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공황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모순의 폭발과정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미국의 금융공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미국의 금융공황은 ‘제국의 몰락’의 서막
2. 미국 금융공황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모순의 폭발과정
3. 미국 금융공황은 월가의 투기적 금융체제에 대한 역사적 심판
4.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진보운동의 과제

 

‘시장은 스스로 규제한다.’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모든 규제를 풀어라, 그러면 효율적이고 이상적인 시장질서가 수립될 것이다. 그리고 완전한 시장에서 모든 것은 순조롭게 흘러갈 것이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핵심교리이며, 소위 미국식 자본주의이다.

미국의 금융공황은 미국식 자본주의의 파산 몰락을 선고한 심판대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부시 행정부는 최근 1929년 이후 최초로 은행을 부분적으로 국유화하는 조치에 서명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시장을 규제할 수 있는 신 브래튼 우즈체제 구축이 활발히 토론되고 있다. 자유경쟁을 지상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신자유주의는 이로서 스스로 사망신고서에 도장을 찍었다.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반미 반(反)신자유주의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몰락을 얘기하고, 반신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했을 때만해도 많은 사람들은 이에 대해 조소를 보내고, 신자유주의 영원성을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것이 바로 엊그제이다. 그런데 지금 신자유주의 체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신자유주의 본산인 미국의 대통령이 은행 부분국유화 조치를 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몰락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 버렸다.

1. 미국경제 위기(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략으로 선택된 신자유주의

미국의 금융공황은 쌍둥이 적자를 배태할 수밖에 없는 군산복합체 경제구조의 필연적 산물이다. 하지만 이렇게만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어떤 구체적 작동원리를 통해 격화되고, 어떤 구체적 매개를 통해 폭발했는가를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현재 금융공황 발발의 구체적 실상과 발전양상을 파악할 수 없고,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없다. 미국의 금융공황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밀접히 결합돼 있다.

1960년대까지 그런대로 잘 굴러가던 미국경제는 70년대에 접어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암초를 만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군산복합체 경제의 모순에서 나온 것으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된 경제침체현상을 말한다. 막대한 베트남전 전비지출로 인한 재정적자 확대, 일본 독일의 급속한 성장과 신흥공업국들의 부상으로 인한 대외 경쟁력 약화, 자원민족주의에 따른 원유가 급등이 미국경제를 강타했고, 그 결과 미국경제는 침체의 긴 늪에 빠져들었고, 그 속에서 물가는 급등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1980년 초 백악관에 입성한 레이건 대통령은 ‘강한 국가, 작은 정부’의 기치아래 국방비 증대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채택하고, 이를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려 했다. 레이건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것은 과감한 감세정책이다. 자본가들에 대한 과도한 세금이 투자활성화를 저해하고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과감한 감세를 통해 기업들의 투자 분위기를 활성화시키는 길만이 경제를 다시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고, 또한 ‘작은 정부론’을 내세워 기업과 시장에 대한 각종 규제를 과감히 철폐해야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해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고 외쳤다.

이것이 바로 레이거노믹스였다. 레이거노믹스라는 이름아래 채택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핵심은 시장근본주의, 자유기업주의, 성장 지상주의로 요약된다. 시장의 만능을 주장하며 자유시장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시장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사유재산권의 절대성을 주장하고, 무제한한 영리추구의 자유를 주창한다. 또한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과 간섭을 반대한다. 노동시장과 금융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반대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규제철폐와 민영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금융시장의 자유화, 감세정책과 작은 정부론으로 대표된다.

이상과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자본가들에게는 무제한한 자유를, 노동자들에게는 무한한 고통과 통제를!’ 체제이다. 성장과 소비, 자본의 흐름에 대한 모든 국가적 규제를 철폐함으로서 자본 활동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해 줘 투자활성화 분위기를 촉진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부를 부유한 사람들에게 이전시키게 되면 투자가 촉진되고, 경기활성화와 경제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제성장이 촉진되면 일자리가 확대되고, 임금이 올라가 저소득층과 중산층도 잘살 수 있다는 것이다. 성장을 통해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효율적인 시장 지배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의 핵심이다.

