지배세력은 그야말로 형형색색의 갖가지 이론과 흉계를 총동원해 민중을 기만하고 분열시켜왔기 때문에, 현재 진보진영의 정치노선도 자연스럽게 하나로 통일되기는 어려운 조건이다. 

그러나, 외세와 지배권력의 전횡을 막고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진보진영이 이념과 노선의 차이를 극복하고 공동투쟁으로 뭉쳐야 한다. 진보진영 전반을 아우르는 모든 진보세력들이 하나의 정당 아래 통합할 때, 승리의 경험은 축적된다. 그런 측면에서 통합진보당의 기본역할은 여러 진보진영과 민중들을 하나의 정치무대로 결속하는 것이다. 

지금의 다양한 진보이념과 노선도 하나의 용광로에서 진지하고 정열적으로 논의될 때, 더욱 선진적인 이념과 노선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대요구를 반영한 진보적 이념과 노선을 확립해나가는 것은 통합진보당이 더욱 폭넓은 민중과 함께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중심이념은 “진보적 민주주의”이다. 한국사회의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을 중심과제로 제기하며 여기에 각계각층의 요구를 포함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명실상부한 한국진보정당의 이념적 기치이다. 한국사회의 모든 진보세력들이 활발한 토론과 연구를 거듭할 때, 진보적 민주주의의 내용은 더욱 구체화될 것이며, 진보정당의 단결과 대중화의 토대도 구축될 것이다. 정책노선의 구체화와 대중화. 이것은 민중이 원하는 진보정당의 혁신이자 발전이다.

단결투쟁이야말로 진보의 생존방식이며 승리의 비결이다. 개별 화살촉도 묶으면 부러뜨릴 수 없듯이 개별 진보역량이 미약해 보일지라도 하나의 틀로 굳게 뭉치면 무시할 수 없는 정치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다.

우리의 단결은 “동지적 단결”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어떤 단결을 이뤄야 할 것인가. “단결”이 좋다고 해서 무원칙적인 단결, 무조건적인 단결에 휩쓸리면 오히려 많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진보진영의 단결은 동지적 단결이 되어야 한다.

동지(同志)란 목적과 뜻이 서로 같은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다양한 정치세력이 참여하는 통합진보당은 당원들 모두의 정치적 목적과 뜻이 하나로 일치한다고는 볼 수 없다. 통일운동과 노동운동의 선차성, 의의에 대한 견해가 다를 수 있고 전국운동과 지역운동의 관계, 각종 부문운동, 노동운동 내에서도 원칙적인 계급투쟁론부터 사민주의적 개혁에 이르기까지 우리 당에는 실로 다양한 정치세력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이들이 모두가 하나로 단결된 통합진보당에서 우리 모두는 동지이다.

그런 면에서 통합진보당의 단결방식은 이미 같은 운명공동체에 속해 있으며 앞으로 당의 화학적 결합, 일체화된 활동을 지향한다는 측면에서 “동지적 단결”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동지적 단결은 속칭 “자기정파”끼리만 몰려다니며 견해가 다소간 다르다고 해서 특정 정치세력을 배척하는 관문주의를 반대한다. 통합진보당은 “운동권 경력을 가진 자”들의 모임이 아니다. 당을 사랑하며 현재 진보정치활동에 실천적으로 나선다면, 누구나 통합진보당의 당원이 될 수 있다. 심지어 한때 당에 침을 뱉고 돌아섰다 하더라도, 그가 진심으로 뉘우치며 구체적 실천으로 진정성을 증명하고 있다면, 그를 지체없이 품어주고 안아주는 것이 진정한 진보정당이다. 마찬가지로 관문주의의 반대현상인 개방주의도 경계의 대상이다. 

단결의 전제조건은 민주주의

다양한 정치세력이 모인 통합진보당에서 단결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

단결의 목적은 공동투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투쟁은 사전에 함께 행동하고 단결할 수 있는 당내 분위기가 먼저 형성되어야 비로소 가능하다. 즉, 단결의 전제는 당내 민주적 의사결정이다. 당의 결정이 누구나 인정하는 공정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모든 당원들이 당의 깃발 아래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쳐 단결할 수 있다. 

