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13공동성명f 합의 이후 한반도 정세전망과 당면 과제


@

@

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

진통을 거듭한 후에 옥동자가 탄생했다. 9.19공동성명 채택 이후 약 17개월 만에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행동조치를 담은 첫 문서가 마련됐다. e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f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이 문서는 e말 대 말f 공약을 뛰어넘어 e행동 대 행동f 단계의 첫 구체적 이행조치를 담고 있다. 이로써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대결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

1. 2.13공동성명은 10.9 핵실험 성공의 필연적 귀결


@

@ 2.13공동성명은 e행동 대 행동f의 첫 단계 이행조치


@

e행동 대 행동f의 첫 단계 이행조치를 담고 있는 2.13공동성명은 전문 초기단계 행동조치 실무그룹 설치 조항 경제 및 에너지 지원 조항 장관급 회담 개최 관련조항 차기 6자회담 일정 등 총 6개항으로 구성돼 있는데, 그 핵심내용은 공동성명의 명칭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초기단계 이행조치에 관한 사항이다.


@

초기단계 이행조치의 내용은 간단하다. 북한은 비핵화의 첫 단계 조치로서 향후 60일 이내에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의 핵시설을 폐쇄 봉인하고, 감시와 검증을 수용하는 한편 미국은 대북적대정책 철회의 첫 단계 조치로서 30일 이내에 금융제재 해제약속을 지키고(이것은 공동성명 문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으나, 크리스토퍼 힐 미국 측 수석대표가 6자회담 각국 대표들에게 공개적으로 공약하였음), 60일 이내에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적성국 교역금지 종료과정을 시작하며, 미국을 포함한 각국들은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을 개시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와 함께 북미관계 정상화 대화 시작, 참가국들의 상호신뢰를 증진시키기 위한 긍정적 조치,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도 중요한 합의내용으로 꼽을 수 있다.


@

그런데 국내외 언론에서는 초기단계 이행조치의 핵심이 북한의 핵 포기와 6자회담 각국의 대북 중유지원에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는데, 이것은 1994년도에 합의됐던 북미제네바 합의와의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왜곡된 견해이다.


@

1994년 제네바 합의는 북한의 핵동결과 그에 따르는 보상으로 중유 및 경수로 제공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즉 동결과 보상(동결에 따르는 경제적 보상)이 협상의 기본패턴이었다. 물론 제네바 합의서에도 정치적ㆍ경제적 관계의 완전 정상화에 대한 조항이 나오며, 구체적으로 3개월 내 통신 및 금융거래에 대한 제한을 포함한 무역 및 투자제한을 완화시켜 나가며, 기술적 문제가 해결된 후 쌍방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며, 장차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나간다고 확약하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의 구체적 행동을 의무화하지 않고 쌍방이 노력한다고 돼 있어 미국이 지키지 않아도 의무사항 위반이라고 못 박기 어렵게 돼 있다. 따라서 e말의 공약f을 뛰어 넘은 구체적 행동공약라고 볼 수 없었다.


@

반면에 이번 2.13공동성명의 초기 단계 이행조치는 94년 제네바 합의와는 달리 핵동결과 그에 따르는 경제적 보상이 핵심이 아니라, 북한의 핵 포기의 첫 단계 행동조치와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의 첫 단계 행동조치를 동시에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따라서 경제적 보상 외에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의 구체적 행동조치가 명확히 명시돼 있고,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미국의 명백한 공약위반으로 되게 돼 있다. 따라서 첫 단계 행동조치 이행과정에서 미국의 의무사항으로 돼 있는 금융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 적성국교역 금지 종료 조치가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의무사항 위반으로 되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은 더 이상 진전될 수 없게 되어 있다.


@

즉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포기의 구체적 행동조치가 협상의 핵심이라는 데 이번 공동성명의 특징이 있다. 물론 에너지 지원이라는 물질적 보상 문제도 이번 합의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 양이나 규모 그 자체가 아니라 대북적대정책 포기의 물질적 표현이라는 측면이 본질이다. 즉 경제 및 에너지 협력의 일환이며, 그것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봉쇄망의 해제라는 정치적 문제인 것이다.


@

A 2.13공동성명은 북미 평화공존을 향한 구체적 행동의 첫 출발


@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를 향한 노정도를 밝혀 놓은 이정표이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 이행조치를 내놓지 못한 e말 대 말 공약f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e말 대 말f 공약은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이 실천으로 구체화되지 않은 한 그림위의 떡에 불과하다. 그것은 9.19성명 이후에도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전이 펼쳐졌고, 급기야는 핵실험이라는 극한적 사태까지 이르렀던 데서도 잘 드러난다.


