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에서 드러난 미국의 이중적 핵정책

2005년 8월 26일  황동우


6자 회담 재개를 앞두고 이번에는 북미 핵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번 6자 회담에서 보여준 미국의 태도는 새로 재개되는 6자 회담도 그리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암시해 준다. 
원래 이번 6자 회담은 타결될 수 있는 수준까지 논의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느닷없이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부정하고 경수로 건설도 논의할 수 없다고 하면서 휴회로 넘어간 것이다. 미국의 이런 처사에 대해 세계 각국은 비난을 던졌다. 심지어 지금껏 미국의 입장을 대변해 온 남한의 당국자들도 하나같이 나서서 미국의 주장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6자 회담 틀 안에서 북한을 고립하려던 미국은 오히려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고 말았다.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에 대한 미국의 시비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며 과연 미국이 북미 핵문제를 해결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또 회담을 파탄 내려는 술수는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다. 
이 글은 6자 회담 재개를 앞두고 미국의 핵정책이 가지고 있는 이중성을 파헤치기 위한 것이다. 아무쪼록 미국은 회담 재개 전에 자신의 억지 주장을 철회하고 상식적 사고력을 배양하기 바라며 다른 나라들도 이를 위해 노력하기 바란다. 

1. 평화적 핵이용은 주권국의 당연한 권리

주권을 가진 나라라면 핵에너지를 평화적인 용도로 사용할지 말지 결정할 권리가 있다. 국제기구 어디에도 평화적 핵이용을 금지하는 곳은 없다. 여기서는 몇 가지 예로 국제원자력기구(IAEA)협약, 핵확산금지조약(NPT),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살펴보도록 하자. 북한은 1985년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고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 정식 회원국이 되었다가 최근 북미간 핵문제로 인하여 탈퇴한 상황이다. 

먼저 국제원자력기구를 살펴보자. 국제원자력기구는 1953년 제8차 유엔총회에서 미국이 전 세계에 평화적 핵이용을 널리 전파하자고 제안하면서 논의되어 1957년 발족한 기구다. 국제원자력기구 협약 가운데 관련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제2조(목적)
'본 기구는 전 세계에 평화, 보호 및 번영에 대한 원자력의 공헌을 촉진하고 확대하기 위해 노력한다'
제3조(역할)
A. 권한
'1. 전 세계에 평화적 사용을 위한 원자력의 연구와 개발 및 실제적 적용을 촉진하고 원조하며, 요청이 있을 때는 1개 가입국의 타가입국에 대한 역할 수행 또는 물질, 설비, 시설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중개를 행하며 또한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의 연구, 개발 또는 실제적 운용에 유용한 활동이나 역할을 수행한다. ... 3.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에 관한 과학적, 기술적 정보의 교환을 조장한다. 4. 원자력의 평화적 사용 분야에 있어서 과학자와 전문가의 교환 및 훈련을 장려한다'
제4조(가맹국의 지위)
'C. 기구는 모든 가입국의 주권평등의 원칙 위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모든 가입국은 가입국이 됨으로써 받을 수 있는 권리와 이익을 모든 가입국이 받을 수 있도록 확보하기 위하여 본 협약에 의거하여 부과된 의무를 성실히 수행한다.'

이처럼 국제원자력기구는 평화적 핵이용을 장려하고 보장하기 위한 기구이지 특정 국가를 위해 평화적 핵이용을 제한하고 규제하는 곳이 아니다. 이는 애초에 미국이 주장한 내용이다. 

다음으로 핵확산금지조약을 살펴보자. 핵확산금지조약은 국제원자력기구가 핵무기 확산을 막지 못하자 이를 보완하기 위해 1970년 만든 조약이다. 이 조약의 기본 내용은 당시 핵무기를 가진 나라(핵보유국)는 계속 핵무기를 갖되 핵무기가 없던 나라(비핵보유국)는 영원히 핵무기를 가지면 안된다는 지극히 불평등한 내용을 내포하고 있고 분쟁의 소지가 있는 조약이다. 평화적 핵이용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서문
'... 핵폭발장치의 개발로부터 핵무기 보유국이 인출하는 기술상의 부산물을 포함하여 핵기술의 평화적 응용의 이익은, 평화적 목적을 위하여 핵무기 보유국이거나 또는 핵무기 비보유국이거나를 불문하고 본 조약의 모든 당사국에 제공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며, 상기원칙을 촉진함에 있어서 본 조약의 모든 당사국은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의 응용을 더욱 개발하기 위한 과학정보의 가능한 한 최대한의 교환에 참여할 권리를 가지며 또한 단독으로 또는 다른 국가와 협조하여 동 응용의 개발에 가일층 기여할 수 있음을 확신하며...'
제4조
'1. 본 조약의 어떠한 규정도 차별없이 또한 본 조약 제1조 및 제2조에 의거한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의 연구생산 및 사용을 개발시킬 수 있는 모든 조약당사국의 불가양의 권리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아니된다.'

