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28)


2012년은 2007년이 아니다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계기적 전진도약이라는 개념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때로부터 10년이 지났고, 민주노총이 창립된 때로부터 15년이 지났다. 우리 사회에서 합법적 대중정당의 정치활동으로 사회변혁운동을 추진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헤아리면 어느덧 20여 년이 지났다. 20여 년 전, 군사독재정권 말기에 사회변혁운동에 몸담았던 당시 진보정치활동가들은 군사독재정권이 퇴진하고 아마도 2012년쯤 되면 자주적 민주정권이 세워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나도록 그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우리 사회변혁운동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초보단계를 사회변혁의 준비기라고도 표현한다.

우리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기에 사회변혁운동이 무려 20여 년 동안이나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사회변혁을 위해 힘쓰는 활동가라면, 당연히 이 문제를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하였을 것이다. 

각이한 사회현상들의 발생원인이 단일적이 아니라 복합적인 것처럼,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20여 년이 지나도록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원인도 그러하다. 그 복합적인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논할 수 있는데, 이 글에서는 복합적인 원인들 가운데서 주된 원인 한 가지만 특정하여 논한다.

다른 사물이 변화발전하는 과정도 그렇지만, 사회변혁운동도 계기적으로 전진도약하고, 단계적으로 변화발전한다. 계기적 전진도약(forward leap by momentum)과 단계적 상향발전(phased-upward development)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논할 필요가 있다. 사회변혁운동의 단계적 상향발전에 대해서는 블로그 <변혁과 진보>에 실린, 두 단계 사회변혁론을 해설한 글에서 몇 차례 다룬 바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계기적 전진도약에 대해 논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사회변혁운동은 단번도약으로 최종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굴곡 많은 오랜 변화발전과정을 거쳐 최종목표에 이르는 것이다. 이를테면, 오랜 준비기에 굴곡을 겪으며 힘을 축적해온 사회변혁운동은 결정적 계기에 전진도약하여 1단계에 진입하고, 1단계에 뛰어오른 뒤에도 또 다시 굴곡을 겪으며 힘을 축적하게 되는데, 그 시기에 또 다시 결정적 계기를 만나 전진도약하여 2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러한 사회변혁의 두 단계 발전과정을 생각하면, 우리 진보정치활동가들이 20여 년 동안 헌신적으로 투쟁해왔는데도 사회변혁운동이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까닭은, 초보단계를 넘어설 결정적 계기를 조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된 일차적 책임은 우리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있다.

비록 우리 사회변혁운동은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결정적 계기를 만나 전진도약하면 빠른 속도로 사회변혁 1단계에 진입할 것이다. 결정적 계기에 전진도약하지 않았는데도, 사회변혁운동이 사회변혁 1단계로 진입하는 우연한 경우는 없다.

두 단계 사회변혁론에서 이미 해명된 것처럼,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사회변혁 1단계에 진입하면 자주적 민주정권이 세워지고 그 정권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또한 사회변혁 1단계에서는 사회변혁운동과 더불어 자주적 평화통일운동이 동반적으로 전진도약하는데, 그 단계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표현을 빌리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가 실현되고, 김대중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공화국연합기구가 설립되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와 공화국연합기구 설립은 똑같은 뜻을 담은 동일한 개념이다
.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회변혁운동이 시작된 때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오늘, 전진도약의 결정적 계기야말로 우리 사회변혁운동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비상정치활동과 선거대응 시나리오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가 조성되는 경로는 몇 가지 가능성으로 나타난다. 대중투쟁의 급격한 고양국면에 진보정치활동가들이 대중투쟁을 정치투쟁으로 전화시킴으로써 그런 계기가 조성되는 경로가 있을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위력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그런 계기가 조성되는 경로가 있을 수도 있다. 위의 두 갈래 가능한 경로 이외에 제3경로가 있을 수 있으나, 이 글에서 그에 대한 거론은 생략한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밟아가야 할 경로는, 당연히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위력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하는 경로다. 이러한 경로설정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총선과 대선을 앞둔 현재 국면에서 우리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전개해야 할 위력적인 정치활동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진보정치활동가들은 마땅히 각계각층 대중의 생활현장과 생산현장에 들어가 현장정치활동을 벌여야 하는데, 그런 현장정치활동은 특별히 선거정국에서만 벌이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도 일상적으로 꾸준히 벌이는 것이다. 이 글에서 지적한 위력적인 정치활동이란, 집권문제가 전면에 제기되는 선거정국에 특별히 요구되는 비상정치활동을 말한다. 집권문제가 전면에 제기되는 선거정국의 비상정치활동은 여러 정당들이 격돌하는 정치권에서 벌어지게 된다.
 
