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세의 성격과 민족민주운동진영의 과제

(박경순 / 한국진보운동연구소 상임연구원)

국내외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도청 X-파일>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고, 연정론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또한 6.15-8.15 통일대축전기간을 거치면서 남북관계가 질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편 북미핵대결은 6자회담을 통한 협상국면으로 바뀌면서 한반도 평화체제수립문제가 수면위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이란대선에서 반미 자주파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이란 핵문제에서 비타협적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이라크 저항군의 활동은 더욱 활발해 지고 있으며, 사상 최초로 중소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어 미국의 일국패권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급변하고 있는 현 정세를 분석하고 민족민주운동진영의 당면과제를 정리해 본다.


1. 현 정세의 기본 특징

① 북미핵대결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펼쳐지는 북미핵대결은 본질적으로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총체적인 정치군사적 대결전선의 외적 표현이다. <2.10 핵무기보유선언>으로 북미핵대결은 새로운 단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6자회담은 그것의 외적인 표현이다. <2.10선언>은 총체적인 공세로의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10선언>이 초래한 변화는 실로 막대하다. <2.10선언>은 북미 정치군사적 대결의 역량관계를 뒤바꾸어 놓았다. 우리민족은 <2.10선언>이후 전략적 수세에서 벗어나 정세의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고 전략적 공세로 전환시켜 나가고 있다.

<2.10선언>이 초래한 변화는 세 가지이다.
첫째는 북미군사적 대결전선에서 북이 확고하게 주도권을 틀어쥘 수 있게 되었다. 핵무기보유 및 제조를 합법적이고 공개적으로 추진해 나갈 수 있게 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군사적 압박공세를 벌일 수 있는 조건과 수단을 확보하게 됨으로서 전략 전술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둘째 민족공조강화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북의 핵무기보유선언은 숭미사대주의, 공미사대주의에 대한 원자폭탄이었다. 북의 핵무기 보유선언은 한편으로는 미국마음대로 한반도 전쟁을 일으킬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서 미국에 대한 공포의식을 깨뜨려 주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북의 핵무기보유선언이후 보여준 미국의 무기력한 태도를 통해 미국의 힘과 위세에 대한 환상을 깨뜨려 주었다. 이로서 미국의 힘을 믿고 미국의 힘에 의지하려는 숭미 사대주의에서 벗어나는데 큰 역할을 하였고, 미국의 힘과 위력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우리민족의 힘과 저력에 대한 믿음을 확산시켜 공미사대주의를 약화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그 결과 민족공조에 대한 믿음을 확산시켰고, 민족공조 강화를 추동하였다.
셋째 국제정치적으로도 우리민족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2.10선언으로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에서 우리민족의 힘이 미국의 힘을 압도해 나가게 되자, 국제적 여론은 미국의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실제적으로도 미국의 양보와 타협을 통하지 않고서는 한반도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욱 악화만 될 뿐이며, 그것은 자국들의 정치경제적 이익과도 배치되지 않는다는 게 모든 나라들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단지 일본을 제외하고.... 그 결과 미국의 대북제재전선에 동참하라는 압력은 통하지 않고 그 반대로 미국의 정치적 양보와 타협을 요구하는 국제적 압력이 가중됨으로서 미국의 입지를 궁지로 몰아갔다.

