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과 진보 (17)

 

룰라의 허상이 깨질 때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브라질 제35대 대통령 룰라(Luiz Ign cio Lula da Silva)가 2011년 1월 1일 두 번째 임기를 마치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이전에 대권도전에서 세 차례나 쓴 잔을 마신 뒤, 2002년 대선에서 당선되고 2006년에 재선되어 8년 임기를 마친 것이다.
 
그의 퇴임 직전, 브라질 여론조사기관 센수스(Sensus)가 2010년 12월 29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지지율은 87%였고, 룰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83.4%였다. 그 여론조사 결과가 잘 말해주듯, 그는 브라질 역사에서 가장 많은 국민적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었다. 그가 브라질 국민들로부터 그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룰라 정부가 집권 8년 동안 이룩한 성과 세 가지는 빈곤퇴치, 경제성장, 고용증대로 세간에 알려졌다. 이 세 가지 성과를 브라질 국민들에게 안겨주었기에 그처럼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그러나 룰라 정부의 치적으로 알려진 빈곤퇴치, 경제성장, 고용증대의 실상을 파헤쳐보면, 브라질 국민들이 허상을 바라보며 열광하였음을 알 수 있다. 브라질 국민들이 열광한 허상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브라질 국민들의 착각과 내외 언론의 선동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허상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언론에서 그를 유별나게 추켜올려준 것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미국의 유력 주간지 <뉴스위크>는 2008년 12월, 2009년 9월, 2010년 8월에 각각 룰라 당시 대통령을 '위대한 지도자'로 추켜올렸고, 2010년 4월 미국 <타임>도 그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추켜올렸다. 미국 언론이 조작해낸 룰라의 허상은 전 세계로 파급되었다.

그러나 허상은 허상일 뿐이다. 룰라의 허상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내릴 필요가 있다. 그런 평가는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우리 사회에 중요한 교훈을 안겨준다.


빈곤퇴치가 아니라 빈부격차 확대였다

룰라 정부가 이룩한 최대 성과로 세간에 알려진 것은 빈곤퇴치다. 룰라 대통령은 집권 이듬해인 2003년부터 '기아 퇴치(Fome Zero)'라는 사회복지정책을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이 정책에는 '가족 기금(Bolsa Fam lia)'이라 부르는, 빈곤층을 위한 현금 지급, 저가 식당 운영, 필수영양제 무상공급, 생활용수 공급, 공립학교 무상급식 등이 포함된다. 2006년 현재, 브라질에서 1,120만 가구, 4,400만 명이 '가족 기금'으로부터 보조금 혜택을 받고 있다.
 
'가족 기금'의 운영방식을 보면, 월소득 76달러 미만인 빈곤가구의 자녀로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한 명 당 현금 12달러를 매달 지급한다. 한 가구에 최대 세 명까지 재학생 어린이들에게 지급된다. 또한 월소득 38달러 미만인 극빈가구에게는 현금 37달러를 매달 추가로 지급한다. 룰라 정부는 이처럼 해마다 정부예산의 2.5%를 '가족 기금'에 배정하여 왔다.

그런데 주목하는 것은, 룰라 정부가 시행해온 '가족 기금'의 성과가 실제보다 과대평가되었다는 점이다. 과대평가와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지적할 수  있다.

첫째, '가족 기금'이라는 사회복지정책은 룰라 정부가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임 정부인 카르도소 정부가 시행하였던 '학교 기금(Bolsa Escola)'을 확대, 보강한 것이다. 원래 '학교 기금'은 여섯 살에서 열다섯 살 연령층의 재학생 어린이를 둔, 월소득 30달러 미만의 빈곤가구에게 어린이 한 명 당 현금 6달러를 지급하고 한 가족 당 최대 18달러까지 지급하는 사회복지정책이었다.

