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융공황의 정치경제적 분석과 향후 국제정세전망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는 일시적인 현상일까, 아니면 근본적인 폭발일까? 자본주의는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한국진보운동연구소 박경순 소장이 작성한 미국의 금융공황과 관련한 네 개의 글을 연속으로 싣는다. /통일뉴스 편집자 주

미국의 금융공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1. 미국의 금융공황은 ‘제국의 몰락’의 서막
2. 미국 금융공황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모순의 폭발과정
3. 미국 금융공황은 월가의 투기적 금융체제에 대한 역사적 심판
4. 미국의 금융공황과 한국진보운동의 과제

 

미국 금융공황은 ‘제국의 몰락’의 서막

 

“미국식 자본주의는 끝장났다.”

1990년대 초 소련의 몰락 당시 소련식 사회주의 몰락과 미국식 자본주의의 승리를 열렬히 예찬했던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 대학교수가 이번에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몰락’을 선언했다. 1929년 이후 최대의 금융공황 사태를 맞는 월스트리트와 미국의 지배계급들은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를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고 있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공포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1. 미국의 금융공황은 미국 경제의 구조적 위기의 폭발

현재 미국의 금융공황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시작돼, 금융시스템 전반의 혼돈과 붕괴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금융시스템의 문제점 때문이라고 보며, 이것만 고치면 금융주도 자본주의가 다시 원활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것은 사태의 본질과 심각성을 왜곡 축소하는 견해이다. 현재의 금융공황은 단순히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뛰어넘어 작게는 1980년대 이후 확산된 신자유주의 체제의 구조적 결함으로부터 초래되었거나, 크게는 미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현재 금융공황의 발단계기가 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무엇인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을 말한다. 이것은 주택을 담보로 보통보다 2-4% 정도 높은 대출이자를 받고 신용능력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내주는 대출을 말한다. 이것은 주택경기가 활성화되고, 집값이 상승하게 되면 신용능력이 없다하더라도 대출금을 상환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주택경기가 둔화되고, 집값이 하락하게 되면 대출금을 상환 받을 수 없고, 그럴 경우 주택을 압류해서 대출금을 회수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도박으로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당국은 주택경기 부양을 통해 경기침체를 지연시키려고 이것을 무분별하게 방치했다. 그리고 예측대로 일은 터지고 만다. 2006년 주택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하자,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져 갔고, 급기야는 현재와 같은 금융공황사태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공황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과정은 현재 미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여기에는 미국경제의 세 가지 구조적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미국경제의 세 가지 구조적 문제점이란 △군산복합체 형태의 소비경제구조(제국주의 수탈경제구조)의 모순 △자유 시장 경제구조(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모순 △월가의 투기적 금융체제(금융주도 경제체제)의 모순을 말한다. 즉 현재 미국의 금융공황은 단순히 금융제도상의 문제점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우연적인 것, 일회적인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으며, 미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모순)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서, 여기에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구조적 모순이 결합되어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폭발의 매개역할을 한 것이 투기적 금융체제였던 것이다.

2. 미국 경제위기의 뿌리는 ‘군산복합체’ 경제구조

1970년-2007년 동안 미국은 모두 네 차례에 걸쳐 경기침체를 겪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미국경제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출발했다. 즉 정부와 가계의 과잉지출 및 과잉소비에 따른 쌍둥이 적자의 누적, 이에 따른 달러화 약세, 오일쇼크, 저축대부조합 파산, IT및 주택버블붕괴와 같은 경제 충격이 뇌관이 되어 경기침체가 촉발되었다.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각각 경기 침체 발발의 계기는 달랐지만, 일관되게 관통되고 있는 것은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라는 쌍둥이 적자 누적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현대 제국주의의 우두머리 국가인 미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의 뿌리이다.

