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42)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대중전달매체는 가장 강력한 선동선전수단이다

2006년 1월 24일 미국의 과학 웹사이트 라이브사이언스 닷컴이 새로 발견한 흥미로운 과학적 사실을 알려주었다. 미국 에머리대학교 임상심리학 연구진이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 직전에 공화당과 민주당에 각각 소속된 정치인들에게 그들이 각자 지지하는 대선후보에게 위협적인 정보들을 알려주고 그들의 두뇌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하였다.

그들의 두뇌반응을 관찰하였더니, 두뇌에서 이성활동을 일으키는 회로는 거의 작동하지 않았고, 감성활동을 일으키는 회로가 활발히 작동하였으며, 이성적 판단으로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정보를 무시한 채 완전히 왜곡된 결론에 이르렀다.

그처럼 왜곡된 결론에 이르자 혐오감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관장하는 부위의 두뇌활동이 멈추고, 심리적 보상을 관장하는 부위의 두뇌활동이 갑자기 증대되었다. 이 실험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정치적 판단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라는 사실이다.

위의 실험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정치와 감성은 직결되어 있다. 우리가 정치의식이라고 말하는 의식활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이성적 활동이 아니라 감성적 활동이라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정치활동에서 감정에 치우지지 않고 냉철한 이성으로 판단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그런 주장 자체가 자기방어적 감정의 표출인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정치활동에서 감성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차지한다. 

그런데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자기의 정치활동에서 감성이 차지하는 중요한 의의에 대해 거의 무관심하다. 대중의 정치적 판단이 이성적으로 이루어진다고 여기는 비과학적인 상식에 의존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어떤 정치적 현상이 일어났을 때, 대중은 그 현상을 감성적으로 판단하는데, 그 현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하려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대중이 왜 정치적 판단을 잘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나는 것이다.

명백한 것은, 대중의 정치적 판단이 이성이 아니라 감성으로 좌우된다는 점이고, 민주노동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도 자기들이 어떤 정치적 현상을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감성적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흔하다는 사실이다.

대중의 감성적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신문, 방송, 인터넷 같은 대중전달매체(mass communication)다. 대중전달매체라는 우리말이 있는데도, '매스컴'이니 '매스미디어'니 하는 불필요한 외래어를 남발하는 것은 자주적 어문활동을 무의식적으로 배반한 일종의 친미행위다.

해방 직후에 활동한 이 땅의 진보정치세력들이 남긴 역사자료를 읽어보면, 아지프로라는 낯선 낱말이 나오는데, 그것은 선동(agitation)과 선전(propaganda)의 영어낱말 앞부분을 조합해놓은, 말하자면 선동선전의 약어로 쓰인 것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때도 진보를 자처하는 일부 지식인들이 선동선전이라는 좋은 우리말 대신에 아지프로라는 나쁜 외래어를 쓰면서 자주적 어문활동에서 벗어난 일탈행위를 저질렀음을 알 수 있다.

미군정과 결탁하여 진보정치세력을 탄압해온 수구정치세력이 1948년 8월 이후 정권을 잡은 뒤에 좌파용어인 아지프로라는 외래어가 사라졌고, 선동선전이라는 우리말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동이라는 나쁜 뜻으로 왜곡, 와전되고 말았다.

그러나 원래 선동선전이라는 말에는 수구정치세력이 왜곡해놓은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지 않았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각종 일간지들, KBS를 비롯한 여러 텔레비전방송들과 라디오방송들, 그리고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크고 작은 인터넷 매체들이 모두 대중의 정치적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선동선전수단들이다. 대중전달매체는 나쁜 뜻으로 왜곡되기 이전 원래 의미의 선동선전수단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이 땅의 정권과 자본은 각종 대중전달매체를 완전히 장악하고 그것을 통해 선동선전활동을 맹렬히 전개해오고 있다.

벽보, 신문, 라디오 같은 대중전달매체만 있었던 지난 시기의 선동선전활동은 주로 말과 글로 전개되었지만, 과학기술의 진보에 따라 텔레비전방송과 인터넷이 대중생활 속에 파고들면서 이제는 선동선전활동이 말과 글이 아니라 사진과 동영상 같은 다양한 시각매체로 전개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오늘날 텔레비전방송과 인터넷동영상 같은 시각매체들이 대중의 감성적 판단에 끼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백 마디 말과 글로 설명하는 어떤 현상보다 사진 한 장이나 동영상 한 장면이 표현하는 어떤 현상이 대중의 정치적 판단에 훨씬 더 강한 영향을 주는 법이다.

