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9 공동성명과 한(조선)반도의 반제자주적 비핵화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두 가지 상반된 길
3.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정치적 목적
4. 경수로 공급문제는 왜 중요한가
5.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실현과 제국주의점령군의 철군
6. 글을 마치며

1. 글을 시작하며

2005년 9월 19일 한(조선)민족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제4차 6자회담이 막을 내리면서 공동성명이 발표되었다. 언론보도에서 나타난 것처럼, 이번에 열린 2단계 회담도 지난번 1단계 회담과 마찬가지로 조미 두 나라의 정치적 쟁점이 날카롭게 맞선 가운데 주변국들이 그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방조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2004년 5월 22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일본 총리 고이즈미를 평양에서 만난 조일 정상회담에서, 북(조선)이 6자회담에서 미국과 이중창을 부르려고 생각하고 있으며 목이 쉴 때까지 미국과 노래를 부를 생각이므로 6자회담에서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주변국들이 교향악단 반주를 해주기 바란다는 비유를 말한 적이 있는데(NHK 2004년 6월 18일 보도), 그 말은 제4차 6자회담에서 현실로 되었다. 북(조선)에서 음악정치라는 말이 쓰일 만큼 사회주의정치와 음악의 관계를 중시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음악적 비유를 들어 조미 쌍무회담의 의의를 강조하였는데, 실제로 제4차 6자회담에서 조미 두 나라는 이중창을 부른 것이 아니라 격돌하였다.

일부 언론들은 9.19 공동성명을 채택발표한 것을 두고 ‘극적 타결’이라고 보도하였지만, 완전한 타결은 아직 멀었다. 왜냐하면 9.19 공동성명은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이루어내기 위한 정치적 공약(political commitment)을 담아낸 것뿐이며, 공약의 이행순서(sequence of implementation)는 아직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9.19 공동성명 제5항에 따르면, 6자는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하여 단계적 방식으로 상기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상호조율된 조치들을 취하기로 약속하였다(agreed to take coordinated steps to implement the aforementioned consensus in a phased manner in line with the principle of “commitment for commitment, action for action”).

그러므로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공약의 이행순서는, 2005년 11월초에 열기로 한 제5차 6자회담에 제기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 6개항을 살펴보면 외교적으로 다듬어진 개념들로 이루어졌음을 금방 알 수 있다. 그 공동성명이 조미 쌍무회담을 중심으로 하는 다자간 정치회담에서 치열하게 벌인 접전 끝에 나온 것이므로, 6개항이 외교적으로 다듬어진 개념들로 이루어진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는 9.19 공동성명 6개항을 덮고 있는 외교적 개념구성을 걷어내고 그 속의 정치적 의미를 가려보는 일이다.

그런데 9.19 공동성명을 합의한 당사자들은 제각기 자기의 관점에서 6개항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9.19 공동성명을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족주체적 관점을 세우고 9.19 공동성명을 해석하는 데서 가장 먼저 나서는 문제는, 그 공동성명을 내오는 과정에서 북(조선) 정부와 남(한국) 정부의 관점이 일치하지 않았지만, 그 공동성명을 바라보는 한(조선)민족의 관점은 북(조선)의 관점과 남(한국)의 관점으로 갈라져서는 안 되며, 하나의 민족주체적 관점으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조선)민족의 통일된 관점, 곧 하나의 민족주체적 관점으로 되어야 하는 까닭은, 9.19 공동성명 제1항에서 밝혀진 것처럼, 그 공동성명을 내온 6자회담의 목표가 한(조선)민족 전체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한(조선)민족이 자기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하는 한(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정치목표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그것은 민족적 자기분열의 모순에 빠지는 것이다.

9.19 공동성명에는 북(조선)이 핵억제력(nuclear deterrence)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체제(NPT regime)에 되돌아가는 공약만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한(조선)반도에 들씌운 제국주의핵우산(imperialist nuclear umbrella)을 거둬치우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공약이 담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핵문제’가 제기된 1993년부터 조미 두 나라는 북(조선)이 핵억제력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가는 것을 공약하느냐 아니면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불가침과 한(조선)반도에 들씌운 제국주의핵우산의 철거를 공약하느냐 하는 근본문제를 놓고 계속 격돌하였는데, 이번에 일단 중대고비를 넘기면서 나온 것이 9.19 공동성명이다.

중대고비를 넘긴 것은, 북(조선)의 정치적 요구와 미국의 정치적 요구를 매우 포괄적인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내는데 성공하였기에 가능하였다. 그 개념이 9.19 공동성명 제1항에 나오는 한(조선)반도의 검증할 수 있는 비핵화(the verifia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이다.

한(조선)반도 비핵화라는 개념은 매우 포괄적인 개념인데, 거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들어있다. 하나는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북(조선)이 핵억제력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간다는 의미이고, 다른 하나는 북(조선)이 요구하는 대로, 미국이 북(조선)의 자주권 존중과 불가침을 확인하고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고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며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부시 정부와 그 정부의 관점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노무현 정부는 9.19 공동성명이 마치 북(조선)의 핵억제력 포기와 핵확산금지체제 복귀를 위한 정치적 공약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으며, 미국과 남(한국)의 언론들은 왜곡선전에 열을 올리고있다. 그런 사태가 생겨나는 까닭은, 9.19 공동성명에 들어있는 정치적 공약을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나는 이 글에서 9.19 공동성명을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왜곡선전을 밀쳐내고, 그 공동성명을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해석하려고 한다.