미국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의 뿌리로 되고 있는 쌍둥이 적자(재정적자와 무역적자)는 군산복합체 형태의 국가독점자본주의로부터 초래된 피할 수 없는 원죄이다. 군산복합체가 지배하고 있는 미국 경제에서 군수산업은 경제를 발전시키는 동력임과 동시에 막대한 양의 국부를 비생산적이며 소비적인 분야에 낭비함으로서 경제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중대한 장애물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

미국의 군산복합체 경제구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군산복합체 경제는 끊임없는 국방비 증액을 필요로 한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국방비를 사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이것은 절대적 비용 측면에서 뿐만 아니다. GN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제2차 세계 대전이후 미국은 통상적으로 GNP의 8%(연방정부 예산의 27%)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한 반면 독일과 일본은 각각 GNP의 3%와1%정도를 국방비에 지출하고 있다. 올해 9월에 통과한 2009 회계연도 국방비는 6120억 달러로서 총 연방정부예산 3조 달러의 24%에 달한다. 그런데 이것은 공개적으로 밝혀진 것에 불과하다. 이와 같이 공개적으로 밝혀진 국방예산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지출되는 군사비는 매우 다양하고 그 액수도 크다. 에너지부, 각주정부, 국가보훈처, CIA등 각 분야에 나눠져 있는 국방관련 예산을 통괄하면 1조 달러를 훨씬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거대한 국방비는 미 정부의 재정적자의 주범으로 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60년대 이후 미국의 역사에서 재정적자를 벗어났던 해는 겨우 4년 정도에 불과했다.

설상가상으로 군산복합체 경제구조는 끊임없는 전쟁을 필요로 한다. 전쟁을 통해 재고로 축적된 군사무기들을 소비해야 군수산업들을 지속적으로 돌릴 수 있고, 또 국방예산 증대의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산복합체 경제구조는 반복적으로 전쟁을 재생산해내는 전시경제체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전쟁에는 별도의 막대한 전쟁비용이 들어가는데, 이것이 또한 재정적자를 확대시키고 미국경제를 황폐화시킨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이후 미국이 벌인 몇 차례의 큰 전쟁에는 막대한 전쟁비용이 들어갔고, 이 전쟁비용이 재정적자 확대에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그 결과 미국경제의 위기가 발발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6.25전쟁 때에는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 때 사용했던 전쟁비용에 맞먹는 전비가 들어갔고, 베트남 전쟁 때에는 6860억 달러(2008년으로 환산한 비용)를 전비로 낭비했으며, 이라크전쟁에서는 6480억 달러(2008년 6월까지 들어간 전비)를 전쟁비용으로 날려버렸다.

전쟁이란 승리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전쟁비용을 물려 보상을 받을 수도 있고, 패전국 경제를 장악해 경제잉여를 약탈해 전쟁비용을 벌충하고도 이득을 남길 수 있다. 전쟁을 시작하는 측은 이러한 장밋빛 계산아래 전쟁을 시작하지만, 전쟁의 결과는 냉엄한 것이다. 전쟁에서 다행히 이긴다면 이러한 계산이 들어맞겠지만, 패배한다면 쓰디쓴 결말을 맛보아야 한다. 전쟁의 패배는 국제정치적 위신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준다. 전쟁의 패배는 패전국 경제의 황폐화를 가져온다. 그런데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이후 수많은 전쟁을 벌였으며, 그중에서도 세 차례의 커다란 전쟁을 치렀고, 이 전쟁에 천문학적 전쟁비용을 쏟아 붓고도 패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냉혹했다. 베트남전 패배이후에는 미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장기불황체제로 빠져들었고, 이번 이라크 전 패배이후에는 금융공황이라는 원자폭탄을 맞았다. 한마디로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은 부시행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정책의 부산물이라고도 과언이 아니다.

무리한 국방비 증액은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데 그치지 않았다. 군수산업에 대한 과잉투자는 민수산업에 대한 과소투자를 초래했고, 이것이 민수산업 생산을 위축시켜 산업구조를 기형화시켰다. 군수산업발전이 민수산업발전을 선도하고, 민수산업발전이 군수산업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구조가 확립된 것이 아니라, 그와는 반대로 군수산업의 비정상적인 확대가 민수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악순환구조가 만들어졌다.