@

반면에 이번 2.13공동성명은 9.19공동성명에 비해 그 내용이 포괄적이지 않고, 매우 초보적인 행동조치에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 핵무기 및 핵 관련 프로그램의 완전 포기라는 비핵화의 목표에 비추어 보면 북한이 약속한 핵시설 폐쇄 및 봉인, 감시허용은 단지 핵시설의 가동중단을 의미하는 매우 초보적 행동조치이며, 마찬가지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및 북미관계 정상화라는 대북적대정책 전면 철회의 목표에 비추어 보면 미국이 약속한 금융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적성국 교역 금지 종료는 언제라도 되살릴 수 있는 매우 손쉬운 조치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 협상 시작,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협상 또한 이제 막 출발의 단계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

하지만 2.13공동성명은 비록 작아도, 북미평화공존을 향한 구체적 행동의 첫 출발이라는 점에서 매우 커다란 의의를 갖는다. 수십년 동안 쌓일 대로 쌓인 북미 적대관계란 하루아침에 풀릴 수 없으며, 매우 복잡하고 커다란 장애와 암초들이 가로놓여 있다. 게다가 90년대 이후 미국의 대북붕괴전략으로 불신과 대립의 골이 파일대로 파여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태를 시급히 개선하지 않는다면 한반도는 전쟁상태로 치달아갈 수밖에 없다. 정면대결로만 치달아 가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활로가 절박하다.


@

이러한 상황에서 북미 평화공존을 향한 구체적 행동의 첫발을 디딘 것이다. 모든 것은 시작이 어려운 법이다. 일단 어떤 방향으로든 움직이게 되면 관성이 작용하여 연속적인 과정을 낳는다. 더구나 이번 초기 이행조치 합의는 일회성 합의가 아니라 연속적인 행동단계의 첫 단계 합의인 것이다. 연속적인 과정의 첫 단계 이행조치의 실천은 상호 정치적 신뢰를 높이고, 다음 단계 이행조치 합의에 좋은 영향을 주게 되어 연속적인 행동조치의 합의를 이끌어갈 수 있다.


@

문제는 방향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결일변도로 치닫던 북미관계가 평화공존의 방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 이것이 2.13공동성명의 중요한 정치적 함의이다. 물론 향후에도 다시 전면적 대결국면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으며 북미 양자 간 신뢰도 지극히 낮은 상태이다. 이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언제 또 깨질지 모르는 그저 그런 정치적 타협에 불과하다고 이번 합의의 의미를 폄하하기도 한다.


@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지만, 이번 합의의 성격과 합의가 나오게 된 정치적 배경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국으로 되었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추동력도 소멸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과거처럼 북한에 대한 의도적 무시정책이나, 대북압살정책에 매달려 있을 수 없게 됐다.


@

이러한 제반 정치적 변수들을 고려할 때 다시 전면적 대결국면으로 되돌아가긴 매우 어렵다. 커다란 돌발변수가 생기지 않는다면 비록 더디더라도 북미관계가 평화공존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흐름은 되돌려 세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첫 단계 행동조치 합의는 비록 작지만, 새로운 한반도 질서의 출발점이라는 중요한 역사적ㆍ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이다.


@

B 2.13공동성명은 10.9 북 핵실험 성공이 낳은 귀중한 열매


@

2.13공동성명은 미국의 대북금융제재라는 암초를 뚫고 나온 귀중한 결실이다.


@

선핵포기 노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9.19공동성명 합의 이후 미국은 그에 대한 불만으로 대북금융제재를 자행함으로서 6자회담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북미대결을 격화시켰다. 그로 인해 9.19공동성명은 탄생하자마자 사문화될 위기에 빠지게 됐고, 6자회담은 무기한 표류했다. 북미양자는 제5차 6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를 가졌지만 아무런 소득을 거두지 못하였고, 북미 불신과 대립은 더욱 격화됐다.