이처럼 핵확산금지조약 또한 모든 나라에게 평화적 핵이용을 보장하고 있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을 보아도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은 당연한 권리이다. 
1992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2조에는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명시하여 평화적 핵이용이 가능함을 나타내었다. 

이처럼 어디를 보아도 평화적 핵이용을 금지하는 곳은 없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평화적 핵이용을 금지 당한 나라는 없다. 또한, 미국을 제외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문제삼은 나라도 없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도 많은 핵발전소를 가지고 있다. 역사상 유일하게 핵무기를 두 번이나 사용한 미국에도 핵발전소는 많다. 
평화적 핵이용은 그 나라의 주권에 해당한다. 미국이 다른 나라의 주권이 달린 문제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미국은 이미 6자 회담 전에 북한에 대해 주권국가로 인정한다는 발언을 하였다. 지금의 모습은 과연 미국의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미국은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 권리를 부정한 것을 당연히 철회해야 하며 나아가 사과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6자 회담 참가국 안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미국은 지탄의 대상이 될 것이다. 


2. 미국의 핵정책은 엿장수 마음인가

미국의 역대 핵정책은 시기마다, 대상 나라마다 달라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하는 나라'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애초에 최초의 핵무기를 개발하여 역시 최초로 사용한 나라인 미국은 자신들이 충분한 핵무기를 보유한 다음 다른 나라들은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불량배 국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대상으로 어떤 핵정책을 폈는지 살펴보다. 

먼저 소련을 살펴보자. 
과거 냉전시기 미국과 소련은 핵무기 경쟁을 하였다. 그리하여 두 나라가 가진 핵무기는 지구를 몇 번이고 없앨 수 있을 만큼 많은 수가 되었다. 전 세계에 반핵 여론이 들끓자 미국은 할 수 없이 소련과 군축 협상에 들어갔다. 1982년 제네바에서 시작된 전략무기감축협정은 우여곡절 끝에 1991년 체결되었다. 1993년에 2단계, 2000년에 3단계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체결되었다. 
여기서 알 수 있듯 미국은 핵무기를 가진 비슷한 군사력의 나라와는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양보하는 협정을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북한이 아무리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해도 거들떠도 안보다가 핵무기 보유를 선언하자 이제야 나서서 대화니 협상이니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6자 회담에서 평화협정 문제가 논의되었고 북미간 별도로 이 문제를 논의한다고 하니 역시 미국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만 상대한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이스라엘을 살펴보자. 
미국은 중동지역에 핵전진기지를 설치하기 위해 이스라엘을 이용하였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지원을 받으며 극비리에 핵무기를 개발하였다. 이 사실은 1986년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발전소에서 일하던 모르데차이 바누누가 영국 신문에 폭로하면서 알려져다. 바누누는 이스라엘 정보국 요원들에게 납치되어 18년간 투옥된 후 최근 석방되었다. AP 통신에 따르면 전 국제원자력기구 핵안전 전문가이자 잘츠부르크대학 물리학 교수인 프리드리히 슈타인호이즐러는 이스라엘 핵무기 보유량을 150개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미 국제안보연구소의 애브너 코언은 300개 이상까지 추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 정부는 지금도 핵무기를 계속 생산하고 있으면서 핵무기 존재에 대해 확답을 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을 거부하고 있어 국제원자력기구에게 조사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이스라엘이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 않고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미국이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명목상으로는 이스라엘을 '민감한' 국가로 분류하고 핵기술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였다. 그러나 핵무기 개발 자체를 지원했던 것처럼 미국은 비밀리에 핵기술을 계속 지원했으며 2000년 들어서는 아예 미국의 핵기술 가운데 일부 분야에 대해 이스라엘 과학자가 접근하는 것을 허용하는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또한 다른 아랍 국가들의 공격을 막아주기 위해 미국은 이스라엘이 개발해온 전역미사일방어망인 애로우 시스템 구축 비용의 80%를 지원하였다. 
이처럼 미국의 전략적 동맹관계(미국 주도로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기 때문에 수직적 동맹관계라고도 한다)에 있는 나라들은 미국의 특혜를 받으며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기술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까지 지원받고 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에는 아직 핵무기가 있다는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보유한 핵물질(플루토늄)과 핵기술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4천여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런 일본의 핵무장 능력 배후에는 미국이 있다.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쥐기 위해 일본을 핵무기 전초기지로 삼고 있다. 이는 중동지역에서 이스라엘이 맡고 있는 역할과 비슷하다. 

