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60년을 맞으며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소위 6.25전쟁과 관련하여 남북화해와 협력을 다지는 노력보다는 이 날의 비극적 상처를 통해 남북갈등을 조장하고 연일 대북강경망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때 서울시는 이날을 기하여 초중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쟁 각본을 모집 중이라고 한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사설을 통해 시 당국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그 전문을 싣는다.

[사   설]

전쟁 시나리오 공모하다니 제 정신인가

호전의식 조장 반 사회적 행위 중단촉구

서울시가 한국전쟁 60년을 맞아 초 중 고생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전쟁 시나리오를 공모 중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홈페이지 예시문을 통해 ‘적의 입장에서 어떻게 (서울을) 공격할 것인지 상상력과 창의를 발휘하여 자유형식으로 서술해 달라’고 주문했다. 서울에서의 전쟁은 상상만 해도 섬뜩하고 아찔하다. 서울시가 어떻게 시민들을 대상으로 서울 공격 시나리오를 공모할 수 있는가. 그것도 초등학생을 포함한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적의 입장에서 시나리오를 짜보라고 하다니 서울시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

서울시는 전쟁 시나리오 공모 취지로 ‘안보의식 고취’를 들었다. 지난해 을지훈련 아이디어 수집차원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나리오를 공모했는데 올해에는 시민들의 미약한 안보의식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상을 초 중 고생과 일반 시민으로 확대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일반인들이 서울시를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안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다는 논리인 듯하다. 군사정권 시대에도 들어보지 못한 해괴한 논리다. 전쟁 시나리오 쓰기는 시민들의 공포감을 불러일으켜 안보불안만 고조시킬 뿐이다. 이 같은 공모가 안보의식 고취에 기여할 것이라고 진짜 믿고 있는지 묻고 싶다.

특히 서울시가 어린 학생들에게 적의 입장에서 서울 공격 방안을 세워보라고 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시당국이 어린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해 그들을 전쟁에 친숙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전자게임에 능숙한 학생들로부터 기발한 작전계획을 입수하겠다는 것인가. 학생들에 대한 안보교육은 기성세대가 학생들에게 전쟁의 참혹성과 평화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데서 출발한다. 그런데도 서울시가 이런 시나리오를 공모하는 것은 호전의식을 조장하는 행위로 그 자체가 반(反)사회적이며 반안보적이다.

현재 남북은 천안함 사건 이후 극도로 긴장상태에 있다. 남측의 심리전 재개 움직임을 놓고 북과 남은 타격과 보복 운운하고 있다. 자칫 조그만 불상사라도 발생하면 불행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쟁 시나리오 공모는 이러한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의 안보 드라이브에 맞장구를 치기 위해 이런 일을 하는지 모르지만, 이는 시민들에게 전쟁놀이를 독려하는 어처구니없는 행위다. 오세훈 시장은 당장 공모 작업을 백지화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