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공동성명 채택의 의미와 우리의 과제

 

1. 6자 공동성명의 성격

지난 9월13일부터 19일까지 베이징에서 진행된 4차 6자 회담 2단계 회의가 역사적인 6개항의 공동  성명을 채택하고 막을 내렸다. 6자 공동성명의 채택으로 북한의 2.10 핵보유선언 이후 6개월 여 만에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전환적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6자 공동성명은 지난 2003년 8월부터 4차에 걸쳐 2년 여 동안 진행된 6자 회담 최초의 정치적 성과물이다.
9.19성명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6자 회담의 전략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첫 단계 결과물로써, 6자 회담의 목표와 기본요구가 뚜렷이 밝혀져 있다.

6자 회담은 한반도 문제의 완전한 해결까지 대체로 3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1단계 6자의 입장과 요구를 반영한 원칙 선언, 2단계 공동성명의 단계별 실행단계 즉 동시행동 순서와 실천방안의 합의, 3단계 동시행동의 과정을 거쳐 궁극적 해결을 이루게 될 것이다.

9.19성명은 1단계인 원칙의 선언에 해당하며 2단계와 3단계의 기준점이다.
1단계 원칙선언은 3단계 중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9.19성명의 채택으로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원칙적 기준이 마련됨으로써 북미대결은 새로운 전환적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9.19성명으로 북한은 대미투쟁에서 완전한 정치적 승리를 이뤄냈고 미국의 한반도 패권정책은 총파산하였다.
9.19성명으로 북한은 미국을 완전히 굴복시키고 미국의 대북적대정책, 전쟁책동을 결정적으로 무력화시켰다. 9.19 성명은 우리 민족 대 미국의 대결사에서 또 하나의 결정적인 정치적 승리이며,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정치적 도약대이다.

미국은 9.19성명으로 결정적인 패배를 결코 호락호락하게 받아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모스크바 3상 회담 이후 신탁/반탁 논란을 조작하여 국면을 반전시키려 했던 과거 해방정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미국은 이번 패배를 만회하기 위하여 우리 민족의 자주와 대단합을 차단하고, 북한의 영상을 훼손시키기 위한 반북여론공작에 더욱 열을 올리며 사태를 반전시키기 위한 책동에 매달릴 것이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경수로 논란 역시 상황을 반전시키고 문제해결을 지연시키기 위한 미국의 책동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나 9.19성명이라는 기준점이 마련된 현재의 조건에서 이러한 미국의 계속적인 대북적대행동, 지연전술에 매달리게 된다면 미국은 더욱 고립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2. 6자 공동성명의 내용

6자 공동성명에서 회담 참가국들은 6자 회담의 목표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으로 제시하고 ▶한반도 비핵화, ▶유엔헌장과 국제규범에 의한 관계수립, ▶에너지 보장 및 경제협력 추진, ▶한반도 평화체제 및 동북아협력체제 구축 등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4개항의 기조적 원칙과 단계별 행동방식, 차기회담의 일정을 밝힌 2개 부속 항을 합의하였다.

9.19성명의 서문은 회담의 총적 목표가 북한의 '붕괴나 정권교체'가 아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으로 제시하고, 일방주의와 국제적 압력이 아닌 '상호 존중과 평등의 정신'으로, 북한의 핵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공동성명의 서문에는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 민족과 동북아 각 국의 기본 요구가 반영되어 있으며, 세계 평화애호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선핵폐기론은 완전히 용도 파기되고 대북적대정책과 전쟁책동은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공동성명의 각 항을 살펴보면 먼저 1항에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원칙적 입장과 북한과 미국의 기본요구가 반영되어 있다.

1항은 '6자 회담의 목표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임을 만장일치로 재확인'함으로써 6자 회담의 목표가 미국이 요구하는 북한의 일방적인 핵폐기가 아닌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상호비핵화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이는 우리 민족과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애호세력의 일관된 염원이었다.