다음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살펴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은 아프리카에 세운 미국의 전진기지였다. 백인 정권이 몰락하고 흑인 정권이 서면서 미국은 남아공에서 철수하고 핵무기를 모두 해체해버렸다. 
원래 남아공에는 우라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미국은 핵무기 개발 초기부터 남아공에 눈독을 들였고 20년간 남아공의 우라늄을 공급받았다. 남아공은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 서명을 거부하였으며 1969년 'Y 공장'이라는 실험용 우라늄 농축시설을 착공하였다. 그리하여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원을 받아 1974년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사막 지하에 설치한 핵실험장이 소련의 인공위성에 탐지되면서 핵실험을 하지는 못하였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거치며 1980년대 내내 핵무기를 하나씩 둘씩 만들어 총 6개를 만들었다. 그러나 남아공의 인종 차별로 전 세계의 비난이 거세지고 백인 정권에 위험이 가해지자 미국은 남아공을 포기하기로 결단하였다. 핵무기를 그대로 둔 채 흑인 정권이 세워지면 아프리카 민족회의 손에 핵무기가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1989년 대통령에 선출된 클레르크는 1991년 7월까지 핵무기를 완전 해체하고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1993년 핵보유 포기를 공식 선언하였다. 
남아공의 경우는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했다가 다시 비밀리에 해체한 후 공개한 특이한 경우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남아공에 핵무기 개발을 지원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최소한 미국은 남아공의 핵개발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1974년 미국의 인공위성이 남아공의 핵실험장을 포착했으며, 또 남아공이 미국 등 몇몇 강대국에 핵개발 계획을 통보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은 남아공의 인종 차별 정책만 문제삼아 다른 나라들이 하는 정도의 수준으로 제재를 했을 뿐 한번도 남아공의 핵무기 개발을 문제삼은 적이 없다. 오히려 국제연합에서 남아공에 대한 경제제재를 요구할 때마다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을 다르게 하는 미국의 이중적 핵정책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다음으로 인도와 파키스탄을 살펴보자. 
인도와 파키스탄은 오래 전부터 국경분쟁을 해왔다. 두 나라는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해 각각 핵무기 개발을 했으며 1974년 인도에서 먼저 핵실험을 성공했고 파키스탄은 1984년 농축우라늄 개발에 성공, 1988년부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두 나라는 모두 핵확산금지조약 가입을 거부한 나라며 미국은 이 두 나라에 대해 전략상 이유로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먼저 핵무기를 개발한 인도의 경우 1974년 상업용 원자로에서 사용한 연료를 재처리하여 플루토늄을 뽑아낸 다음 핵무기를 만들고 지하핵실험을 하였다. 원래 인도는 비동맹주의를 외교노선으로 표방하였는데 중국과 카슈미르 지역를 두고 영토분쟁을 하면서 사이가 멀어지고 소련과 '평화, 우호, 협력조약'을 체결하고 친소정책을 폈다. 미국은 인도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핵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조치만 취하다가 최근 정상회담을 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협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아래 평화적 핵이용을 위한 핵연료와 기술을 제공하기로 하였는데 세계 각국은 미국의 이런 조치가 핵확산금지조약 체제를 뿌리부터 뒤흔드는 것이라며 비난하였다. 미국이 인도를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력을 약속한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파키스탄은 1971년 인도와 전쟁에서 지면서 핵개발을 시작하여 80년대 중반 핵무기를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미국은 대소련 첩보시설을 파키스탄으로 이전해야 했고 같은 해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파키스탄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1981년 레이건 행정부부터 미국은 파키스탄에 군사원조를 하였고 파키스탄이 핵무기 개발을 한다는 여론이 드세지고 의회가 파키스탄을 제재해야 한다고 나서는 속에서도 미 행정부는 끊임없이 파키스탄을 지지하고 나섰다. 1997년 파키스탄이 핵무기제조능력 보유를 선언하고 1998년 지하핵실험을 했지만 미국은 여전히 파키스탄의 핵무기에 대해 묵인하는 입장이다. 이는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 침략의 전진기지로 전략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파키스탄에 대한 제재조치의 일환인 F-16 전투기 판매금지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처럼 미국은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핵확산금지조약에 가입하지도 않고 핵무기를 만들어내는 나라들에 대해 형식적인 제재만 하다가 최근들어 대놓고 군사협조, 핵기술 협조를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란을 살펴보자.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사사건건 이란에 시비를 걸어온 미국은 이라크 침략 이후 지금은 이란에 침략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의 핵보유선언이 나왔고 이에 발맞춰 이란도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하였는데 지난 8월 6일 유럽연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을 포기하면 핵시설과 핵연료를 제공하고 평화적 핵이용을 용인한다는 제안을 하였다. 유럽연합의 한 관리는 '우리는 이란의 민간 핵이용을 금지한다고 한 적이 없다'고 했으며 미국도 유럽연합의 제안을 지지하였다. 하지만 이란은 자신들의 핵활동에 대한 권리를 내세우며 이 제안마저 거절하였다. 
미국에게 이란과 북한은 사실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에게는 평화적 핵이용도 안된다고 하면서 이란에게는 평화적 핵이용을 지원하겠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란과 핵협상에는 유럽연합이 주축이며 따라서 상식적인 협상안을 내놓은 것 뿐이다. 미국 말고 그 어떤 나라도 평화적 핵이용 금지 같은 몰상식한 협상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핵정책을 살펴보았다.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도 평화적 핵이용을 금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함부로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질서를 어지럽히고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많은 나라들에 대해 미국은 묵인하고 인정하고 지원했을 뿐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핵정책이 갖는 이중성이다. 
사실 미국이 북한에 대해 평화적 핵이용을 금지하겠다는 생각은 이미 지난 5월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 드러났다. 이 회의에서 미국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스티븐 레이드메이커 국무부 차관보는 개막 연설을 통해 '평화적 핵개발 혜택을 추구하는 나라는 반드시 핵 비확산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핵 비확산 의무 비이행국은 평화적 핵이용을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많은 비핵보유국은 반발하였고 결국 평가회의는 파탄나고 말았다. 
세계 각국은 미국 때문에 핵확산금지조약이 깨질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미국이야말로 핵보유국의 의무를 충실히 따르라고 하였다.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르면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늘려서도 안되며 핵위협을 해도 안된다. 관련 내용을 살펴보자. 