2.10선언이후 펼쳐진 북미 정치군사적 대결에서 미국은 완벽하게 패배하였으며, 북의 요구에 굴복하여 북을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북을 침공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며,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북미양자회담을 추진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북미간의 이러한 합의를 토대로 6자회담이 재개되었다. 이번에 재개된 6자회담은 작년에 열렸던 제3차 6자회담이 다시 재개되어 제4차 6자회담이라고 부르지만 실질적으로는 새로운 6자회담의 시작이라고 보아야 한다. 지난 해 까지 열렸던 세 차례의 6자회담은 <대화는 하되 협상은 없다>는 부시의 기묘한 주장 때문에 실질적인 협상이 배제된 채 선핵포기를 강요하는 공간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번에 열린 제4차 6자회담은 실질적인 북미협상이 시작된 첫 회담으로 ㉠ 북미양자회담중심의 다자회담 ㉡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핵군축협상 ㉢ 민족공조와 한미공조의 대결장이라는 본질적 특징을 갖고 있다. 미국은 현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을 결여한 채 단지 정치적 궁지에서 벗어나는 한편, 선핵포기노선을 관철해 보려는 속셈으로 6자회담의 틀 내로 복귀하였지만, 북의 강력한 반격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갔다. 6자회담의 휴회사태를 부른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둘러싼 북미대립은 본질적으로 6자회담의 근본성격을 둘러싼 대결인 것이다. 미국은 북핵폐기(핵무장해제)를 실현하기 위한 협상으로 접근하고 있는 반면,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비핵군축회담으로 바라보고 있다. 6자회담에 임하는 양자의 이러한 근본적인 목표와 전략의 차이로 인해 평화적 핵 이용권문제가 해결된 이후에도 수많은 이견과 대립점들이 나타날 것이고, 이러한 것들 중 상당수는 양자의 근본적 입장차이와 직결된 문제들이어서 쉽사리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평화적 핵 이용권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6자회담은 수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에서 평화적 핵 이용권문제 이후에 부각될 가장 큰 쟁점은 핵무기의 폐기에 상응하는 미국의 상응조치문제이다. 북의 핵무기폐기의 완료와 동시적으로 이루어져야할 미국 측의 상응조치는 명백히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국교정상화의 완성이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관계 정상화 없이 북에 대한 핵위협이 근본적으로 제거될 수 없으며, 북에 대한 핵위협이 상존하는 한 한반도 비핵화도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6자회담의 가장 큰 쟁점과 내용은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핵동결과 보상>이 중심이었던 94년 제네바 협상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결국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문제가 6자회담에서 중심의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정치군사적 대결전선이 최종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전선이 본질적으로 화해할 수 없는 적대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때 최종단계로 접어들면 들수록 더욱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이 펼쳐지게 될 것은 명백하다. 미국이 대세를 인정하고 대북적대시 정책을 풀고 한반도에 대한 지배전략을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것은 없다. 미국은 향후 북미대결전선에서 궁지에 몰리면 몰릴수록 이를 만회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6자회담이 진행되는 중에서도 대북공격을 위한 군사적 준비태세를 더욱 강화할 것이며, 민족공조를 파탄내고 한미동맹을 강화시키기 위한 정치경제적 압박을 강화할 것이며, 민족 화해협력분위기를 되돌려 세우기 위한 다양한 정치적 공작들을 전개할 것이다. 특히 국내 친미 보수 세력들을 재 결집시키기 위한 정치공작을 집중적으로 펼치고, 북 인권문제를 부각시켜 국내여론을 분열시키고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기 위한 집요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공작들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민족공조를 파탄시켜 내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민족과 미국의 대결은 지금 최종단계로 접어들고 있으며, 그것을 6자회담의 틀 내에서 대화와 협상국면이 주도해 나가겠지만, 대화와 협상마당 밖에서는 더욱 치열하고 첨예한 정치군사적 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② 자주통일의 전환적 국면이 열리고 있다.

6.15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고 있는 남북관계는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것은 6.15-8.15통일대축전기간동안에 일어났던 수많은 경이로운 사태들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평양에서 열린 6.15 5돌 기념 통일대축전은 남북관계의 질적인 전환을 예고해 주었으며, 서울에서 열린 ‘자주, 평화 통일을 위한 통일대축전’은 이를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6.15-8.15통일 대축전 기간 중에 나타난 남북관계 발전양상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상설적인 민족통일운동기구로서 6.15공동위가 자주통일운동의 대중적 구심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은 6.15공동위가 출범한 이후 6.15공동위가 주관한 첫 민족공동행사였다. 이 행사로 인해 6.15공동위가 전체 민족 앞에 당당하게 자기의 모습을 대중적으로 드러내 보여 주고, 칠천만 민족의 상설적 통일운동기구이며, 삼자연대조직으로서의 자신의 위상을 공개하였다. 이어서 서울에서 열린 자주평화통일 8.15통일대축전을 주관함으로서 자주통일운동의 조직적 구심으로서 튼튼히 자리 잡게 되었다. 특히 서울에서 열린 통일대축전에서는 일만여 노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6.15공동위 산하 노동본부 발족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이는 과거 독자적 조직으로 존재했던 통노회(조국통일을 위한 남북노동자회의)가 발전적으로 해체되어 6.15공동위 산하 노동본부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처럼 각계각층에서 분산적으로 전개되어 왔던 자주통일운동은 이제 6.15공동위라는 통일적인 조직적 틀 속에서 통일적인 지휘아래 공동행동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자주통일운동의 발전역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다.

둘째 당국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통일대축전이 펼쳐졌다. 평양에서 열린 6.15통일대축전에 당국대표들이 공식 참여함으로서 당국과 민간이 함께 하는 통일대축전이 펼쳐졌다. 이어서 서울에서 열린 8.15통일대축전에서도 당국과 민간이 함께 참여하였다. 이로서 향후 통일대축전을 비롯한 다양한 민족통일행사에 당국과 민간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틀이 확립되었다. 이것은 민족공조발전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일이며, 민간차원의 민족공조가 당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물론 기존에도 6.15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 장관급 회담을 비롯한 남북당국간의 다양한 교류와 협력,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당국간의 민족 공조기운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하지만 한미동맹의 구조적 제약에서 자유롭지 못한 남측당국은 미국의 눈치를 보며 민족자주, 민족공조의 기치가 상대적으로 선명하게 부각되는 민간행사에 참여하기를 꺼려했었다. 그러던 남측 당국이 민간통일운동행사에 공식 참여함으로서 한미공조와 민족공조사이에서 민족공조 쪽으로 한걸음 다가온 것이다. 이것은 자주통일을 위한 민족공조발전에서 중요한 성과이다.

