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54)
 

국유기업과 문화개혁, 자강사약에 제동을 거는가?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전환경제가 아니라 혼합경제다

2009년 7월 중국 주간지 <남방주말(南方周末)>은 중국공산당 조직부가 주도하여 세계 100여 개 나라들에 있는 127개 공산당들의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에 관해 보도하였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27개 공산당 가운데 집권하였거나 또는 원내진출에 성공한 공산당은 25개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유명무실한 공산당이며, 자본주의가 강해지고 사회주의가 퇴조하는 자강사약(資强社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제국주의경제침탈의 첨병들인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은 자강사약 현상이 나타난 나라를 '체제전환국가'라고 명명하고, 세계적으로 33개 나라가 '체제전환국가'라고 밝혔다.

그들이 말하는 점진적 체제전환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경제체제의 성격변화인데, 그들은 '체제전환국가'의 경제체제가 지닌 성격을 '전환경제(transitional economy)'라고 규정하였다. 그들이 말하는 '전환경제'란 사회주의계획경제가 자본주의시장경제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성격을 지닌 경제라는 뜻이다.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지목한 '체제전환국가' 33개국들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1997년 10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경제건설'을 강령으로 채택하였는데, 중국 특색이란 시장경제의 수용을 뜻한다.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인 경과를 개괄하면, 30년 전 처음으로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여 이전의 전민소유제 기업을 개편하였고, 1984년에 계획적 상품경제를 공식화하였고, 1993년에 사회주의시장경제를 본격적으로 추구한 결과, 의료시장은 1992년부터, 주택시장은 1998년부터 생겨났다.

그 여세를 몰아 중국은 2001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였고, 2004년에는 자국의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를 발표하고, 국유화된 상업은행을 주식제 상업은행으로 전환시켰다.

중국에서 시장경제의 수용은, 서방의 시장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체제로 전환하는 것일까?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는 사회주의계획경제가 자본주의시장경제로 전환되는 과도기적 경제가 아니라, 그 양자의 혼합체라고 말할 수 있다.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는 혼합경제(mixed economy)다. 정부의 거시경제적 통제에 따라 자원분배에서 시장의 기초적 작용을 허용하면서도, 국유기업경영체계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혼합경제인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얼마 전 강령을 개정하면서 경제강령에 혼합경제를 명시하였지만, 아래 정보를 읽어보면 진보적 민주주의가 혼합경제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자명해진다. 민주노동당이 자기 강령에 우리식의 독창적인 경제개념을 창안, 도입하지 못하고 기존 경제개념인 혼합경제를 모방적으로 서술한 것은 오류였다.

중국 국유기업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가 전환경제인가 아니면 혼합경제인가를 판단하는 객관적 근거는 중국의 국유기업에서 찾아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에서 국유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2011년 11월 3일 중국기업연합회와 중국기업가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매출액을 기준으로 선정한 중국의 500대 기업에서 국유기업은 316개, 사유기업은 184개다.

또한 그 500대 기업의 매출액에서 국유기업은 83%, 사유기업은 17%를 차지하였고, 자산총액에서 국유기업은 90%, 사유기업은 10%를 차지하였고, 순이익에서 국유기업은 82%, 사유기업은 18%를 차지하였다.

국유기업은 금융, 석유화학, 통신, 운수 등 중요산업부문에 걸쳐있으며, 사유기업은 정보기술부문, 유통부문, 부동산부문 등에 걸쳐있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중국이 시장경제를 받아들였어도 중요산업은 여전히 국유화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국유화 문제에서 기업(생산수단)의 소유관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체계도 중요하다. 사회주의식으로 경영되는 국유기업이라야 진짜배기 국유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국유기업은 어떻게 경영되고 있을까? 국무원 산하 국유자산관리감독위원회가 국유기업을 관리하고, 중국공산당 당원들이 국유기업을 현장에서 직접 경영한다. 정부기관이 관리하고 공산당 당원들이 경영한다는 사실만 보면, 중국의 국유기업에 사회주의식 경영체계가 세워졌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의 국유기업경영체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딴판이다. 