첨단과학기술 인력과 투자가 군수산업 및 국방관련 분야에 집중되고, 국방관련 분야의 첨단과학 기술이 민수산업분야로 원활히 이전되지 못함으로서 민수산업 발전에 장애를 조성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민수산업발전은 지체되었고, 미국 상품의 국제경쟁력은 독일 일본에 비해 나날이 뒤떨어져 갔다. 독일 일본의 제품들이 국제시장을 지배했고, 미국의 제품들은 시장에서 점점 사라져갔다. 그리고 이 나라 제품들이 미국시장까지 잠식해 들어갔다. 이것이 미국 제조업의 붕괴로 귀결되었고,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으로 되었다. 2007년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약 7120억 달러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의 제조업 비중은 1970년대 26%에서 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12~13%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이다. 보고자들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 브랜드라고 하는 자동차 산업이 몰려 있는 디트로이트를 방문해 보면 전체 도시가 전쟁에서 폭격을 받아 폐허가 된 도시 같았으며 그것이 현재 미국 제조업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한다.

미국의 제조업의 붕괴가 갖는 경제적 의미는 무엇인가?

제조업의 붕괴는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파괴했다. 제조업의 붕괴는 미국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축소하고, 임금을 저하시키며, 서민경제를 위축시켰다. 그리고 노동조합의 힘을 위축시켜 노사 간의 힘의 균형을 파괴했다. 그 결과 임금저하현상이 지속적인 하나의 구조적 경향으로 자리 잡게 됐고, 미국 국내의 노동자와 서민대중들의 빈궁화가 가속화되었다. 노동자의 임금저하와 일자리 위축은 노동생산성 저하를 낳는 악순환구조를 낳았으며, 미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더욱 확대시켰다. 제조업 붕괴는 미국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소비제품들을 국내 제조업이 뒷받침할 수 없게 만들었고, 그 결과 해외로부터 막대한 양의 소비제품을 수입하지 않으면 안되는 무역수지 적자구조를 고착화시켰다.

이제 미국 경제는 제조업에 기반한 정상적 경제구조가 파괴되어 버렸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구조화됨으로서 가계와 정부가 모두 외국의 빚에 의존해 살아가는 ‘소비형 경제체제’로 되어 버렸다.

3. 위기탈출 전략으로서 제국주의적 침략과 수탈

모든 나라의 경제는 장기적으로 쌍둥이 적자를 유지할 수 없다. 그런데도 미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쌍둥이 적자’라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지탱해 왔다. 이것은 참으로 불가사이한 일이다. 도대체 그 비결은 무엇이란 말인가?

미국이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를 유지해 왔던 비결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해외로부터 막대한 양의 경제적 잉여를 뽑아내 쌍둥이 적자를 벌충했던 데 있었던 것이다. 즉 세계 최대의 국방력과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힘을 앞세워 약한 나라들을 착취하고 수탈했고, 이를 통해 기형적 미국경제를 지탱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대표적 사례가 바로 ‘플라자 합의’이다. 당시 1980년 출발한 레이건 정부는 무리한 군비확충과 감세정책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났고, 재정적자가 늘어나자 국채발행을 위해 이자율을 높였다. 높은 이자율은 외국자본의 유입과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를 확대시켰다. 그 결과 달러화의 가격이 높아지고,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으며, 미국경제가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쌍둥이 적자가 급속히 확대됐다. 쌍둥이 적자 급속확대에 놀란 미국정부는 일본 서독 영국 그리고 프랑스 등 소위 G-5국가 재무장관을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아놓고 달러화가치를 인위적으로 절하하도록 강요했다.

그 결과 일본의 엔화는 이후 1년 동안 240엔/달러에서 158엔/달러로 떨어졌고, 일본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그 가격이 무려 2배 가까이나 올라가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미국제품은 수출경쟁력을 일시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자기나라의 모순을 일본 독일에 전가해 위기를 탈출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그 대가로 일본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불화에 빠졌던 것이다.