셋째 ‘우리민족끼리’ 에 기초한 대중적 단결이 높아지고,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의 기치가 보다 선명해졌다. 6.15공동위가 민족공조의 조직적 틀이며, 대중적 통일운동을 담는 그릇이라면, 우리민족끼리 이념과 민족자주와 민족대단결은 내용물이다. 지금까지 남측 당국과 그 영향 하에 있는 민간통일운동세력들은 한미공조와 민족공조사이에서 동요하면서 민족공조가 한미공조를 압도하지 못함으로서 민족공조로 치우쳤다고 느껴질 수 있는 행동을 극력 피했다. 이러한 태도로 인해 지금까지 당국간 관계에서나 민간통일운동에서나 남북 사이에 불필요한 논쟁과 대립이 수없이 있어왔다. 심지어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용어조차 남북공동문건에 포함되지 못했었다. 그러던 것이 올해에 들어와서는 달라졌다. 이것이 이번 8.15통일대축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번 8.15통일대축전은 민간이나 당국을 불문하고 남북을 가리지 않고 모두 민족자주와 반전평화를 외쳤다. 남측당국대표단장은 공개연설에서 ‘자존의 나라 자주의 나라’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외쳤으며,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를 전화하여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하자고 호소하였다. 더 이상 민족자주는 운동권의 전유물이 아니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주장은 운동권의 외로운 주장이 아니게 되었다. 남이나 북이나, 당국이나 민간이나 모든 참가자들이 일치되게 민족자주를 외쳤으며, 민족공조를 호소하였다. 그리고 전쟁을 반대하고 전쟁의 근원을 뿌리 뽑기 위한 새로운 투쟁을 호소하였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당면과제로 제시하였다.

넷째 6.15공동선언 이행투쟁이 새로운 단계로 발전하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전변되고 있다. 5월 중순 남북 당국관계는 13개월간의 단절상태를 끝내고 새롭게 재출발하였다. 13개월만에 재개된 남북관계는 단순한 과거의 연장이나 복원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의 질적 도약을 가져왔다. 6-8월 동안 2개월 동안 있었던 남북 당국간회담과 합의내용들은 너무도 많아서 일일이 소개할 수조차 없을 정도이며, 이제는 웬만한 일들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동안 있었던 대표적인 일들을 열거해 보면, 경의선동해선 철도연결합의서 채택, 수산협력합의서 채택, 군사분계선 상에서 선전물 철거완료, 남북간 군사직통전화 개통, 북 민간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이산가족 화상상봉 실시등 기존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뛰어넘는 일들이 많이 벌여졌다.

남북관계가 전변되고, 6.15공동선언이행의 새로운 단계로 나가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은 이번 8.15통일축전 기간 중에 북 당국과 민간대표들의 국립 현충원 참배이다. 국립현충원은 독립운동유공자도 묻혀 있지만 대다수는 6.25전몰자들이다. 또한 박정희 전대통령이 묻혀 있는 곳으로, 이념적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곳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념적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국립 현충원을 공식 참배한 것은 남북 당국자들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과 결단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충원 참배는 북측당국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남측당국이 이에 응한 것은 북측의 정치적 메시지에 대한 화답으로 볼 수 있다. 현충원 참배가 갖는 북측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것은 첫째 남북 관계를 정치적 화해협력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며, 둘째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것이며, 셋째는 과거의 시시비비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를 불문하고 미래로 나가자는 것이다. 남북 당국자들이 이처럼 정치적 화해협력단계로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의지를 명확히 함으로서 향후 남북관계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자주적 교류와 협력, 민간차원의 다양한 통일운동, 경제협력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면, 향후 남북관계는 자주적 통일을 가로막는 정치적 장벽들을 단계적으로 제거해 나감으로서 정치적 화해협력을 구조화시켜 나가고 6.15공동선언 2항에 기초한 연합연방제 방식의 통일정부구축문제를 가시화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되었다. 제2의 6.15시대라는 규정은 이러한 의미에서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남북관계의 새로운 질적인 도약을 추동해 온 것은 <6.17면담>이다.
정동영 대통령특사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6.17면담>은 남북정상간의 간접적인 대화로서 남북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남북 정상들의 의지가 집약된 면담이었다. 이 만남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한반도 비핵화실현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려는 뜻을 명확히 밝힘으로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역동적인 변화를 강력하게 추동해 냈다. 전 세계의 이목은 <6.17면담>에 쏠렸으며, <6.17면담> 결과에 대해 열렬하게 환호하였다. 6.15-8.15민족통일 대축전기간 중에 나타난 자주통일운동의 특징적 양상들이 단순히 일회적이거나, 과거의 단순한 양적인 발전이 아니라, 자주통일운동의 새로운 질적 도약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 있는 것은 <6.17면담>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떠한 장애가 나타난다 해도 <6.17 면담>정신을 반드시 관철해 내겠다는 남북정상들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③ 낡은 체제가 붕괴되면서 정치경제적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현 시기 국내정세의 특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도청 X-파일 사건이며, 다른 하나는 부동산 대란이다. 전자는 반민주적 억압정치구조와 정경언 부패구조가 집약된 구정치의 본질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건이며, 후자는 매판적 전근대적 경제구조로 인한 경제양극화 현상의 대표적인 산물이다.