둘째, 룰라 정부는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얻어낸 융자금을 '가족 기금' 운영자금으로 투입하였다. 다시 말하면, 제3세계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을 금융적으로 수탈하는 신자유주의 소굴에서 빚을 얻어다가 자국의 빈곤층에게 현금으로 지급한 것이다. 자금력이 부족해서 그렇게라도 하였다고 좋게 볼 수도 있지만, 신자유주의의 독소를 주입당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셋째, '가족 기금'이라는 사회복지정책으로 브라질의 빈곤층이 줄고 그 만큼 중산층이 늘었다는 언론보도는 실제와 다른 과대평가에 지나지 않는다. 언론의 과대평가에 따르면, 브라질 중산층은 2003년에 총인구의 43.2%였는데, 2009년에는 53.6%로 늘었다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나타난 대로, 2009년 현재 브라질 중산층 인구가 53.6%라면, 소득격차가 크게 줄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유엔개발계획(UNDP) 2008년도 통계자료는 브라질의 소득격차가 세계 최상위권에 여전히 머물러 있음을 말해준다. 그 통계자료에 따르면, 브라질의 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Gini index)는 57이다. 베네주엘라 지니계수 48.2에 비해 크게 높은 수치다. 전 세계에서 브라질보다 지니계수가 높은 나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57.8), 파라과이(58.4), 콜롬비아(58.6), 하이티(59.2), 볼리비아(60.1), 보츠와나(60.5), 중앙아프리카공화국(61.3), 시에라리온(62.9), 레소토(63.2)밖에 없다.

브라질의 중산층 인구가 53.6%가 된다는 통계수치와 브라질의 소득격차가 세계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은 상호모순된다. 왜 이런 모순현상이 일어났을까? 그것은 중산층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아놓음으로써 실제로는 중산층이 아닌 빈곤층까지 중산층에 포함된 착오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내막은 이렇다.

2009년 12월 현재 브라질 사회개발부, 노동부, 국립지리통계원의 통계자료를 종합하면, 월평균 2,728달러 이상 소득을 올리는 계층은 총인구의 15.6%, 632달러-2,728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은 53.6%, 456달러-632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은 13.4%, 456달러 이하의 소득을 올리는 계층은 17.4%다. 이러한 통계에 따르면, 브라질의 부유층은 15.6%, 중산층은 53.6%, 빈곤층은 30.8%가 된다.
 
그러나 브라질 중산층이 총인구의 53.6%로 늘어났다는 브라질 정부기관의 통계는, 월평균 소득이 632달러에서 1,500달러에 이르는 빈곤층까지 중산층에 포함시킴으로써 중산층 비중을 크게 부풀려놓은 것이다. 월평균 소득이 1,500달러에서 2,728달러에 이르는 계층을 중산층으로 규정하는 경우, 브라질 중산층 비율은 총인구의 30% 선으로 떨어지고, 그 대산 빈곤층 비율은 53% 선으로 올라간다. 세간에 잘못 알려진 것과 달리, 브라질은 빈곤의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매달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꼭 마찬가지로, 브라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지배적이다. 브라질의 백만장자는 2006년에 13만명이었는데, 2007년에는 19만명으로 급증하여 세계 10위로 올라섰다. 브라질 백만장자의 총재산은 브라질 국내총생산의 절반을 차지한다. 룰라 정부는 빈곤을 퇴치한 것이 아니라 빈부격차를 더 늘려놓은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독소가 주입되다 

지난 1990년대에 브라질 경제는 매달 평균 84%로 치솟는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의 직격탄을 맞으며 붕괴 직전에 있었다. 군정 이후 첫 민간 대통령이었던 페르난도 콜러(Fernando Collor de Mello)가 집권한 1990년에 브라질은 무려 3만%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1991년에 400%로 급감하였으나, 콜러 대통령이 부패사건으로 탄핵당해 대통령직에서 쫓겨난 1992년에는 1,020%로 다시 치솟았고, 1994년에는 2,294%로 폭증하였다.

초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위기에 몰린 브라질 경제를 구하기 위해 콜러 정부가 취한 긴급조치는 국유기업의 민영화였다. 주요산업부문의 국유기업 15개를 민영화한 것이다. 이를테면, 브라질 최대 철강회사 아쎄씨타(Acesita), 전화회사 텔레브라스(Telebras), 세계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광산회사 발레(Lale), 도시가스회사, 전기회사, 상수도회사, 은행 등을 민영화하여 내외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겼다.

그렇게 하였어도 파산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브라질은 1998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하는 국제금융프로그램으로부터 41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고 겨우 파산을 면하였다.

파산위기에 몰린 나라가 자국의 주요산업을 구성하는 국유기업이나 공기업을 내외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겨 위기를 잠시 모면하는 수법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전형이다. 1997년 말에 파산위기에 몰렸던 우리의 경우, 갓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파산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상당수의 공기업을 국제금융자본에게 팔아넘겼으며, 노무현 정부 시기에 잠깐 주춤하였다가 신자유주의에 맹종하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이른바 '공기업의 선진화'라는 위장명칭을 내걸고 공기업을 국제금융자본에게 팔아넘기는 짓을 계속하고 있다.

