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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명부 압수수색은 헌정질서 파괴 폭거

통합진보당에 대한 검찰의 『당원명부』 강제 압수수색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검찰의 행태에 법학 전공 교수들의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4일 《민중의 소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의 당원명부 압수에 대해 『헌정질서를 뒤흔든 폭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상희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을 소개한다.

물음 : 검찰의 통합진보당에 대한 압수수색을 강도 높게 비판하셨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답 : 가장 큰 문제는 당원명부를 가져갔다는 거다. 당원명부는 어떤 경우에도 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정당법이 박정희가 집권하고 나서 만들었는데, 그 때부터 당원명부 열람은 판사가 재판상 필요할 때, 중선관위가 당원인지 아닌지 확인할 때『열람』만 할 수 있다. 정당법 제24조 제3항이다.

또 제4항에서 범죄수사를 위해 필요할 때는 법관 영장 받아서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원래 영장은 판사가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만든 명령장이다. 판사가 못하니까 검사나 법원 사무관을 시키는 거다. 판사가 직접 볼 때도 열람밖에 못한다면 검사를 시켜서 보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봐야 한다.

조사든 열람이든 압수해서는 안 되는 거다. 맨 마지막에 하다하다 안돼서, 증거가 정 없어서 당원명부를 검찰이 와서 보더라도 그냥 놔둔 채 보고 가야지 그걸 들고 가선 안 된다. 그 점에서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라고 본다.

물음 : 통합진보당측에서는 『당의 심장』을 떼갔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답 : 정당 가입 여부는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도 『민감정보』라고 해서 함부로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게다가 당원명부는 정당의 비밀이고, 정당의 비밀이라는 것은 복수정당제의 기본이자 핵심요소다. 또 복수정당제는 우리 헌법 기본 골격인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는 우리 헌법의 가장 핵심적 요소이고.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 것은 바로 거기서 출발하는데 그걸 완전히 부정해 버린 거다. 이건 완전히 폭거다.

법관도 문제가 있다. 법관이 정말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영장을 집행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검사가 집행하는 방법과 법원 사무관이 집행하는 방법이 있다. 법관이 영장 발부한 것도 잘못이지만, 영장 발부해서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다면 법원 사무관을 시켰어야 했다. 민주주의에서 정당이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했다면 그렇게 했어야 한다. 밑도 끝도 없이 특별한 범죄 사실 특정도 없이 업무방해죄 그런 정도 가지고, 수사 대상도 명확히 특정하지 않고 그렇게 와서 서버를 떼 가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나라 민주공화국이라고 한다면, 가장 핵심적인 근원을 흔들어 놓은 폭력이다.

물음 : 헌법상 비례성 원칙이 훼손됐다는 주장도 있다.

답 : 그것도 얼마든지 주장할 수 있다. 당연히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 다만, 비례성 원칙을 가지고 얘기하면 너무 법리논쟁으로만 넘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범죄수사 필요성이 있다 해도 범죄수사를 함으로써 세워야 하는 법질서가 있다. 이 법질서에 비례해서 강제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검찰이 수행하고자 하는 법질서는 업무방해와 정보통신망법, 두 개다. 그 정도를 위해서 민주주의 근간이 되는 당원명부를 꺼내갔어야 하는지, 회계장부 같은 정당이 움직이는 데 가장 긴요한 사항들, 일종의 정당의 영업 비밀을 끄집어내는 건 엄청난 과잉수사다.

물음 : 다른 사안으로 수사가 확대될 조짐도 보인다.

답 : 역시 정당법 제24조 제4항 봐야 하는데, 당원명부를 조사한 관계 공무원은 알게 된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면 안 된다. 지금 당원명부를 가져갔다 하더라도 영장에 기재된 범죄수사만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그걸 가지고 다른 데로 확대하는 건 24조 4항 위반이다.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다. 정당법 제58조에 나와 있다.

당원명부는 절대로 건드려서도 안 되지만, 가져간 상황에서는 (영장에 적시한 내용의) 범죄 수사만을 위해 써야 한다. 수사 주체인 공안1부 이상호 부장검사와 그 밑의 검사들만 봐야지, 그걸 다른 검사한테 보게 한다든지,『이런 일이 있다 더라』얘기하는 건 큰일 난다.

물음 : 서버 압수 당시 검찰이 변호인 입회를 거부했는데.

답 : 그것도 심각한 절차적 위반이다. 그건 증거능력에 문제가 생기는 거다. 증거 수집할 때 불법하게 수집했으니까.『독수독과론』이라고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는 잘못된 증거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법정에 제출을 못 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그 문제는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다. 지금 검찰이 이걸 법정에 제출하려고 가져간 건 아니니까. 준항고할 때 필요하긴 한데 크게 효과 있을 것 같지 않다.

절차상 문제로 보자면, 새로 국회가 열리면 야당에서 그 검사에 대해 탄핵소추 발의를 할 필요가 있다. 검사도 탄핵소추 대상이다. 형사소송법 규정에 어긋나게 변호인 입회 없이 서버를 떼 간 것은 명백한 불법이니까 담당 검사를 탄핵하면 된다.

물음 : 검찰측에서는 서버 복제물에 대해서 봉인하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온다.

답 : 그 사람들 또 왜 그럴까? 계속 들여다 보겠다는 거 아닌가? 하긴 들여다 보려고 가져갔으니까. 그건 속이 완전히 드러나는 거다. 일종의 별건 사건이 돼 버리는 거다. 영장에 기재된 혐의로 가져가 놓고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거다. 실무에서는 괜찮다고 얘기하지만 헌법 연구하는 학회에서는 위헌이라고 얘기한다. 엄밀히 보면 피의자 방어권 침해하고 적법절차 위반이다.

그래서 봉인하지 않는 경우에는 서버를 되돌려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게 나을 것 같다. 봉인하지 않겠다는 건 별건 수사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는 거다. 이건 압수한 목적 자체가 달성돼 버린 거다. 다른 사건 수사를 하게 되면 업무방해죄는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결국 목적 달성인 것이다. 그러니까 도로 돌려줘야 한다.

따라서 『압수수색 절차가 잘못됐다』, 『압수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돌려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카피다 해서 소용도 없겠지만 상징적으로는 돌려받을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