도청 X-파일 사건은 국가정보기관의 불법적인 정치인 도청사실이 구체적인 내용과 함께 언론에 폭로됨으로서 정보기관의 불법도청문제가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된 사건이면서, 도청내용이 정치권과 재벌 언론이 검은 뒷거래 내용을 담고 있어 대중들에게 충격을 던져주고 있는 사건이다. 국가정보기관의 불법도청사건이 증거와 함께 대중적으로 폭로된다는 것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다. 그런데 그런 흔치 않은 일이 우리사회에서 발생하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도청 X-파일 사건은 언론에 폭로된 것은 지배집단 내부의 분열 때문이다. 이 사건은 우리사회의 기존 지배집단의 분열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다. 이처럼 한국사회 지배집단의 분열이 심각한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구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한계지점에 다가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X-파일 사건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국가정보기관(국정원)이 지배집단의 사적이익에 복무하기 위해 대상을 가리지 않은 온갖 불법적인 도청을 자행해 왔으며, 그 도청자료를 활용해서 공작정치를 펼침으로서 정치를 왜곡 변질시키고 민주주의를 파괴해 왔다는 점이다. 이번 도청 X-파일사건으로 국가정보기관이 민주주의의 파괴자, 정보공작정치의 총본산이라는 게 명백히 드러났다.
둘째는 정경유착문제이다. 이번 도청 X-파일의 내용들은 우리사회의 정치권과 재벌 그리고 언론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어떻게 뒷거래를 하는가가 증거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특히 검찰이 재벌들에게 어떻게 길들여지고 있는가도 잘 드러나고 있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압수된 도청록들을 공개하게 되면, 우리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부도덕하고 부패한 우리사회의 본모습이 여실히 드러날 것이다. 도청 X-파일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사건의 진범에 관해 정확한 관점을 세우는 문제이다. 현상 뒤에 숨겨진 본질은 한국사회의 낡은 지배집단 즉 친미군사독재세력들이 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점이다. 박정희 군부독재시설 창설된 국가정보기관은 출발당시부터 정치공작의 총본산이었으며, 불법적인 국민감시통제기구로서 활약해 왔으며, 불법활동의 전통과 관행을 만들어 냈고, 그들의 정치경제적 특권과 이익을 수호하는 전위대 역할을 해왔다. 물론 김대중정부시절에도 낡은 정치적 유산을 청산하지 못하고 스스로 그러한 낡은 정치적 유산을 유지 이용해 온 죄악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은 주범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주범은 한나라당이라고 할 수 있다.

도청 X-파일 사건과 함께 현재 우리사회를 강타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대란이다. 부동산 대란은 한국경제구조의 본질적 구조적 문제점으로부터 표출된 현상에 불과하다. 그것은 IMF이후에 더욱 확대 발전되고 있는 경제구조의 양극화와 부의 양극화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것은 민중생존권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며, 경제적 지배계급에 의한 경제적 수탈의 한 형태이다. 부동산 대란이란 서민들이 피땀 흘려 모아놓은 수많은 부가 가진자들의 수중으로 이전되어 가는 수탈과정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대란으로 표출되면서 사회적 민심을 크게 뒤흔들어 놓고 있는 까닭은 우리사회의 경제적 모순이 비등점을 넘어서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사회는 지금 정치경제적으로 낡은 사회구조가 구조적 한계에 봉착함에 따라 낡은 틀로서는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적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도청 X-파일 사건 등이 사회적 중심이슈로 부각되게 된 것은 그 자체가 절차적 민주주의 발전의 산물이면서도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아이러니이다. 87년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확대발전과정은 권력의 성역으로 남아 있던 영역들을 점차로 허물어 갔으며, 급기야는 국가정보기관의 비밀 도청문제까지 대중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도록 추동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 사건은 민주주의발전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김영삼 정부에 이어 김대중 정부에 이르기까지 불법도청이 여전히 계속되었다는 사실은 낡은 사회의 구조적 틀이 그대로 온존하는 한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개혁을 통해서 부패구조와 정보기관의 불법 활동을 구조적으로 뿌리 뽑을 수 없을 뿐이라는 체제내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체제내적인 절차적 민주개혁의 한계는 최근 노무현대통령의 연정론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연정론에 얽혀 있는 정치적 계산이나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것은 노무현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으로 대표되는 부르조아 개혁정치세력의 고민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체제 내에서의 개혁은 좌우 어느 쪽으로부터도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개혁이 노정하고 있는 근본적 한계에 대한 대중적 실망과 좌절로 인한 정치적 지지기반의 약화만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지지기반의 약화는 더 더욱 정권의 개혁추진력을 약화시킴으로서 악순환으로 고리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바로 연정론이다.