2. 파산에 직면한 레이거노믹스

국방비 증대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핵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는 처음에는 성공하는 듯했다. 레이건 정부 초기에는 금융긴축으로 만성적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감세정책으로 소비가 진작되면서 경제가 활성화되는 듯했다. 또한 금리상승과 미국 고수익 채권투자의 증가로 국제자본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달러화 수요가 증가했다. 미국은 드디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고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레이거노믹스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1980년대 중반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감세를 통해 노렸던 저축 증대, 투자확대는 나타나지 않았고, 감세로 인한 소비 진작은 수입확대로 이어져 무역수지 적자를 확대시켰다. 무역수지 적자는 1980년에 GDP 대비 1%선에서 플라자 합의직전인 1984년에는 3%선으로 확대되었다. 고금리로 물가는 잡았으나 기업 투자가 전반적으로 위축되었고 제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의 약화를 가져 왔다. 또한 과도한 국방비 지출과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확대되었다. 레이건 대통령 시기 감세규모는 1981년 이후 5년간 7500억 달러에 달하며, 레이건 집권기간 국방비로 모두 2.3조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 때문에 재정적자 비중도 1981년 1.5%선에서 1984년에는 3.4%로 높아졌다. 미국경제는 다시 쌍둥이 적자의 악몽에 빠져들어 갔고, 제조업은 더욱 더 몰락해 갔다.

제조업 붕괴와 쌍둥이 적자라는 미국경제의 고질병이 다시 도지자, 달러화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미국상품의 경쟁력을 회복해 무역적자를 축소시키려 했다. 이래서 나온 것이 플라자 합의이다. 1984년 9월 23일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G-5(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국제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달러화 평가절하에 협조할 것을 합의했는데, 이것이 바로 플라자 합의이다. 각국은 이 합의를 지키려고 외환시장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으며, 이로 인해 일본의 엔화의 경우 달러당 250엔에서 일 년 후인 1986년 9월경에는 130엔 대로 떨어졌다. 이와 함께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미국시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통제하는 한편 약소국들에게는 수입개방을 강요하는 모순적 행동을 벌였다. 또한 제조업 경쟁력의 약화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력이 있는 서비스와 금융 산업 중심으로 미국 경제를 재편해 나갔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피할 수는 없었다. 미국경제는 1987년부터 주택시장 거품이 꺼지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19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소위 저축대부조합 파산사태가 터져 미국경제의 위기적 모습을 노출했다. 미국정부는 수 백 개에 달하는 저축은행들이 파산하기 시작하자 1989년 정리신탁공사를 설립하고 1200억 달러에 달하는 구제 금융을 투입했다. 미국의 주택대부 조합 사태는 1995년도에 최종 정리되었는데, 이때까지 총 500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이 들어간 것으로 파악되었다. 저축대부조합 사태는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금융자유화의 여파로 인한 대규모 금융 불안 사태였다는 점에서 오늘 날의 금융공황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레이건 대통령이 추진하고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계승했던 레이거노믹스는 실패로 끝났다. 이와 함께 신자유주의 정책도 당연히 파산해야 했다. 민영화, 규제철폐, 시장만능은 완전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낳지 못했다. 시장은 투기장화 되었고, 자본가들은 생산적 투자, 장기투자보다는 보다 빠르게 보다 많은 이윤을 뽑아낼 수 있는 단기투자, 투기적 투자에 자신들의 돈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생산적 분야에 대한 투자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으로부터 부유층으로의 부의 이동을 통해 부유층의 투자를 활성화시켜 경기를 되살린다는 신자유주의적 교의는 거짓선동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와는 오히려 반대로 부유층들은 생산적 투자를 외면하고 금융적 투기시장에만 매달림으로서 제조업을 비롯한 생산적 산업의 발전에 암적 요소로 작용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했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 정책은 쌍둥이 적자의 확대(부채국가), 빈부격차의 심화로 인한 국내시장의 협소화(개인부채), 국내산업 붕괴로 인한 대중소비품 부족, 막대한 양의 과잉자본의 존재라는 문제점만을 낳았을 뿐, 효율적인 시장, 감세로 인한 경기 활성화, 일자리 창출들의 긍정적 기대 효과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특히 미국경제의 고질병인 제조업의 몰락과 쌍둥이 적자의 확대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금융 산업의 비정상적 확대를 초래해 제조업 몰락의 가속화와 금융 불안정성의 증대만을 가져왔다.