군사력을 앞세운 미국의 경제적 침략과 수탈은 특히 우리나라 등과 같은 개발도상국과 약소국들에게 집중됐다. 자유무역의 기치를 앞세워 공산품 농산품들에 대한 수입개방을 강요하고, 서비스와 금융시장 개방을 강요했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약과 같은 다자간 무역기구를 통해 무역장벽을 제거해 나갔으며, 자본시장자유화를 앞세워 금융적 종속구조를 확립해 갔다.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도상국과 약소국들에 대한 경제적 지배 종속구조를 확립하고, 막대한 양의 경제적 잉여를 수탈 강탈해 갔다. 특히 제조업의 붕괴로 인해 제조업 경쟁력이 취약했던 미국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은 세계 제일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는 금융 산업을 통한 세계 지배전략이었다.

미국은 금융자유화, 금융세계화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세계 모든 나라에게 금융자유화와 금융개방을 강요했다. 그 결과 전 세계 모든 자본주의나라들에서는 1990년대에 금융자유화와 금융시장 개방 확대 바람이 몰아쳤다. 월가의 초국적 금융독점자본은 금융헤게모니를 이용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했고, 이 공간을 통해 막대한 양의 경제잉여를 수탈해 미국경제를 지탱해 왔다.

특히 1980년대 이후 막대한 쌍둥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 미국경제를 지탱할 수 있었던 배경의 하나로 주목할 점은 달러의 힘이다. 미국의 화폐인 달러는 단순히 미국 내 화폐로서의 역할을 뛰어 넘어 세계화폐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이루어지는 무역거래가 달러로 결제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달러는 미국 내에서만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행된 달러 총액 중에 약 2/3정도가 미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금 태환을 중지한 이후 미국은 마음먹은 대로 달러를 찍어낼 수 있고, 달러를 찍어내어 외국에서 막대한 양의 소비품들을 사들어 오게 되면, 국외로 나간 달러는 2/3정도는 미국 내로 영원히 되돌아오지 않고 해외(미국의)에서만 유통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은 아주 싼 값에 달러(지폐)를 찍어내어 비싼 값에 팔아서 막대한 양의 경제적 이득을 보고 있다는 말이다. 달러라는 화폐 자체가 미국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으로 되고 있으며, 여기에서 막대한 양의 이득을 보고 있다는 말이 된다. FRB이사회의 스탭인 알리슨은 1998년 의회 중언에서 미국 밖에서 유통되고 있는 달러지폐의 양이 2500~30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것은 전체 발행지폐의 2/3가량 되는 양인데, 그는 미국 밖 달러 유통으로 인해 미국이 매년 120~150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리고 90년대 이후 그 비율이 급속히 증가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처럼 다른 선진국들과 제3세계 나라들에게 자기나라 경제적 모순을 전가하고 막대한 양의 경제잉여를 뽑아내는 방식으로 경제위기에서 벗어나려 했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본질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군사력의 역할은 매우 막중했다. 미국에게 세계최대의 군사력이란 바로 이러한 경제적 지배와 수탈을 강요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인 것이다. 이 힘이 없었다면 미국은 이러한 착취와 수탈을 다른 선진국들과 약소국들에게 강요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미국의 경제적 지배수탈 강화(신자유주의 세계화 확대과정)와 군비확장 과정이 밀접히 결합되어 있었던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4. 미국의 금융공황은 위기탈출전략의 와해

‘군사력’과 ‘달러의 힘’을 동원하는 새로운 전략은 처음에는 성공한 듯 했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이 집중적으로 추진되었던 ‘1990년대’에는 미국인들에게 승리감과 자신감이 넘쳤다. ‘새로운 미국’에 대한 기대와 희망이 넘쳤다. 사회주의체제가 붕괴되고, 세계 시장이 미국중심의 자본주의 시장으로 통합되었다. 냉전체제 붕괴 영향으로 인한 군사비 감축은 재정적자를 축소시켰다. 또한 IT산업이 붐을 타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만들어졌다. 금융시장 자유화와 개방이 확대되면서 월가의 금융독점자본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장악해갔다. 중국에서 값싼 소비품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물가상승압력에서 벗어났다. ‘고성장 저물가시대’, ‘침체 없는 고성장의 시대’가 열렸으며, 더 이상 고전적 경기순환 사이클은 적용되지 않는 신 경기 시대가 열렸다고 환호했다. 미국의 고질병이었던 재정적자도 축소되고, 드디어 재정흑자시대가 열렸다. 그야말로 만사가 잘 굴러갔다.