④ 반미자주역량의 단결력과 투쟁력이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정세의 특징 중의 하나는 대중들의 반미의식이 급속히 성장 발전하는 추세에 맞추어서 반미자주역량의 단결력과 투쟁력이 급속히 확대 발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몇 년 전부터 노동자 농민등 기층대중과 기층대중조직이 반미자주화 투쟁의 주력으로 부상되었는데, 최근 들어와서 이러한 경향성이 구조적으로 정착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지난 7월 10일 평택에서 열린 <7.10평화대행진>에 이어 이번 8.15통일대축전과정에서 열린 <자주통일 범국민대회>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민중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은 민족자주와 반전평화 기치아래 하나로 단결하고 있으며, 매우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투쟁을 펼쳐나가고 있다. <7.10평화대행진>은 경기도 한 시골마을에서 행사가 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여명의 군중들이 결집하였다. 이처럼 많은 군중들이 결집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전체 민중운동진영과 시민사회운동진영이 민족자주와 반전평화의 기치아래 단결하였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 대회를 준비해온 주체들의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에 들어와서 반미자주역량의 단결력과 투쟁력이 활성화되고 있는 데에는 노동자와 농민대중들이 투쟁의 중심부대로 등장한 사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과거에는 청년학생들이 반미투쟁의 선봉부대로서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청년학생들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급속히 약화되면서 반미투쟁의 대중적 동원력이 심각하게 문제로 되었었다. 노동자와 농민들이 반미투쟁의 주력부대로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이 점차로 극복되고 있으며, 그 결과로 반미투쟁의 대중동원력과 투쟁력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 농민들이 반미투쟁의 주력부대로 등장하게 된 것은 우연한 현상이 아니며, 노동자 농민들의 정치적 각성과 조직화가 꾸준히 상승 발전해 온 결과이며, 직접적으로는 각 대중조직들의 지도간부들이 반미투쟁에 보다 적극적인 입장과 태도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며, 기층대중조직들의 조직사상적 통일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⑤ 미국의 일국패권주의가 흔들리고 있다.

9.11테러이후 대테러전쟁의 이름아래 횡포하게 휘몰아쳤던 부시행정부의 군사적 패권주의가 최근에 들어와 근본적 한계에 봉착하면서 흔들거리고 있다. 9.11테러이후 아프카니스탄을 점령하고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는데 성공할 때 까지만 해도 미국의 기세는 등등하였다. 미국은 그러한 힘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일국패권주의를 받아들이도록 압박을 가했으며, 미국에 대한 도전을 용납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시행정부 2기에 접어든 지금 미국의 기세당당한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라크전이 베트남전화되고 있다. 베트남전은 미국에게 패배의 쓰라린 상처를 남겨준 악몽같은 전쟁이었다. 그런데 이라크 전이 바로 베트남전쟁의 전철을 밟음으로서 미국 내에서 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부시행정부의 지지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라크전은 끊임없이 늘어가는 미군사상자 외에도 천문학적인 주둔비용 때문에도 부시행정부는 괴로워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 때문에 무조건 철군여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으며 행정부 내에서도 조기철군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설상가상으로 이란대통령선거에서 반미자주파가 당선됨으로서 미국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새로 당선된 이란 대통령은 서방세계의 굴욕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단호히 거부하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히고 있으며, 광범한 이란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 이란 핵문제가 국제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문제는 부시행정부의 또 하나의 고민으로 되고 있다. 미국은 중동지역에서만 정치외교적 도전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남미에서도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나라들에서는 반미자주적 지향이 강한 좌파정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 나라들은 미국의 일방적인 지배를 반대하면서 남미정치경제공동체를 구축하기 위한 장기적 노력들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당장 미국에게 직접적 타격을 주고 있지 않다하더라도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남미가 탈미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미국의 국제적 힘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최근 들어와서 중러양국의 협력관계가 증진되고 그것이 합동군사훈련실시로 까지 발전하고 있다. 중러의 군사적 협력관계는 미일군사동맹을 주축으로 동북아시아 패권을 유지해온 미국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미국의 일국패권주의는 전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반발에 부딪혀 방향타를 잃은 채 비틀거리고 있다.


2. 민족민주운동진영의 과제

이상에서 정리한 바대로 현정세의 기본적인 특징은 미국의 일국패권주의가 국제적 저항에 직면해 동요하고 있는 가운데,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대결에서 북의 정치군사적 주도권이 확고히 강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후퇴와 양보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체제가 반미자주화투쟁의 성장발전, 정치경제적 모순의 폭발등으로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정세발전은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결정적 대결의 시점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며, 결정적 대결의 시점이 더욱 다가올수록 식민지 지배체제와 한반도 지배력과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반동적인 공세도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임을 예고해 주고 있다.