시각매체시대를 사는 대중의 정치적 판단은 설명이 아니라 표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대중은 사진 한 장이나 동영상 한 장면에 표현된 어떤 정치적 현상에 대해 때로 감동하고 열광하기도 하며 때로 혐오하고 적대하기도 한다.

박근혜 대세론의 두 가지 전술

정치적 현상에 대한 대중의 감성적 판단이 가장 활발해지는 때는 뭐니뭐니해도 선거국면이다. 총선이나 대선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이 지배적인 국면이며, 설명이 아니라 표현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다.

특히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나 자극적인 동영상 한 장면이 총선과 대선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수구정치세력은 바로 그러한 대중의 감성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 전술에 일찌감치 정통하였다. '미디어정치'나 '이미지정치'라는 말은 그렇게 하여 생겨난 것이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이 가장 약한 분야가 대중전달매체를 통한 선동선전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민주노동당을 싫어하는 대중전달매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의 정치적 판단을 논리로 접근하려는 잘못된 경향이 민주노동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총선이나 대선에서 대중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 감성요인은 호감과 매력이다. 호감과 매력을 주는 후보에게 표심이 쏠리게 되어 있고, 호감은커녕 진부한 느낌을 주는 주는 후보는 외면당하기 마련이다.

정책과 공약이 얼마나 훌륭하고 진정성이 있는가 하는 논리적 설명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호감과 매력을 주느냐 하는 감성적 표현의 문제가 전면에 떠오르는 것이다.

창당 이후 10년 동안 민주노동당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위한 가장 훌륭한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였는데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선거에서 큰 표차로 패배한 까닭은 선동선전술을 소홀히 여기는 바람에 감성적 표현에서 낙제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당이나 정치인의 선동선전활동은 대중전달매체라는 수단을 통해 대중의 정치적 판단에 영향을 주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전달매체에 속한 정치부 기자의 시선이다. 정치부 기자가 어떤 장면을 선택하여 대중전달매체에 올려놓느냐 하는 문제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므로 대중전달매체 정치부 기자가 호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불가피해진다.

대중전달매체 정치부 기자의 시선을 끄는 호감 어린 장면을 연출하는 데서 노숙하고 세련된 인상을 주는 정치인이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다. 대중전달매체 영상에 나타난 그녀의 모습은 깔끔하다. 정밀하게 관찰하면, 그녀의 머리모양새와 옷차림(특히 색감), 표정과 말투가 조화롭게 어울리면서 50대 미혼여성의 깔끔한 인상을 부각시키는 강한 시각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지금 야당 대권주자 물망에 오르내리는 그 어떤 남성정치인도 이 50대 미혼여성의 깔끔한 인상을 압도할 만한 대안적 인상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야당 대권주자 물망에 오르내리는 여러 남성정치인들은 대중의 정치적 판단을 좌우하는 감성표현에서 박근혜의 맞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대세론이 요지부동으로 유지되는 원인들 가운데 하나는 박근혜 의원의 깔끔한 인상이 주는 호감과 매력이다. 물론 진보정치활동가들은 그녀에게서 아무런 호감과 매력을 느끼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보정치활동가들의 그런 비호감이 그녀에 대한 대중의 감성적 판단과 일치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판 중의 오판이다.

그녀는 영부인 피살사건으로 사실상 영부인 역할을 떠맡게 된 때로부터 대중 앞에 나서는 감각을 몸으로 익혔을 것이고, 그런 감각이 오늘에는 선동선전술로 전화, 발전되어 아무도 따라오지 못할 인상정치(image politics)를 실현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정치부 기자들 앞에서 연출하는 깔끔한 인상은 진흙탕에서 개싸움이 벌어지는 정치권 위로 살포시 얼굴을 내밀며 떠오른 연꽃을 연상케 한다. 수많은 박근혜 지지자들은 그 연꽃을 보며 열광하는 것이다. 대중의 눈에 한나라당이 꼴보기 싫어도 그 당에 속한 박근혜는 좋아 보이는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일찌감치 이런 맥락을 간파한 박근혜 의원은 자신이 한나라당에 속해 있건만, 대중의 눈에 식상해 보이는 한나라당의 낡은 정치인들과는 전혀 색다른 인상을 연출하기 위해 애써왔다. '친박연대'를 앞세워 한나라당 지도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독특하고 색다른 감성을 전달하려는 그녀의 연꽃전술이 대중에게 먹혀들어가고 있다.