2.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두 가지 상반된 길

중요한 것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포괄적인 개념 속에 비핵화를 실현하는 두 가지 상반된 길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제국주의적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제국주의적 비핵화란 미국의 제국주의정책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북(조선)의 핵억제력만 없애버리고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을 여전히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그에 반해서,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한(조선)반도 비핵화는 반제자주적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03년 4월 30일에 나온 북(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는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평화를 보장하여 민족의 자주권과 존엄을 수호하기 위한 비핵화”라고 규정한 바 있는데(『연합뉴스』 2003년 4월 30일자), 그것이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의미이다.

9.19 공동성명은 한(조선)반도 비핵화가 제국주의적 비핵화와 반제자주적 비핵화로 나누어져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그 반영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다.

2-1) 9.19 공동성명 제1항에 따르면,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목표는 북(조선)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하는 것(abandoning all nuclear weapons and existing nuclear programs)과 이른 시일에 핵무기비확산조약과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에 되돌아가는 것(returning at an early date to the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NPT] and to IAEA [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safeguards)이다. 이것은 한 마디로 말해서, 북(조선)이 스스로 핵억제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구동성으로 9.19 공동성명에 북(조선)의 핵억제력 포기와 핵확산금지체제 복귀가 명시된 것이, 그 두 가지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미국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왜곡이다. 왜냐하면, 북(조선)은 핵억제력 포기와 핵확산금지체제 복귀에 대한 미국의 요구를 무조건 반대해온 것이 아니라, 미국이 북(조선)의 핵억제력 포기와 핵확산금지체제 복귀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는 경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거듭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북(조선)이 핵억제력 포기와 핵확산금지체제 복귀를 공약한 내용이 9.19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은, 북(조선)이 핵억제력 포기와 핵확산금지체제 복귀를 공약하는 것과 동시에 미국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 곧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약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조미 두 나라가 ‘말 대 말 공약’의 원칙을 따른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핵억제력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가는 북(조선)의 공약은, 상호동시성의 원칙에 따라 말 대 말 공약을 합의한다는 북(조선)의 정치협상 원칙이 관철된 것으로써 북(조선)의 정치적 승리이지 미국의 승리는 아닌 것이다.

2-2) 9.19 공동성명에는 북(조선)이 핵억제력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가는 공약은 들어있으나 그 공약을 이행하는 때는 들어있지 않다. ‘이른 시일에(at an early date)’라는 모호한 구절이 있을 뿐이다. 내 판단으로는, 북(조선)이 지난해에 미국에게 전달한 통보 속에 그 공약을 이행하는 때가 밝혀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언론보도(『마이니치신붕』 2004년 2월 8일자)에 근거하여 그 때를 예상하면, 북(조선)은 미국이 조미관계 정상화를 이행하지 시작하는 것에 상응하여 핵억제력을 더 이상 증강하지 않고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갈 것이며, 조미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핵억제력만을 유지할 것이며, 조미 국교수립이 완료되는 것과 동시에 핵억제력을 완전히 포기할 것으로 보인다.

2-3) 미국이 요구하는 제국주의적 비핵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미국은 제국주의적 비핵화에 관한 내용을 9.19 공동성명에 감히 집어넣지 못하고 뒤에 감추고 있지만, 미국이 제국주의적 비핵화를 통하여 자기의 정치적 목적을 아주 집요하게 추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미국이 요구하는 제국주의적 비핵화를 외교적 개념으로 표현하자면 현재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변화발전이라는 개념에 맞선 현상유지라는 개념은,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제국주의적 요구에 맞게 실현함으로써 현존하는 제국주의정책을 한(조선)민족에게 변함없이 강요하는 것이다.

미국이 한(조선)민족에게 강요하는 제국주의정책이란 구체적으로 말해서 북(조선)의 핵무장을 일방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서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마저 박탈함으로써 기존의 적대봉쇄를 더욱 강화하고, 남(한국)을 제국주의핵우산 아래 계속 묶어둠으로써 지배수탈을 가중시키며, 분단체제를 제국주의전쟁위험 속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2-4) 그에 반해서,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반제자주적 비핵화란,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고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없애는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고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없애는 공약을 9.19 공동성명 제1항의 표현방식대로 정리하면, 미국이 한(조선)반도에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공격하거나 침략하려는 의도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the United States affirmed that it has no nuclear weapons on the Korean Peninsula and has no intention to attack or invade the DPRK with nuclear or conventional weapons). 한 마디로 말해서, 이것은 미국이 북(조선)에 대한 불가침을 공약한 것이다.

2003년 11월 북(조선)은 미국이 북(조선)에게 불가침을 공약하고, 6자회담에 참가하는 나머지 4자가 그 공약을 확인하는 합의를 내오자는 제안을 중국을 통해 미국에게 보냈으나, 미국은 그 제안을 거부하였다. (『교도통신』 2003년 11월 19일자) 그러나 이번에 미국은 고집스럽게 거부해오던 태도를 버리고 불가침공약이 들어간 9.19 공동성명을 내오는 것에 합의하였다.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불가침공약이 북(조선)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2-5) 9.19 공동성명에 따라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고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없애는 불가침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말만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문제이다. 불가침공약 이행은 미국이 핵무기를 실은 항공모함, 잠수함, 항공기를 끌어들여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해역에서 벌이는 제국주의전쟁연습을 그만두는 문제이다.