따라서 향후 정세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장내에서의 북미대화와 협상국면이 정세를 주도해 나가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우리민족과 미국사이의 정치군사적 대결전이 더욱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다. 미국은 여전히 대북적대시 정책을 관철할 수 있는 대북 군사적 공격준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주한미군재배치와 전력증강사업을 강화하고 한미군사 동맹 체제를 강화하려 할 것이며, 북의 지하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지하 핵미사일 개발과 배치, 북의 미상일 방어체제의 구축등과 같은 군사적 준비태세 확립을 더욱 서두를 것이다. 이와 함께 한미 동맹 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대한 협박과 회유에 더욱 매달리는 한편 친미 보수 세력들을 재 결집시키기 위한 노력도 강화할 것이다. 이와 함께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남북관계에 대해 노골적인 간섭과 방해책동은 주춤할 것이지만, 인권문제를 부각시켜 북을 궁지에 몰아넣고 남북분열을 부추기기 위한 노력은 더욱 강화할 것이다. 최근 북 인권특사를 전격 임명한 사실은 향후 북 인권문제를 대북 공세의 중심으로 삼으려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 정세는 비록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대결이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이 바뀐 것도 아니며 우리민족과 미국의 적대적 대결이 해소되거나 약화된 것도 아니며, 오히려 더욱 첨예하고 치열하게 펼쳐질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정세에서 민족민주운동진영은 어떠한 목표와 방향을 갖고 어떻게 투쟁을 전개해야 하는가?

① 반미반전평화투쟁을 획기적으로 강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미국의 대북전쟁책동을 반대하는 반전평화투쟁을 중심 고리로 설정하고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 이것이 현 시기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전술적 핵심 고리이다. 현재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대결전선은 전쟁노선과 평화노선의 대결로 집약되고 있다. 미국은 무너져 가는 식민지 지배체제를 수습하고 유지 강화하기 위한 유일한 출로를 대북 붕괴전략(대북핵전쟁정책)의 관철에서 찾고 있다. 1990년대 이후 한반도 핵전쟁위기가 주기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대북전쟁정책을 저지 파탄시켜 내는 반전평화투쟁은 그 자체가 미국의 식민지 지배체제를 타파하고 민족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반미자주화투쟁의 중심적 고리로 된다.

반전평화투쟁은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전쟁발발을 막아내자는 소극적 투쟁이 아니라, 미국의 전쟁정책 자체를 파탄시켜 내고 공고한 평화체제를 구축함으로서 전쟁의 근원을 완전히 뿌리 뽑자는 능동적이고 적극적 투쟁이다. 전쟁전야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던 북미 대결이 6자회담재개를 계기로 대화와 협상국면으로 바뀌었다. 그렇게 되자 일부에서는 반전평화투쟁에 소극적으로 대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태도이다. 현재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고 북미간의 직접적인 전쟁위기는 현격히 약화되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대화와 협상은 일시적이며, 한반도 전쟁위기는 여전히 상존한다. 특히 현재의 대화와 협상국면이 상대방의 무장해제를 유도하기 위한 성격이 강한 만큼 이러한 상황일수록 더욱더 경각성을 높이고 전쟁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반전평화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특히 북미대화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시기에 더더욱 반전평화투쟁에 집중해야한다. 대화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미국이 여전히 대북전쟁정책(대북적대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미국이
기존 정책으로는 버틸 수 없는 정치적 궁지에 몰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치적 궁지에 몰려 어쩔 수 없이 대화와 협상에 나섰다는 것은 기존 정책의 변경 또는 수정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매우 유동적인 상황에서 펼쳐지는 반전평화투쟁은 매우 큰 위력과 파괴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지금이야말로 반전평화투쟁에 총력 집중할 때임을 말해 주고 있다.

현 시기 반전평화투쟁은 전쟁위기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 한반도 전쟁위기를 지속적으로 양산시키는 미국의 대북전쟁정책에 대한 폭로와 투쟁, 그리고 대북전쟁정책수행의 정치군사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주한미군과 한미군사동맹에 대한 폭로와 투쟁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펼쳐져야 한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주한미군철수투쟁을 적극화 대중화하는 데에 주목을 돌려야 한다. 현재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문제가 중심적인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발전의 요구에 조응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절박성과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를 확산시켜나가고, 미국으로 하여금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북미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장애로 되는 주한미군철수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대중적으로 부각시켜나가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반전평화투쟁의 중심적인 투쟁내용중의 하나는 주한미군철수투쟁의 대중화이다.

주한미군철수투쟁은 대중적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특히 광범한 대중들이 반전평화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전사회적 여론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변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정세의 주도권을 튼튼히 틀어쥐고 반전평화투쟁을 위력적으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대중노선에 튼튼히 의거해서 광범한 대중들이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큰 규모의 군중적 투쟁을 중심으로 투쟁을 벌려 나가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투쟁을 대중적 방식으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주한미군기지 이전문제등과 같이 대중의 실생활과 직접 결합되어 있는 다양한 매개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 소수의 활동가들이 대중적 참여가 배제된 채 주한미군 철수구호를 외치는 것보다 이러한 매개들을 통해서 주한미군에 대한 대중적 분노를 조직함으로서 주한미군철수의 사회심리적 조건을 광범하게 창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주한미군철수투쟁은 소수의 선도적 정치투쟁에 매몰되지 말고 광범한 대중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매개 고리들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적극 활용하여 주한미군 주둔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대중적으로 부정해 나가면서 한반도 전쟁위기만을 불러오는 주한미군은 철수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대중스스로 이끌어 내는 군중적 방식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투쟁을 주한미군 철수구호를 드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접근하는 소아병적 태도를 극복해야 한다.

