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통일, 평화통일, 연방제 통일의 이론문제에 대하여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민족의 생활단위와 자주통일  
2.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와 연방제 통일
3. 평화보장체제와 평화통일 


1. 민족의 생활단위와 자주통일  

민족은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발전된 공고한 사회적 집단이며, 가장 넓은 범위의 사회적 관계를 포괄하는 생활체이다. 민족이라는 사회적 집단이 형성될 때, 그 사회적 집단의 생활단위가 창설되는 데 그것을 나라(nation)라 한다. 나라는 민족이 창설한 가장 광범위한 생활단위이다. 나라는 주권, 영토, 역사, 문화를 포괄하는 민족의 생활단위이다. 
나라를 세우는 사회적 집단이 민족이다. 종족단계를 거쳤으나 아직 나라를 세우는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회적 집단을 겨레라 한다. 예컨대 쿠르드족이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에는 아직도 종족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사회적 집단들이 존재한다.
종족이라는 혈연적 사회적 집단이 오랜 기간에 걸쳐 장성발전하면서 동일한 핏줄과 언어를 가진 혈통적 사회적 집단이 형성되는데, 그것을 겨레라 한다. 다른 나라에 옮겨간 뒤에 그곳에서 정착되어 살아가는 민족의 여러 갈래들도 겨레라 한다. 그런 겨레를 해외동포라 한다.
세계 민족형성사를 살펴보면, 한 겨레가 나라를 세우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여러 겨레들이 통합되어 나라를 세우면서 복합민족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한(조선)민족의 형성사는 한 겨레가 나라를 세우면서 단일민족으로 발전한 역사이므로, 한(조선)민족은 겨레와 민족을 동의어로 쓴다. 그에 비해서, 중화민족이나 일본민족은 여러 겨레들이 통합되어 나라를 세우면서 복합민족으로 발전한 경우에 속한다. 
분단체제가 한(조선)민족을 갈라놓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조선)민족이 서로 다른 두 민족으로 갈라진 것은 아니다. 나라의 분단이 60년 동안 이어지면서 이질성이 생겼다고 해서 단일민족이 서로 다른 두 민족으로 갈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 천년 동안 형성되고 발전된 가장 공고한 생활체인 민족은 그 어떤 힘도 갈라놓지 못한다. 한(조선)민족은 예나 지금이나 단일민족이며 앞으로도 영원히 단일민족으로 살아갈 것이다. 한(조선)민족의 단일성과 동질성, 공고성과 영구성은 나라의 통일이 역사적 필연임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근거이다. 
나라의 분단이란 한(조선)민족을 서로 다른 두 민족으로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민족 안에서 분열이 생겨난 것이다. 그러므로 나라가 통일되면 갈라진 두 민족이 통합되는 것이 아니라 민족 내부의 분열이 극복되는 것이다. 
그런데 민족통일이라는 개념은 서로 다른 두 민족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으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족통일이라는 말보다 민족의 화해나 민족의 단결이라는 말이 더 적합하다. 민족통일이라는 말은 민족 내부의 분열을 극복한다는 뜻으로 써야 적절하다.
분단체제는 민족 내부에서 분열을 일으키고 영토를 분할한 것만 아니라 나라도 분단하였다. 분단체제가 나라를 갈라놓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나라가 서로 다른 두 나라로 갈라진 것은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우수한 청동기문명을 창조하였던 고대조선에서 출발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고려, 근세조선으로 계승발전된 나라는 100년 전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로 예속됨으로써 40년 동안이나 그 계승발전이 중단되었고, 8.15 조국광복 직후 북위 38도선 이남에 세워진 대한민국과 이북에 세워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각각 자기가 나라임을 선포한 뒤로 나라의 분단은 무려 60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나라가 분단되었다고 해서, 그 나라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서로 다른 두 나라로 갈라진 것은 아니다. 나라의 분단은 서로 다른 두 나라로 갈라진 것이 아니라, 민족이 자기 나라를 확정하지 못한 것이다. 60년 동안 한(조선)민족은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한 채 분단체제에 살고 있는 것이다.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풀지 못하였으므로 남북(북남)관계에서는 나라 이름을 쓰지 않고 남측, 북측이라는 말을 쓴다. 1991년 12월 13일에 채택된 ‘남북(북남)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는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아직 풀지 못한 남북(북남)관계를 가리켜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설명하였다. 