9.19 공동성명 제1항의 불가침공약에 따르면, 미국은 한(조선)반도와 그 주변해역에서 해마다 여러 차례씩 벌여오는 제국주의전쟁연습을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북(조선)은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연습을 그만두게 하는 정치적 지렛대를 가지게 되었다. 이것 역시 북(조선)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이다.

2-6)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반제자주적 비핵화는 핵동력(nuclear energy)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정당한 권리가 북(조선)에게 보장되는 비핵화를 뜻한다. 북(조선)이 핵동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는 문제를 9.19 공동성명의 표현방식대로 정리하면,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이 북(조선)이 가지고 있는 핵동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하는 권리를 존중한 것이다(expressed their respect to the right to peaceful uses of nuclear energy).

핵동력의 평화적 이용권은 모든 나라들이 행사하는 국가주권의 일부이므로 그 어떤 나라가 다른 나라의 국가주권 행사에 대해 시비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하다. 2003년 10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렸던 동북아시아 전력계통연계 토론회, 그리고 2004년 5월 베이징에서 열렸던 아시아 에너지안보 토론회에 참가한 북(조선) 대표들은, 북(조선)에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바탕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세움으로써 전체 발전시설용량 가운데서 원자력발전시설의 비중을 2010년에 17%, 2020년에 32%로 차츰 확대하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2004년 7월 16일자)

명백하게도, 9.19 공동성명은 북(조선)이 가진 핵동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존중한다는 합의에 이름으로써 그 권리를 부정하려고 책동하였던 미국에게 정치적 패배를 안겨주었다.

미국의 정치적 패배는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경수로 제공문제에까지 연장되었다. 9.19 공동성명에서 6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경수로를 공급하는 문제를 적절한 때에 논의하기로 합의하였던(agreed to discuss at an appropriate time the subject of the provision of light-water reactor to the DPRK) 것이다.

원래 미국은 북(조선)에 경수로를 공급하는 문제를 완강하게 반대하였다. 6자회담의 미국 대표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R. Hill)은 이번 회담에서 북(조선)의 경수로 공급요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생각(nonstarter)”이라고 규정하면서 완강히 저항했지만, 북(조선)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문제를 적절한 때에 논의한다는 공약이 9.19 공동성명에 들어가는 바람에 그 저항은 물거품으로 되고 말았다.

3.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정치적 목적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정치적 목적을 외교적 개념으로 표현하면 근본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인 변화란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고 한(조선)민족의 자주권을 존중하며, 조미관계 및 조일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한(조선)반도에 영구적 평화체제를 세우는 것과 더불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목적을 9.19 공동성명에 나와있는 표현방식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1)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각자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약속하였다(undertook to respect each other's sovereignty). 이것은 국제관례에 따른 외교적 표현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국제관례에 따라 외교적으로 표현한 상호성의 개념에서 중요한 것은, 북(조선)이 미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국이 북(조선)의 주권을 존중하는 문제이다.

미국이 북(조선)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말은,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상대의 주권을 짓밟는 제국주의정책을 실시하면서 상대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은 미국의 제국주의정책에 의해 훼손 당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는 문제는 북(조선)의 주권이 존중받는 것임은 말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서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문제와 떼어놓을 수 없다. 따라서 북(조선)과 미국이 서로 주권을 존중한다는, 외교적으로 표현된 상호성의 개념 속에는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함으로써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이 완성되는 문제가 내포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비록 국제관례에 따른 외교적 표현의 공약이지만, 그 공약에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는 문제가 내포된 것은 북(조선)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3-2)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국은 평화적으로 공존하고 각자의 쌍무적 정책에 따라 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하였다(undertook to exist peacefully together and take steps to normalize their relations subject to their respective bilateral policies).

클린턴 정부시기 대북(조선)담당특사였던 찰스 카트먼(Charles Kartman)은 북(조선)이 1994년 제네바에서 채택발표된 조미 기본합의에 서명한 근본목적이 경수로를 공급받는 것이 아니라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에 있었다고 지적하였는데(『연합뉴스』 2005년 3월 20일자), 북(조선)이 이번에 9.19 공동성명을 합의한 근본목적도 역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데 있다.

그런데 북(조선)과 미국이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를 실현하는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따로 열리게 될 조미 정치회담에서 논의할 문제이다. 6자회담에서는 조미 두 나라가 평화공존과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로 공약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조미 두 나라 사이에서만 이루어진 쌍무적 공약이 아니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조미 두 나라가 조미관계 정상화를 쌍무적으로 공약하였으므로 조미관계 정상화의 공약은 이제 국제적 보장까지 얻은 쌍무적 공약으로 되어 그 실현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금까지 조미관계 정상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해온 쪽은 미국이 아니라 북(조선)이므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공약이 9.19 공동성명에 들어간 것 역시 북(조선)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이다.

북(조선)의 견지에 보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미국의 의지는 앞으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는 데서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미국에게 9.19 공동성명 이행의지가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고, 그러한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이행의지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미관계 정상화를 지향한 미국의 이행의지는 어떻게 하여야 공약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검증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에게 내놓은 제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 정부소식통을 인용한 일본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2005년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남측 정부대표 정동영 통일부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조미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조미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미국에게 제안한다는 뜻을 밝혔으며, 정동영 장관은 그 제안을 미국 정부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붕』 2005년 9월 12일자) 그 보다 먼저 미국 언론도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미 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뉴스위크』 2005년 2월 21일자)

미국의 9.19 공동성명 이행의지는 조미 정상회담 개최에 관련된 행동으로 검증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조미 정상회담에 나오는 것은 조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미국의 이행의지가 확실하게 검증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명백하게도, 조미 정상회담은 국교수립을 앞당기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3-3)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일본은 평양선언에 따라 불행한 과거와 현안사항의 해결을 기초로 하여 관계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 (undertook to take steps to normalize their relations in accordance with the Pyongyang Declaration, on the basis of the settlement of unfortunate past and the outstanding issues of concern).