서문
'...엄격하고 효과적인 국제 감시 하의 일반적 및 완전한 군축에 관한 조약에 따라 핵무기의 제조 중지, 모든 현존 핵무기의 비축 해소 및 국내 병기고로부터의 핵무기와 핵무기 운반수단의 제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국제적 긴장완화와 국가간의 신뢰증진을 촉진하기를 희망하며, 국제연합헌장에 따라 제국가는, 그들의 국제관계에 있어서 어느 국가의 영토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일치하지 아니하는 여하한 방법으로 무력의 위협 또는 무력사용을 삼가 해야 하며 또한 국제평화와 안전의 확립 및 유지는 세계의 인적 및 경제적 자원의 군비목적에의 전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
제6조
'조약당사국은 조속한 일자내에 핵무기 경쟁중지 및 핵군비 축소를 위한 효과적 조치에 관한 교섭과 엄격하고 효과적인 국제적 통제하의 일반적 및 완전한 군축에 관한 조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성실히 추구하기로 약속한다.'

과연 미국이 비핵보유국에 대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을까? 도대체 미국이 핵보유국으로서 핵확산금지조약의 의무를 이행한 것이 뭐가 있는가.
미국은 이제라도 북한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철회하고 사과하며, 핵확산금지조약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미국도 이제는 '불량배' 기질을 털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문명한 나라로 거듭날 때가 되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