대한민국의 견지에서 남북(북남) 사이에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를 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인 ‘북한’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견지에서 그 관계를 보면,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영토의 일부인 ‘남조선’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라의 통일이란 민족이 자기의 생활단위인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한(조선)민족이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가운데 하나를 살리고 다른 하나를 없애는 것으로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면서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가운데 하나를 살리고 다른 하나를 없애려 한다면, 그것은 불가피하게 물리적 충돌이 뒤따르는 강제통합으로 나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강제통합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이미 나라의 통일이 아니다. 
강제통합이 아니라면,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방도는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길밖에 없다. 강제통합을 배제하고 새로운 나라를 세우는 방식으로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달리 표현하면, 연방제 나라를 세우는 방식으로 나라를 통일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방제 통일방안은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해결하고 나라를 평화적으로 통일하는 유일한 통일방안이다. 
자기의 생활단위를 확정하지 못하고 나라의 정체성 문제를 풀지 못한 민족을 자주적인 민족이라고 할 수 없다. 한(조선)민족이 자기의 자주성을 실현하려면 반드시 연방제 나라를 세우는 방식으로 나라를 통일하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연방제 통일과 자주통일은 동의어가 된다.
원래 자주통일이라는 개념은, 한(조선)민족이 자기의 오랜 조국통일운동에서 찾아내고 다듬어온 개념이다. 자주통일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에는 조국통일 또는 평화적 조국통일이라는 개념만 있었다. 1972년 역사적인 7.4 공동성명이 채택발표되었을 때까지만 해도 자주통일이라는 개념은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외세에 의존하지 않고 외세의 간섭 및 개입을 배제한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자주통일이라는 개념에는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외세의존과 외세의 간섭 및 개입을 배제한다는 뜻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통일 그 자체가 민족적 자주성의 실현이라는 뜻도 들어있다.  
분단된 나라가 통일되어야 민족의 자주성이 실현된다는 명제는, 자주성에 관한 과학적 이론이 해명됨으로써 성립될 수 있었다.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와 자주성을 실현하는 문제가 서로 떼어놓을 수 없게 결합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주성에 관한 이론이란 자주성을 구성하는 두 가지 내용, 곧 민족적 자주성과 계급적 자주성을 과학적으로 해명한 이론을 말한다. 
위에서 논한 대로, 나라의 통일이란 민족이 자기의 새로운 생활단위(나라)를 창설한다는 뜻이다. 민족의 생활단위가 강제로, 인위적으로 갈라져 있다는 것 자체가 민족적 자주성에 대한 훼손이며 침해이다. 따라서 민족이 창설하는 새로운 생활단위가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생활단위로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민족적 자주성의 실현을 구체적으로 말하면, 민족이 자기의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고 자기의 역사를 발전시키고 자기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나라의 통일이란 민족이 하나의 생활단위 안에서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고, 역사를 발전시키고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2. 진보적 민주주의체제와 연방제 통일

민족이 창설한 생활단위인 나라에는 사회적 관계를 구성하는 기본요소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사회계급(social class)이라 한다. 사회계급은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거치면서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으로 나뉘는데, 지배계급이 사회적 관계를 전반적으로 조직, 유지, 확대하기 위하여 세운 정치적 권력기구를 국가(state)라 한다. 
일반적으로, 나라라는 말과 국가라는 말을 구분하지 않고 섞어 쓰지만, 이 글에서는 구분해서 쓴다. 분단국가 또는 통일국가라는 말은 분단된 나라 또는 통일된 나라라는 뜻도 되지만 분단된 정치적 권력기구 또는 통일된 정치적 권력기구라는 뜻도 된다.  