조일 두 나라가 관계를 정상화하는 문제는, 6자회담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 따로 열리게 될 조일 정치회담에서 논의할 문제이다. 6자회담에서는 조일 두 나라가 내온 평양선언이 유효함을 확인하고, 관계정상화의 선결조건을 해결하기로 공약하면 그것으로 족하다.

조일 관계정상화의 선결조건이란 북(조선)이 요구하는 ‘불행한 과거’를 해결하는 문제인데, 일제가 조선에서 일으킨 제국주의침략전쟁의 피해를 배상(reparation)하고, 조선을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조선민족에게 입힌 피해를 보상(compensation)하는 문제이다. 또한 그 선결조건은 일본이 요구하는 ‘현안사항’ 해결하는 문제인데, 그것은 이른바 ‘일본인 행방불명자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이다.

평양선언이 발표된 뒤로 해결되어가던 ‘일본인 행방불명자 문제’를 걸고들면서 평양선언의 이행을 일방적으로 그만둔 것은 고이즈미 정부이므로, 9.19 공동성명에 평양선언을 되살려 조일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공약이 들어간 것은 고이즈미 정부가 더 이상 평양선언을 외면할 수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것 역시 평양선언을 고수이행하려는 의사를 표명해온 북(조선)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이다.

3-4)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없애는 문제는, 직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이 적절한 별도의 토론장에서 한(조선)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에 관하여 협상할 것(the directly related parties will negotiate a permanent peace regime on the Korean Peninsula at an appropriate separate forum)이라고 표현되었다.

한(조선)반도의 영구적 평화체제는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체제를 전면적으로 대체함으로써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영구히 없애는 전민족적 안전보장체제를 뜻한다. 여기서 눈여겨보는 문제는, 그러한 평화체제를 세우기 위하여 직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들이 별도의 토론장에서 협상하기로 공약하였다는 점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협상의 주체가 명시되지 않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당사자’로 표현된 것은,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협상에 북(조선)과 미국만이 아니라 남(한국)도 포함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조선)은 한(조선)반도에서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당사자인 남(한국), 북(조선), 미국이 만난 3자회담에서 중국, 러시아, 일본의 국제적 보장을 얻은 평화조약을 체결하자는 제안을 이미 2004년 5월에 미국에게 통보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4년 6월 20일자)

한편, 9.19 공동성명에서 그 협상방식도 별도의 회담으로 명시되지 않고 ‘적절한 별도의 토론장(forum)’이라고 표현된 것은, 제4차 6자회담에서는 한(조선)반도 평화체제를 세우기 위한 협상방식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했고, 또 그럴 필요도 없었음을 말해준다. 한(조선)반도 평화체제를 세우기 위한 협상주체와 협상방식을 정하는 것은 6자회담이 아니라 별도의 정치회담에서 논의할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체제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영구적 평화체제를 세우는 것은, 한(조선)민족의 목숨을 노리는 제국주의전쟁연습을 해마다 여러 차례 벌이고 있는 미국의 요구가 아니라 한(조선)민족의 요구이다.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없애고 전민족적 안전보장체제를 세우려는 한(조선)민족의 요구를 9.19 공동성명에 넣은 것 역시 북(조선)이 자기의 정치적 요구를 이루어낸 것이다.

3-5)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제국주의전쟁위험을 없애는 문제는,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문제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북(조선)은 2005년 3월 3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의 핵위협이 완전히 청산되면 조선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도 담보될 수 있다”고 지적하였으며, 2005년 4월 평양을 방문한 미국 국제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셀릭 해리슨(Selig S. Harrison)과 만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6자회담이 재개되면 우리는 우리의 핵무기 포기가 한국 및 그 주변지역에서 미국의 핵위협 제거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5년 4월 16일자)  

9.19 공동성명에 따르면, 동북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공약하고(committed to joint efforts for lasting peace and stability in northeast Asia), 동북아시아에서 안보협력을 증진시키기 위한 방도와 수단을 모색하기로 합의하였다(agreed to explore ways and means for promoting security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이것은 북(조선)이 요구한 대로, 6자회담 당사자들이 동북아시아 핵군축문제를 논의하는 다자안보회담으로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놓은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은 한(조선)민족의 목숨을 노리는 것만 아니라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도 위협하고 있으므로, 북(조선) 정부관리들이 주한미국군기지만이 아니라 주일미국군기지도 제국주의핵전쟁의 위험요인으로 지목한 것(『연합뉴스』 2005년 8월 2일자)은 당연한 일이다.

