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남) 진보정당의 정치회합이 주는 의의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남(한국)의 야당과 북(조선)의 우당
3.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
4. 진보정당과 혁명정당의 통일전선
5. 글을 마치며


1. 글을 시작하며

남(한국)의 유일한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의 대표단이 2005년 8월 23일부터 27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였다. 남(한국)의 정당 대표단으로서는 1948년 4월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제 정당 사회단체 연석회의 이후 처음으로 북(조선)을 방문한 것이다. 방문목적은 조선사회민주당 지도부와 만나는 것이었다. 명백하게도, 그 만남은 정치행사가 아니라 정치회합이었다.
방북길에 나선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이라는 자기 이름에 걸맞게, 아무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걸어감으로써 우리나라 정치사에 또 하나 진보의 이정표를 세웠다.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 이후 57년 동안 남북(북남) 정당들 사이에서 한 차례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만남의 첫 걸음을 떼면서 정치회합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민주노동당 대표단과 조선사회민주당 지도부의 정치회합은 분열과 파쟁으로 찢긴 남(한국) 정당사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지금 거의 모든 사람들은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을 정당교류라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지만, 그러한 이해는 너무 피상적이다. 정당교류란 정당들 사이의 접촉과 내왕을 뜻하는 하나의 정치현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당교류라는 정치현상의 속에 들어있는 정치적 의의를 짚어낼 때, 분단정부가 세워진 이후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이루어진 정치회합의 의미를 정확히 알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은 한 차례 접촉과 내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며, 접촉과 내왕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두말할 나위가 없이, 그것은 정당들의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회합이다. 
그러므로 그 정치회합은 마땅히 통일전선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에서 이루어진 역사적인 남북(북남) 정당들의 정치회합을 통일전선운동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 그러하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은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하여 추진되었으며, 실제로 통일전선운동의 새로운 길을 열어놓았다. 양당이 이번의 정치회합을 출발점으로 하여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은, 다른 나라 정당과의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정당교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정치적 중요성을 가진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은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이후 남북(북남) 사회단체들이 접촉내왕하는 다종다양한 교류의 흐름 속에 묻혀 일반적인 정당교류로 비쳐지면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나는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이 가지는 정치적 의의와 중요성을 통일전선운동의 관점에서 인식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이 글을 썼다.