첫째, 중국의 국유기업은 정부기관이 작성한 계획경제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운영된다. 중국 정부의 거시경제적 통제란 국가경제의 발전계획을 뜻하는 것이지 국유기업의 계획경제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시장경제에 대한 '적응'에 실패하고 도산하는 국유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1년 3월 4일 차이지밍 전국정치협상회의 위원이 발표한 '국유기업의 현황과 개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중국 국유기업의 순수익률은 -6.2%였다.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지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유기업은 해마다 평균 5,000개씩 도산하였다. 사회주의시장경제에서는 거대국유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중국에서 자본주의식으로 경영하는 시장화된 국유기업들이 출현하였다. 2010년 말 현재 증시에 상장되어 사실상 시장화된 국유기업은 336개다.

넷째, 국유기업이 납부하는 국가배당금이 중국 인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석유화학, 통신, 담배부문의 국유기업은 매출의 15%를 국가배당금으로 납부하고, 무역, 건설, 광산, 철강부문의 국유기업은 매출의 10%를 국가배당금으로 납부하고, 국방공업부문의 국유기업은 매출의 5%를 국가배당금으로 납부한다.

그런데 그 기업들이 납부한 국가배당금은 어디에 쓰이는가? 중국 농촌인구의 80%인 9억명, 중국 도시인구의 45%인 4억명이 의료보험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국가배당금이 중국 인민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다섯째, 중국의 국유기업에서 경영자와 노동자의 임금격차가 최대 128배나 된다.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국유기업 경영자가 저지르는 부정부패도 큰 문제다. 이른바 권력형 부정부패가 그것이다.

2010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기율위반으로 처벌된 관리는 14만6,517명이고, 그 가운데 5,373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처벌된 관리들 가운데 국영기업 경영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중국 국유기업의 임금격차와 부정부패야말로 중국의 국유기업경영체계가 비사회주의적이라는 점을 말해준다.

중국의 국유기업경영에서 나타난 심각한 결함과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 2009년 7월 12일 중국 공산당중앙위원회 판공청과 국무원 판공청은 국유기업 경영자가 중대한 정책결정, 인사권 행사, 자금이동, 연봉책정을 할 때는 반드시 유관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해마다 해외예금상황, 부동산보유상황, 주식투자상황, 배우자 및 자녀의 직업과 출입국 등에 관해 보고하도록 요구한 '국유기업청렴복무에 관한 규정'을 제정하였다.

중국의 사회주의시장경제를 이끌어 가는 국유기업들이 소유관계만 사회주의적일 뿐 경영체계는 비사회주의적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하여, 오늘 중국은 극심한 빈부격차의 고통을 겪고 있다. 

2011년 10월 현재 중국에서 1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은 101만7,000명이고, 5,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최고부유층은 5,400명이고,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대부호는 146명이다. 중국의 상위 10% 부유층과 하위 10%의 빈곤층의 소득격차는 40배에 이른다. 그 격차는 5년만에 32배에서 40배로 늘어난 것이다.

중국의 400대 부호들 가운데 땅투기로 돈을 긁어모은 부동산기업가가 154명이다. 또한 증권업계 종사자와 생산직 노동자의 임금격차는 최대 15배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에서는 상위 5% 부유층이 미국 전체 부의 60%를 차지한 데 비해, 중국에서는 상위 1% 부유층이 중국 전체 부의 41.4%를 차지하였다. 이것은 중국의 빈부격차가 미국의 빈부격차보다 훨씬 더 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중국공산당의 문화개혁과 당원대중

2011년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중국공산당 17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에서는 '문화체제개혁을 심화하고 사회주의문화 대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중대문제에 대한 결의'가 채택되었다. 중국공산당이 문화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하여 2012년 1월 1일부터 중국 34개 위성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저질 오락방송이 126개에서 9개로 줄어들고, 그 대신 보도, 경제, 문화, 과학, 도덕, 법률에 관한 새로운 방송순서를 진행하게 된다.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문화개혁은 중국 인민들의 사상정신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언론부문, 공연부문, 출판부문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시장주의자들이 터무니 없이 비난하는 것처럼, '언론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강사약 현상을 막기 위한 중국공산당의 정당한 조치다.
 
