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하여

2005년 8월 17일  김주연

 

1. 들어가며

 최근 6자회담이 다시 열리면서 북미간에 치열한 대화가 벌어지고 있는데 여기에서 가장 큰 논제로 비핵화 문제가 나서고 있다. 어느때보다 북미간에 대화의지가 높다고 하는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의 원칙에는 합의하나 그 개념이나 범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합의문을 작성하지 못하고 지금은 휴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2월 10일 북한의 핵보유선언이 있은지 반년이 되지 않아 비핵화 논의가 본격화된 즈음에 우리는 비핵화에 대해 그 현실적, 역사적 의미를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한 핵문제가 불거질때마다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이하: 비핵화 공동선언)을 어겼다고 떠들어온 미국과 친미사대언론들의 등쌀에 지금 일부 국민들은 한반도 비핵화가 미국의 주장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것은 비핵화에 대한 잘못된 이해의 대표적인 경우다. 
 
 비핵화는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말했듯 북한에 있어서 무조건적인 정책이 되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다. 

 그렇다면 돌려 생각해 비핵화가 북한의 일관된 논리가 아니었는지, 그리고 북한의 핵개발도 결국 미국을 비핵화를 위한 대화로 끌어당기기 위한 것은 아니었는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좀더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북한이 주장해온 비핵화의 논지와 미국 주장의 논지 그리고 올바른 비핵화 실현의 방도를 모색해 보아야 한다. 

2. 비핵화의 핵심은 핵전쟁을 막아내는데 있다. 

 일반적으로 비핵화는 핵전쟁을 막아내기 위한 거다. 즉 핵무기의 개발, 생산, 반입 등을 금지시켜 핵을 전쟁 수단으로 삼는 것을 막자는게 비핵화의 기본 취지이다.    

 그런데 핵무기의 운반수단은 장거리 미사일과 폭격기, 항공모함, 잠수함과 같은 장거리 공격이 가능한 것들이다. 게다가 미소 냉전을 거치면서 이런 장거리 공격에 기초한 핵우산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핵우산은 핵보유국이 동맹국이 위급한 상황에 빠졌을 때 동맹국의 적에게 핵공격을 가하거나 압박하여 동맹국을 지켜주겠다는 것으로, 이를 통해 동맹국의 주위에 핵이나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적의 출현을 막아주겠다는 개념이다. 미소냉전이 한창일 때 소련의 핵공격에 대한다면서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했는데 이게 대표적인 경우가 된다. 

 그런데 조금만 돌려 생각해 보아도 이런 핵우산의 논리는 핵보유국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핵공격용 군사기지를 얻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사탕발림이라 할 수 있다. 핵우산이라는 것은 거꾸로 상대를 향한 핵공격기지의 전진배치이고 핵전장을 확대하는 것으로 되는 것이다.   

 어떻든 이런 사정으로 핵전쟁을 막아내는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국가들이 서로 핵무기를 생산, 공격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는 부족하다. 핵우산의 완전 철폐까지 이루어질때 핵전쟁을 막아내기 위한 비핵화가 된다. 
 비핵화가 진짜 제대로 되려면 핵우산의 철폐와 그 물리적 담보로 되는 외부로부터의 핵무기 반입, 핵무기 탑재 항공기, 군함의 기항 금지가 필수적인 요구로 된다. 
 핵우산과 그 물리적 담보를 인정하게 되면 핵우산을 가지고 있는 국가는 핵전쟁의 선택권을 계속 가지게 되므로 핵전쟁을 막아내는 비핵화가 되지 못하고 핵우산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자신의 주도권을 넓히기 위한 가짜 비핵화가 된다. 

