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88)


분당파의 감언이설과 우파대연정 시나리오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연립정부론 전파했던 두 정치인이 벌이는 분당소동

통합진보당 창당 전에 연립정부론을 전파한 두 정치인은 지금 분당파 수장으로 등장한 유시민과 심상정이다.

그 두 정치인이 대표하는 중도우파가 통합진보당에 결합한 목적은 그들이 구상한 연립정부 시나리오를 통합진보당에서 실현해보려는 데 있었다.

통합진보당에 결합한 중도우파가 자기들이 구상한 연립정부 시나리오를 실현하려면 당권을 장악하여야 하는데, 당권을 장악하려면 당의 지도적 지위에서 자주파를 강제로 밀어내야 하였다.

통합진보당에서 폭발한 격렬한 내분과 충돌의 원인은, 연립정부를 꿈꾸는 중도우파가 당권장악을 위해 자주파를 강제로 제거하려는 과정에서 일으킨 대소동이다.

자주파를 제거하고 당권을 장악하려는 중도우파의 제거소동은, 여러 정파들이 통합하여 진보정치를 실현하려던 통합진보당의 창당정신을 난폭하게 짓밟고 말았고, 그들이 마구 밀어붙인 자주파 제거소동은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처럼 경쟁정파를 제거하려다가 실패하였으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자기들의 처지를 인정하고 자주파와 타협하는 창당정신으로 돌아가 당의 통합을 회복하고 대선준비를 시작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중도우파는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 상식마저 배반하고, 분당파로 돌변하였다.

그들은 그 무슨 '사망선고'라는 것을 통합진보당에게 내리는 황당한 짓을 저지르면서, 분당추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의 제거소동과 분당소동은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에 치명적 독소를 뿜어내는 기회주의와 분열주의의 극치다.

다른 한 편, 민주노동당 시기부터 '경기동부'에 대한 반감에 사로잡힌, 자주파 일부 인사들이 통합진보당에게 깊은 상처를 입힌 분당파의 제거소동에 적극 동조하면서 그 무슨 '당의 혁신'이니 '패권청산'이니 하는 헛소리를 분당파와 합창한 것은, 정파적 반감과 정치적 현실을 혼동하고 뒤섞어버린 자해적 비극이었다.

'경기동부'에 대한 정파적 반감을 판단기준으로 하여 통합진보당 현실을 바라보았으니, 분당파가 일으키는 제거소동이 '당의 혁신'으로, '패권청산'으로 보이는 착시현상에 빠졌던 것이다.

당권장악에 혈안이 되어 제거소동과 분당소동을 일으키고 수구언론의 통합진보당 파괴 선동보도에 편승하는 짓도 꺼리지 않는 분당파야말로 패권주의의 화신이 아닌가.

분당파의 허장성세술책과 감언이설 유혹전술

분당파가 통합진보당에서 분당소동을 한바탕 일으키고 뛰쳐나가면 그들이 꿈꾸던 연립정부 시나리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명백하게도, 분당파는 자기들의 연립정부 시나리오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연립정부수립을 분당 이후에 자기들이 추구할 최대 목표로 설정하였다.

통합진보당을 통해 야권연대와 연립정부수립을 추진하려던 기존 구상이 바뀌어, 이제는 자기들끼리 창당할 정당을 통해서 야권연대와 연립정부수립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우리가 도덕적 자격이 있을 때 야권연대가 되는 것이고 집권해서도 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은 최근에 있었던 유시민의 언론대담에 나오는 말이다. 인용문에 나오는 '우리'는 분당파들끼리 창당할 정당이고, "야권연대가 되는 것이고 집권해서도 정부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은 야권연대로 대선에서 승리하여 연립정부를 세우겠다는 의향표명이다.

그런데 분당파의 고민은 그들이 제 아무리 분당소동을 일으킨다 해도 그들이 창당하려는 정당으로 긁어모을 세력이 뻔하다는 점이다.

그런 약체정당은 민주통합당과 야권연대를 실현하기도 벅차고, 연립정부를 수립해도 민주통합당이 주도하는 연립정부에 구색이나 맞춰주는 한심한 처지에 빠지게 된다는 점을 분당파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분당파가 고안해낸 것이 바로 허장성세술책이다. 실속은 없으면서 허세만 떠벌리는 부적절한 정치행위를 허장성세술책이라 한다. 지금 분당파에게는 허장성세술책만이 자기들의 야권연대와 연립정부수립을 추진할 유일한 출구로 되었다.