제국주의세력과 민족분열주의세력에 의해서 강제로, 인위적으로 분단된 나라에는 두 개의 대립적인 정치적 권력기구가 존재한다. 분단된 나라 안에서 서로 대립하는 두 개의 정치적 권력기구는 분단되지 않은 나라의 정치적 권력기구와 구별하여야 하므로 국가라 하지 않고 정권(regime)이라 한다.
정치적 권력기구에 의해서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공고하게 조직된 사회적 관계의 총체를 사회체제(social system)라 한다. 사회체제를 사회제도라고도 부른다. 분단된 나라 안에는 대립적인 두 사회체제가 존재한다. 그 사회체제를 조직, 유지, 확대하는 대립적인 두 정권이 그 사회체제 안에 존재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일반적으로, 사회체제의 역사적 유형은 크게 두 범주로 나누어진다. 진보적 민주주의나 자주적 사회주의는 발전단계의 높낮이가 서로 다르지만 자주성을 실현하는 사회체제의 역사적 유형에 속한다. 반면에, 자본주의, 파시즘, 식민지반자본주의는 각각 그 성격과 발전단계가 서로 다르지만, 자주성을 짓밟거나 또는 자주성이 짓밟히는 사회체제의 역사적 유형에 속한다.   
어떤 사람들은 대립적인 두 사회체제의 장점들을 절충수렴하여 제3체제로 통합할 수 있다고 강변하지만, 그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그들이 내세우는 제3체제란 어느 한 쪽의 사회체제를 변형시킨 변종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대립적인 두 사회체제를 하나의 사회체제로 만드는 것이 결국 두 사회체제 가운데 어느 하나를 살리고 다른 하나를 없애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나라의 통일이란 대립적인 두 사회체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도 아니고, 두 사회체제 가운데 어느 하나를 살리고 다른 하나를 없애는 것도 아니다. 대립적인 두 사회체제 가운데 어느 하나를 살리고 다른 하나를 없애는 것은,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상대의 사회체제를 전복파괴하는 문제이거나 또는 상대의 사회체제를 점진적인 와해붕괴로 유도하는 문제인 것이다. 사회체제를 와해붕괴시키는 것이나 전복파괴하는 것에는 두 사회체제의 대립관계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물리적 충돌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연방제 통일방안에 따르면, 나라의 통일은 남북(북남)에 존재하는 두 사회체제를 인정하고 용납하는 조건에서 두 사회체제를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생활단위(나라)를 창설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여기서 나서는 문제는, 자주성을 짓밟거나 또는 자주성이 짓밟히는 사회체제가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통일된 나라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나라에 자주성을 짓밟거나 또는 자주성이 짓밟히는 사회체제가 존재한다는 말은 모순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는 연방제 통일이 실현될 수 없다는 궤변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연방제 통일방안은 그 모순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말하지 않으며, 또 말할 필요도 없다. 왜냐하면 그 모순을 해결하는 것은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체제를 개조변혁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모순을 해결하는 길은, 자주성을 짓밟거나 또는 자주성이 짓밟히는 낡은 사회체제를 개조변혁하여 자주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사회체제를 세우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낡은 사회체제를 개조변혁하여 새로운 사회체제를 세우는 문제가 조국통일운동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변혁운동의 범위에 속한다는 점이다. 분단된 나라에서 새로운 사회체제를 세우는 사회변혁의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남(한국)의 사회체제를 흔히 자유민주주의체제(liberal democracy)라 한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옹호찬양하는 사람들은 그 체제 아래서 자기들이 자유와 행복을 누린다고 말하지만, 그런 주장은 사회체제에 대한 과학적 인식으로 되지 못한다. 그들이 말하는 자유나 행복이란 민족 또는 사회계급 같은 사회적 집단의 생활을 객관적으로 규정하는 가치가 아니라, 주관적 감성의 반영이다. 사람이 쇠창살에 갇혀 고생하면서도 자유를 느낄 수 있다거나, 가난에 찌든 고된 생활을 하면서도 행복에 젖을 수 있는 것은, 자유나 행복이 주관적 감성의 반영임을 말해준다.