북한의 핵무기는 자위적 억제력과 한반도 비핵화의 수단이라는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의 침략을 억제하기 위한 불가피한 자위적 수단이면서, 동시에 한반도에서 미국의 핵기지화정책과 핵무기를 격퇴시키기 위한 정치적 지렛대이다.

북한은 공동성명에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를 공약하는 대신, 미국은 '한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고,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 하'고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핵무기를 접수 및 배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하고 자국 영토 내에 핵무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이로써 북한은 핵억제력에 대한 온갖 억측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보유는 불가피한 자위적 조치이며, 북한의 핵무기는 비핵화의 수단이라는 점이 확인되었고 한반도 비핵화는 궁극적 실현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특히 1항에서 검증 가능한 비핵화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한반도비핵화선언에서 합의한 남북핵통제위원회의 가동과 한국의 핵시설에 대한 북한의 사찰 및 검증 활동이 가능해져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정치적 담보가 마련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공동성명 1항의 내용에 의거하여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무로써 핵무기 뿐 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에 의한 불가침 의사를 밝힌 만큼 북한에 대한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이 같은 원칙에 따라 한반도와 주변지역에서 북한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중단해야 하며 대북전쟁계획을 폐기하고 핵선제공격정책과 패권적 군사전략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또한 공동성명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에 대한 문제를 적시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일축하였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는 4차 6자 회담의 최대 쟁점이었다.

평화적 핵이용권 문제는 핵확산금지조약에서 밝힌 바와 같이 주권국가의 천부적 권리로 북한이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적 요구이며, 미국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당연한 권리인 평화적 핵이용권을 시비함으로써 합의 도출에 인위적 난관을 조성하였다.

그러나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밝'힌데 대해 '여타 당사국들은 이에 대한 존중을 표명'하였다고 명시함으로써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이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신성한 국가적 권리임을 명백히 하였다. 

또한 공동성명에서 6자는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 합의함으로써 경수로 문제가 핵포기에 따른 북한의 손실에 대한 보상문제라는 점을 재확인하였다.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로 북한은 심각한 에너지 및 경제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미국과 각 회담 참가국들이 자국의 이해에 따라 북한의 핵계획 포기를 요구한 만큼 이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며, 보상의 형태는 북한의 에너지 및 경제손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

경수로는 북한의 에너지 및 경제손실을 가장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94년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경수로 건설을 중단하였다. 그러나 9.19공동성명에서 6자는 경수로 문제에 대한 원칙적 입장을 확인함으로써 경수로를 둘러싼 북미간 공방에 종지부를 찍고 핵포기에 따른 북한의 권리를 정치적으로 보장하였다.

이번 합의 이후 미국은 경수로 제공시기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여론을 내돌리고 있지만 어느 시점이건 경수로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문제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번 합의의 정치적 의의를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동성명 1항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총론적 원칙을 뚜렷이 제시됨으로써 미국의 일방적, 패권적 핵정책은 총파산 하였고 한반도 비핵화의 실천적 전기가 열리게 되었다.

둘 째, 2항에서는 6자 각 국간 관계 설정의 기본원칙과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동북아시아 우호, 협력관계 형성의 기초가 마련되었다.

공동성명 2항에서 '6자는 상호 관계에 있어 국제연합헌장의 목적과 원칙 및 국제관계에서 인정된 규범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였다.