선거정국을 맞아 비상정치활동이 왕성해진 정치권에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가 제기되는데, 그 가운데서 핵심문제는 어느 정당이 어떻게 집권하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는 당연히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문제가 제기된다.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과 관련된 두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상정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2012년 선거정국을 당역량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고, 집권전략은 2017년에 가서 추진하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원내 다수당 중심으로 움직이는 선거정국에서 원내 소수당인 민주노동당이 당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까지 민주노동당이 겪었던 몇 차례 선거경험이 그러한 사실을 말해준다.

선거경험에서 얻은 교훈에 따르면, 당역량을 선거정국에서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역량을 총발동하여 선거정국에 적극 대응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2012년 선거정국에서 당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원내 다수당 중심으로 움직이는 선거정국에 주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휘둘리게 된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민주노동당이 2012년 선거정국에서 당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되는 까닭은, 선거정국에서의 당역량 강화가 독자후보 출마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2012년 선거정국에 독자후보를 출마시켰다가 2007년 대선처럼 낮은 득표율밖에 얻지 못해 참패하고, 야권분열로 어부지리를 얻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적은 표차로 민주당 대선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는 경우를 예상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되면, 민주노동당은 야권연대로 이명박 정권의 반민악정을 하루속히 끝내주기를 바라는 민심을 외면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당이라는 대중의 비난여론을 받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선거국면에서 당역량을 강화하기는커녕 2007년 대선보다 훨씬 더 깊고 심한 참패 상처를 입는 최악의 경우, 재기불능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생각하기조차 꺼려지는 참패 시나리오에 대한 미련은 일찌감치 버려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상정하는 대안은, 2012년 선거정국을 맞은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노력으로 야권연대를 추진함으로써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하는 시나리오다. 그런데 두 번째 대안 시나리오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쟁점을 제기한다. 그 쟁점은 야권연대 실현이 과연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로 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이 쟁점에 대해 논하려면, 우선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하는 문제부터 해명할 필요가 있다.

결정적 계기와 당면한 정치과업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전진도약할 결정적 계기는 세 가지이고,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수행해야 할 당면한 정치과업은 다섯 가지다. 그에 대해 설명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국가보안법' 철폐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국가보안법' 체제에서 진보정치활동을 변혁적 요구에 맞게 강화발전시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체제에서 전개되는 진보정치활동은 기껏해야 '건전한 자본주의'를 희망하는 사회개혁운동을 벗어나지 못한다. 진보정치활동가들이 사회변혁을 아예 포기한다면 모르지만, 사회변혁을 지향한 정치활동을 벌인다면 무엇보다도 '국가보안법' 철폐부터 선행해야 한다.

자주적 민주정권을 세우면 '국가보안법'을 철폐할 수 있으니 지금부터 서두를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으로 느긋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을 철폐하여야 사회변혁운동이 전진도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는 진보정치활동을 변혁적 요구에 맞게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선결과제이며,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전진도약할 결정적 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둘째, 신자유주의정책 폐기와 사회복지정책 추진이다. 오늘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신자유주의정책을 폐기하고 사회복지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민심의 절박한 요구이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되었다. 신자유주의정책 폐기는 민주노동당과 대립관계에 있는 지배계급의 물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사회복지정책 추진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민주노동당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공고히 한다는 점에서, 그 두 가지 정치과업은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전진도약할 결정적 계기로 된다.

또한, 이전에 블로그 <변혁과 진보>에 발표한 글에서 논한 것처럼, 두 단계 사회변혁론에서 제시하는 신자유주의정책의 종결적 대안은 중요산업 국유화 정책과 전반적 사회복지정책의 결합이다. 설령 신자유주의정책을 폐기했더라도 중요산업 국유화로 전진하지 않으면, 전반적 사회복지정책을 실시할 수 없고 부분적 사회복지정책만 실시할 수 있다. 전반적 사회복지정책은 진보적 민주주의의 변혁적 요구로 되는 반면, 부분적 사회복지정책은 '건전한 자본주의'의 개혁적 요구로 된다.