진보정당에서 공정한 의사결정은 당원 민주주의에 있다. 진보정당의 모든 결정은 당원에서 나온다. 민중이 주인인 진보정당에서, 모든 당원은 직위여하를 불문하고 정치적으로 평등하다. 당 지도부 몇몇 정치인들의 결심과 보증은 하나의 고려사항일 뿐, 진보정당의 기본 의사결정방식이 될 수 없다.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민중의 피해나 진보역량의 손실을 가져오는 행위를 두고도 당내 의사결정에서 절차만 중시하며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변명하거나, 실현 불가능한 비현실적 요구를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강요하는 등의 잘못된 현상이다. 

통합진보당이 4.11 총선 당시 활동력과 자금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도 총선 비례후보를 당원들의 직접 선거로 선출하려 노력한 것은 그야말로 장한 일이다. 그러나 당의 공동대표이고 선거조사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해도, “총체적 부정, 부실”이란 폭탄발언을 독단적으로 내놓고는 절차상 문제없다고 버티는 행위는 진보정당에서 허용될 수 없는 권력남용이다. 또한 모든 비례후보들이 4박 5일에 달하는 선거기간 동안 전국 모든 투표소에 참관인을 배치할 수 없었다고 해서 이를 “민주주의 실종”으로까지 확대 해석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진보정당에 동지적 단결의 분위기가 고양되려면 민주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이 이뤄져 당원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사전 차단되어야 한다. 이룰 위해서 당내 모든 의사결정은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실적에 기초해야 한다. 과거의 경력과 인맥, 연줄이 아니라 열심히 일하는 자가 모범으로 평가받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통합진보당이 발전한다. 이것이야말로 민중이 원하는 통합진보당의 혁신과제이다.

단결은 인간성의 향기로 완성

진보정당의 활동은 여러 정치세력이 서로의 차이를 극복하고 당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더욱 높여 활동력을 높이는 데까지 이어져야 한다.

진보정당의 활동은 곧 사람사업, 사람의 마음을 얻는 사업이다. 민중은 정치사상적 입장과 계급적 처지도 있지만 사상과 감정, 정서도 있는 “사람”이다. 사람사업에서 공명정대하고 논리적인 사업처리는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공명성과 논리성만으로 만족해서는 당의 결속력은 2% 부족할 수밖에 없다. 사람사업은 바로 따뜻하고, 인간성의 향기가 넘쳐야 한다.

사람이 감정을 가진 존재라는 것은 주관적 주장이 아닌 과학적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사업에서 감정과의 사업을 중시해야 한다는 견해도 주관적 주장이 아니라 과학적 방도이다.

제 아무리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사결정구조를 구축하였다 하더라도, 수많은 당원들이 활동하는 진보정당에서 모든 당원들이 말끔하게 결과에 승복해 이를테면 당선자와 낙선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웃으며 나아가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당선자는 겸손하게 고개를 숙여 낙선자를 배려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늘어날 경우, 진보정당의 통일과 단결은 그만큼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감정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매우 많아질 경우, 진보정당이 우여곡절을 겪는 것은 필연적이다.

사람사업에서 주의할 점은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역할이 높아질수록 더욱 고개를 숙이며 겸손해야 한다. 민중을 위해 복무하는 진보운동가의 사명에서도 그렇고, 당의 동지적 단결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통합진보당원들은 누구나 대중 앞에서, 동지들 앞에서 늘 겸손해야 한다.

당내 갈등이 불거졌다고 해서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인신공격에 가까운 수준으로 공격하는 현상은 “투철한 원칙성”이 아니라 겸손하지 못한 “미숙함”이다. 사람사업은 감정과의 사업이다. 거친 언어표현은 도끼를 들고 정교한 성형수술에 도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행동이다. 

사람사업을 앞세우고 겸손의 미덕을 닦는 것도 결국은 당의 통일단결을 위해서이다. 민중을 위해서라면 하늘의 별도 딸 수 있다는 진보활동가들은 민중을 위해 겸손할 줄도 알아야 하고 운동발전을 위해 동지들을 내세울 줄도 알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폭넓은 “진보대통합”을 목표로 한 정치적 결사체이다. 진보정당의 단결은 그만큼의 정치적 지도력이 발휘될 때 가능하며 광범위한 대중활동을 세련되게 펼칠 수 있는 폭넓은 안목과 풍부한 경험을 소유할 때 현실로 구현된다. 

통합진보당의 목표는 광범위한 시민사회진영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진보세력의 대연합정당을 건설하고 진보의 집권을 실현하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집권의 그날까지, 진보정당은 통일된 진보이념과 민주주의의 원칙 아래, 따뜻한 겸손의 미덕을 바탕으로 단결하고, 단결하고 또 단결해야 할 것이다. (
2012-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