 이것을 한반도로 적용해 본다면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생산, 실험, 배치, 비축 금지, 한반도에 핵우산을 드리우고 있는 미국의 대북선제핵공격 정책 폐지와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거 및 미국 핵무기의 한국 반입, 한반도 주변 통과, 접근 금지, 주변 핵무장 국가들의 안전보장 담보 등이 비핵화의 기본 뼈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들의 핵우위를 확보하는데만 열을 올려온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패권국가들은 세계적 차원에서 진행된 비핵화, 비핵지대화 움직임에 개입해 어떻게든 자신들의 핵무기를 탑재한 군함과 항공기의 기항을 관철시켜 비핵화, 비핵지대화가 정상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막아왔다. 

 그들에게 있어서 비핵화는 그들이 주장하는 소위 ‘핵확산금지’와 같은 개념이다. 즉 핵보유국들인 자신들의 핵무기는 안전하나 다른 국가들은 어쩔지 모르니 비핵보유국이 핵무기를 가져선 안된다는 논리다.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자신들의 핵은 영원히 꿍쳐 놓을터니 나머지 나라는 핵을 다 없애자, 이런 식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런 식의 사고에 물젖어 왔고 이런 식의 사고로 북한핵도 대해 왔다.  

 핵과 달러를 기둥으로 세계를 움켜쥐려하는 미국에게 있어 핵은 신주단지 같은거다. 실제 전쟁에서 핵을 사용한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자신들의 핵은 위험하지 않다고 선전해 대지만 실제로 핵선제공격을 군사교리화하고 그 대상 국가를 대통령이 공공연히 지명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이 유일하다. 
 북한의 지하시설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 드러나자 지하시설 파괴용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미국은 핵만능론의 함정에 깊이 빠져 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자신들의 핵기둥은 부여잡고서 다른 나라에는 비핵화를 주장하고 있는게 미국의 태도다. 미국은 구소련과의 핵무기 감축 협상에도 불구하고 배비하고 있는 핵무기가 아직도 3만여개에 달하고 7,000여개가 실전배치되어 있다. 
 이런 미국이 말하는 '비핵화'란 핵감축과 핵없는 세상 만들기가 아니라 핵확산을 저지해 자신들만의 독점적인 핵기둥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럼 각국의 입장을 알아보자.  

 먼저 북한의 입장을 보자. 

 북한에서는 1958년 주한미군이 핵무기를 들여오면서 이를 격렬히 비판하고 비핵화를 진지하게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960년대 70년대에 걸쳐 꾸준히 평화협정, 주한미군철수와 남북군축을 제기하면서 주한미군의 핵무기 반입의 심각성을 거론해 왔다. 
 그리고 86년에는 ‘한반도 비핵지대화 창설을 위한 협상’을 제안해 비핵지대화 문제를 공식화했다. 80년대 중반에는 구소련으로부터 경수로 건설을 지원받기로 하면서 NPT에 공식 가입하게 되는데 이때 북한은 NPT가입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공표하면서 핵보유국 미국으로부터 핵위협 금지와 핵의 평화적 이용, 비핵지대화 실현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재일 군사평론가 김명철씨는 북한은 이미 80년대 중반에 핵무기를 실용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으며 NPT에 가입한 것은 미국이라는 대어를 협상탁에 끌어당기기 위한 유인술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이 맞다면 북한은 미국의 대북핵공격 중단과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한 공개적인 첫 무대로 NPT를 택하면서 미국과 동등한 대화를 실현하기 위해 핵을 강화시켜 왔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비핵화 주장은 처음부터 핵군축 및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아무튼 북한의 비핵지대화 의지는 여러 차례 발표된 주장이나 최근의 주장에서도 명확하며 특히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서는 확고부동한 의지를 읽을 수있다. 북한은 지금 6자회담을 비핵화, 비핵지대화 실현을 위한 회담으로 보고 참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6자회담에 참여한 국가들의 면면을 보면 핵보유국이거나 핵보유 잠재력을 가진 국가들이다. 그리고 미국의 전략, 전술핵무기들은 한국의 영공이나 영해를 통과하거나 한반도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고 한국과 일본에 핵우산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6개국가들이 비핵화에 대해 뭔가 생산적인 것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한반도 평화와 비핵지대화에 대한 합의, 담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6자회담을 북한을 5대 1로 압박하는 장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최근의 비핵화 논의가 보여주듯 6자회담은 한반도 비핵지대화 실현을 위한 장으로 전화되어 가고 있다. 