국유기업 또는 공기업을 내외 자본가들에게 팔아넘기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어떠한 비극적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오늘 우리의 민생경제가 피폐화되고 빈부격차가 최대로 벌어지는 현실이 잘 말해주고 있다. 브라질은 우리보다 먼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제국주의세계체제에 깊숙이 편입된 것이다.

2003년부터 2010년 사이에 브라질에서 생겨난 일자리 1,400만 개는 주요산업 민영화의 결과였고, 브라질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한 것은 미국 달러화에 대한 헤알화 가치가 급격히 상승하였기 때문에 생긴 착시현상이다. 2002년 룰라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2004년 브라질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2003년 1.0%, 2004년 -0.2%, 2005년 5.1%, 2006년 2.3%, 2007년 3.7%, 2008년 5.4%, 2009년 5.1%, 2010년 -0.2%를 기록하였다. 브라질의 경제성장은 브라질 국민을 속이는 신기루 현상인 것이다. 브라질의 '경제성장 신기루'를 퍼뜨리는 '주범'은 브라질 국영통신사 <아젠시아 브라질>이다.


집권한 노동자당, 불안정한 동거를 청산하다

1980년대 초 브라질에서 군사독재정권이 퇴장하면서, 정치적 자유공간이 차츰 확대되자 진보적 정치세력들은 제각기 정당을 창당하였다.
 
룰라 전직 대통령이 창당 주역으로 참가한 노동자당(Partido dos Trabalhadores, PT)은 1980년 2월 10일에 창당되었다. 반스탈린주의 성향을 공유하는 사회민주주의자들과 트로츠키주의자들이 노동자당 안에서 불안정한 동거를 시작한 것이다.
 
원래 브라질 노동운동권은 친정부 성향의 어용노조와 브라질 공산당의 영향을 받는 진보노조가 대립하였는데, 사회민주주의와 민주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노동운동가들이 제3세력으로 등장하였다. 룰라 전직 대통령 자신도 제3세력에 속한 노동운동가였다.
 
군정이 민정으로 전환된 이후 노동자당과 각축전을 벌이게 된 정당이 브라질 사회민주당(Partido da Social Democracia Brasileria, PSDB)이다. 원래 브라질 민주운동당(Partido do Movimento Democr tico Brasileiro, PMDB)의 한 정파로 있었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탈당하여 1988년에 창당한 것이 브라질 사회민주당이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주축으로 자유주의자들, 기독교 민주주의자들, 민주사회주의자들이 브라질 사회민주당에 결집하였다.

브라질 사회민주당은 창당한 때로부터 불과 6년만에 집권하였다. 브라질 사회민주당 출신 대통령 페르난도 엔리크 카르도소(Fernando Herique Cardoso)는 1995년 1월부터 2003년 1월까지 집권하였다. 그는 재무장관으로 일하던 시기(1993-1994년)에 '헤알 계획(Plano Real)'을 추진하여 초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성공하였고, 그 업적에 힘입어 브라질 사회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하여 1994년 10월 3일에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되었다. 그 대선에서 54%의 득표율을 올린 브라질 사회민주당 대선후보 카르도소는 27%의 득표율을 올린 노동자당 대선후보 룰라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집권하였다.
 
카르도소 당시 대통령은 1998년에 실시된 대선에서도 32%의 득표율을 올린 당시 룰라 후보를 여유있게 누르고 53%의 높은 득표율로 재선되었다.
 
2002년 10월 6일에 실시된 브라질 총선의 주요정당 득표율을 보면, 브라질 정치지형을 파악할 수 있다.

노동자당 - 18.4%
브라질 사회민주당 - 14.3%
자유전선당 - 13.4%
브라질 민주운동당 - 13.4%
진보당 - 7.8%
브라질 사회당 - 5.3%
민주노동당 - 5.1%
브라질 노동당 - 4.6%
자유당 - 4.3%
사회인민당 - 3.1%
브라질 공산당 - 2.2%
국가질서재건당 - 2.1%

위의 총선결과가 잘 말해주는 것처럼, 브라질의 정치지형은 중도우파의 압도적 우세 속에서 중도우파 대 우파의 양자구도로 이루어졌다. 중도우파정당들의 총득표율은 59.6%이고, 우파정당들의 총득표율은 32.2%인데, 좌파정당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도우파정당은 노동자당, 브라질 사회민주당, 브라질 민주운동당, 브라질 사회당, 민주노동당, 사회인민당이고, 우파정당은 자유전선당, 진보당, 브라질 노동당, 자유당, 국가질서재건당이고, 그나마 총선에 당명을 올린 좌파정당은 브라질 공산당밖에 없다.