국제연합헌장은 제1조에서 유엔의 목적을 '국제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평등권 및 자결의 원칙의 존중'하며 '국가 간의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고 '모든 사람의 인권 및 기본적 자유에 대한 존중을 촉진하고 장려함에 있어 국제적 협력을 달성'하며 '이러한 공동의 목적을 달성함에 있어서 각 국의 활동을 조화시키는 중심이 된다'고 밝히고 있다. 제2조는 주권평등,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 정치적 독립에 대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 금지. 내정 불간섭 등을 유엔의 기본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시기 역사적 사실과 최근 미국의 패권정책을 미국이야말로 유엔헌장의 난폭한 유린자이며 심각한 파괴자라는 것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이 같은 원칙에 근거하면 미국은 유엔의 목적과 원칙에 부합되지 않는 유엔사령부를 즉시 해체-1975년 제30차 유엔총회는 유엔군사령부 해체를 결의하였다-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며, 대북군사훈련을 중지하고 북미수교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경제제재, 인권문제 등 둘러싼 대북적대정책과 조직적인 반북활동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이 같은 원칙이 모든 회담 참가국들에게 공히 적용된다고 할 때 한국 역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할 법적 근거가 되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하며, 미국은 한국의 정치적, 군사적 주권을 보장하고 내정간섭과 정치개입을 중단해야 한다.

즉 6자 각 국은 해묵은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내정불가섭, 호혜평등, 상호존중의 원칙에 따라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야 하며 이러한 원칙적 기준이 이행된다면 동북아 냉전질서는 완전히 해체 될 것이다.

또한 2항에서는 미국과 북한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여 적대관계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원칙을 제시하였고, 대일관계에서도 평양선언에 기초한 관계 정상화를 명시함으로써 북미, 북일관계정상화의 정치적 기준점을 재확인하였다.

셋째, 3항은 경제협력의 증진을 합의함으로써 동북아 6개국이 공존, 공영할 수 있는 정치적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는 우리 민족과 동북아 각국의 경제적 이해를 대변한 항목이다.

이러한 원칙에 의거하면 미국은 대북경제봉쇄, 제재조치를 즉각 해제해야 하며, 일본 역시 북한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중단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에너지 지원과 전력공급 문제가 경수로 문제와는 다르게 비핵화를 제시한 1항이 아닌 경제협력 증진을 다룬 3항에서 제시된 점과 에너지 지원과 관련하여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이 '용의를 표명'하고, 한국의 전력공급 '제안을 재확인'한다는 표현이 사용된 점이다.

에너지 지원과 전력공급 문제가 3항에서 다뤄진 것은 점은 에너지 지원문제가 핵포기의 대가가 아닌 경제협력 차원의 문제이며, '용의를 표명', '제안을 재확인' 등의 문구는 이것이 북한의 요구가 아니라 나머지 5개국과 한국이 자원적 의사임을 보여주고 있다.

3항에 의거하여 한국 당국은 200만Kw의 전력공급을 아무런 조건없이 민족경제 발전을 위해 제공해야 한다. 또한 중국은 신의주 특구 문제와 관련하여 양빈을 구속하는 등의 이기적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정부 당국의 대북경제협력 조치는 공동성명 3항의 적극적 이행이라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잇다.

넷째 4항은 전략적 견지에서 볼 때 이번 회담에서 가장 주목되는 합의이다.

공동성명에서 '6자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할 것을 공약 하'고 '직접 관련 당사국들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가질 것', '동북아시아에서의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 

1993년 6월11일 북미공동성명에서 양측은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 '핵무기를 포함한 무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이러한 무력으로 위협도 하지 않'고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94년 북미기본합의에서는 '양측은 핵이 없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무기를 불위협 또는 불사용에 관한 공식 보장을 제공한다'고 기술되어 있다. 

93, 94년 합의에서 한반도 평화문제에 대한 언급은 비핵화와 관련된 정도에 머물렀다.

2000년 북미공동코뮤니케에서는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체계로 바꾸어 한국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 회담 등 여러 가지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하여 견해를 같이하였다'고 언급해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정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북미간에 공식적으로 표명되었지만 이것 역시 공감대 수준의 언급이었다.

그러나 9.19성명에서는 '적절한 별도 포럼'이라는 논의 틀과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로 의제를 확정함으로써 한반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커다란 정치적 진전을 이뤄냈다. 특히 '별도 포럼'의 의제를 '영구적 평화체제'로 못 밖 음으로써 한국 전쟁의 완전 종식과 미군철수의 정치적 담보가 마련되었다.