@

북한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10.9 핵실험을 단행했다. 핵실험 성공으로 북한은 9번째 핵보유국으로 등장했고, 핵 억지력을 완성했음을 내외에 공표했다. 북 핵실험 성공과 핵 억지력 확보는 북미 핵전력의 전략적 균형 실현을 의미하며, 그것은 대북 군사적 봉쇄망의 붕괴를 뜻한다. 이로서 북미 정치군사적 역관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었고, 미국은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를 수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

만약에 미국이 금융제재 해제를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를 수용하지 않았더라면 북한은 연속적인 정치군사적 공세(제2차 핵실험)를 했을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그러한 상황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2차 핵실험 상황에 미국이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군사적 제재수단을 동원하는 것밖에 없는데, 이라크 전에서도 패배를 거듭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핵무기 보유국가인 북한을 상대로 어떻게 군사적 제재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바로 이 점이 미국의 정치적 양보의 배경인 것이다.


@

결국 북 핵실험 성공이 미국으로 하여금 e행동 대 행동f의 구체적 이행조치를 수용하도록 강제하였으며, 그 결과 2.13공동성명이 탄생된 것이다. 따라서 2.13공동성명은 북 핵실험의 귀중한 열매인 것이다. 이번 과정을 통해서 볼 때 미국은 오로지 힘에 의해 강제될 때에만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으며 향후 북미관계에서도 북의 핵 억지력은 미국의 대북강경정책을 제어하고 북미대화와 협상을 추동하는 강력한 추동력으로 작용할 것이 확실하다.


@

2.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둘러싼 치열한 대결전이 펼쳐질 것


@

@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


@

북미간 e행동 대 행동f의 최종적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이며,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포기 즉 한반도 평화체제의 완성을 통해서만 실현된다. e행동 대 행동f의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른 협상은 그 특징이 주고받기 식 협상으로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포기하는 구체적 행동을 할 경우 북한도 핵 포기의 구체적 행동을 하는 양상으로 협상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비핵화의 완성은 곧 대북적대정책의 전면적 포기 즉 북미 평화공존관계의 구축을 의미한다. 한반도 비핵화의 실체적 진전과정은 곧 한반도 정전구조의 붕괴과정이며,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과정이다.


@

2.13공동성명은 종국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으로 귀결되는 한반도 비핵화의 첫발을 디딘 것이며, 이것으로 한반도 비핵화의 실체적 과정이 시작되게 됐다. 물론 향후 한반도 비핵화의 과정에는 수없이 많은 난관과 장애들이 나서겠지만, 쉽사리 멈출 수 없는 과정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쉽사리 멈출 수 없는 까닭은 6자회담에서 합의된 행동을 어느 일방이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일방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집중적인 비난과 외교적 고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멈추기는 어렵다. 뿐만 아니라 북 핵실험 성공으로 북미 핵 균형이 실현된 조건에서 장기적으로 평화공존 이외에 선택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다는 점도 향후 비핵화 과정이 쉽사리 중단되기 어렵게 작용하는 요인으로 된다.


@

따라서 2.13공동성명 합의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가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관계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협상이 시작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별도의 관계국들 간의 포럼도 구성되어 운영하도록 합의되어 있다. 이러한 합의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협상과 합의가 요구되지만, 그 문제가 6자회담의 중요 쟁점으로 되고, 그에 따라 정치외교적 중심화두로 부각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이제 한반도를 둘러싼 각 정치집단과 계급 계층, 나라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와 협상, 대결의 마당에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판짜기를 하기 위해 피나는 혈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

A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틀어쥔 한반도 평화세력


@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구축)를 향한 치열한 쟁투가 펼쳐질 향후 한반도 정세에서 누가 주도권을 틀어쥐는가 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대화와 협상, 또는 대결의 주도권을 틀어쥔 쪽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한반도 비핵화(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를 이끌어 갈 것이며, 새로운 한반도 질서를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판짜기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정세의 주도권은 기본적으로 힘의 역량관계에서 우세한 쪽이 틀어쥐게 돼 있는데, 과연 2.13공동성명 합의로 조성된 현 정세국면에서 누가 힘의 우세를 차지하고 있는가가 초점이다. e조선신보f의 김지영 기자는 이에 대해 g6자회담의 틀 안에서 비핵화를 향한 동시행동의 주도권은 조선이 쥐고 있다h고 단언하고 있는데, 그 이유로 g회담에 참가하는 조선측 대표단은 자기나라가 공동성명에 명시된 비핵화 공약을 단계별로 이행해 나갈 정책적 결단을 이미 내렸기 때문에 자기행동에 상응한 행동을 미국 측에 강력히 요구할 수 있고 미국이 움직인 것만큼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는h 반면에 g미국의 정책적 결단 여부는 모호하며 명백하지 않기h 때문에 대화와 협상의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다는 것이다.


