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과 진실

당국이 요즘 「탈북자」문제에 각을 세우며 그것을 여론화하지 못해 안달이나 하고 있다.

듣자니 억이 막히고 말하자니 제 분수가 엉망이어서 감히 두렵지만 그래도 진실은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먼저 당국이 떠들어대고 있는 「탈북자」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비치기 전에 지금 서울 강남구에서 불어치고 있는 “노숙자풍”에 대한 소견부터 말하려고 한다.

올해 1월부터 강남구청은 「핵안보 정상회의」전에 거리미관을 위한다면서 노점상들을 강제철거시키고 있다. 물론 이는 처음있는 일도 아니다.

지난 2005년 APEC이 열리던 부산과 2010년 G20이 개최될 당시에도 노숙인들은 제일 먼저 「숙청」당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이번 일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바로 여기에 이 땅에 만연한 인권참상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어있는 것이다.

노숙인의 통행의 자유 구속과 노점상의 생계유지 활동의 박탈.

이른바 「선진 시민의식 정착운동」의 미명하에 벌어지는 이 행태속에 이 땅에 태를 묻고 오늘까지 아득바득 애를 쓰며 살아오는 최하층 빈민들이 이리 저리 쫓기며 삶을 짓밟히고 있다.

강남구청의 이러한 조치에 분격해 한 노점상은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그런데도 구청은 이를 방화시도 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조사를 받게 하였던 것이다.

이게 바로 당국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떠들어대는 그 무슨 「선진국」의 실상이며 인권상황의 한 단면이다.

올해 초 연합뉴스에 실린 자료에는 (당국의 공식통계자료라고 함) 현재 이남의 완전실업자는 460 여만명, 반실업자는 860 여만명에 달하고 최저생계비도 벌지 못하는 극빈가정은 300만세대, 빈민층은 1 000만명수준에 이르렀다고 씌어있었다.

거리마다 욱실거리는 실업자와 노숙자는 이 땅에서 버림받은 인생들이다.

이런 인권불모의 땅에서 북「인권」을 거론하며 『탈북자』니, 『강제북송』이니 뭐니 하며 추태를 부리는 것이야 말로 앙천대소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면부지의 이남땅에서 그것도 이른바 『탈북자』라고 천시를 받고 있는 우리들의 운명이 과연 저 길거리에서 통행의 자유까지 구속받으며 사는 노숙자들 보다 낳을 수가 있겠는가.

일자리는 고사하고 곁방살이조차 차례지지 않는다.

뼈빠지게 일해야 여기 사람들의 절반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있다.

유다른 번호가 찍힌 주민등록증으로 하여 어디를 가나 사람들의 외면과 따돌림, 눈총을 받기가 일쑤이다.

이런 인간이하의 수모가 기다리는 줄도 모르고 꾀임에 넘어가 신세를 망쳤다. 이제 내가 갈 곳은 과연 어데인가.

내가 아는 박모씨는 친척을 만나려고 3국에 나갔다가 정체 모를 사람들에게 유괴되어 영문도 모르게 이곳에 와서 자동차사고로 불구가 되었다. 남들처럼 해외로 내빼자니 몸이 말을 듣지 않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당국이 떠드는 「탈북자」문제의 실상은 이렇다.

제발로 찾아왔다는 몇 안되는 사람들의 월남동기야 더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탈북자」오명은 바로 보수당국이 품을 들여 고안해낸 동족대결의 창안품인 것이다.

나와 같은 비극적인 운명이 더는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이렇게 진실을 고백한다.

유인납치로 더 많은 이산가족을 만들어 북의 영상을 깎아 내리고 대결정책을 합리화하려는 보수당국자들의 속셈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은 이제 내가 인간으로써 해야 할 마지막 일이 아닌가 싶다.

떳떳치 못한 인생 차남석(가명 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