2. 남(한국)의 야당과 북(조선)의 우당

당의 외형적 존재형식으로 말하면, 민주노동당은 남(한국)에 존재하는 야당이며 조선사회민주당은 북(조선)에 존재하는 우당이다. 그러나 남(한국) 정치권에서 민주노동당의 당적 지위는 여당이나 다른 야당들과 경쟁하는 단순한 야당의 지위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또한 북(조선)에서 조선사회민주당이 차지하는 당적 지위는 사회주의집권당인 조선로동당과의 관계에서 인식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지위문제에 관련해서는 다음과 같이 논할 수 있다.  
1) 민주노동당을 단순히 야당이라고 볼 수 없는 까닭은, 그 당이 다른 정당들과 본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유형의 진보정당이기 때문이다. 지난 시기 남(한국) 정당사에 등장하였던 수많은 진보정당들은 외압과 내분, 역량한계와 미숙성을 넘어서지 못하고 단명으로 좌절하거나 강제로 해산되었지만, 민주노동당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진보정당의 발전전망을 열어놓았다. 민주노동당은 우리나라 정치사를 한 차원 높은 곳으로 끌어올린 특출한 진보정당이며, 남(한국)에서 각계각층 진보적 사회정치세력의 기반 위에 세워진 통일전선정당이며, 머지 않은 장래에 집권하려는 목표를 세우고 투쟁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이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적이며 대중적인 정당으로 되는 까닭은, 그 당이 통일전선운동의 중심에 서서 사회변혁과 조국통일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투쟁하기 때문이다. 무릇 통일전선이란 각계각층 진보적 사회정치세력들이 결집하여 사회진보와 역사발전을 추동하는 사회변혁운동의 중요한 구성요소이므로, 그러한 운동의 중심에 서서 투쟁하는 정당이 진보적이며 대중적인 정당이 아닌 다른 정당으로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민주노동당은 미국의 제국주의지배를 물리쳐 한(조선)민족의 자주성을 완성하고, 남(한국)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정치적 권리와 계급적 이익을 옹호보장하는 진보적 민주개혁을 실시하며,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과 한(조선)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실현한다는 내용의 정치강령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민주노동당은 남(한국)의 진보적 사회정치세력이 결집한, 진보적 사회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진보정당이다.
2) 조선사회민주당은 조선로동당의 우당으로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당이라는 낯선 개념에는 어떠한 정치적 의미가 들어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주의정치제도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사회계급적 이해관계의 대립성을 반영하여 상호대립적인 정당들이 출현하며, 그 정당들 사이에서 치열한 정쟁이 벌어지게 된다. 정당이야말로 사회계급적 이해관계를 가장 뚜렷하게 정치적으로 반영하는 조직이다. 
다당제란 자본주의사회의 정치적 자유를 반영한 우월한 정치제도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사회계급적 이해관계의 대립성이 정당들의 상호대립관계로 드러난 부르주아민주주의의 낡은 정치제도에 지나지 않는다. 부르주아민주주의는 사회의 계급계층들이 자기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 계획적으로 조절하는 상생화합의 문명적 정치이념이 되지 못하며, 사회의 계급계층들의 상충적 이해관계를 조절하지 못하여 서로 물고 뜯으며, 강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약자를 희생시키는 약육강식의 야만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 정치이념이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뉴올리언즈 재해지역에서 드러난 약육강식의 야만은, 부르주아민주주의 위에 세워졌다는 미국 사회가 상생화합의 문명권 밖에 놓여있음을 보여준 단면이었다. 그런데도 부르주아민주주의의 다당제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사회정치적 약육강식의 야만성을 이른바 정치적 자유라는 거짓명분으로 그럴듯하게 분장하기에 익숙하다. 
그에 반하여, 사회주의사회에는 사회계급적 이해관계의 대립성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상호대립적인 정당들이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할 까닭도 없다. 사회주의사회의 사회계급적 이해관계의 공통성에 근거한 일당제는, 사회의 계급계층들이 자기들의 상충적 이해관계를 합리적, 계획적으로 조절하여 상생화합을 이루어낸 사회주의정치제도의 특징이다. 
그러나 부르주아민주주의를 찬양하는 사람들은 사회정치적 약육강식의 야만성을 드러내는 다당제를 정치적 자유로 분장기만하는 한편, 계급계층의 상충적 이해관계를 합리적, 계획적으로 조절하여 상생화합을 이루는 사회주의정치제도의 일당제를 이른바 일당독재라고 왜곡비난한다. 