3. 더욱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

1980년대 말 레이거노믹스의 파산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한계가 명백히 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배계급들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정책을 개발도상국들과 약소국들에게 강요했다. 이것이 소위 세계화의 흐름이다. 세계화란 본래 미국식 자본주의 제도(시장만능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전 세계적으로 이식시킴으로서 미국의 금융독점자본들이 전 세계 시장(특히 금융시장)을 완전히 장악함으로서 막대한 양의 경제적 잉여를 수탈해 가려는 지배와 종속전략이다. 이것은 출로가 없는 미국 지배계급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활로였다.

미국의 지배세력(초국적 독점자본)들은 국내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통해 노동자 계급을 비롯한 민중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강화하고, 국제적으로는 세계화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제국주의적 지배와 수탈을 확대해 나갔다. 이런 면에서 세계화는 피할 수 없는 인류역사의 불가피한 발전경로도 아니며, 자본주의 발전의 필연적 경로도 아니다. 그것은 제국주의 지배세력들의 단순한 세계지배전략의 산물일 뿐이다.

이러한 것은 최근 미국 금융공황에 대한 대응과정을 보면 잘 나타난다. 은행의 부분적 국유화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금융체제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신 브래튼 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가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 ‘금융’과 ‘시장’에 대한 통제와 규제문제가 다시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의 논의가 어떤 실천적 결론으로 귀결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현재의 시장만능자본주의 제도는 수정될 것이며, 시장의 자유를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는 끝장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체제가 자본주의 발전의 필연적 과정이 아니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지배세력들이 선택한 세계화 전략의 핵은 금융세계화전략이다.

금융부문에서 취득한 수익은 자체 내에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실물경제(산업생산과 유통부문)에서 창조된 부가가치가 이전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산업 발전과 실물경제발전이 병행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 산업(제조업, 서비스업, 유통업, 농업 등)이 발전하고, 이 분야에서 부가가치 창조가 확대되어야 금융 산업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렇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의 토대가 약화되고, 금융 산업의 발전이 불가능 해진다.

그런데 미국 경제의 금융화 과정은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금융 산업의 발전이 실물경제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금융화 확대과정은 경제의 투기화를 촉진시켰고, 제조업의 발전을 가로막았다. 그 결과 금융화가 진전되면 진전될수록 실물경제의 발전은 지체되었고, 그 결과 실물부문과 금융부문의 괴리가 극대화되면서 경제의 거품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거품은 언젠가 터질 수밖에 없었고, 1980년대 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사태는 이러한 거품붕괴의 후유증이었다.

제조업산업의 붕괴 등으로 인해 전통적 산업부문에서 금융시장으로 부가가치를 지속적으로 빨아들이기 어렵게 되자 월가의 금융독점 자본가들은 금융세계화 전략에 사활적으로 매달리게 되었다. 이것은 금융산업에 대한 헤게모니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힘을 앞세워 세계 금융시장을 지배 장악하려는 전략으로 해외로부터 막대한 양의 이윤을 뽑아내려는 지배와 수탈정책이다. 월가의 금융독점 자본가들은 이러한 전략을 관철하기 위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적절히 활용했다. 그리고 무기를 앞세워 세계 모든 나라들의 자본시장(금융시장) 개방을 강요했다.

그 결과 1990년대부터 금융시장 개방, 금융자유화, 외환자유화 바람이 전 세계에 휘몰아쳤다. 그리고 이점에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국에서 90년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불어 닥쳤던 주식시장 열풍, 펀드 열풍은 한국 금융산업 자주적 발전의 성과가 아니라 미국의 초국적 독점자본의 강요의 산물이었다. 월가의 금융독점자본은 이러한 방식으로 개발도상나라들에서 금융시장내로 막대한 양의 부가가치가 흘러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 금융시장을 다양한 형태로 지배 장악하고, 막대한 양의 경제잉여를 빼앗아 갔다. 그 결과 90년대 이후 전 세계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확대되었으며, 그에 따라 외환위기 금융위기가 빈발하게 됐다.