그런데 중요산업 국유화는 진보정당이 집권하고 자주적 민주정권이 세워진 사회변혁 1단계에서 실현될 정치과업이므로, 2012년 선거정국에서는 제기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회복지정책 추진이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로 된다고 말할 때, 사회복지정책이란 전반적 사회복지정책가 아니라 부분적 사회복지정책을 뜻한다.

셋째, 평화협정 체결과 6.15 공동선언 및 10.4선언의 전면 이행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않고,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사회변혁 1단계에 진입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언제 북침전쟁을 도발할지 모르는 긴장된 정세에서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순탄하게 발전할 수 있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또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적으로 이행하지 않고서, 우리 사회변혁운동이 사회변혁 1단계에 진입할 길은 보이지 않는다.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 이행은, 미국이 한반도에 조성한 극도의 전쟁위험을 완화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군시킬 유리한 조건을 형성한다. 또한 당면하게는 신자유주의정책을 철폐하는 것과 더불어 불가피하게 더욱 심화될 경제위기를 대북경제협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전망적으로는 중요산업 국유화 정책과 자립경제노선을 추진할 사회변혁 1단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심각한 경제위기를 대북경제협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서,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의 전면 이행은 선결과제로 된다.

새로운 형태의 연립정권이 등장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에 결집한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주어진 당면임무는, 위에서 언급한 사회변혁운동의 3대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하고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할 전환기를 2012년 선거에서 열어놓는 것이다. 그 정치과업을 수행하는 것은 우리 진보정치활동가들에게 힘겨운 투쟁과 노력을 요구하지만, 그 정치과업 수행은 전국적 관점에서 제기된 한반도 정세의 요구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에 2007년 대선처럼 대응하고, 그 대신 당역량을 강화하는 사업에 힘을 집중하면 되리라는 생각은, 2012년이라는 특별한 시점이 한반도 정세에 주는 거대한 정치적 의의를 전국적 관점에서 읽지 못한 오판이다. 전국적 관점을 견지한 진보정치활동가들은 20여 년에 걸친 초보단계를 넘어서기 위한 사회변혁운동의 당면과업 수행을 또 다시 5년 뒤로 늦추는 '직무태만'을 단호히 거부해야 하며,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회변혁운동을 하루라도 앞당겨 도약과 전진으로 이끌 임무와 각오를 안고 투쟁해야 한다.

주목하는 것은, 2012년 선거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의 단독역량으로는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할 '진군로'를 열어놓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인식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이 처해있는 그러한 현실조건에서 해결책은 하나 뿐이다. 야권연대가 유일한 해결책이다. 야권연대라는 소리만 들어도 질색하는 '쎅트'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2012년 선거정국에 대응하는 야권연대는 두 갈래로 갈라진다. 소극적 야권연대전술과 적극적 야권연대전략이다. 전자는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선거대응전술이고, 후자는 전면적이고 장기적인 야권연대전략이다. 어떤 것이 올바른 야권연대일까?

만일 민주노동당이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야권연대전술로 2012년 선거정국에 대응하면, 총선에서 다른 야당들과 후보단일화를 합의하여 국회의원 의석을 몇 석 더 얻을 것이다. 다행하게도 민주노동당에게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는 경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소극적 야권연대전술로 얻는 최대값은 거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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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만일 민주노동당이 총선에 이어 대선에서도 야권연대전술로 대응한다면, 다른 야당 대선후보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자당의 대선후보를 출마시키지 않거나 선거전 도중에 자진사퇴시키는 한심한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이것은 진보정당과 사회변혁운동이라는 말조차 아직 쓰지 못했던 1987년 12월 대선에서 통용된 '비판적 지지전술'로 퇴행하는 것이다. 만일 민주노동당이 25년 전에 통용되었으나 이미 오래 전에 쓸모 없게 된 낡은 유물인 '비판적 지지전술'로 퇴행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면, 차라리 당기를 내리고 조용히 자숙하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른다.