@

이와 함께 북 핵실험 성공으로 북미 군사력의 전략적 균형이 보장된 점도 미국이 쉽사리 주도권을 틀어쥐기 어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실 대화와 협상이란 힘의 정확한 반영인데, 군사력의 절대적 우세를 상실한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밀어붙일 힘이 있을 턱이 없다. 결국 향후 한반도 정세에서 정세의 주도권은 남북한의 한반도 평화세력에게 있다.


@

B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치열한 대결


@

한반도 평화세력이 정세의 주도권을 틀어쥐고 있다고 해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대화와 협상이 아무런 장애 없이 순탄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정책전환 여부가 매우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 베를린 북미협상과 이번 협상에서 금융제재 해제의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동시행동의 첫 단계 조치로서 테러지원국 지정해제와 적성국 교역금지 종료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볼 때 분명 대북정책의 전환의향이 엿보이기도 한다.


@

반면에 그에 역행하는 행동들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한반도에 군사력을 증강시키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미국의 정책의지가 어디에 있는가를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의 양상으로 보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수정했다기보다 세 불리를 느끼고 어쩔 수 없이 북미대화와 협상에 응하는 척 하는 것이 명백하며, 언제라도 태도를 돌변할 수 있다.


@

현재 부시 행정부의 기본전략은 분명하다. 그들은 북미 평화공존이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이 아니라, 북의 강력한 정치군사적 공세에 밀려 일단 전술적 후퇴를 한 것이며, 향후 대화와 협상과정에서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근본적으로 침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양보를 통해 북한의 정치군사적 공세를 차단하고 북 핵 포기를 유도해 내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정치적 양보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근본적으로 침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북미대화와 협상이 그런대로 진행되겠지만, 만약 그들의 근본적 이익을 침해하는 국면으로 발전하게 되면 격렬한 반발을 할 것이 분명하다.


@

뿐만 아니라 미국 내 강경대결세력들의 반발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유엔대사를 역임했던 대표적인 네오콘인 존 볼튼은 6자회담 타결소식이 전해지자마자 g매우 나쁜 협상결과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야 한다h고 강력히 반발했다. 미국 내 강경세력들은 비핵화 과정이 진전되고, 북미 평화공존 가능성이 확대될수록 이를 뒤엎기 위한 다양한 음모를 꾸밀 것이며, 국내 반북대결세력들도 이에 동조할 것이다.


@

따라서 향후 한반도 비핵화 행동조치 이행과정은 결코 순탄한 과정이 아니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대결을 수반할 것이다. 특히 e행동 대 행동f의 동시행동의 단계가 더욱 확대되면 될수록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의 근간과 정면으로 대립 충돌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발발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내외 강경대결세력들의 격렬한 반발과 저항이 더욱 격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슬기롭게 이겨나가지 않으면 비핵화과정은 파탄나고 새로운 전면적 대결국면이 재현될 것이다.


@

C 향후 회담 의제 및 한반도 정세전망


@

앞에서 살펴본 바대로 향후 상당기간 동안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6자회담은 강력한 추동력을 갖고 진행될 것이며, 따라서 향후 한반도 정세는 아직 대결이 상존해 있는 조건이지만, 대화와 협상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면이 창출될 것이며, 그에 따라 남북관계도 새로운 발전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

향후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고비로 되는 지점은 금융제재 해제 약속 이행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단여부 3월 19일 있을 6차 6자회담의 성과적 진행여부 북미관계 정상화 실무 그룹의 협상여부 첫 단계 행동조치 이행여부 6자회담 장관급 회담 개최여부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포럼의 구성문제 등을 들 수 있는데 여기에 관건은 첫 단계 행동조치의 이행을 통해 북미간 신뢰가 구축될 수 있는가의 여부와 함께 현재 모호하게 돼 있는 2단계 행동조치를 쉽게 합의해 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첫 단계 행동조치 합의에도 17개월간의 진통기간을 겪었듯이 다음 단계 행동조치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17개월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결국 향후 한반도 정세는 기본적으로 6자회담을 축으로 하는 대화와 협상이 정세를 주도해 나가겠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한 과정이 아니라 한반도 대결세력과 평화세력 간의 치열한 대결과 투쟁을 수반하는 과정으로 될 것이며, 여기에서 대결의 기본 축은 북미관계의 변화발전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함께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발전 여부 또한 한반도 정세발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가장 결정적 변수로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남북관계야말로 한반도 정세발전을 규정하는 역관계에서 가장 변수가 큰 영역이기 때문이다.