하지만 미국인들의 장밋빛 꿈은 2000~2년도에 걸쳐 나타난 IT버블붕괴로 인한 경기둔화로 산산이 부서졌다. 2000년 3사분기 -0.5%, 2001년 1사분기 -0.5% 2001년 3사분기 -1.4%로 경기둔화현상이 나타났다. 2001년에 들어서자 1995년 이후 폭발적이었던 IT부분의 설비투자가 급감했고, 그 영향으로 설비투자를 포함한 비주거용 투자 증가율은 -9.5%로 극심하게 침체되었으며, 제조업 설비가동율도 월 평균 73.9%의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었다. 이러한 경기둔화 현상은 신경제(New economy)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며, 경제침체에 대한 공포를 다시 불러일으켰다.

2001년 집권한 부시 대통령은 IT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레이거노믹스를 계승했다. 국방비 확대와 전쟁정책, 감세정책은 전형적인 레이거노믹스였으며, 부시 행정부는 이를 통해 이러한 경제위기에서 탈출하려고 했다. 또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초저금리 정책을 펼쳤다. 그러자 클린턴 시대 축소되었던 재정적자가 다시 확대되었다. 그리고 국내저축률이 감소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됐다. 또한 이라크전쟁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2008년 현재 미국의 이라크 전쟁비용은 6480억 달러). 미국의 재정적자는 역사상 최대기록을 계속 경신했다. 이라크 전쟁 직후인 2004 회계연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4130억 달러에 달했고, 2008년도 재정적자는 4550억 달러를 기록해 2004년도를 갱신했다. 또 다시 쌍둥이 적자의 공포가 미국을 휩쓸었다.

부시 행정부는 새롭게 부각된 쌍둥이 적자 문제를 다른 나라 중앙은행들로부터 무제한적으로 자본을 유입해 해결해 왔다. 2003년의 경우를 예를 들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4850억 달러의 달러화 자산을 매입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의 90%가량을 메워 주었다. 즉 외국 빚으로 쌍둥이 적자문제를 해결했다. 정부나 개인 모두 막대한 부채를 갖게 되었고, 개인은 빚을 내어 소비를 하고, 정부는 빚을 내어 전쟁을 치렀다. 빚으로 살아가는 정부, 빚으로 살아가는 개인, 이것이 미국경제의 현주소였다.

이것은 전형적인 소비경제이며, 소비경제는 장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 최근 미국 의회예산국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미국이 올해 채무와 관련해 지불해야 할 이자만 해도 약 234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이것은 이제 미국경제는 빚을 내어 이자를 갚아야 할 처지에 빠져 있다는 것을 뜻하며, 미국경제의 파산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미국경제에서 주목할 점은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직접적 원인으로 된 가계 부채문제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의 진앙은 가계부실에 있다. 미국의 가계 부채는 1990년대 말 이후 특히 2002~2006년 기간 중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GDP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2007년에 99.9%에 이르렀다. 이처럼 미국경제는 정부나 가계나 모두 막대한 부채에서 허덕이고, 생산은 없고 소비만이 난무하는 소비경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런 경제가 망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이번 금융공황의 매개가 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란 이러한 미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집약적으로 표출된 사건이다.