특히 '동북아시아에서의 안보 협력 증진을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한 점은 향후 동북아 냉전구도의 해체와 평화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의미 있는 첫 발자욱이다.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전환되고 동북아다자안보틀이 구성되면 동북아 냉전체제의 해체는 물로 세계 질서 변화의 새로운 전망이 열리게 될 것이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문제의 실행조치와 순서가 합의되고 동시행동단계로 들어서게 되면 이에 따라 미군철수 문제가 북미, 남북관계의 쟁점현안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연합뉴스는 21일자 분석기사에서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협의될 것으로 보여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논의는 불가침 협정의 성격이 강한 평화협정 체결로부터 시작될 전망'이라며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그동안 한반도를 틀 지워온 각종 안보질서에도 변화를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기사는 '정전체제가 평화체제로 변화되면 우선 평화체제의 관리주체가 변화'되어야 한다며 '정전체제의 관리자인 유엔군사령부는 자동적으로 해체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대체하기 위해 평화유지군이나 유엔군 및 감시단이 한반도 평화상태를 관리할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한 '유엔사 해체는 주한미군의 주둔 명분 약화로 이어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듯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본격화되면 주한미군의 전도문제가 의제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의 전망처럼 미국은 평화유지군 형태로 주한미군의 주둔을 지속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평화협상이 진전될수록 한국 내에서 미군철수 여론이 증대될 수밖에 없고 미군철수 여론이 증대되면 주한미군 철수의 가능성을 크게 높아지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5항에서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을 확인하고 '단계적 방식'의 '상호 조율된 조치'-북측 표현은 '조화로운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하였다. 그것은 그동안 논란의 되어왔던 행동방식의 문제를 해결한 것으로써 미국의 선핵폐기론에 쐐기를 박고 합의 후 불이행이라는 미국의 행태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정치적 담보이다.

9.19성명은 한마디로 미국의 대북항복문서이다.

미국은 9.19성명에 서명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지만 북한의 정치, 군사적 위력과 우리 민족의 공동 노력 그리고 국제사회의 여론에 밀려 마지못해 도장을 찍었다. 공동성명은 북한의 원칙적 요구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철저히 지향하고 있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바라는 국제사회의 지향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9.19성명으로 미국의 한반도 지배구도가 해체단계로 들어서게 되었으며, 동북아는 100년 여 만에 전쟁과 대결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와 협력, 공동번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었다.

9.19성명은 미국의 압살책동 속에서도 고난의 길을 개척하면서 정치군사적 위력을 끊임없이 강화해온 북녘 동포들과 야수적인 탄압 속에서도 드팀없이 자주통일운동을 전개해온 남녘 동포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이며, 이러한 정치적 승리는 우리 민족의 60년 반미반전투쟁의 빛나는 결실이다.

이제 9.19성명으로 우리 민족사의 새로운 장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3. 6자 공동성명의 정치적 영향

6자 공동성명의 채택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새로운 지각변동의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9.19성명은 한반도와 동북아 질서에 급격한 변화를 촉진하고 조국통일의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열어 놓게 될 것이다.

9.18성명은 한반도와 동북아에 구체적으로 어떤 정치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첫 째, 9.19성명을 계기로 민족주체역량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02년 12.14 핵동결해제선언으로부터 2005년 2.10 핵보유선언, 6.17 면담, 9.19 성명에 이르기까지 핵문제 해결의 과정을 통해 북한의 사상과 정책, 노선에 대한 전체 민족구성의 이해가 크게 높아짐으로써 민족자주, 대단결의식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 .