한(조선)반도 평화체제는 동북아시아 평화체제의 핵이므로, 양자를 서로 떼어놓고 평화를 논하는 것은 사실상 공허한 말잔치에 지나지 않는다. 2005년 3월 31일에 나온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북(조선)이 6자회담은 장차 동북아시아의 군축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던 견해는, 9.19 공동성명의 지지를 받게 되었다. 이것은 미일 동맹군을 체계적으로 증강하면서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날로 더 위협하는 제국주의호전광들에게 정치적 견제를 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경수로 공급문제는 왜 중요한가

북(조선)에 경수로를 제공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원조나 협조가 아니다.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북(조선)이 핵억제력을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고, 북(조선)이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가는 대가로 미국이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처럼, 북(조선)이 흑연감속로 건설을 포기함으로써 생겨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대가로 경수로를 공급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경수로 공급문제가 원조나 협조가 아니라 보상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생기는 물음은, 경수로를 공급받으려는 근본목적이 과연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으려는 데만 있을까 하는 것이다. 북(조선)에 경수로가 세워져서 200만KW의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게 되면 흑연감속로 건설을 포기함으로써 생겨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받게 되고 북(조선)의 동력난도 해소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의 보상, 그것도 믿을 수 없는 제국주의나라 미국과 그 동맹국 일본의 보상을 받아 자국의 동력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주체의 핵동력공업을 추진해온 북(조선)의 사회주의자립경제노선과는 모순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북(조선)의 경수로 공급요구에는 다른 나라로부터 경제적 보상을 받으려는 핵동력문제만이 아니라 더 중요한 문제가 들어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제4차 6자회담에서 북(조선)은 왜 미국을 회담결렬의 위기상황까지 완강히 밀어 부치면서 자기의 경수로 공급요구를 공동성명에 포함시켜야 하였을까? 이 물음에 관해서는 설명이 요구된다.

알려진 대로, 북(조선)이 미국에게 요구하는 것은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라는 것이다.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한다는 말은 미국이 세 가지 정치과업을 이행하는 것을 뜻한다. 세 가지 정치과업을 그것이 이행되는 순서에 따라 늘어놓으면, 제국주의핵우산 철거, 제국주의점령군 철군, 조미 국교수립으로 된다. 이 이행순서는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실현경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정치과업을 이행하는 과정이 제국주의세력의 거부와 방해로 복잡해지고 힘들어지기 때문에 이행과정을 마칠 때까지 긴 시간이 요구된다. 그처럼 복잡한 이행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또는 그처럼 긴 이행시간의 어느 경과점에서 제국주의 미국의 태도가 돌변하여 이행활동을 갑자기 그만둘 가능성은 매우 높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그러한 사태가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다. 2002년 10월 17일 미국은 1994년 제네바에서 채택발표한 조미 기본합의를 북(조선)이 위반하였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내놓더니, 11월 15일에는 조미 기본합의에 따라 그나마 이행해오던 북(조선)에 대한 중유공급을 끊어버렸다. 북(조선)은 조미 기본합의에 따라 핵동결을 이행하였으나, 미국은 조미관계 정상화 공약을 이행하기는커녕 경제제재조치를 해제하는 공약조차 이행하지 않았고, 경수로 제공사업도 지지부진 시간만 끌다가 내던졌던 것이다.

2005년 9월 15일 제4차 6자회담에 미국대표로 나온 크리스토퍼 힐은 기자들 앞에서 “경수로 문제는 논의조차 되어서는 안 된다”는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이 경수로 제공을 완강하게 반대한 까닭은, 경수로 건설경비를 대는 재정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 아니라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자기의 공약의무를 끝까지 성실하게 이행하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공약의무를 적당히 이행하다가 중도에 판을 뒤집어버리려는 것이 제국주의 미국의 속셈이다.  

북(조선)이 미국의 공약만 믿고 먼저 핵억제력을 포기했다가 결국 무장해제만 당하는 비극적 사태는 북(조선)으로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북(조선)이 9.19 공동성명에 나와있는 대로 핵확산금지체제에 되돌아가고 핵억제력을 포기하는 공약을 이행하는 도중에 미국이 만일 태도를 바꾸어 자기의 공약의무이행을 그만두는 사태에 대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경수로 공급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4-1) 북(조선)의 경수로 공급요구는 9.19 공동성명에서 조미관계 정상화를 공약한 미국을 조미관계 정상화를 실제로 이행하는 과정으로 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그리고 강한 대미압박공세이다. 올해 여름 1차와 2차로 나뉘어 열렸던 제4차 6자회담은 미국이 핵억제력을 포기하라고 북(조선)을 압박한 것이 아니라, 북(조선)이 시종일관 경수로 공급요구를 들이대면서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압박하였던 회담이었다. 북(조선)의 경수로 공급요구가 미국을 크게 압박하였다는 사실은 미국 언론에서도 보도된 바 있다. (『워싱턴포스트』 2005년 9월 20일자) 북(조선)은 9월 15일 6자회담 중에 열린 조미 쌍무회담에서 미국이 경수로 제공을 거부한다면 핵무기를 증산하겠다고 위협하였다. (『교도통신』 2005년 9월 16일자) 북(조선)이 말하는 핵무기 증산이란, 흑연감속로 가동중단→폐연료봉 인출→플루토늄 추출→핵무기 생산이 계속 되풀이되는 순환공정을 뜻한다.

지난 시기 보스니아전쟁을 종식시킨 데이튼합의를 이끌어낸 정치회담에서 수완 있는 협상가로 소문이 났다는 크리스토퍼 힐도 북(조선)이 경수로 공급요구를 앞세워 밀어 부치는 강력한 압박공세에 떠밀려 두 차례의 제4차 6자회담 내내 진땀을 흘리며 쩔쩔맬 수밖에 없었다. 압박공세에 떠밀려 가던 그는 회담 막바지에 이르러 국무장관 라이스(Condoleezza Rice)를 국제전화로 찾았으나, 라이스 역시 북(조선)의 압박공세에 맞설 대안을 내지 못한 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고위관리들과 긴급협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최종 결정은 대통령 부시(George W. Bush)에게 내맡겨지고 말았다.