@

2.13공동성명의 합의는 남북관계의 발전에도 매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남북관계야말로 2.13공동성명의 가장 큰 수혜자로 될 것이다. 북 핵사태가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었던 가장 큰 장애물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러한 장애물이 일단 제거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남북관계 발전에는 절대적 호재로 된다.


@

게다가 핵문제 외에 미국의 대북 강경대결정책이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을 가로막고 있었던 바, 미국의 대북 강경대결정책이 부분적으로 후퇴함으로서 이러한 장애물들이 상당부분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남북당국자들의 적극적인 정책적 의지인데, 남북 모두 적극적 의지를 갖고 있다고 분석된다. 따라서 향후 남북관계는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

3. 한반도 평화실현을 위한 평화 대장정에 모두 떨쳐나서야 한다


@

2.13공동성명의 채택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북미대화와 협상이 일정한 동력을 갖게 됐고, 특별한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상당기간 대화와 협상기조가 지속될 것이며,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행동대 행동의 동시행동조치들이 보다 축적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주고받기식 협상 특성상 국제적 공약사항들을 어느 일방이 쉽사리 깨뜨리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6자회담의 판을 깨기 어려운 역관계 때문에 6자회담의 동력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평화에 대한 그릇된 환상에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 평화에 대한 그릇된 환상이란 강대국이며, 제국주의적 패권국가인 미국의 본질을 그릇되게 이해하고, 그들이 저절로 평화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는 착각에 사로잡혀 평화를 위한 치열한 투쟁을 외면하는 경향을 말한다.


@

현재 드러난 미국의 행동으로 볼 때에도 아직까지 대북적대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포기하지 않았으며, 북미대화에 대한 의지 또한 신뢰할 만하지 못하다. 그것은 최근 한반도에 대한 무력증강 움직임으로 잘 드러난다. 그들이 한반도에 대한 무력을 증강시키는 것은 여전히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대화와 협상의 자리에 나온 것은 평화공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선 핵 포기 노선을 변형된 형태로 관철하고,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지배 질서를 유지 온존시키기 위한 계략의 일환이다.


@

현재 미국이 추구하고 있는 북미대화와 협상(6자회담)은 평화공존질서(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국교정상화)를 구축하기 위함이 아니라, 최소의 양보를 통해 북 핵 포기를 유도하고 한반도에 대한 지배질서를 유지 온존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일부 사람들은 미국의 조그마한 양보를 과대평가하여 마치도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북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유해한 사고이다. 평화는 그 누가 저절로 선사하는 것이 아니며, 오직 비타협적인 투쟁을 통해서 쟁취하는 것이라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국주의적 강대국이 스스로 평화공존정책으로 바꾸는 법이란 없다. 미국이 취한 조그마한 긍정적 조치들에 취해 마치도 한반도 평화가 곧 도래할 것처럼 환각에 사로잡혀 평화를 위한 투쟁을 중도반단하다면 미국은 전쟁세력으로서 자신들의 본성을 다시 드러내고 대북적대정책을 밀어붙여 한반도 정세를 전쟁정세로 되돌릴 것이다. 평화를 향한 강력한 힘이 작동해 미국의 반평화적 본성을 억제할 때만 한반도 평화과정은 앞으로 진전될 수 있다.


@

대북 금융제재 해제,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금지 등 미국이 취한 일련의 긍정적 조치들은 한반도 평화세력들의 주동적 공세의 산물이며, 미국의 정치적 후퇴의 표현이다. 그들은 북 핵실험 공세 등에 세 불리를 느끼고 자신들의 침략적 본성을 숨기고 북미대화와 협상에 응한 것이며, 몇 가지 긍정적 양보조치들을 한 것이다.


@

한반도 평화세력들은 미국의 정치적 후퇴를 놓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그들이 등을 보이고 후퇴하는 때야말로 전술적 공세의 가장 적절한 기회로 된다. 자고로 정치적 후퇴기에는 수많은 약점들이 노출되기 마련이며, 일사 분란한 대응태세를 갖추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기 쉽다. 이러한 때를 잘 활용하게 되면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실현투쟁에서 발을 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한반도 평화실현투쟁을 힘과 역량을 집중할 때이다.


@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을 지지ㆍ지향하는 모든 계급ㆍ계층들과 정치세력들은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전망과 가능성이 열린 현재의 조건을 놓치지 말고 한반도 평화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거대한 범국민적 평화대행진에 떨쳐나서야 한다. (2007.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