특히 부시 정권 출범이 이후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침략적 패권정책에 의해 맥없이 무너져 내리는 냉엄한 국제정세 하에서 미국과 당당히 맞서 누구도 이룩하지 못한 정치적 승리를 일궈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도력에 대한 인식이 크게 좋아지고 북한이 주장하는 선군정치의 길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선택이라는 점이 확인되면서 대북인식이 호전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북핵'이 긴장과 위기가 아닌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실현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목격하였다. 또한 북한의 체제에 대한 이해와 인정, 상호공존의 분위기를 증대시켜 평화통일을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또한 핵문제의 해결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일정하게 독자적 행보를 취하고 그 결과 좋은 결실이 맺어짐으로써 한국 사회에 지주적 지향이 더욱 높아지고 자주적 요구를 관철해 나갈 수 있는 사회, 정치적 분위기가 마련된 점도 민족주체역량 강화의 측면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 같은 인식의 변화, 사회정치적 환경의 변화는 민족자주, 대단결 역량의 비약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며 조국통일의 결정적 국면으로 나아가는 강력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돌파구가 열리고 있다.

9.19성명으로 핵문제가 민족공조의 방향에서 우리 민족에 유리한 방향으로 해결됨으로써 한국 정부의 정치적 입장이 크게 개선되고 외부의 압력 없이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이 마련되었다.

특히 정부의 대규모 대북경제협력 계획이 실질화 되면서 경제분야에서 남북의 교류와 협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정치적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정동영 장관은 22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11월 아펙 정상회담을 단순한 정상회의 이벤트로 넘길 수 없다'며 '6자 회담의 이행 합의안이 순조롭게 진행됐을 경우 한반도 냉전체제 해체의 결정적 무대로 만들기 위해 북한의 참석을 타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또 16차 장관급 회담 당시 '6자 회담이 타결될 경우 평양을 방문할 의사가 있다'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메시지를 북측에 전달했다고 밝히고 '힐 차관보가 평양에 간다면 분명히 6자 회담 타결의 이행과정으로 가는 과정이 조금 더 순탄해 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제5차 6자 회담 전에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주선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9.19 6자 타결 이전의 북미관계와 이후는 다르다'며 '달라지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북미관계 개선을) 촉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6자 회담 타결 시점에서 우선 남북 간 직접 대화를 통한 주도력 확보 및 강화가 중요하다'며 연내에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를 제안한 임종석 의원의 의견에 대해 '2차 정상회담 약속은 유효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회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가 당장 11월 아펙에서의 '냉전해체선언'이나 2차 정상회담과 같은 한반도 정세의 획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남북이 공히 현재 조성된 유리한 환경을 남북관계의 새로운 비약으로 이어가고자하는 의지가 높다는 점에서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의 큰 틀의 변화를 촉진하는 비중 있는 남북 간 정치일정이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다. 6.17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약속한 사항들이 이미 이행단계에 접어들었고 남북관계 발전의 장벽이 완화된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환적 국면을 충분히 예고해 볼 수 있다.

셋째, 진보개혁세력의 입지가 강화되고 친미수구세력이 위축되고 있다.

부시 정권 등장이후 북미핵대결은 한편으로는 한국 내에서 진보개혁세력과 친미수구세력의 심각한 정치적 대결전이었다.
친미수구세력은 그동안 부시 정권의 핵공세를 등에 엎고 6.15공동선언 이후 한국 사회의 변화를 뒤엎기 위한 정치공세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9.19성명이 발표되고 진보개혁세력이 지향하는 방향에서 핵문제가 해결의 가닥을 잡으면서 이들의 반북책동은 더 이상 설자리를 잃게 되었으며, 진보개혁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넷째,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통해 전 세계인들에게 각인시킴으로써 세계자주화를 더욱 촉진하게 될 것이다.

부시 정권의 출범 이후 전 세계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침략정책에 이라크와 아프간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강권과 폭력이 횡행하는 비정한 국제 질서 하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굴복시키고 핵문제 해결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커다란 정치적 성과를 이뤄냄으로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저항은 더욱 거세지게 될 것이다.