만일 미국이 북(조선)의 경수로 공급요구를 끝내 거부함으로써 사실상 조미관계 정상화 공약을 이행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을 경우, 북(조선)은 핵무기 증산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4-2) 경수로는 공약이행의 물적 담보이다. 2005년 9월 20일에 나온 북(조선) 외무성 대변인 담화의 표현을 빌리면, 경수로는 ‘신뢰조성의 물리적 담보(physical guarantee for confidence-building)’이다.

북(조선)이 미국과 정치적으로 대결하는 과정에서 이끌어낸 공약은 법적 담보(legal guarantee)를 갖지 못한다. 법적 담보를 갖지 못한 공약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약속일 뿐이므로, 위반할 수 있고 깨뜨릴 수 있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상대가 공약을 위반하였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공약이행을 그만둘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약이 법적 담보를 갖지 못하는 허점을 악용하여 미국은 정세가 자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경우 서슴없이 공약을 깨버리는 짓을 저질러왔다.

1994년 10월 제네바에서 채택발표된 조미 기본합의에서 미국은 북(조선)에게 경수로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하였는데, 그 공약을 믿을 수 없었던 북(조선)은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William J. Clinton)의 담보서한까지 받아내었다. 그러나 나중에 부시 정부가 일방적으로 공약을 깨버리고 돌아서는 판에 대통령 담보서한도 한낱 종이장에 지나지 않았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인데, 북(조선)이 아무런 담보도 없는 조건에서 일방적인 공약파기의 전력이 있는 미국의 공약만 믿고 핵억제력을 포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조미 사이에 합의한 공약이 실제로 이행의 구속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공약이행의 물적 담보가 있어야 한다. 물적 담보가 없는 공약은 듣기 좋은 말이 적힌 종이장에 지나지 않는다. 경수로는 9.19 공동성명의 틀 안에서 조미 두 나라가 합의한 공약을 이행하는데 반드시 요구되는 물적 담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북(조선)은 왜 물적 담보부터 먼저 제공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는 물음이 생길 수 있다. 거기에는 까닭이 있다. 북(조선)이 핵억제력을 포기하는 과정, 곧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하는 과정에 일단 들어서면 도중에 폐기활동을 그만두기 힘들게 된다. 핵무기는 일단 해체하면 원상복구할 수 없으며, 핵시설도 폐기단계에 들어간 경우 폐기활동을 멈추고 되살리려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반면에, 경수로는 건설공사가 시작된 뒤에도 공사도중에 어느 때든지 손쉽게 건설공사를 그만둘 수 있다. 핵억제력 포기는 존재하는 것을 없애는 활동이고, 경수로 건설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내는 활동이라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이다.

만일 핵억제력 포기활동이 시작되는 때에 맞춰 경수로 건설공사가 시작되는 경우, 핵무기는 해체되고 핵시설은 폐기되었으나 경수로 건설이 도중에 멈추면 결과적으로 북(조선)은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를 노리는 미국의 함정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핵억제력 포기보다 경수로라는 물적 담보 제공이 앞서야 한다는 북(조선)의 요구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닌 것이다.  

4-3) 경수로는 미국이 조미관계를 정상화하는 공약의무를 과연 이행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물리적 장치이다. “적절한 때에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기로 동의하였다”는 9.19 공동성명의 문구를 북(조선)의 견지에서 해석하면, ‘적절한 때(appropriate time)’라는 말은 미국이 북(조선)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자기의 공약의무를 실제로 이행하는지 또는 이행하지 않는지를 판단하게 되는 때를 뜻한다.

4-4) 경수로는 미국이 공약의무이행을 멈추거나 더 나아가서 공약을 깨버리는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북(조선)의 대책이다. 모든 언론들은 9.19 공동성명에서 경수로 제공을 논의하겠다고 공약한 것을 두고 미국이 북(조선)에게 양보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경수로 제공은 미국의 양보가 아니라 미국의 공약의무 이행중단 또는 공약파기의 가능성에 대비한 북(조선)의 대책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남(한국)이 북(조선)에게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제안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무엇보다도, 남(한국) 정부는 송전사업에 요구되는 기술적 난제들이나 천문학적 비용을 제대로 계산해보지도 않은 채, 200만KW 송전을 서둘러 제안함으로써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데(강정민, 「‘대북 송전’ 정밀분석」, 『신동아』 2005년 8월호 참조), 송전사업 제안은, 내 판단으로는, 남(한국) 정부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급조한 믿을 수 없는 방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으로 보인다.