그렇다면 사회계급적 이해관계의 대립성이 존재하지 않는 북(조선)에서 조선로동당이 아닌 다른 정당이 존재하는 현상은 어떻게 이해하여야 할 것인가?
일당제가 사회주의정치제도의 특징이라는 것은 일반상식이지만, 사회주의정치제도를 강화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일당제 원칙을 구현하는 것은 그러한 일반상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제기한다. 사회주의집권당인 조선로동당이 이끌어 가는 사회에서 다른 정당은 있을 수 없고, 있을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 시기 북(조선)의 사회주의정치현실에는 그런 간단한 공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오늘날 북(조선) 사회는 수령, 당, 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이 하나의 자주적 주체로 일체화된, 고도로 발전된 사회주의사회로 되었다고 하지만, 그 사회적 관계의 특정부문에는 통일전선이 남아있다. 자주적 주체로 일체화된 사회에 통일전선이 존재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자주적 주체를 형성해 가는 사회주의적 발전과정에서 통일전선이 존재하는 것은 결코 모순이 아니다.
원래 과도기에 속하는 사회주의사회에 존재하는 전략적 통일전선이란 그 사회가 자기의 최종목적을 달성해 가는 긴 발전과정을 끝마칠 때까지 정치적 연합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사회적 관계에 남아있던 계급적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면서 사회구성원 전체가 하나의 사상으로 일체화되고, 사회주의노동계급의 모양대로 완전히 개조되는 최종단계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통일전선은 특수한 형태로 유지되는 것이다. 사회주의사회에서 계급적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회주의정치에서도 통일전선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남아있다. 다만 사회주의사회에 존재하는 통일전선은 사회적 관계의 전반을 규정하는 요인은 이미 아니며 사회적 관계의 특정부분에만 남아있게 된다. 그래서 특수한 형태로 유지된다고 하는 것이다.
북(조선)에서 사회적 관계의 전반을 규정하는 요인은 어디까지나 수령, 당, 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이 일체화된 관계이지만, 사회적 관계의 특정부분인 정당, 종교단체 등에서는 전략적 통일전선이 남아있다. 북(조선) 사회가 사회주의사회의 합법칙적 발전과정에 따라 수령, 당, 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이 일체화되는 단계로 진보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조선사회민주당이나 천도교청우당 같은 정당들, 그리고 기독교, 불교, 천도교 같은 종교단체들도 전략적 통일전선의 합법칙적 발전과정에 따라 진보를 거듭해왔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조선사회민주당은 1945년 11월에 창당된 조선민주당의 후신이다. 조선민주당은 1981년 1월에 조선사회민주당으로 개편되었다. 그 개편은 북(조선) 사회발전의 객관적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 북(조선) 사회는 수령, 당, 대중의 사회정치적 생명이 일체화된 단계에 이르렀으므로 조선로동당과 조선민주당의 전략적 통일전선도 그에 상응한 발전과정에 따라 진보하게 되었다. 1945년의 조선민주당이 해방 직후 북(조선)의 정치정세를 반영하여 사회민주주의정당으로 출발하였다면, 1981년의 조선사회민주당은 북(조선) 사회발전의 객관적 요구를 반영하여 새로운 유형의 진보정당으로 개편되었다. 
조선사회민주당이 새로운 유형의 진보정당으로 개편된 것은, 지난 시기 당의 이념으로 받아들였던 사회민주주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이념을 받아들인 것을 말한다. 조선사회민주당의 새로운 정치이념이란 한(조선)반도에 자주사회를 건설하고 조국의 자주적 통일을 실현하며, 더 나아가 인간, 민족, 인류의 자주화가 실현된 미래사회를 창조하는 진보적 정치이념을 말한다. 그러한 진보적 정치이념을 흔히 자주적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조선사회민주당은 다른 나라들에 존재하는 사회민주주의정당이 아니라 북(조선)에서만 존재하는 자주적 민주주의정당이다.
조선로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은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는 사회주의집권당과 자주적 민주주의를 지도이념으로 하는 사회주의우당 사이에서 형성된 전략적 통일전선이며, 혁명정당과 진보정당의 전략적 통일전선이다. 다시 말해서 조선사회민주당과 조선로동당의 관계는, 사회주의집권당인 조선로동당이 조선사회민주당을 우당으로 인정함으로써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한 관계이다. 조선사회민주당은 조선로동당과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함으로써 사회주의정권에 참여할 수 있었고 사회주의혁명과 사회주의건설, 자주적 평화통일을 위하여 투쟁해올 수 있었다.
우당이란 통일전선전략에 무지한 사람들이 왜곡선전하는 그 무슨 '유령정당'이 아니라, 사회주의사회의 정당들 사이에서 형성된 전략적 통일전선의 개념인 것이다. 