분당파의 허장성세술책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그것은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을 자기들이 창당하는 정당에 끌어들이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끌어내기는 힘드니까,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을 상석에 앉혀놓고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을 창당하였노라고 기만선전을 하려는 것이 바로 분당파의 허장성세술책이다.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을 함께 창당하자는 감언이설로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을 끌어들이려는 분당파의 유혹전술은, 최근에 있었던 유시민의 언론대담에서 이렇게 드러났다.

"(분당파 정당을 창당하는 데서) 중요한 것은 노동중심성과 대중성이다. 노동계를 중심으로 농민, 소상공인들과 정서적으로 친밀해지고, 정책적으로 이들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문화적으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유시민의 정치성향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내뱉은 그런 감언이설을 듣고 코웃음을 칠 것이다. 그를 중심으로 결집한 분당파는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분당파가 창당할 정당이 민주노총 관련인사 몇 사람을 끌어들이고서 자기들이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이라는 허상성세술책으로 대중을 기만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통합당 대표자가 그 당에 입당하는 이용득, 이석행과 악수하는 장면을 찍은 보도사진이 대중에게 안겨주는 정치적 효과보다 한 술 더 떠서,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과 현직 주요간부들이 분당파 정당에 집단입당하는 장면을 찍은 보도사진 한 장으로 대중을 기만하는 허장성세술책을 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을 아는 사람들은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들과 현직 주요간부들이 설마 분당파를 따라가겠느냐고 하면서, 분당파의 감언이설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현실은 그런 게 아니다.

분당파가 분열의 강에 띄운 허장성세의 나룻배에 이미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이 몸을 실었다.

이를테면, 민주노총 전직 위원장인 조준호는 분당파 핵심이고, 현직 위원장인 김영훈은 분당파 동조자이며, 권영길과 문성현도 분당파에 합세할 기세다.

분당파의 감언이설에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이 말려들 가능성을 높여주는 결정적 요인이 바로 분당파가 구상하는 연립정부 시나리오다.

최근 언론대담에서 유시민은 "민주노총이 노동자 지위의 획기적 개선,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정책의 큰 변화를 바란다면 정권을 바꾸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발언하였다.

그가 말하는, 민주노총이 정권교체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구체적 방도는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이 연립정부에 참여하는 것이다.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이 연립정부에 참여하면, 연립정부 안에서 '노동자 지위의 획기적 개선,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정책의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분당파가 민주노총에게 던지는 감언이설이다.

다시 말해서, 분당파의 감언이설은 민주노총이 분당파 창당에 동참하고 연립정부수립을 함께 추진하여 연립정부 안에서 사민주의 노동개혁을 펼쳐보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의 분당파 창당 동참과 연립정부수립 추진과 사민주의 노동개혁은, 사민주의 노동개혁의 허구성도 알지 못하고, 진보적 민주주의에 의거한 주요산업 민주화 강령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유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서유럽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시행해온 사민주의 노동개혁은 계급적 착취를 제거하는 '치료제'가 아니라, 계급적 착취의 고통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키는 '진통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미 역사적으로 파산당한 노동정책이다.

오랜 약물투여로 중독에 빠졌다가 '진통제 약효'가 다해 약물중독에서 깨어난 오늘, 거리로 뛰쳐나가 총파업투쟁을 벌이는 노동자들에게서 사민주의 노동개혁의 처참한 파산실태가 드러난다.

그처럼 이미 파산당한 노동정책에 감언이설을 덧칠해서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을 유혹하려는 분당파의 행동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자기들이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두 갈래의 인입추진과 우파대연정 시나리오

올해 대선국면에서 민주통합당의 단독역량으로는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을 차단하고 정권교체를 실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민주통합당에게는 다른 세력과 야권연대를 실현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차츰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민주통합당은 '박근혜 대항마'처럼 세간에 인식된 안철수 포퓰리즘을 이용하여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꺾고 집권해보려는 구상에 강한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민주통합당에서 안철수 인입론이 자꾸 흘러나오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민주통합당에서 흘러나오는 안철수 인입론은 올해 정권교체에 당운을 걸고 있는 그 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민주통합당이 안철수 인입에 성공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정권교체에 안심하게 되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민주통합당은 안철수 인입에 더하여 폭넓은 야권연대까지 실현하여야 정권교체목표에 확실히 다가설 수 있는 것이다.

원래 민주통합당이 야권연대를 실현할 대상은 통합진보당이었는데, 통합진보당은 지금 분당의 갈림길에 들어섰다.

통합진보당 분당파는 당에서 뛰쳐나가 오는 9월 안으로 당을 창당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였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분당파 정당은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을 끌어들여 노동자 중심의 진보정당을 자처하게 될 것이다.

지금 물밑에서 추진되는 대선국면 정계개편은 민주통합당의 안철수 인입과 분당파 정당의 민주노총 관련인사 인입이라는 두 갈래로 추진되고 있다.