더 심각한 문제점은, 남(한국) 정부의 송전사업이 북(조선)의 흑연감속로 건설포기에 따라 생겨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경수로 제공이라는 의무이행의 물적 담보를 거부하고 의무이행과정 중 어느 때라도 판을 뒤집어버리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의도에 말려드는 함정을 파놓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북(조선)은 9월 15일 6자회담 중에 열린 조미 쌍무회담에서 남(한국) 정부의 송전사업 제안을 거절하였던 것이다. (『아사히신붕』 2005년 9월 16일자)

여기서 주목하는 문제는 미국이 조미관계 정상화와 경수로 제공을 상호성의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데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게는 조미관계 정상화와 경수로 제공을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추진하려는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 애덤 어럴리(Adam Erely)는 2005년 9월 19일 언론을 상대한 정례설명회에서 9.19 공동성명에 나오는 ‘적절한 때’에 관해 말하면서 이른바 선 핵억제력 포기, 후 경수로 제공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못박았다. (『연합뉴스』 2005년 9월 20일자)

경수로는 하루아침에 완공되는 것이 아니다. 경수로 건설사업은 설계단계, 건설공사단계, 핵심부품공급단계, 완공단계를 거치면서 완료된다. 내 생각으로는, 그러한 네 단계에 맞게 핵억제력 포기단계와 조미관계 정상화의 단계를 네 단계로 나누어 설정하고 단계별로 동시에 추진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 9.19 공동성명에서 ‘단계적 방식으로(in a phased manner)’ 공약을 실천하자고 합의한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5.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실현과 제국주의점령군의 철군

제국주의세력이 자기의 제국주의정책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물리적 강제력은 언제나 제국주의점령군에 의해서 보장된다. 제국주의정책과 제국주의점령군의 함수관계는 제국주의체제를 유지하는 근본원리이며, 지구 위에 제국주의가 출현한 이후 지나온 반동적 역사를 꿰뚫고 있는 하나의 철칙이다. 역사적 경험은 제국주의정책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제국주의점령군을 동원한 전쟁, 곧 제국주의침략전쟁을 일으켰으며, 제국주의점령군의 군사적 강점으로 이어졌음을 뚜렷이 증언한다. 그러므로 제국주의점령군이라는 물리적 강제력이 존재하지 않는 조건에서 제국주의정책이 실시되는 경우는 있을 수 없다.

그런데 다른 나라 영토에 배치된 미국군을 통틀어 제국주의점령군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은 일본이나 독일 같은 하위동맹국들에게는 제국주의정책을 강요하지 못하므로 그 나라들에 배치된 미국군은 제국주의점령군이 아니라 동맹국과 협력하는 해외주둔군으로 된다.

그러나 미국은 북(조선)을 적대봉쇄하면서, 남(한국)을 지배수탈하고, 전쟁체제와 분단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전형적인 제국주의정책을 한(조선)민족에게 강요하고 있으므로 한(조선)반도에 배치된 미국군이 동맹국과 협력하는 해외주둔군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정책을 강요하는 물리적 강제력, 곧 제국주의점령군으로 되는 것은 너무도 명백하다.

현실이 말해주는 것처럼, 미국이 한(조선)민족에게 강요하는 제국주의정책은 세 가지 측면으로 드러난다. 북(조선)을 적대하고 봉쇄하는 것도 제국주의정책의 한 측면이며, 남(한국)을 지배하고 수탈하는 것도 제국주의정책의 한 측면이고, 한(조선)반도의 전쟁체제와 분단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제국주의정책의 한 측면이다.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북(조선)에 대한 적대와 봉쇄, 남(한국)에 대한 지배와 수탈, 그리고 전쟁체제 및 분단체제를 유지해오는 것을 모두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미국은 제국주의정책을 절대로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다. 제국주의정책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물리적 강제력을 틀어쥐고 있는 한, 미국은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지 않으며 포기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제국주의정책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물리적 강제력이 없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그처럼 불리하게 된 조건에서는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에 계속 매달리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 없게 된다. 제국주의정책과 그 정책대상의 관계를 강제적으로 연결해놓는 물리적인 힘이 없어지는 것에 따라 그 관계도 마감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도록 강제하는 데서는 제국주의점령군을 내쫓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로 된다.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점령군이 내쫓기고 그에 따라 미국이 제국주의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두 가지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의 민족적 의미는 한(조선)민족이 자주성을 완성하고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을 뜻하며, 그것의 국제적 의미는 동북아시아의 평화체제 수립을 가로막아온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 뽑히는 것을 뜻한다. 동북아시아에 평화체제가 세워져야 주한미국군이 내쫓기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국군이 내쫓겨야 동북아시아 평화체제가 세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국주의점령군을 한(조선)반도에서 내쫓는 방도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내 판단으로는, 세 가지 방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5-1) 제국주의점령군을 내쫓는 첫째 방도는 군사적 방도인데, 그것은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에 맞서 반제자주적 핵억제력을 강화함으로써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는 것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점령군은 제국주의전쟁연습에 동원되는 군대인데, 그 전쟁연습이 핵전쟁연습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미국의 핵전쟁연습은 제국주의핵우산 아래서, 그것의 전략방침에 따라서 실시된다. 그러므로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면 제국주의전쟁연습은 존재근거와 전략방침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전쟁연습에 동원되는 제국주의점령군도 존재이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제국주의핵우산은 핵억제력을 갖지 못한 약소국들을 위협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므로, 제국주의핵우산은 반제자주적 핵억제력으로 맞서야 거둬치울 수 있다. 북(조선)의 반제자주적 핵억제력은 제국주의전쟁위험을 한(조선)민족에게 들씌우는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려는 데 목적이 있다.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이 “핵무기 또는 재래식 무기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공격 또는 침공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불가침공약은 북(조선)이 자체의 반제자주적 핵억제력으로 미국의 제국주의핵우산을 거둬치우는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길을 열어놓았음을 뜻한다.