3.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

위에서 논한 대로,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이 추구하는 목적은 정당교류가 아니라 통일전선운동이다. 양당의 정치회합은 회합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회합을 통하여 남북(북남) 진보정당들의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 오늘의 정치회합이 내일의 전략적 통일전선 형성으로 상승발전되기까지 풀어야 할 문제도 많고 넘어야 할 어려운 고비도 많을 것이다. 양당은 통일전선노선을 견지하고 정치회합을 통일전선으로 강화발전시키기 위해 힘쓸 것으로 생각된다. 
민주노동당의 통일전선운동은 남(한국) 사회의 범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북(조선)의 정당과 손잡는 정치연합으로까지 확대되는 통일전선운동이다. 다른 한편, 조선로동당과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조선사회민주당도 남(한국)의 진보정당과 통일전선을 형성하려는 목적을 추구한다. 남북(북남)의 진보정당들이 형성하는 통일전선에 관해서는 다음과 같이 논할 수 있다.
1) 민주노동당이 조선사회민주당과 손잡고 형성하는 통일전선은 전략적 통일전선이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이 전략적 통일전선으로 되는 까닭은, 양당이 공동의 정치과업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당의 전략적 통일전선은 자주, 민주, 통일의 정치과업을 공동의 기초로 하여 형성된다. 두 가지 측면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민주노동당은 진보적 민주주의의 정치과업을, 조선사회민주당은 자주적 민주주의의 정치과업을 각각 수행한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자본주의사회를 개조변혁하는 정치이념이고, 자주적 민주주의는 사회주의사회의 자주적 발전에 부합하는 정치이념이다. 진보적 민주주의와 자주적 민주주의의 이념적 공통성은 그 두 정치이념이 계급적 자주성과 민족성 자주성을 실현하는 민주주의라는 데 있다. 이러한 이념적 공통성 위에서 양당의 전략적 통일전선이 형성된다.
둘째,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은 6.15 공동선언의 기치 아래서 조국통일위업을 수행하는 진보정당들이다. 6.15 공동선언의 기치를 따라 수행되는 조국통일운동은 양당을 전략적 통일전선으로 이끌어주는 근거이다. 양당은 조국통일위업을 수행해 나가는 길에서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하게 된다. 
2) 2005년 3월 초 금강산에서 느슨한 민족통일협의기구가 결성된 뒤로 여섯 달 동안 한(조선)민족 내부에서는 통일전선운동이 매우 활발하게 전개되어 왔으며 한(조선)반도의 통일정세는 조국통일위업 수행에 유리하게 바뀌어 왔다. 그런데 지금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운동 앞에 나서는 당면과제는 통일전선운동을 어떻게 더욱 강화발전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은 그 당면과제를 풀어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진보정당들의 통일전선은 통일전선운동의 강화발전을 결정적으로 촉진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통일전선운동은 사회단체들 사이의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수준에 와있는데, 사회단체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정당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이며, 정당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보다 더 위력적인 것은 남북(북남) 정부당국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이다.
정당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에서 중요한 것은 집권당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이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은 집권당들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이 아니라 야당과 우당 사이에서 형성되는 통일전선이다.
비집권당들인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먼저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집권당들인 조선로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집권당들인 조선로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전략적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 없는 까닭은, 열린우리당의 대미예속성이 조선로동당의 대미자주성과 배치되며, 열린우리당의 부르주아민주주의가 조선로동당의 사회주의적 민주주의와 어긋나기 때문이다. 
그나마 조선로동당과 열린우리당이 전술적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가능성은 6.15 공동선언을 실천하는 전민족적 운동 안에서만 열려있는데, 지금까지 양당 사이에서는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전술적 통일전선마저도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게 된 까닭은 열린우리당이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이 보여주는 것처럼, 열린우리당은 6.15 공동선언을 국회에서 비준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며 6월 15일을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기념일로 제정하자는 남북해외 사회단체들의 요구도 외면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열린우리당에게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매우 빈약함을 입증하는 것이다. 