오늘날 중국 사회를 위협하는 타락, 부패, 불안정이 배금주의와 향락주의의 병폐라 할 수 있지만, 그것의 사상정신적 뿌리는 어디까지나 개인주의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집단의 이익을 해친다는 범죄적 의미에서 말하는 개인주의다.

돌이켜보면, 시장경제를 받아들이기 이전의 중국 사회에는 원래 집단주의가 지배적이었다. 집단만 인정하고 개인은 무시한다는 식으로 시장주의자들이 왜곡해버린 뜻이 아니라,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더 중시한다는 뜻으로 말하는 집단주의다.

그러므로 중국이 겪고 있는 타락, 부패, 불안정의 근본원인은, 다른 자본주의나라들에서 그런 것과 마찬가지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사상정신적 혼란에서 찾아야 한다. 중국공산당이 그런 사상정신적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화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여기서 말하는 문화개혁이란 집단주의 대 개인주의의 사상전이므로, 개인주의를 퇴치하고 집단주의를 복원할 사상정신적 역량이 준비되어야 사상전에서 이길 수 있다. 두말할 나위 없이, 그 역량의 실체는 중국공산당 당원대중이다. 문화개혁의 성패는 그들 당원대중에게 달려있다. 이와 관련하여 아래 정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2010년 말 현재, 중국공산당 당원은 8,026만9,000명이다. 당시 중국 인구가 13억3,972만명이었으므로, 중국공산당 당원의 비율은 중국 인민 17명당 1명이다. 총인구에 대비한 당원 비율이 그처럼 높다는 사실은 문화개혁의 밝은 전망을 열어준다. 그런데 중국에는 공산당 당원보다 기독교인이 더 많다. 비공식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기독교인은 1억2,500만명이나 된다.

둘째, 중국공산당의 사회계급적 토대가 중요하다. 중국공산당 당원구성을 보면, 농어민 2,442만7,000명(30.43%), 은퇴자 1,485만2,000명(18.50%), 기업관리직 및 전문기술자 1,084만3,000명(13.50%), 노동계급 698만9,000명(8.71%), 당정기관 공직자 681만2,000명(8.49%), 대학생, 실직자를 비롯한 기타 1,634만6,000명(20.37%)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공산당은 노동계급의 당이므로 중국공산당 당원구성에서 노동계급의 비율이 높아야 정상인데, 노동계급의 당원비율이 10%도 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문화개혁이 당원대중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먹이는 일방통행식으로, 그래서 형식적으로 추진될 위험이 있음을 예시한다.
  
셋째, 당원대중이 문화개혁의 주체로 나서려면, 평소에 집단주의 정신으로 교양을 잘 받아야 한다. 중국공산당 당원들은 어떻게 훈련과 교육을 받고 있을까? 그들은 매달 기층당조직이 진행하는 당활동에 참가하고, 당원교육을 받거나, 혁명사적지를 단체로 관람하거나, 생산현장을 지원하는 활동에 참가한다. 외부에서 중국공산당 당원교육의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좀 허술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넷째, 중국공산당 당원들 가운데서도 중간간부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중국공산당 중앙선전부는 2010년 7월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당과 정부의 국장급 청년간부 4만여 명에게 강도높은 혁명운동 체험교육을 실시하는 중이다. 이러한 중간간부 교육사업은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문화개혁의 밝은 전망을 열어준다.

위에서 논한 내용을 종합하면, 오늘날 중국에서 자강사약에 제동을 거는 결정적인 요인은 국유기업이 아니라 문화개혁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추진하는 문화개혁은 자약사강의 돌파구를 얼어놓을 수 있을까? (2011년 11월 11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