5-2) 제국주의점령군을 내쫓는 둘째 방도는 정치적 방도인데, 그것은 북(조선)과 미국이 적대관계를 마감하고 국교를 맺는 것이다. 조미국교가 수립되면 미국은 남(한국)에서 제국주의전쟁연습을 영구히 그만두지 않으면 안 된다. 제국주의전쟁연습을 영구히 그만둔다는 말은, 그 전쟁연습에 동원되는 주한미국군이 자기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뜻한다. 조미관계 정상화로 존재이유를 잃어버린 주한미국군은 국교를 맺은 뒤에 내쫓기는 것이 아니라 국교를 맺는 준비단계에서부터 내쫓기게 될 것이다.

9.19 공동성명에서 조미 두 나라는 군사적 대치를 넘어서 조미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공약하였는데,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보면 그것은 제국주의점령군이 나가는 조건이 마련되는 것과 다르지 않다.

5-3) 제국주의점령군을 내쫓는 셋째 방도는 전선적 방도인데, 그것은 통일전선을 형성하여 주한미국군 철군투쟁을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것이다. 맥아더 동상 철거투쟁이나 평택 미국군기지 확장반대투쟁은 남(한국)의 진보적 사회정치세력들이 반미자주화의 깃발 아래 형성된 통일전선의 힘으로 밀고 나가는 제국주의점령군 철군투쟁이다. 반미자주화를 지향하는 광범위한 대중이 통일전선에 하나의 대오로 결집될수록 제국주의점령군 철군투쟁은 강력한 투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군사적 방도, 정치적 방도, 전선적 방도가 3자연동으로 맞물려 추진될 때, 다시 말해서 9.19 공동성명이 반제자주적 비핵화의 길로 이행되는 것과 더불어 제국주의점령군 철군투쟁에 통일전선역량이 결집되는 커다란 공동작용(synergy)이 일어날 때, 제국주의점령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남(한국)에서 내쫓기게 될 것이다. 문제는 위의 세 가지 방도가 3자연동으로 맞물려 추진되는 공동작용 촉발점을 찾아내어 거기에 힘을 집중하는 것이다.

6. 글을 마치며

일본의 손에서 미국의 손으로 넘어가며 지난 100년 동안 지탱되어온 제국주의체제에서 벗어나는 반제자주의 길. 그 길은 21세기 한(조선)민족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다.

그 길은, 그 길을 선택한 민족이 자기의 뼈와 살에 파고드는 아픔을 무릅쓰고 가야하는 길이다. 돌이켜보면, 일제식민지 강점시기의 한(조선)민족이 그러했던 것처럼, 야수적인 폭압에 맞서 피를 흘리면서도 민족의 해방과 조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싸워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제국주의 미국이 한(조선)반도를 38도선으로 분할강점하였던 8.15 광복 직후의 한(조선)민족이 그러했던 것처럼, 자주적 통일정부를 세우기 위하여 고귀한 목숨을 바쳐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20세기말 ‘고난의 행군’ 시기의 북(조선)이 그러했던 것처럼, 허리띠를 졸라매고 굶주리면서도 자주의 깃발을 지켜 싸워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그리고 앞날을 내다보면, 남(한국)의 진보적 사회정치세력이 제국주의세력과 반동세력의 연합공세에 맞서 싸우면서 맥아더 동상을 거둬치우고 평택 미국군기지 확장을 막아내는 제국주의점령군 철군투쟁에 모든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되는 험난한 길이다.

자주의 깃발을 들고 반제자주의 험난한 길을 가는 민족의 모습은 참으로 숭고하고 아름답다. 새 생명을 낳기 위해 모진 산고를 무릅쓰는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안겨준다면, 자주성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해 아픔을 무릅쓰고 반제자주의 길을 헤쳐가는 민족의 모습은 산고의 땀에 젖은 어머니의 모습과 견줄 수 없을 만큼 더 숭고하고 더 아름답다.

한(조선)민족은 자기의 새로운 생명, 곧 민족적 자주성을 얻기 위하여 오랜 세월 제국주의 미국을 상대로 끈질긴 싸움을 이어왔나니, 제4차 6자회담은 마침내 한(조선)반도에서 반제자주적 비핵화를 실현하는 것이 그 끈질긴 싸움의 마지막 단계임을 입증하였다.

반제자주의 길을 선택한 한(조선)민족과 제국주의정책을 고수하려는 미국의 대결은 6자회담이 계속되는 베이징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맥아더 동상 철거투쟁이 벌어지는 인천으로, 미국군기지 확장반대투쟁이 벌어지는 평택으로, 신자유주의침탈과 부시 방한을 반대하는 투쟁이 벌어지는 부산으로 숨가쁘게 확산되고 있다.

그 대결을 바라보는 민족주체적 관점에 비쳐드는 것은, 자주성이라는 새로운 생명을 얻기 위해 뼈와 살을 깎는 희생을 무릅쓰고 반제자주의 길을 헤쳐가는 한(조선)민족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보면, 한(조선)반도 비핵화는 한(조선)민족의 반제자주적 비핵화 이외에 그 어떤 다른 것으로 될 수 없다. 이것이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에서 바라본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의미이다.

2002년 11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미국 대통령 조지 부시에게 보낸 친서에는 “미국이 우리의 자주권을 인정하고 불가침을 확약한다면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맞게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도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구절이 있다. 이제 9.19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북(조선)의 자주권을 인정하고 북(조선)에 대한 불가침을 공약하였다. 이것은 새로운 세기의 요구에 맞게 비핵화를 이루어내는 방도가 생겼음을 말해준다. 미국이 자기의 공약을 이행하면 한(조선)반도 비핵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2005년 9월 22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