다섯째, 동북아의 새로운 질서형성의 계기가 될 것이다.

6자 회담의 기본 목표는 한반도 뿐 만 아니라 동북아 전반의 평화와 안정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번 성명에서 회담참가국들이 동북아의 안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하면서 동북아의 냉전구도가 해체되고 

이는 동북아 뿐 만 아니라 세계 평화에 전환적 계기가 될 것이다.

4. 우리의 과제

미국은 굴복하였지만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았다.
제국주의의 결코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 정전협정과 북미기본합의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미국은 사태를 반전시키고 한반도와 동북아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책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강온양면전술을 구사하면서 시간끌기와 지연전술로 국면전환의 기회를 노릴 것이다.

물론 이러한 미국의 책동은 미국의 고립을 더욱 가속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코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제국주의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지만 환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이는 우리 민족의 피어린 반미투쟁의 역사가 현실로 증명해 주고 있다. 각계 진보운동진영은 미 제국주의가 몰락하는 그 날까지 반미반제투쟁의 관점을 철저히 견지하고 변화된 국면을 투쟁으로 개척해 나가야한다.

1) 반미반전, 미군철수투쟁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군철수투쟁을 반미운동의 주선에 틀어쥐고 6자 공동성명 채택으로 예견되는 정세변화를 주동적으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미군철수투쟁을 6자 공동성명의 핵심 합의 내용인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구축 문제와 밀접히 결합시켜 미군철수의 범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5.15, 6.11, 7.10, 8.15, 9.11로 이어진 반미반전, 미군철수투쟁의 기세로 아펙, 평택, 파병 등 당면현안투쟁을 미군철수투쟁으로 상승 발전시켜 미군철수운동을 전면화, 대중화해 나가야 한다.

2)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9.19성명은 북미관계 뿐 만 아니라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을 이루어 질 수 없다. 이번 16차 장관급회담에서 북측이 한국 정부는 11월 아펙에 북한의 최고지도부를 초청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조건에서 북한 최고지도부의 초청은 어불성설이다.

진보운동진영은 9.19성명을 계기로 국가보안법 폐지투쟁을 더욱 과감하게 전개하여 이 기회에 국가보안법을 반드시 끝장내야 한다.

3) 친미수구세력의 준동을 적극적으로 제압하고 신보수세력 육성, 신보수대연합 구축 등 미국의 새로운 정국구도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이를 제때 폭로, 분쇄해야 한다.

핵문제가 타결의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는 시점에서 친미수구세력들은 사활을 걸고 국면반전을 위해 날뛸 것이다. 특히 미국은 9.19성명의 채택으로 자신들이 직접 나서 북한을 공격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친미수구세력을 재집권시켜 한반도 정세를 반전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이들을 더욱 공개적이고 노골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구수구세력의 정치적 영향력이 한계점에 도달한 현 상황에서 미국은 소위 신보수세력을 집중 육성하여 친미반북열기를 고취시키고 새로운 지역구도하에서 신보수대연합을 구축하여 2007년 대선에서 친미정권을 창출하려 할 것이다.

진보운동진영은 이러한 미국과 친미수구세력의 새로운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이들의 정치적 공작을 폭로, 규탄하는 투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4) 통일운동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6.15공동선언을 이행하고 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6자 공동성명을 실현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제 남북관계의 전면적 발전이 예고되고 있다.
이러한 국면의 변화를 조국통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6.15공동위원회를 중심으로 각계 각층의 통일운동을 더욱 활성화하여 통일의 열기가 활화산처럼 타오르게 해야 한다.

남녘의 모든 진보적 통일운동진영은 각계 각층과 손을 잡고 지난 6.15와 8.15을 성과를 전면적으로 발전시켜 조국통일운동의 전성기를 활짝 열어내고 통일조국의 정치사상적, 조직적 기초를 튼튼히 다져 나가야 한다.<끝>

미군철수 원년(2005년)9월23일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