② 민족공조를 강화 발전시키고, 6.15공동선언을 실질적으로 이행함으로서 자주통일의 전환적 국면을 창출해야 한다.

‘6.17면담’이후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좋게 발전하고 있으며, 자주통일의 유리한 국면이 열리고 있다. 특히 6.15-8.15 민족통일대축전기간동안 당국과 민간차원의 공동노력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겨레의 통일열기와 의지가 드높아지고 있다. 8.15통일대축전기간동안 북측 당국과 민간대표단의 현충원방문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지난 8.15민족통일대축전은 6.15공동선언의 위대성과 위력을 내외한 과시한 행사였으며, 지난 5년동안 6.15공동선언의 이행을 둘러싼 6.15세력과 반6.15세력과의 치열한 대결전에서 6.15세력의 승리를 선언한 대회였다.

우리민족은 6.15-8.15통일대축전기간을 통해 제2의 6.15시대를 선포하였다. 제2의 6.15시대는 6.15공동선언을 실질적으로 이행함으로서 민족통일구조를 제도화해나가는 6.15공동선언이행의 새로운 단계이다.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민족통일구조의 제도화란 6.15공동선언 2항에 기초한 연합연방제 방식의 민족통일기구를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 남북 경제협력구조를 제도화함으로서 민족통일경제 구조를 확립하는 것, 통일운동을 대중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는 삼자연대에 기초한 민족통일운동기구를 더욱더 강화 발전시키는 것, 남북 화해와 단합을 해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제거하는 것, 다양한 문화적 교류와 협력을 강화 발전시켜 통일지향적 민족문화를 형성 발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민족통일구조의 제도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를 가로막는 장애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민족공조를 적극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것은 한반도 전쟁위기를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반전평화공조, 외세의 간섭과 방해를 극복하기 위한 민족자주공조, 반통일적인 법과 제도, 세력들을 거세하기 위한 통일애국공조이다. 이러한 삼대공조야말로 제2의 6.15시대를 밀고 나가는 근본적 추동력이다.

현재의 자주통일정세가 민족민주운동진영에게 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외세와 반통일세력들과의 비타협적인 투쟁전선을 더욱 더 완강하게 밀고 나감으로서 그들을 대중들로부터 고립시켜야 한다. 현재 6.15공동선언이행에 장애요소는 미국의 간섭과 방해, 미국에 의해 강요되고 있는 한반도 전쟁위기, 국내 반통일세력들의 완강한 저항이다. 이러한 세 가지 요소들을 제거하기 위한 비타협적인 투쟁을 적극 전개함으로서 6.15공동선언이행의 외적 장해를 없애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전적으로 민족민주운동진영의 몫이다.
둘째,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정치적 조직적 단결을 시급히 강화 발전시키고,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통일정세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수많은 난관과 우여곡절, 장해가 나타난다. 이러한 장해와 난관을 뚫고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정치적 조직적 힘에서 나오게 된다.

③ 구체제 청산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나가야 한다.

미국의 식민지 지배가 낳은 한국의 낡은 체제는 현재 몰락의 위기에 놓여 있다. 도청 X-파일 사건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그것은 기존 지배세력들이 이데올로기 대립의 뒤에 숨어서 얼마나 추악한 짓을 벌이고 있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권과 재벌과 언론들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뒤에 숨어서 검은 뒷거래를 통해 부와 권력을 나누어 먹은 검은 카르텔을 형성하였으며, 국가정보기관은 이데올로기 대립의 뒤에 숨어서 인권을 헌신짝처럼 취급하면서 지배계급계층을 위한 정보공작정치에 매달렸던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이 사건이 이처럼 언론에 노골적으로 폭로되었던 것은 지배계급 내부의 갈등과 알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웅변해 주고 있으며, 그것은 곧 미국의 식민지 지배체제의 위기가 생각이상으로 심각한 상황으로 까지 치달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청 X-파일 사건의 폭로로 폭발한 대중적 분노를 도청 X-파일을 낳은 구체제 청산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 사건에서 드러난 정보기관의 불법도청과 공작정치, 권력과 재벌의 유착과 검은 뒷거래는 모두 박정희 군부독재의 산물이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으로 이어지는 군부독재세력들의 작품이며, 구체제의 모순을 총체적이고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적 분노를 구체제 전반을 청산하기 위한 구체제 청산투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채 지엽적이고 부분적인 측면에 매몰되게 되면, 이 사건들의 주범들은 일부를 희생시킨 채 도마뱀 꼬리를 자르듯 도망칠 것이다. 따라서 부분적인 측면에 매몰되지 말고 구체제 청산투쟁이라는 투쟁의 목표를 명확히 하고 종합적인 투쟁전술을 펼쳐 나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 군부독재세력(친미보수세력)의 총본산이 한나라당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명확히 밝히고 한나라당 해체를 요구하는 투쟁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하며 ▲ 정보기관의 불법도청과 정보공작의 실태를 구체적으로 밝히고 정보공작의 산실인 국가정보원해체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 재벌과 검찰 언론과 정치권과의 검은 커넥션의 실태를 파헤치고 책임자 처벌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도청 X-파일 사건과 함께 구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정치투쟁을 적극화 본격화해야 한다.
국가보안법 폐지투쟁, 과거사 진상규명투쟁과 책임자 처벌 투쟁 등 구체제를 청산하기 위한 대중적 정치투쟁을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한다.

