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입]
 


 

각종 부정비리로 긍지에 몰린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사저매입을 덮느라 분주탕을 피우는 속에 의혹은 더해만지고 있다.

경향신문에 실린 글을 소개한다.

 

사저 부지 감정평가 자료, 외압으로 삭제
 

지목 변경, 외압 등 꼬리 무는 의문
 

대통령이 17일 서울 내곡동 사저 계획을 접었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1억원이 넘는 건물 감정평가를 받아보고도 청와대가 0원이라고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허위보고하고, 감정평가 자료를 누군가 통째로 삭제한 사실도 제기됐다. 청와대가 그간 내놓은 해명을 뒤집고, 사실관계 의혹을 더 키우는 것이어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더 커지는 사저 부지 국가예산 투입 의혹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3)와 대통령실이 내곡동 부지를 매입하기 전 두 차례 감정평가를 의뢰해 그 결과를 통보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두 결과 모두 실제 매입가와 비교하면 시형씨는 감정액보다 싸게, 대통령실은 비싸게샀음을 증명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의원(60)이 17일 공개한 감정평가 결과에 따르면 올해 3월 1차 평가작업을 한 나라감정평가법인은 내곡동 9개 필지(2606㎡) 전체를 43억 3 014만원이라고 평가했다. 시형씨의 지분은 17억 8 737만원, 대통령실 지분은 25억 4 277만원으로 청와대에 보고했다.

두 달 뒤인 5월20일 2차 평가를 한 한국감정원도 나라감정평가법인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으로 감정했다. 전체 41억 6 371만원 중 시형씨는 16억 7 686만원, 대통령실은 24억 8 685만원의 지분평가를 받았다.

시형씨는 자신의 땅 지분을 11억 2 000만원에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는 두 기관의 감정가 평균액에 비하면 6억 1 212만원 정도 낮은 가격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42억 8 000만원을 주고 매입해 감정가보다는 17억 6 519만원 비싸게 샀다. 시형씨가 감정가보다 싸게 산 반면 대통령실은 비싸게 산 것이다. 대통령실이 국가 예산을 들여 시형씨의 지분을 대신 사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 짙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 20-17 시형씨 땅의 한정식집 0원도 허위

내곡동 20-17 내에 있는 한정식집 수양건물의 가격을 둘러싼 수수께끼도 의혹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백재현 의원(60)이 입수한 한국감정평가협회 데이터베이스(KAPA DB) 기록에는 올해 3월 나라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이 건물의 평가액이 명시돼 있다. 지하 1층·지상 2층인 이 건물은 지하(23.9㎡) 877만여원, 지상(181.5㎡) 1억 1 491만여원으로 평가했다. 합하면 건물 가격이 1억 2 368만여원이다. 2009년 2월 원소유주인 유모씨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이 땅의 감정평가를 받은 결과에도 9 961만원으로 나온다.

이는 그동안 임태희 대통령실장과 청와대가 국회 운영위원회와 공식 해명에서 주장해 온 공시가격 0원과는 다른 것이다. 직접 의뢰해 통보를 받은 감정평가라는 점에서 청와대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법원 등기부상 2004년 1월 1층에서 2층 건물로 증축된 사실을 들며 그 건물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 영업용 건물의 건축비를 안 받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31년도 더 된 건물이고, 직접 뗀 등기부등본에도 「0원」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까지 원소유주인 유씨가 운영했던 고급 한정식집 사진이 공개되면서 「0원」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돼 왔다.

서울시 부동산정보망에 올라있는 건물값은 4억 6 800만원. 결국 이 가격을 공시지가(땅+건물 값)에 반영하면 시형씨는 공시지가보다도 싸게 산 결과가 된다. 그 논란을 아예 피하기 위해 등기부등본에는 표시되지 않는 공시지가 0원이라는 허위 발표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 감정평가 자료 은폐 의혹

청와대의 의뢰를 받아 감정평가를 한 한국감정원이 평가 자료를 삭제한 사실이 드러나 외압 의혹도 새로 제기됐다.

한국감정원이 한국감정평가협회 데이터베이스상의 사저 부지 감정평가 결과를 삭제요청해 지운 시점이 의문의 초점이다. 지난 10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저 논란이 불거진 뒤 이틀 뒤인 12일 삭제됐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이 미국 방문길에 오른 다음날이기도 하다. 외압 의혹이 있는 부분이다.

한국감정평가협회 데이터베이스는 요청이 있을 경우 삭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공기업인 한국감정원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사저 부지 평가 결과를 지운 것은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다.

■ 지목 변경의 비밀

사저 터 원소유자인 유씨가 땅을 시형씨와 청와대에 판 뒤 지목이 전(田·밭)에서 대(垈·집터)로 바뀐 것도 의문점이다. 내곡동 20-17, 20-30 등기대장 및 토지대장에 기록된 지목 변경일은 유씨가 시형씨와 대통령실에 땅을 판 뒤로 돼 있다. 부지를 매매한 뒤 청와대 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매매계약서에는 이런 내용의 특약이 명시돼 있다. 유씨는 5월13일 내곡동 20-30번지 36㎡를 2 200만원에, 20-17번지 330㎡를 10억 1 775만원에 넘겼다.

이후 5월25일 20-17번지 나머지 지분을 포함한 8개 필지를 대통령실을 상대로 모두 42억여원에 넘기면서 계약서에 매도인은 내곡동 20-17번지(전)를 대지로, 내곡동 20-30번지는 도로 또는 대지로 지목변경한다고 특약을 써놓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목만 바꾸면 더 비싸게 팔 수 있는 땅을 그대로 팔아넘긴 뒤 매수인을 위해 토지에서 대지로 지목변경을 해준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내곡동의 한 부동산중개소 관계자는 17일 유씨가 우리 부동산에도 땅을 내놨는데 처음에는 77억원까지 불렀다. 나중에 계약과정에서 50억원까지 떨어졌다는 말을 유씨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 청와대 경호처가 단독으로 한 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은 경호처가 주도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하고 있다. 퇴임 후 경호 업무와 관련된 사안이니만큼 경호처가 은밀히 주도했고 당사자인 이 대통령 내외에게 별도로 보고했다는 것이다.

김인종 경호처장(66)이 사태 책임을 지고 사의를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7일 경호처가 전담했고 수석은 물론 대통령실장에게도 제대로 보고가 안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서 경호처 외에 총무기획관실도 개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김백준 총무기획관(71)은 청와대 예산 관리의 최종 책임자이자 이 대통령의 현대그룹 재직 시절부터 재산을 관리해온 최측근이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이 일은 경호처뿐 아니라 총무기획관실도 함께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책임론이 김 기획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