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6.15시대를 열 노대통령의 평양방문

"남북관계를 높은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핵심의제"

박경순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8월 8일)

 

우여곡절 끝에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됐다. 남북은 8일 오전 10시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8월 28~30일까지 평양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양측은 발표문에서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에 따라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고 밝힌 데 이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위한 실무준비접촉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의 평양방문이후 7년 만에 다시 열리기 될 ‘남북 정상의 상봉과 회담’은 2.13합의 이행으로 한반도 긴장이 부분적으로 완화되고 있는 정세와 맞물리면서 향후 남북관계 발전에 결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상회담 개최합의의 배경과 전망을 밝혀본다.

1. 2.13합의 이행과 남북정상회담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2.13합의>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그동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했던 것은 소위 ‘북핵문제’를 빌미로 한 미국의 간섭과 방해 때문이었다. 남북관계의 자주적 발전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던 부시행정부는 소위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의혹’을 제기하면서 한반도 정세를 전쟁위기 국면으로 몰아갔다.

부시행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노무현 정부는 ‘선 핵문제 해결, 후 남북관계 발전’ 정책을 선택함으로서 남북관계의 자주적 발전 노선을 포기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시기 남북관계는 교류와 협력관계는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되어 왔지만, 질적인 도약을 이룩하지 못한 채 큰 틀에서 볼 때 정체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러한 잘못된 정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과 소신의 한계도 작용한바 있지만 주되게는 한미관계의 구조적 제약의 탓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즉 현재의 한미관계는 구조적으로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게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의 자주적 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방해와 간섭을 극복할 수 있는 구조와 역량을 갖춰야 한다. <2.13합의>는 표면적으로 알려져 있듯이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대로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성사될 수 있었다.

따라서 <2.13합의>의 핵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포기선언인 것이다.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갖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북한에 대한 고립 압살 정책이라면 다른 하나는 남북의 자주 통일 반대정책이다. 2.13합의로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이 수정되었다는 것은 북한에 대한 고립 압살 정책을 포기 또는 완화했다는 의미와 함께 남북 화해와 통일을 반대하는 입장을 바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2.13합의>는 한반도의 자주적 공간을 활짝 열어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자주적 공간 위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다.

2. 평화를 위한 회담인가? 통일을 위한 회담인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확정됨으로써 과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어떤 의제가 논의되고, 어떤 정치적 합의가 나올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아직까지 회담의 의제와 내용들에 대해서는 합의된 바 없으며 향후 실무회담 등을 통해 회담의제와 내용들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언론들에서는 이번 회담의 최대 의제는 아무래도 핵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하면서 핵문제와 함께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도 주요의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남북경협의 활성화나 이산가족 상봉문제 등 인도적 문제들도 회담의제로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분석들이 틀렸다고 볼 수 없지만 이번 정상회담의 정곡을 찌르지 못한 분석이라고 볼 수 있다.

핵문제는 이미 6자회담에서 기본 방향과 구체적 행동지침이 확정되어 있기 때문에 남북정상이 따로 협의하거나 새롭게 확인해야할 내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도 남북관계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없지 않으나, 핵심적인 내용들은 북미사이에서 해결되어야 할 것들이며, 최소한 남북미 3자 사이에서 협의되고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지 남북이 따로 협의할 사안은 별로 없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협의하기 위해 남북정상이 따로 만나야 할 이유는 없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는 아무 것도 정해지지 않은 게 아니라, 이미 정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남북은 8일에 발표한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에서 “남북 정상 상봉은 6.15공동선언과 우리 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관계로 확대 발전시켜 한반도 평화와 민족공동 번영과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 열어나가는데 중대한 의의가 있다”고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의를 규정해 놓았다.

따라서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는 이러한 의의를 담아낼 수 있는 것들로 정해져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이번 회담의 의제는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방안’이 핵심의제로 될 것이 명확하며, 보다 세분해서 말하면,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남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문제(NLL문제, 한미합동군사훈련 중단문제, 군사적 신뢰구축문제), 민족의 공동번영을 증진시키기 위해 남북 경제 협력을 확대하는 문제, 정치적 화해와 협력, 자주적 통일의 결정적 국면을 열기 위해 정치적 화해협력과 통일의 방도를 마련하는 문제들이 될 것이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주목해 보아야 할 점은 6.15공동선언 제 2항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나오는가 여부이다. 남북관계를 보다 높은 단계로 확대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류협력의 단계로부터 정치적 화해협력단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정치적 화해협력단계로 발전시켜 나가려면 정치적 장벽을 해결하는 것과 함께 통일방안을 구체화시킬 구체적 대책이 나와야 하는데, 과연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 결실이 나오게 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될 것이다.

3. 제2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열릴 제2의 6.15시대를 준비해야.

남북정상회담은 그 성격상 구체적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해법을 도출하기보다 남북관계를 한 단계 도약 발전시키기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다. 그 이정표는 6.15공동선언에 기초하면서도 그것을 한 차원 높게 발전시켜 제2의 6.15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방향과 방도를 제시하는 것으로 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은 단순한 남북 정상 간의 만남이 아니라 칠천만 민족의 통일염원과 의지의 총결집체인 것이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합의와 정신은 향후 제2의 6.15시대를 열어나갈 사상 정신적 원동력으로 될 것이며, 정치적 방향타로 될 것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실천이다. 우리들은 남북정상회담의 방관자가 아니라 참여자이며, 당사자이며 주체이다. 전민중적 자주통일염원과 의지를 힘 있게 결집함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고 제2의 6.15시대를 주동적으로 맞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주와 통일을 향한 전민중적 실천을 힘있게 조직해야 한다. 벌써부터 반 통일세력들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방해하고 그 의의를 폄하하기 위해 날뛰고 있다. 이들의 정치적 방해공작을 대중적으로 폭로하고 고립시켜야만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고, 제2의 6.15시대를 힘있게 열어나갈 수 있다. 자주와 통일을 향한 민중적 실천에 떨쳐나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