4.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의 한계

1990년대 미국의 지배계급이 전략적으로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전략은 1990년대 말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1990년대 말에 아시아 지역을 휩쓸었던 아시아 외환위기 사태와 그 이후 러시아 금융위기 사태이다. 90년대 말에 있었던 이러한 외환위기 사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것으로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의 내적 모순으로부터 불가피하게 파생된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은 피할 수 없는 내적 모순을 갖고 있다.

첫째, 국내적 범위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심화시켰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감세정책은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부를 부유층으로 빠르게 이전시켜, 부익부 빈익빈 경향을 가속화시켰다. 중국이 2006년 발표한 미국인권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사회의 빈부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빈곤층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빈곤층의 평균수입이 하락하고 있다. 반면에 10%부유층의 연간수입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자유주의적 양극화의 확대로 노숙자와 의료보험 문제가 사회적 재앙으로 부각되고 있다. 전체 국민 중 약 15%가량에 달하는 5000만명 정도가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 결과 견고하게 미국사회를 지탱해 왔던 중산층이 몰락하면서 20:80(심지어는 10:90) 사회가 되어 버렸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노동자들은 안정된 일자리를 상실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 중산층의 붕괴와 빈부격차의 심화,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소득저하는 대중적 구매력을 약화시키고, 구매력의 약화는 시장의 축소를 가져왔다. 이것은 역으로 투자확대를 방해했다.

둘째로, 국제적 범위에서도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시켰다.

신자유주의의 특징인 20: 80으로의 양극화 과정은 범세계적 차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개발도상국과 약소국 내부사회도 그러한 사회로 바꿔 버렸다. 그에 따라 세계적 범위에서 구매력 확대가 저해되고, 산업발전에 장애가 조성되었다. 특히 70-90년대에 이르러 급속히 성장해 왔던 개발도상나라들이 신자유주의 확산으로 인한 국내 산업발전 정체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그 결과 금융경제와 실물경제의 괴리현상이 이들 나라에 까지 확산되었다. 이들 나라에서 산업발전이 지체된다면 그것은 금융시장에 끊임없이 새로운 부가가치가 흘러들어오는 데에 어려움이 조성된다는 것을 뜻하며 월가의 금융독점자본의 먹잇감이 축소된다는 것을 뜻한다. 그에 따라 월가의 금융독점자본은 더욱 더 투기적 방식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그것은 금융시장의 모순을 더욱 격화시킬 뿐이다.

셋째로, 통화위기 금융위기를 빈번히 불러일으켰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대되면 될수록 전 세계적 범위에서 통화위기가 빈발하고 있으며, 자본주의경제체제의 불안정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금융시장 자유화와 개방화는 금융유동성을 급속도로 증대시키고, 금융자본의 취약성을 확대시켰다. 그리고 금융자본의 취약성은 주기적으로 금융위기 통화위기를 낳았다. 구체적으로 브래튼 우즈체제가 붕괴된 후 28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88번의 통화위기와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수많은 나라의 경제가 파국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궁핍 속에서 고통을 당해야 했다. 1995년 이후 발생한 금융위기만으로 수많은 나라에서 수 억 명의 사람들이 실업자가 되고 빈곤상태에 빠져들었다.

넷째로, 무엇보다도 산업(실물경제)발전을 추동하지 못했다.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신자유주의 교의는 거짓이라는 것이 판명되고 말았다. 신자유주의는 주주가치 실현을 최고의 기업경영원칙으로 강요하면서 생산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중장기적 투자를 방해하고, 단기이익을 노리는 투기적 기업경영을 강요했다. 감세와 규제완화는 재정적자만을 낳았을 뿐, 안정된 일자리 확충과 장기적 투자를 유도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신자유주의는 금융시장의 확대를 초래했을 뿐 산업발전을 유도해 내지 못했다. 이것이 치명적 결함이었다.