사회체제의 성격은 주관적 감성이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집단의 본질적 속성이 실현되는 것이다. 모든 사회적 집단의 본질적 속성은 자주성이다. 자주성 실현의 문제는 사회체제의 성격을 인식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된다. 사회체제의 성격은 그 체제에 속한 사회적 집단들이 그 체제에서 자주성을 실현하는가 아니면 그렇지 못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사회적 집단의 자주성을 실현하는 판단기준에 따라 남(한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바라보면, 그 체제는 미국에게 민족적 자주성이 짓밟히고, 또한 자본주의적 계급관계에 의해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계급적 자주성이 짓밟히는 사회체제로 보인다. 
어떤 사람은 남(한국)의 자주성이 미국에게 짓밟히는 것이 아니라 약간 불평등한 관계를 맺은 것일 뿐이라고 강변하지만, 주권과 영토를 보전하고 인민을 보호하는 물리적인 힘, 곧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군사령관이 틀어쥐고 남(한국)에서 제국주의전쟁연습을 계속하면서 영토의 일부를 무상으로 가져가서 영구적인 군사기지로 사용하고, 미국의 제국주의독점자본이 남(한국)의 대기업과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미국식 문화가 판치며 민족문화를 억누르는 현실은 남(한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민족적 자주성이 짓밟히고 있음을 뚜렷이 말해준다. 
또 어떤 사람은 남(한국)에서 군부독재가 종말을 고하고 의회민주주의가 정착되었다는 사실을 과대평가하면서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계급적 자주성이 짓밟히지는 않는다고 강변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사회계급의 양극화와 그에 저항하는 남(한국)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이 확산되는 현실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 계급적 자주성이 짓밟히고 있음을 뚜렷이 드러낸다.  
이처럼 민족적 자주성과 계급적 자주성이 짓밟히는 자유민주주의체제가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나라에 존재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자주성을 실현하는 나라와 자주성이 짓밟히는 사회체제는 양립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자주성이 짓밟히는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자주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체제로 바꾸는 사회체제의 변혁문제와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나라의 통일문제는 모순되거나 무관한 것이 아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 두 문제가 서로 연계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교체하게 될 대안체제, 곧 자주성을 실현하는 새로운 체제를 진보적 민주주의체제(progressive democracy)라 한다.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에서 벗어나 민족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체제이며, 진보적 민주개혁을 실시하여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계급적 자주성을 실현하는 체제이다. 물론 진보적 민주개혁은 노동계급과 근로대중의 계급적 자주성을 전면적으로 실현하지는 못하지만, 계급적 자주성의 전면적 실현을 지향하여 계속 장성발전함으로써 사회변혁의 역사적 전망을 갖게 된다.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로 교체하는 사회변혁의 경로와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는 연방제 통일의 경로는 서로 다르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연계되어 있다. 그 두 경로가 서로 다르므로,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진보적 민주주의체제로 교체되기 전에도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조국통일운동은 계속 장성발전된다. 지금 6.15 공동선언에 따라 추진되는 조국통일운동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지향하여 나아가고 있음은 명백하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이 실현되는 과정에서 한(조선)민족은 화해와 단결을 추구하고, 그에 따라 남북(북남)관계에서 다방면적인 교류협력이 추진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방정부를 세우는 문제이다. 연방정부를 세우지 못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였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연방제 통일의 낮은 단계에서 세워진 연방정부는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가 세워지기 전에 민족통일기구가 먼저 세워진다. 민족통일기구를 세우려면 남북(북남)정부협의체를 내와야 하고, 현존하는 6.15 공동위원회를 더욱 보강발전시켜야 한다. 민족통일기구는 새로 내올 남북(북남)정부협의체와 보강발전된 6.15 공동위원회를 통합하는 방식으로 세워질 것이다. 민족통일기구는 연방정부를 수립하는 절차를 거쳐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로 전화발전될 것이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는 입법권과 사법권, 국방권과 외교권을 행사하지만, 남북(북남)지역정부는 더 많은 입법권과 사법권, 국방권과 외교권을 행사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는 각자 독자적인 정책을 실시하는 남북(북남)지역정부에 대하여 조절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는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자기 의사를 강요하지 못하게 하며, 민족의 공동이익을 추구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는 남북(북남)의 군대를 통합하여 연합군을 창설하고, 지역정부들은 자기 지역의 군대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한다.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는 자주적 통일정부의 초기 형태이다. 