그 두 갈래의 추진방향이 결국 연립정부수립으로 수렴되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만일 민주통합당이 안철수 인입에 성공하고, 분당파 정당이 민주노총 관련인사 인입에 성공하면, 민주통합당이나 통합진보당 분당파에게 정치적 친화성을 지닌 시민운동세력도 대세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인입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민주통합당파, 안철수 지지파, 통합진보당 분당파, 민주노총파, 시민운동파를 비롯한 다섯 개 정파로 이루어진 거대한 정치세력이 출현할 것이다.

최근 언론대담에서 유시민은 "새누리당을 제외한 나머지 세력들, 당적이 있든 없든 힘을 하나로 모을 필요성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제외한 여러 정파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정치세력이 올해 대선에서 새누리당을 꺾고 집권하면, 우리 사회에서 사상 처음 우파대연립정부가 세워지는 것이다.
 
물론 통합진보당이 우파대연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0%이고, 참여해서도 안 된다.

만일 통합진보당이 우파대연정에 참여하려면, 당을 우경적으로 개조하여 국민정당으로 재창당한 뒤에야 가능한 일인데, 온갖 희생을 무릅쓰고 분당파가 시도한 우경화책동을 저지한 통합진보당에게 그런 우경화 변질사태는 상상하기 힘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통합진보당이 우파대연정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우파대연정이 수립되면 통합진보당이 완전히 구석에 몰려 '왕따당한 운동권 정당'으로 고립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통합진보당에게는 유신독재 부활보다 우파대연정이 더 혹독한 재앙이 될 것이다.

우파대연정이 통합진보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켜 '왕따당한 운동권 정당'으로 만들어버리면,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통합진보당을 '왕따'시키고 민주노총을 연정참여파와 연정불참파로 갈라놓는 것, 그리하여 자주적 진보정권 수립으로 나아가는 사회변혁의 발전전망을 우파대연정으로 대체해버림으로써 사회변혁의 앞길을 사민주의 개혁정치로 봉쇄하려는 것, 바로 이것이 우파대연정이 노리는 음흉한 목표다.

지금 분당파가 일으키는 분당소동은, 우파대연정이 구상단계를 넘어 이미 실행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말해준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해 피땀 흘려 수 십 년 동안 투쟁해온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생각하기조차 역겨운 악몽의 우파대연정 시나리오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저지, 파탄시켜야 할 우파대연정 시나리오

자주적 진보정권 수립전망을 우파대연정으로 대체해버림으로써 사회변혁의 앞길을 사민주의 개혁정치로 봉쇄하는 우파대연정 시나리오를 어떻게 저지, 파탄시킬 수 있을까?

통합진보당을 사수하는 진보정치활동가들과 당원대중들과 지지자들이 합심단결하여야 한다는 말은, 그저 일상적으로 쓰이는 촉구언사가 아니다.

우파대연정 시나리오가 악몽처럼 시시각각 몰려드는 최악의 시련기, 급박한 위기상황에서 합심단결은 생사존망이 걸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첫째, 우파대연정 시나리오를 저지, 파탄시키고, 진보정치를 수호하기 위한 투쟁주체를 꾸리는 정치사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분열, 분당 저지 당사수 중앙위원회 성사를 위한 비상회의'가 8월 9일에 첫 회의를 진행한 것은 그러한 정치사업에 시동이 걸렸음을 말해준다.

둘째, 우파대연정 시나리오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속이는 기만선동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폭로전술로 당원대중과 지지자들의 심리적 동요를 막아야 한다.

전쟁에서만이 아니라 정치투쟁에서도 심리전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며, 심리전의 주요한 공격형태는 폭로전술로 나타나게 된다. SNS를 비롯한 모든 소통수단을 폭로전술에 집중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우파대연정 시나리오가 실현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결정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이다.

민주노총 관련인사들이 '연립정부의 노동개혁'이라는 감언이설을 듣고 정세를 오판하여 우파대연정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노총 관련인사 설득에 힘쓸 필요가 있다.

넷째, 통합진보당의 자주파 당활동가들과 당원들이 가진 강점은, 발로 뛰며 누비는 헌신적 활동이다.

우파대연정 시나리오를 저지, 파탄시키고 위기에 빠진 통합진보당을 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발로 뛰며 곳곳을 누비는 헌신적 활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다.

발로 뛸 수 없는 생활조건이라면 문자 메시지와 댓글달기에도 힘쓸 필요가 있다.
 
진보정치와 사회변혁을 망치는 우파대연정 시나리오를 들고 나온 '사이비'들과의 운명적인 정치대결은 시작되었다. (2012년 8월 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