명백하게도, 소극적 야권연대전술은 민주노동당이 취할 대응방도이기는커녕 정치적 패착이다. 민주노동당에게는 적극적 야권연대전략에 전심전력하여 2012년 선거정국에 대응하는 길밖에 없다. 민주노동당이 적극적 야권연대전략에 전심전력하면, 총선에서 승리하여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을 뿐아니라, 대선에서도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할 '진군로'를 열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위에 열거한 5대 정치과업에 동의하는 야당들과 함께 정치연합체를 결성하고, 그 정치연합체가 정책연합을 실현함으로써 야권연대를 열망하는 각계각층 대중의 요구를 따르는 것이다. 5대 정치과업은 민주노동당과 중도우파정당들이 정책연합으로 합의하기 힘들만큼 높은 수준의 과업이 아니다. 정치연합체가 5대 정치과업을 합의하면, 정치연합체의 단합력으로 공동집권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이 땅에 연립정권을 세울 수 있다.

5대 정치과업 합의→정치연합체 결성→야권연대를 요구하는 대중의 지지→공동집권 실현으로 이어지는 야권연대전략이 대선에서 승리하여 세워질 연립정권은, 명백하게도 중도우파정당의 사회개혁노선을 따르는 낡은 형태의 연립정권이 아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연립정권은,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할 새로운 형태의 연립정권이며,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할 새로운 형태의 연립정권이다. 새로운 형태의 연립정권이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 신자유주의정책을 폐기하고, 사회복지정책를 실시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전면 이행한다면, 그것은 사회변혁 1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정치과업을 수행하는 것인데, 그런 연립정권을 어찌 낡은 형태의 연립정권으로 폄하할 수 있겠는가!

2012년 선거정국에서 정치연합체를 결성하여 야권연대전략을 추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연립정권을 세우는 것은,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민심에 전적으로 부합하는 것일 뿐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하루속히 조성해야 할 변혁적 요구에 전적으로 부합한다는 점이다.

만일 오늘의 정치정세가 2007년 대선정국과 마찬가지로 5대 정치과업을 정책연합으로 합의할 수 없는 조건에 처했다면, 민주노동당은 당연히 야권연대전략을 제기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하지 못할 연립정권은 애써 세워놓아보았자 곧바로 우경화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알고 있듯이, 오늘의 정치정세는 2007년 대선정국과 판이하게 다르다. 2012년은 2007년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이 2012년 선거정국에 즈음하여 다른 야당들과 5대 정치과업을 정책연합으로 합의할 유리한 정치정세가 성숙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민주노동당과 중도우파정당들이 정책연합으로 세운 연립정권이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하는 한, 연립정권은 우경화되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중도우파정당들과 연립정권을 세우면, 당의 독자성과 정체성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그런 우려는 연정참여문제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생기는 기우에 불과하다.

최악의 경우 연립정권에 참여한 중도우파정당들이 정치연합체의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연립정권이 우경화되더라도, 민주노동당이 연정을 파기하고 떠나면 되는 것이므로, 민주노동당의 독자성과 정체성이 훼손될 이유는 없다. 다른 나라 정당들도 연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정을 파기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의 독자성과 정체성이 훼손당했다고 하면 허튼 소리로 들린다. 더욱이 민주노동당은 연정참여로 독자성과 정체성을 훼손당할만큼 줏대 없는 약체정당이 아니다.

또한 두 단계 사회변혁론의 공동집권전략에 대해 생각해본 활동가라면 잘 알고 있듯이, 민주노동당은 고작 실권 없는 장관직이나 몇 자리 얻어보려고 연립정권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위에 열거한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함으로써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오직 그것을 위해 연립정권을 세우려는 것이다. 연립정권 수립문제를 실권 없는 장관직 몇 자리 얻는 것과 동일시하는 것은, 낡은 형태의 연립정권 개념을 벗어던지지 못한 퇴행적 사고의 오류다.

중도우파정당들과의 연정수립이 사회변혁운동의 전진도약계기로 되는가 혹은 되지 못하는가 하는 문제는, 연립정권에 참여한 중도우파정당들이 5대 정치과업을 수행하는가 혹은 수행하지 않는가 하는 것으로 결정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5대 정치과업은 민주노동당과 중도우파정당들의 정치연합체가 수행하기로 합의해야 하는 것이므로, 정치연합체의 합의에 따라 세워진 연립정권 안에서 민주노동당이 중도우파정당들을 그 정치과업 수행에로 견인하는 것은 결코 난제가 아니다.

연립정권을 세우면, 무슨 변괴라도 일어나 사회변혁운동이 난국에 빠질 것처럼 근심하는 것은 신경과민이며, 연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종북주의 비방'에 매달려 있는 '쎅트'의 망동이다. (2011년 4월 7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