 다음으로 미국의 입장을 보자. 
 
 미국은 기본적으로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 자체가 자신들의 감시, 통제하에 있지 않기 때문에 핵무기로 전화될 수 있고 또 그랬다는 주장으로 북한의 핵무기와 모든 핵프로그램이 철저히 해체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저히 검증하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것이 끝나면 소위 ‘인권’ ‘미사일’ ‘마약’ 문제등을 거쳐 관계 개선을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입장은 일방주의의 극치다. 자신들의 의무는 없고 북한의 의무만 잔뜩 지워준다. 클린턴 행정부 시설에는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하고 대신에 경수로 건설을 지원한다고 하여 북한이 핵억제력을 공개화하는 것을 막아왔다. 하지만 부시는 일방주의의 극치를 달렸고 이제 북한은 2.10 핵보유선언을 함으로써 미국이 그동안 선정한 금지선과 임계선을 넘어버렸다. 

 결국 미국은 북한의 이런 핵보유선언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무시 정책으로 자신들의 핵우산에 구멍이 뚫리지 않은 양 하면서 군사적 대결태세를 일층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대화 요구를 무시할 수 없게 되자 최근에 대화탁에 나섰지만 내놓을게 별로 없다. 미국은 대화가 아니라 굴복을 요구하지만 북한의 완강한 입장 그리고 강력한 핵억제력에 한발한발 물러서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 끌려가고 있다. 북한이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부시의 폭정 발언 사과를 내세우자 미국 고위당국자들의 북한에 대한 험담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시사한 6.17 이후 남측의 정부당국자들이 미국이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자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는데 이것은 예전같으면 생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좀더 들어가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이중정책을 보면 그 패권적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미소 냉전시절부터 미국은 다른 나라는 핵무장을 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자신들의 중동거점인 이스라엘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 지원하였고 이것은 자신들의 우방에게 핵무기확산을 지원하는 꼴이었기에 국제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이중정책이 더 한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 벌이고 있는 아프칸, 이라크 전의 군사거점으로 되는 파키스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새롭게 군사동맹까지 체결한 인도에 대해 그들 국가의 핵무기 실험 때문에 촉발된 경제제재를 해제하였다. 
 이와 더불어 미국은, 북한은 평화적 핵활동도 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북한과 함께 핵활동 위험국가로 지목한 이란에게는 유럽연합측과 함께 농축우라늄생산을 인정하는 협상안을 내놓고, 인도에는 핵기술을 이전시켜 주겠다는 합의를 하여, 이제는 미국의 핵기준이 이중성이 아니라 삼중성을 띄고 있다는 여론의 비난을 사고 있다.

4. 그럼 비핵화 실현의 방도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데 있어서 1992년에 남북이 합의한 비핵화 공동선언은 참고가 될만하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공동선언 

남과 북은 한반도를 비핵화함으로써 핵전쟁위험을 제거하고 우리나라의 평화와 평화통일에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며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1.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

2.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

3.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

4.남과 북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검증하기 위하여 상대측이 선정하고 쌍방이 합의하는 대상들에 대하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가 규정하는 절차와 방법으로 사찰을 실시한다.

5.남과 북은 이 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하여 공동선언이 발효된 후 1개월안에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를 구성 운영한다.