결론적으로 신자유주의 세계화 과정은 부익부 빈익빈을 확대시키고 대중구매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생산투자보다 단기투기 이익에 매몰되도록 유도함으로서 산업발전을 가로막았다. 그로인해 산업발전은 지체되는데 비해 금융시장만을 기형적으로 비대화시켰다. 이것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괴리를 확대시키고, 금융의 투기성을 촉발시켜 금융위기를 주기적으로 낳게 되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서 미국의 금융공황이 터진 것이다.

5. 미국의 금융공황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파산선고

이러한 금융시장의 기형적 팽창은 필연적으로 붕괴한다. 1980년대 이후 빈발했던 수 십 차례의 통화위기 금융위기가 이것을 현실로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신자유주의 체제는 그럭저럭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유지되어 왔으며, 신자유주의 세계화 흐름은 계속되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은 각국에서 주기적으로 발생했던 금융위기 통화위기를 하나의 통과의례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났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던지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도 그러한 통과의례이며, 이 진통만을 잘 극복하게 되면 신자유주의 체제가 다시 원활하게 작동하게 될 것인가?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은 그 이전 금융위기와는 다른 일련의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지속적이며 반복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으며, 초대형 투자은행과 세계 제일의 은행들이 파산몰락하고 있으며, 경제위기에 따른 손실규모를 정확히 확정하기 어렵다. 이번 금융공황은 그 규모와 폭에 있어 그 이전 어떤 금융위기와 비교할 수 없다. 미국에서만 현재 7~8000억 달러를 구제 금융으로 쏟아 붓기로 했지만, 이것으로 이번 금융위기가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2-3조 달러의 돈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가리켜 100년만에 최대의 금융위기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이다. 과연 현재 미국정부가 금융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가 의문시된다. 또한 요행히 이번 금융공황을 그럭저럭 수습해 대파국을 막아낸다 하더라도 신자유주의 체제의 몰락과정은 불가피하며, 미국경제는 커다란 진통과 내홍을 겪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은 이 고비만을 잘 넘기면 될 단순한 일과성 해프닝이라고 볼 수 없으며, 신자유주의 체제의 파산몰락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모순이 격화되어, 더 이상 감내할 수 없는 그런 상황에서 폭발한 것으로, 향후 어떻게 전개되던지 간에 기존 신자유주의 체제 자체의 일대 수술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전도사였던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전 의장이 미 의회 증언에서 자신이 오류를 솔직히 시인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자신의 시장만능 경제관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고, “금융기관이 스스로 시장혼란을 막고 주주를 보호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은 잘못이었다”고 고백했다. 앨런 그린스펀의 고백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종말선언이며,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실토한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신자유주의 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체제는 무엇이 될 것인가?

아직 금융공황이 한창 진행 중에 있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체제를 대신할 새로운 체제에 대한 논의와 토론은 활성화되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벌써부터 여러 가지 암중모색은 이루어지고 있다. 구제금융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 신 브래튼우즈 체제 구축논의, 향후 금융제도 개혁을 둘러싼 미국과 영국의 갈등 등이 그러한 단초들이다.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주도했던 초국적 금융독점자본들은 자신들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를 유지하는 형태의 대안을 모색하려 할 것이며, 각 나라와 민족들은 또한 자기나라에게 유리한 경제체제를 모색하려 할 것이다. 그야말로 각 계급 계층, 각 나라와 민족들이 금융공황의 수습방향과 향후 대안 체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계급투쟁과 나라별 각축전을 치열하게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계급투쟁과 각축전의 승패에 따라 향후 세계경제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이러한 투쟁과 각축전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대별될 수 있다. 하나는 초국적 금융독점자본의 헤게모니가 유지되는 신자유주의적 재편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초국적 독점자본의 헤게모니를 타파하고 각 나라의 자주적 발전을 보장하고 민중들의 경제적 헤게모니가 관철되는 진보적 재편방식이다. 전자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기만적 방식으로 유지 온존될 것이며, 후자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뛰어넘어 새로운 진보적 사회경제체제 수립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나라는 어떤 미래를 개척할 것인가?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를 향한 대중적 실천과 투쟁이 절박하게 요구된다.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