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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노조 총파업, 산별노조 투쟁 역사 새로 쓴다

최근 금속노조를 비롯한 노동자들 속에서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는 파업이 확산되고 있다.

9~10일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전국 사업장에서 일제히 실시한 금속노조는  13일과 20일 4시간 총파업에 돌입한다. 금속노조는 심야노동 철폐, 원하청불공정거래 근절, 비정규직 철폐, 노동조건 개선 등 4대 요구를 내걸고 총파업을 전개한다.

4시간 파업은 보통 오전 근무만 하고 집회를 한 뒤 조퇴를 하는 것으로 업체의 생산량 손실은 크지 않다. 금속노조 7월 총파업은 사측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8월 28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의 경고 성격이 짙다.

앞서 6월에는 건설노조와 화물연대 등이 총파업을 전개해 일정한 성과를 거뒀고, 학교 비정규직노조와 공무원노조 등도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택시는 노사가 함께 7만여 명이 집결하는 집회를 열어 정부에 유가 인하 등 요구안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금속노조의 이틀에 걸친 4시간 총파업의 위력은 약해 보일 수 있으나 내면을 살펴보면 산별노조 투쟁에서 큰 걸음을 내딛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금속노조, 사실상 처음으로 총파업 전개

금속노조의 총파업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첫째, 기업지부와 지역지부가 함께 하는 명실공히 최초의 금속노조 산별 총파업이라는 점이다. 이번 파업은 '이른바' 어용노조가 생긴 쌍용자동차지부를 제외한 모든 지부가 참여한다.

금속노조는 현대차지부, 기아차지부, 한국GM지부 등 완성차 기업지부와 각 시도의 지역지부로 이뤄져있다. 그러나 조합원의 비중, 자동차업종 중심의 노조 등을 두루 볼 때 완성차 지부에 힘이 쏠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민주노총의 주력부대가 금속노조라고 했을 때, 그 중심은 완성차지부다. 이 때문에 정권과 보수언론, 재계 등은 완성차 노조와 노동자를 ‘귀족노조’, ‘귀족노동자’라며 집중공세를 펴왔다. 상대적으로 좋은 완성차 노동자들의 처우와 이들 노조가 자기 밥그릇 먼저 챙기는 행태를 일부 보인 점은 귀족노조라는 공세가 ‘먹힌’ 배경이 됐다. 힘 센 완성차 지부가 중소 부품사 중심의 기업지부와 힘을 모아 싸우기보다는 자사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근거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합원 15만 명 중 13만 명이 참여하는 13일과 20일의 총파업은 의미가 크다.

특히 ‘실리주의’ 집행부에서 ‘민주파’ 집행부로 교체되고 첫 해를 맞은 현대차지부는 3년 동안의 무쟁의를 깨고 금속노조 파업에 동참했다. 회사 측은 현대차와 금속노조를 ‘갈라치기’ 하기 위해 “현대차지부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하기 위해 일부러 교섭을 깼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현장의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제대로 싸워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11일 끝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현대차지부는 조합원 4만4,857명 중 4만979명이 참가해 91.4%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이중 77.85%가 찬성했다. 일부 파업 반대 기류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투표율과 찬성율이 모두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지부 권오일 대외협력 실장은 “투표율에서 보여주 듯 현장 조합원들의 투쟁 열기가 높다”며 “조합원들이 노조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 고무적이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의제다.

금속산업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은 그동안 금속노조가 꾸준히 사측에 요구해온 사항이다. 이번에 금속노조는 야간근로 철폐란 사회적 요구를 핵심의제로 전면에 내걸고 싸우고 있다.

야간근로 철폐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라는 명분에서도 여론의 지지를 받는데다 지난 4월 기아차지부에서 시범 실시한 이후 노동자들 안에서도 도입 요구가 뜨겁다. 야간근로 철폐와 근로시간 단축으로 어느 정도의 임금 축소는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조합원들은 임금을 최대한 지키고 건강하게,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총파업의 의미에 대해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은 “15만 조합원 중 13만명이 공동파업을 하는 것은 바닥의 투쟁의지가 금속노조로 모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 회사 측이 야간근로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에서 분명한 태도의 변화가 없을 경우, 8월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우리의 요구를 쟁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