박근혜 대세론이 유지되는 비결은 그런 연꽃전술만이 아니다. 그녀는 박정희 경제건설 신화가 비춰주는 후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연꽃전술에 더하여 후광전술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물론 박정희 경제건설 신화는 원래 수구세력이 꾸며내었고, 친자본 반노동 성향의 대중전달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유포되어온 거짓신화에 지나지 않지만, 대중은 그 거짓신화에서 과거사의 야릇한 향수를 느끼고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의 후광전술은 그녀를 자기 아버지 박정희의 경제건설을 재현할 대권주자로 떠오르게 만드는 요인이다. 오늘 민생경제 회복을 향한 대중의 정치적 요구에 대해 그녀는 박정희 경제건설 신화의 후광을 비추는 전술로 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한 후광전술은 연꽃전술과 함께 대중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는 박근혜 대세론의 비결이다.

표심을 움직이는 인상정치의 어제와 오늘

대중의 감성적 판단에 각인된 역대 대선후보들의 인상을 종합하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근엄한 권위주의자 인상을 풍겼고, 김영삼, 김대중, 이회창은 노련한 정치귀족 인상을 풍겼고, 노무현은 소탈한 서민 인상을 풍겼고, 이명박은 유능한 사업가 인상을 풍겼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른바 이회창 대세론을 뒤집고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하나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로 이어지는 3김의 정치귀족적 인상을 복제한 이회창 후보에게 식상해버린 대중의 표심이 그런 인상과 정반대되는 서민적 인상을 풍긴 노무현 후보에게 쏠렸기 때문이다.

또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정동영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당선된 비결 가운데 하나는, 정동영 후보가 대중에게 자기의 어떤 특징적인 인상을 주는 데 실패하였던 반면에 이명박 후보는 사업가적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민생경제 회복을 바라는 대중의 정치적 요구와 이명박 후보의 유능한 사업가적 인상이 서로 맞아떨어지면서 대중의 표심이 그에게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러면 2012년 대선에서는 어떤 인상정치판세가 형성될 것인가? 인상정치의 시각에서 보면, 2012년 대선국면에서 대중이 호감과 매력을 느낄만한 후보는 두 가지 요소를 구비하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민생경제 회복을 바라는 대중의 정치적 요구에 부응하는 인상을 주어야 한다. "아, 저 사람이 대통령이라면 숨통이 좀 트이겠구나!"하는 직감적 인상을 주는 후보가 대선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이건 논리적 설명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자기의 민생경제 회복공약을 자꾸 논리적으로 설명하여 대중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그것은 비과학적인 판단에 따른 헛수고다. 대중은 논리적 설명이 아니라 직감적 인상을 요구한다. 직감적 인상을 찾는 대중의 요구에 적절하게 부응하지 못하면, 대선후보 토론회 같은 데 나가서 아무리 논리적으로 매끈하게 민생경제 회복대책을 설명한다 해도 표심을 움직이지 못한다.

둘째, 이명박 대통령의 사업가적 인상과 정반대 인상을 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으로 민생경제 파탄위기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민생경제가 되레 극도로 악화되어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숨통을 조이는 절박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 땅의 대중은 2007년에 이명박 대선후보가 연출한 유능한 사업가적 인상에 속아넘어가 그에게 표를 주었구나 하는 배반감을 느끼고 있다. 그가 유능한 사업가적 인상을 연출한 것이 겉만 그럴듯한 사기극이었음을 뒤늦게 알아채린 것이다.

감성적 판단은 교활한 이성의 작간에 속아넘어가기 쉽다. 지금 팽배해진 반이명박 정서는 바로 그 사기극에 대한 반감을 기조로 하여 형성된 것이다. 그러므로 2012년 대선에서 민생경제 회복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유능한 사업가적 인상을 풍기는 대선후보는 반드시 패하게 되어 있다. 그것과는 전혀 색다른 인상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야당 대선후보의 등장은 2012년 총선 이후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변동되겠지만, 요즈음 박근혜 대세론에 도전하는 야권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압축된다.

손학규 대표가 대중에게 주는 인상은 사업가적 인상이어서,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인상과 손학규 대표의 현재 인상에서 대중은 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손학규 대표가 민생행보에 아무리 열성을 보여도 대중적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민주당이 손학규 대표를 2012년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경우, 낙선 가능성은 거의 100%다.

대중이 유시민 대표에게서 느끼는 인상은 중산층의 자유자적이다. 그의 자유자적한 인상은 자유주의 분위기에서 자라나 미묘한 중산층 소속감에 젖은 이 땅의 청년층에게 호감과 매력을 준다. 그에 대한 지지율이 20-30대 청년층에게서 높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러나 그의 자유자적한 인상은 그의 강점이자 약점이기도 하다. 40대 이상 중년층과 노년층에게 자유자적한 인상은 무게감을 상실한 가벼움으로 통한다.