2002년 10월 6일에 실시된 대선 1차 득표율에서도 중도우파 대 우파의 양자구도가 그대로 나타났다.

룰라 (노동자당 후보) - 46.4%
조제 쎄하 (브라질 사회민주당 후보) - 23.2%
안토니 가로틴호 (브라질 사회당 후보) - 17.9%
씨로 고메스 (사회인민당 후보) - 12.0%
조제 마리아 데 알메이다 (통합사회노동자당 후보) - 0.5%

통합사회노동자당 후보 조제 마리아만 트로츠키주의 성향의 좌파후보이고, 나머지 네 후보는 모두 사회민주주의 성향의 중도우파후보였다. 브라질에 중도좌파정당이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 중도좌파후보가 있을 리 없다.

2002년 10월 27일 1위와 2위 득표자가 맞붙은 결선투표에서 룰라 후보는 61.3%, 조제 쎄하 후보는 38.7%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로써 정권은 브라질 사회민주당에서 노동자당으로 넘어갔다. 이것을 정권교체라고 부를 수는 있겠지만, 정치이념구도로 보면 집권 각축전을 벌여온 사회민주주의정당들끼리 정권을 교체한 것이 지나지 않는다.

위에서 논한 대로, 노동자당은 사회민주주의자들과 트로츠키주의자들의 불안정한 동거로 유지되었는데, 야당 시절에는 집권당을 상대로 투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대로 동거할 수 있었지만, 집권당이 된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집권한 노동자당 안에서 정치노선을 둘러싼 치열한 당내투쟁이 벌어졌다. 당내투쟁은 2003년 12월에 절정에 이르렀는데, 노동자당의 우경화를 반대한 대표적 트로츠키주의자(당시 현직 국회의원) 네 사람이 출당조치를 당했다. 이것은 노동자당의 영도권을 당내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배타적으로 틀어쥐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노동자당의 우경화를 반대한 트로츠키주의자 당원 112명은 2005년 1월 30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Porto Alegre)에서 열린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에서 '결렬선언'을 발표하고 집단탈당하였다.


사회민주주의의 한계에 갇힌 브라질

트로츠키주의자들이 완전히 밀려난 노동자당은 사회민주주의정당의 본색을 남김없이 드러냈다. 노동자당의 급속한 우경화는 그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런 내막을 알지 못하는 언론매체들은, 원래 좌파 노동운동가 출신인 룰라가 대권을 잡은 뒤로 정치적으로 변신하여 우경화된 것처럼 보도하였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룰라는 원래 좌파가 아니라, 중도우파에 속한 노동운동가였고, 집권한 뒤에도 집권하기 전과 다를 바 없이 줄곧 중도우파노선을 걸어갔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룰라 정부는 민정 이후에 출현하였던 역대 정부들과 정치이념적으로 전혀 다를 바 없는 연속적 동질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만 집권하기 위한 경쟁관계에 놓여있었을 뿐이다. 따라서 민정 이후의 역대 정부들과 룰라 정부를 분절적으로 파악하면서, 후자의 '정치적 성공'을 별도로 부각시키는 것은 실제와는 다른 정치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의 핵심은, 민정 이후 역대 정부들이 공통적으로 취해왔던 것처럼 룰라 정부도 신자유주의 정책과 사회민주주의 복지정책을 동시에 추진하였다는 점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브라질식 사회민주주의는 반제노선을 외면하고, 신자유주의 탁류에 편승함으로써 제국주의세계체제에 종속적으로 편입되었으며, 그 결과 주요산업 국유화를 뒤집어 주요산업 민영화를 추진하는 반동의 길로 돌아서고 말았던 것이다.

브라질식 사회민주주의가 이처럼 신자유주의라는 독소를 품고 있을 수밖에 없는 근본원인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21세기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참다운 진보정치이념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21세기 사회주의로 나아가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없는 브라질 정치권의 사상적 한계는 브라질의 미래를 사회민주주의냐 아니면 급진적 사회주의냐 하는 양자택일 속에 가두어놓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치명적 독소를 품고 있는 브라질식 사회민주주의는 서유럽 나라들이 현재 겪고 있는 정치혼란과 파산위기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 것이다. (2011년 1월 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