이처럼 미국 지배계급의 위기탈출전략은 미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쌍둥이 적자와 제조업 붕괴)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다시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됐고, 개인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와 개인 모두 엄청난 부채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은 흥청망청 소비에 열중했다. 생산을 통해 벌은 수입으로 소비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빚을 내서 소비했다.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확대됐고, 금융시장은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실물경제와 금융경제의 괴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거품은 언젠가 꺼지게 되는 법, 이것이 드디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계기로 꽝하고 폭발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현재 미국의 금융공황이다. 미국의 금융공황은 미 지배계급의 새로운 위기탈출전략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선언한 고백서이다.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금융공황사태를 100만에 찾아온 가장 큰 경제위기라고 일컫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잘못된 위기탈출전략 때문이다.

5. 미국 금융공황의 변혁적 의미

잘못된 처방은 병을 치유하기는커녕 악화시킬 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환자를 죽게 만든다. 현재 미국의 경제공황은 전적으로 잘못된 처방이 얼마나 재앙을 낳는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될 것이다. 미국의 악성 고질병인 쌍둥이 적자와 제조업 몰락 현상은 미국 경제모순의 뿌리인 군산복합체 경제구조를 혁파하지 않으면 해결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의 근원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한 채 엉뚱한 처방에 매달렸는데, 그 엉뚱한 처방이 미국의 경제적 고질병을 더욱 악화시켰고, 이제는 미국경제를 회복불능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처방전은 미국경제의 고질병(쌍둥이 적자와 제조업의 몰락현상)을 더욱 악화시켰고, 통화위기를 빈발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미국 자신의 금융공황으로 폭발했다.

현재 진행 중에 있는 미국의 금융공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현재의 상태에서 위기가 수습되고, 정상적인 금융체제가 복원될 것인지, 일부 전문가들이 예견한 대로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세계적 대공황으로 발전할 지 아무도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향후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든 지금까지와 같은 미국식 자본주의는 더 이상 설 땅이 없고,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도 더 이상 이대로는 유지될 수 없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가 흔들리고 있다!

이것을 우리들은 주목해야 한다. 어쩌면 이점이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에서 가장 핵심 포인트일지 모른다. 미국의 경제적 헤게모니의 동요는 매우 중요한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다. 제2차 세계 대전이후 세계사는 미국의 헤게모니가 관철되어 왔던 역사였고, 미국의 헤게모니가 강할 때에는 전 세계 진보적 대중운동이 침체되었으며, 반대로 약할 때에는 매우 활성화되었었다. 그리고 미국의 헤게모니는 전쟁과 경기위기가 결합될 때 동요하고 약화되었다.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이후 3-4차례의 대규모 전쟁을 치렀는데, 그 전쟁이후 미국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했고, 그로인해 미국의 헤게모니가 급속히 약화되었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세계사적 의미를 갖는 변혁운동의 승리가 뒤따랐다. 6.25 전쟁이후 쿠바혁명이 있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패배했으며, 전쟁의 패배와 함께 미국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최악의 경기 침체를 맞이했다. 그러자 미국의 헤게모니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이란에서 호메이니 혁명이 일어났으며, 미국대사관을 점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아무런 손을 쓰지도 못한 채 이란 혁명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라크 전쟁 패배 이후 닥친 미국의 금융공황은 과연 세계사에 어떤 변혁의 역사를 기록하게 해 줄 것인가? 어떤 나라 어떤 민족이 이 기회를 포착해서 자주적 변혁의 승리를 쟁취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의 금융공황이 한반도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이번 미국의 금융공황은 1991년 소련의 붕괴와 비유될 수 있다.

소련의 붕괴, 그리고 잇달아 구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는 사회주의 세계체제의 붕괴를 가져왔고, 전 세계 진보운동진영에게 혹독한 시련과 고난을 가져다 줬다. 전 세계적으로 반혁명적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노동운동 등 진보적 대중운동이 위축되었다. 그리고 미국식 자본주의 만세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울려 퍼졌다.

미국 금융체제의 붕괴, 그리고 잇단 전 세계적 금융체제 붕괴는 미국식 자본주의 체제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전 세계 진보운동진영에게는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변혁적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며, 노동운동 등 진보적 대중운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자주적 진보운동의 만세소리가 전 세계적으로 울려 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