선거는 청년층 표심만 움직여서는 이길 수 없다. 20-30대 유권자에게는 선거일에 투표하러 가는 임무를 저버리고 바람 쐬러 나가버리는 자유를 만끽하는 경우가 흔하다. 청년층에게서는 지지율이 득표율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청년층 유권자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선거판에 유시민 대표가 경쟁력 있는 대선후보로 나서기 힘든 까닭이 거기에 있다.

그런데 만일 20-30대 청년층을 투표소로 끌어낼 만한 대형사건이 일어나는 경우, 유시민의 대선 경쟁력이 급증할 수 있다. 이를테면, 2002년 대선 직전에 미국군 장갑차가 여중생 두 사람을 무참히 깔아죽인 사건에 대해 미국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을 보고 격분한 청년층의 표심이 미국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드러낸 노무현 후보에게 쏠린 것과 유사한 판세가 펼쳐지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지만 2002년 대선에서 청년층에 불었던 반미열풍이 2012년 대선에서도 재현되리라고 예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야당 대권주자 대열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뛰어든 사람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그가 대중에게 안겨준 첫 인상은 깔끔함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서 느끼는 식상한 사업가적 인상을 뛰어넘는 그의 깔끔한 인상은 그에 대한 대중적 지지율 급상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지금 대중들이 식상한 사업가적 인상과는 정반대의 인상을 찾고 있음을 말해준다.


눈이 작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이 날카로운 인상을 주는 것과 달리, 눈이 큰 유시민 대표와 문재인 이사장은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유시민 대표나 문재인 이사장은 모두 눈이 큰 편에 속하지만, 투명한 안경알 속에서 움직이는 문 이사장의 큰 눈이 대중의 뇌리에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문재인 이사장이 박근혜 의원이 연출하는 인상을 상쇄할 만큼 깔끔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등장한 것은 그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강점이지만, 그에게는 민생경제 회복능력을 보여주는 어떤 직감적 인상이 없다. 이것이 그가 극복해야할 약점이자 한계다. 깔끔한 인상은 가졌으나 민생경제를 회복시킬 직감적 인상을 갖지 못한 문재인 이사장은,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진 박근혜 의원을 대중 지지율에서 넘어서지 못한다. 

다른 한 편,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박근혜 대세론에 선뜻 도전장을 내밀기 힘든 까닭은, 박근혜 의원과 똑같은 여성정치인으로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한계가 그녀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2012년 대선에 박근혜 의원이 아닌 다른 남성정치인을 후보로 내세우는 경우, 이정희 대표의 경쟁력이 상승할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한나라당이 박근혜 대세론을 뒤집을 남성후보를 등장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이정희 대표가 야당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지 못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매력없는 진보정치의 왜소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누가 뭐라 해도 신경 쓰지 않고 우리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간다는 식의 태도로는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다. 대중이 알아주지 않는 진보정치는 아무리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도 매력없는 정치적 왜소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위에서 논한 선동선전은 대중의 눈에 매력없게 보이는 진보정치의 왜소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술이다.

민주노동당은 이러한 전술을 깊이 연구하고 진보정치와 인상정치를 원만히 결합하여야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자기의 임무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진보정치와 인상정치의 원만한 결합을 위해 아래와 같은 네 가지 사실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누구나 아는 것처럼, 2012년 4월에 실시될 총선결과에 따라 대선후보윤곽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제1야당이지만, 박근혜 대세론을 넘어설 유력한 대권주자를 갖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커질 것이다. 그런 불안감은 총선 이후에도 총선 이전과 견주어 큰 변동이 없는 지지율이 나타나는 경우 위기감으로 번질 것이다.

둘째,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함께 3당합당을 반드시 실현하여 2012년 총선에서 경쟁력있는 진보통합당 대선후보를 등장시켜야 한다. 진보통합당 대선후보는 진보정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인상정치의 새로운 기준으로도 판단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셋째, 지금 북측이 강한 시동을 건 미국과의 양자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어 역사적인 한반도 평화회담이 성사되는 경우, 2012년 선거국면에서 민생경제 회복문제와 함께 평화실현 문제도 대중의 정치적 요구로 등장할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다. 그럴 경우 진보통합당 대선후보는 민생경제 회복능력만이 아니라 평화회담 추진능력도 보여주는 인상정치를 실현할 필요가 있다. 

넷째, 2012년 총선 이후 진보통합당 대선후보와 민주당 대선후보를 단일화하는 과정을 거쳐, 야권단일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와 맞붙는 1 대 1 대결구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민주당과 연대하지 않고 진보통합당의 대선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는 독자적인 선거전술은 박근혜 대세론에 무릎을 꿇는 필패전술이다. 매력없는 전술은 내려놓아야 한다. (2011년 7월 29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