지금 실현되고 있는 민족의 화해와 단결이나 남북(북남)의 다방면적인 교류협력이 심화발전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 통일에 다가서겠지만, 자유민주주의체제와 자주적 사회주의체제가 대립관계에 놓여있는 한 그 다가섬은 낮은 단계의 연방정부를 세우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한다. 

3. 평화보장체제와 평화통일 

1972년 역사적인 7.4 공동선언이 채택발표될 때까지만 해도 평화통일이라는 개념은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쌍방이 무력행사를 배제한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그러나 평화통일이라는 개념에는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무력행사를 배제한다는 뜻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당사자들이 통일문제를 정치적으로 합의하고 통일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뜻도 들어있다.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무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평화통일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독일민족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평화통일을 실현하였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독일민족이 통일 이후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에도 겪고 있는 사회적 불안정과 동서지역의 불균등한 발전은, 서부독일과 동부독일이 나라의 통일문제를 정치적으로 합의하지 못했고 양측 인민들이 나라의 통일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생겨난 후유증이다. 미국의 사회주의붕괴촉진정책을 추종한 서부독일의 지배계급은 동부독일의 사회체제를 점차적으로 약화와해시켰고, 결국 서부독일의 자본주의체제가 동부독일의 사회주의체제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실현한 것이다. 그것은 무력을 행사하지 않은 강제통합이었다.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합의와 주체적 참여란 민주주의적 합의와 참여를 뜻한다. 그러므로 평화통일이라는 개념은 민주주의적 합의와 참여에 의해서 나라의 통일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민주주의적 합의와 참여란, 정권을 틀어쥔 소수 지배계급의 정치적 의사만 반영되고 그러한 지배계급이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것은 노동계급, 농민, 중소기업가를 비롯한 근로대중 전체와 여성계층, 지식인계층, 청년계층, 민족자본가 등 각계각층 인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고,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각계각층 인민의 정치적 의사는 매우 다양하고 상충적이지만, 평화통일 실현이라는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다. 한(조선)반도에서 평화통일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면, 극소수의 반통일세력밖에 없다. 각계각층 인민들은 평화통일이라는 정치적 합의에 이르렀으며, 평화통일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로 되었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각계각층 인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조직적으로 수렴하고 그들의 주체적 참여를 보장하는 길은, 정치협의체를 세우는 길이다.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각계각층 인민들의 민주주의적 합의와 참여는 정치협의체를 통하여 실현되기 때문이다. 그 정치협의체가 민주주의적 합의와 참여에 기초한 공동목표를 내오고 공동행동을 취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한(조선)민족의 평화통일운동은 올해 처음으로 각계각층 인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조직적으로 수렴하고 그들의 주체적 참여를 보장하는 정치협의체를 세웠다. 아직 보강발전되는 과정에 있지만,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공동행사준비위원회가 바로 그 정치협의체이다. 현 시기 평화통일운동의 당면문제는 그 정치협의체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각계각층 인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조직적으로 수렴하고 그들의 주체적 참여를 보장하는 역할과 기능을 더욱 높이는데 있다. 6.15 공동위원회를 보강발전시켜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는 것은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지름길이다. 
그런데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각계각층 인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전면적으로 거스르며, 각계각층 인민들이 평화통일운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커다란 장애요소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미국의 무력증강이다. 한(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커다란 원인이 미국의 무력증강에 있다는 점은 날이 갈수록 더욱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분단체제와 정전체제가 불안정하다는 구실을 내놓고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무력을 증강하면서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이 분단체제를 구실로 하여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므로, 한(조선)민족은 자기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분단체제를 없애고 평화통일을 실현하여야 한다. 
1953년에 세워진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대체하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체제를 평화보장체제라 한다. 평화보장체제를 평화체제라고도 부른다. 평화보장체제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세워진다. 평화협정이 한(조선)반도에서 무력을 대치한 당사자들 사이에서 체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남(한국) 군대는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통해서 주한미국군의 지휘통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효력을 간접적으로 받고 있으며, 따라서 남(한국) 정부는 평화협정 체결당사자가 되지 못한다. 남(한국) 정부가 평화협정 체결당사자가 되려면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찾아와야 한다.