④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민중생존권수호투쟁을 적극화해야 한다.

한국경제의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 현재 빙산의 일각으로 드러나고 있는 부동산 대란은 한국경제 모순의 한 형태이다. 한국경제의 모순은 식민지적 경제구조의 산물이며, 직접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필연적 귀결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한국경제의 구조적 위기는 더욱더 증폭된 형태로, 더욱 빠른 속도로 표출되고 있다.
내수경제의 침체, 부익부빈익빈의 격화, 국부의 해외유출, 생산적 투자의 위축, 부동산 투기의 재생, 경제의 이중성 확대 등의 문제점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보다 큰 문제점은 정부의 경제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한국경제의 위기상황이 극심해지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앞세운 제국주의세력들의 경제적 수탈강화 때문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는 계급계층들은 노동자 농민등을 비롯한 기층민중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기층 민중들의 생존권은 위기적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따라서 기층민중의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과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은 둘이 아니고 하나이며, 민중들의 생존권 수호투쟁은 신자유주의 반대투쟁과 결합되어야 하며, 반미투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하반기 신자유주의 반대투쟁, 민중생존권 쟁취투쟁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반미투쟁과 결합하고 반미투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부산 아펙투쟁을 중심적 목표로 하여 광범한 신자유주의 반대전선을 형성 발전시켜 민중생존권을 위협하는 미국과 제국주의자들의 경제적 침략과 수탈을 규탄하고 저지하는 대중적 항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둘째는 기층대중의 생활적 요구를 반영하고 기층대중과 함께 하는 민중생존권 쟁취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특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서 발기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을 적극적으로 벌여 나가야 한다.

⑤ 민족민주운동진영의 상설적인 연합체 건설투쟁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당면 국내외정세는 우리민족과 미국과의 전면적 대결국면이 가시화되고 있는 중대한 전환적 국면이다.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에 주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주체역량을 시급히 강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주체역량강화문제에서 제기되고 있는 현안문제는 민족민중운동(민중운동)진영의 상설적인 연합체를 건설하는 문제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민중운동진영의 상설적 연합체는 또 하나의 연대조직을 건설하는 문제가 아니라, 민중운동진영의 단일한 정치전선을 구축하는 문제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적 지도력과 영향력은 급속도로 성장 발전하였다. 특히 민주노동당이 원내 3당으로 부각한 이후 제도정치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으로서 정치의 한축을 형성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적 단결도 매우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제반 현실은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에서 민중운동진영이 종속변수가 아닌 주요변수로서 활약해야 함을 말해 주고 있다. 최근 연정론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현 정치권을 주도하고 있는 부르조아 개혁정치세력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정치적 계급적 한계로 인해 격변하는 한반도 정세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힘이 없다. 오로지 민중운동진영만이 그러한 힘을 갖고 있다. 이처럼 객관적 정세발전의 요구에 비추어서나 주체역량의 성장강화의 측면에서 당면 민족민주운동진영의 가장 핵심적인 정치조직적 과제는 민중운동진영의 단일정치전선을 형성하는 것이며, 그것은 현재 민중운동상설연합체 건설논의로 가시화되고 있다. 민중운동 상설연합체는 ▲ 민중운동진영의 단일전선 ▲ 민중운동진영의 정치전선 ▲ 민중운동진영의 상설적 전선이다.

민족민주운동진영은 하반기 정세에서 공동연대투쟁을 강화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이러한 공동연대투쟁을 토대로 하여 상설적인 민중운동연합전선체 건설을 목적의식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대중정치투쟁의 성과를 조직적으로 결속시켜 내는 것, 이것이 하반기에 민족민주운동진영에게 부여된 또 하나의 중대한 역사적 사명인 것이다.

한반도 정세는 지금 중대한 전환적 국면에 놓여 있다. 이러한 전환적 국면에서 민족민주운동진영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 우리민족의 미래가 좌우될 것이다. 상반기 투쟁의 성과를 계승하여, 더욱 힘찬 투쟁을 통해 민족민주운동의 결정적 국면을 창출해 나가야 한다. (200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