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정전대란이 있었던 때로부터 여러 날이 지났다.

그러나 그 구체적 실상이 밝혀지면서 현 정부에 대한 각계 민중의 불신은 더욱 커가고 있다.

알려진바와 같이 각종 사고가 그칠새 없이 발생하는 속에 지난 15일에는 전체 가구(1,757만)의 약 37%인 656만 가구의 불이 꺼져 경향각지가 일대 수라장으로 화했다.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빛을 잃고 경찰관들이 수신호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는가 하면 시민들은 1,902개의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규모 정전 사태의 원인을 여러가지로 추측하며 많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고들면 들 수록 현 정부의 너무도 무책임한 정치행태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 민중들의 일치한 평이다.

사고 당일 지식경제부는 전력거래소로부터 오후 2시 30분경 비상 상황임을 보고 받았지만 『일단 지켜보자』며 방관시하는 태도를 취했고 상황대책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결국 전력 예비량은 3시 전후로 급격히 떨어졌고 전력거래소는 급히 순환정전 조치를 시행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지경부에 보고했다.

또한 사상 초유의 전국적 정전사태가 발생했는데도 해당부문의 최고 책임자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사고가 발생한지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에야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 장관은 전국 곳곳이 정전이 된 상황에서 오후 6시에 청와대가 주최하는 만찬행사에 참석하기까지 했다.

또 짚고 넘어간다면 9월 들어 전력사용량은 사실 지속적으로 예측량을 초과하고 있었다.

기상청은 9월 중순까지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을 것이라는 예보를 8월부터 내보냈다. 그런데도 관계당국은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전력수요 대처방안을 수립하기는 커녕 단지 문서상 표시돼있는 하절기 전력수급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전체 발전기능 출력의 10%가 넘는 발전 설비에 대한 정비에 들어갔다. 결국 15일 전국적 정전사태가 일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사고가 일어나자 현 집권자는 각 기관장들을 모아놓고 『기본이 안되는 인사들』이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했다고 한다.

집권자가 책임을 몇몇 측근들에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민중의 눈초리는 언제나 예리한 법이다.

최중경 지경부 장관은 올해 초 청문회 때 탈세,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져나와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으나 현 집권자가 임명을 강행했던 인물이다. 최근 연임이 확정된 동서발전 이길구 사장과 남동발전 장도수 사장도 영남대 출신으로, 야당과 노조에서 『공정성, 도덕성과 무관한 전형적인 영남인맥 인사』라고 비판해왔던 인물들이다.

『기본이 안되는 인사들』을 국가중추기관에 앉힌 집권자 자신이 근본적인 원인 제공자이며 현 정부의 무능함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항의가 빗발치듯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지식경제부 등 관계당국은 『예상하지 못한 사용량 증가 때문』이라고 발뺌질을 하고 있다. 가관은 당국이 정전사고를 계기로 전기요금 인상이니 뭐니 하며 국민들의 혈세를 더 짜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력 사용 추이와 날씨 변화에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전력 공급량을 조절했다면 대규모 정전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정전사고는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으로써 저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현 당국이 의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런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의거해서야 불행과 고통이 가중될 것밖에 더 있는가.

각계층 민중들의 반 정부투쟁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주민 한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