4. 진보정당과 혁명정당의 통일전선

진보정당들인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 있다면,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과 혁명정당인 조선로동당도 통일전선을 형성할 수 있음은 자명한 이치이다. 또한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보다도 민주노동당과 조선로동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정치적 의의를 가진다는 것 역시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나 그러한 자명한 이치는 남북(북남)관계가 아직 정상화되지 못한 조건에서 현실로 되지 못하고 있다. 지금 남(한국)에는 6.15 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조선로동당과 연대화합하려는 진보적 사회정치세력보다 그 당을 무조건 적대배격하는 반동적 사회정치세력이 더 많다. 6.15 공동선언이 발표된 뒤로 남북(북남) 사이의 적대관계가 상당히 해소되었다고는 하지만, 조선로동당을 적대하는 사회정치세력이 남(한국) 전역에서 활개를 치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사회의 여러 부문들에서는 적대관계가 해소되는 추세에 있으나, 조선로동당에 대한 적대관계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국)의 현실이 그러한데도 창당된 지 5년밖에 되지 않은 민주노동당이 조급하게 조선로동당과 통일전선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회합을 서두른다면 그것은 정적들로부터 집중공세를 스스로 불러와 타격을 입는 일이다. 사회변혁운동에서 조급증은 파멸의 전주곡이다. 
그렇지 않아도 반동적 사회정치세력들이 민주노동당을 함정에 빠뜨리려고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조선로동당과 만나는 정치회합을 추진하는 경우, 정적들은 때를 맞은 듯이 집중공세를 퍼붓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에게는 그러한 집중공세를 뚫고 나갈 대응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핵심인사들이 평양에 찾아간 민주노동당 대표단을 만나지 않았던 까닭이나, 민주노동당 대표단이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총비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예방하기를 바랐으나 성사되지 않은 까닭은,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가 민주노동당 대표단과 만나 정치회합을 갖는 것이 현재 기세 좋게 발전해 가는 통일전선운동에 뜻하지 않은 역공세를 불러올 수 있으리라고 판단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과 조선로동당의 정치회합은, 민주노동당이 남(한국) 각계각층 대중으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는 힘있는 제1야당으로 강화발전된 조건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이 힘있는 제1야당으로 강화발전될 때까지 정당들 사이의 통일전선운동에서 마냥 손을 놓고 기다린다면 그것은 정세발전의 요구를 외면하고 자기의 임무를 저버리는 무책임한 일이다. 남(한국)에서 통일전선운동의 중심에 서서 투쟁하는 민주노동당은 정당들 사이의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자기의 임무를 단계적으로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임무수행의 첫 단계는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다. 이번에 민주노동당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하여 조선사회민주당 지도부와 정치회합을 가진 것은 임무수행의 첫 단계에 들어섰음을 현실로 보여주었다.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통일전선 형성은, 장차 민주노동당과 조선로동당이 통일전선을 형성할 가능성을 예고하였다고 볼 수 있다. 장래에 형성될 진보정당과 혁명정당의 통일전선은 진보정당들끼리 형성하는 통일전선의 경험 위에서 한층 발전된 형태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5. 글을 마치며

민주노동당과 조선사회민주당의 정치회합에는 축전장의 화려함은 없었으나 그것보다도 더 중대한 정치적 의의가 있었다. 민주노동당 대표단과 조선사회민주당 지도부의 정치회합은 현 단계 통일전선운동을 한층 더 발전시키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한(조선)민족 대 제국주의 미국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오늘, 양당의 정치회합은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운동이 정당 차원으로까지 발전되고 있음을 뚜렷이 입증한 것이다. 사회진보와 역사발전을 위해서 투쟁하는 진보정당들이 통일전선의 길에서 만나 정치연합을 이루는 것은 진보정당 자체의 합법칙적 발전이다. 
현 단계 통일전선운동에서 나서는 진보정당의 임무와 역할은 참으로 크다. 진보정당들이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운동을 강화발전시키는 믿음직한 계기가 되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만 통일전선운동을 반대하는 반동적 사회정치세력의 힘이 강한 조건에서 진보정당들이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일은 짧은 기간에 순탄하게 추진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진보정당들이 통일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한(조선)민족의 통일전선운동이 제국주의지배세력 및 반동적 사회정치세력과 맞붙은 싸움에서 승리하는 길이기에 아무리 우여곡절이 많고 힘들어도 반드시 해내야 하는 일이다. 
진보정당들의 전략적 통일전선은 남(한국)의 진보적 사회정치세력이 진보정당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반동적 사회정치세력을 능가하는 힘의 우위를 확보할 때 완성단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그 완성단계를 향하여 투쟁하는 중이다. (2005년 9월 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