명백하게도, 평화보장체제와 평화통일은 상관관계에 있다. 평화통일이 실현되지 못하면 한(조선)민족이 자기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한(조선)반도에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안정적인 평화보장체제로 교체해야 평화통일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런데 정전체제를 평화보장체제로 교체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본인은 미국이다. 지금 미국이 평화보장체제로 나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막대한 자금과 기술을 쏟아 부으면서 자기의 무력을 증강하는 까닭은, 자기의 제국주의정책을 무력에 의존해서 밀고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정책을 밀고 나가기 위한 물리적 수단이 제국주의무력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이 글에서 논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정책이란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대한 정책을 말하는데, 그것은 남(한국)에 대한 지배수탈정책, 북(조선)에 대한 고립봉쇄정책, 그리고 중국에 대한 포위차단정책과 일본에 대한 동맹강화정책이다.
미국은 한(조선)반도에서 분단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대립관계를 이용하여 동아시아 전체를 틀어쥐는 제국주의지배정책을 밀고 나가고 있다. 그 정책의 물리적 수단이 날로 증강되는 제국주의무력인 미국군이다.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은 무력증강을 가리켜 미국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것이라 한다.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란 미국군을 모든 형태의 전쟁을 수행하는 ‘첨단무력’으로 개편하고 재무장한다는 뜻이다. ‘전략적 유연성 강화’라는 구호 아래서 전략적 전면전쟁과 전술적 제한전쟁, 핵전쟁과 재래식전쟁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모든 형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을 편성하는 것이 워싱턴의 제국주의전략가들이 추구하는 21세기 제국주의군사전략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전략적 유연성 강화’란 곧 신속기동력을 갖춘 제국주의무력의 출현인 것이다. 
미국은 동북아시아에서 자기의 무력을 무제한적으로 증강하고 있다. 미국은 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는 문제와 주일미국군 기지를 옮기는 문제를 남(한국), 일본과 각각 ‘협의’하고 있으며, 그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남(한국)은 국군을 증강개편하고 일본은 ‘자위대’를 정규군으로 증강개편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는 제국주의군사전략에 관련된 일련의 조치임은 명백하다.
특히 눈여겨보는 것은, 주한미국군 기지를 통폐합하거나 이전하고, ‘전략적 유연성’을 강화하려는 요구에 맞게 개편되고 재무장한 제국주의무력을 배치할 동아시아 전략거점을 내오려는 재빠른 움직임이다. 그 움직임이 집중되는 곳이 평택이다. 미국은 전략적 전면전쟁과 전술적 제한전쟁, 핵전쟁과 재래식전쟁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모든 형태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제국주의무력의 새로운 전략거점으로 평택을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제국주의무력을 무제한으로 증강하는 방식으로 남(한국)에 대한 지배수탈정책, 북(조선)에 대한 고립봉쇄정책, 중국에 대한 포위차단정책, 일본에 대한 동맹강화정책을 맹렬히 추진하는 중이다. 그러한 미국의 정반대 쪽에서 한(조선)민족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고 있다.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는 한(조선)민족과 제국주의무력을 증강하는 미국 사이에는 평화통일운동 대 제국주의무력증강이라는 날카로운 대치선이 그어졌다. 한(조선)민족의 평화통일운동과 미국의 제국주의무력증강은 화해할 수 없는 적대관계를 형성한 것이다. 
평화통일운동은 남(한국)에 대한 미국의 지배수탈정책과 북(조선)에 대한 고립봉쇄정책을 파탄시키는 운동이다. 그 운동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포위차단정책을 반대하고 일본에 대한 미국의 동맹강화정책을 반대하는 동북아시아의 진보적 인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 미국이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무제한적으로 무력을 증강하면서 한(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할수록, 반전평화운동, 평화통일운동, 반미자주화운동은 상호연대하여 더 힘있게 투쟁할 것이다. 
(2005년 10월 2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