6.이 공동선언은 남과 북이 각기 발효에 필요한 절차를 거쳐 그문본을 교환한 날부터 효력을 발생한다. ' 

 1992년 2월에 채택한 이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이번 4차 6자회담에서도 주요한 자료로 등장했다고 하는데 먼저 그 채택 배경과 내용을 알아보자.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이 내놓은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폐를 겨냥한 한반도 비핵지대화 주장과 미국의 북한핵문제를 빌미로한 대북압박이 한창 대립하던 시점에 체결된 것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아버지 부시는 북한의 요구에 밀려 한국에서 전술 핵무기를 철거했다고 밝히게 되었고, 남북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한 기준과 합의를 도출하여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한 것이다. 
 이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해서는 남북 양측 서로 그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북측은 1항의 핵무기 접수와 배비가 주한미군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핵위협이 강화되고 있다는 주장이고, 남측은 1항의 생산 금지를 북이 어겼다는 것과 3항의 핵재처리 시설과 농축우라늄시설을 북이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해서 남측 정부의 주장이 소극적이고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은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된지 몇일 되지 않아 중앙인민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연합회의를 열어 비핵화 공동선언을 심의, 정식승인하면서 법제화하고 ‘조선반도에서 핵무기를 철거하고 우리인민에 대한 핵위협을 제거하며 우리나라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온 민족의 염원과 핵전쟁이 없는 새세계를 건설하려는 세계 평화애호인민들의 지향에도 부합된다’고 발표한데 비해, 남측에서는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해 국회심의조차 하지 않았고 독자적인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남측에서 이 비핵화 공동선언이 법제화되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이 무력화되기 때문이다. 남측은 비핵화 공동선언을 단지 북한의 핵시설을 동결하는 어떤 압박으로만 취급해왔다. 

 그래서 북측에서는 비핵화 공동선언에 대해 그것이 비핵지대화 실현을 위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지금 비핵지대화 실현에서 장애가 되는 미국의 핵우산정책을 상세히 지적하고 그 해결을 요구한데 비해 남측에서는 필요에 따라 북의 핵시설만 문제시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남측에서는 북에서 핵활동을 적극화하면 그것이 어떤 내용이든 무조건 비핵화 공동선언 위반이라고 습관적으로 비난하였지만, 비핵화 공동선언에 기초한 한반도 비핵지대화의 전체 그림을 한번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남측 정부가 비핵화 공동선언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를 알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작년에는 남측에서 90년대 중반까지도 평화적 핵활동과 별도로 우라늄농축 실험 등 군사적 목적을 띤 핵활동을 해 왔다는 것이 밝혀진 바 있는데 이로하여 남측정부도 자신들의 군사적 핵개발은 괜찮고, 남의 것은 안된다는 식의 미국의 핵에 대한 이중성을 배운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을 사기도 하였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1, 2, 3항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1항은 비핵화 공동선언의 첫째 항으로 기본 목적을 담고 있다. 여기에서 핵무기의 제조, 시험, 생산 만이 아니라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금지한다는 것은 비핵화 공동선언의 기본 목적이 핵시설 동결이 아니라 비핵지대화에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다. 
 
 그런데 58년부터 한국에 핵무기를 들여온 주한미군은 비핵화 공동선언 이후 최근까지도 전술핵무기를 철거했다고 하면서도 그 확인을 위한 사찰을 거부하고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진해에 전략 핵잠수함이(1대에 보통 40-80개 핵탄두와 이를 운반하는 10여개의 핵탄도미사일 탑재)정박했다는 것이 밝혀져 미군의 핵무기가 한반도에 계속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부시가 선제핵공격교리를 공개하면서 북한에 대한 핵무기 사용 의지를 공공연히 밝혔으며 핵공격을 위한 스텔스기를 군산 미공군기지에 배치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에서는 자신들의 핵무장을 2005년 2월 10일에 선언했는데 이것은 핵무기의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한의 이런 핵무기 제조, 증산은 이미 비핵화 공동선언 1항이 미국에 의해 심히 훼손된 조건에서 비핵화 공동선언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주한미군의 핵무기(핵우산)가 완전히 철폐되어야 하는데, 핵을 통해서만이 핵을 없앨 수가 있다는 판단에 기초하여, 핵무기를 통해 주한미군의 핵무기를 없애겠다는 정책적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과거 미소간에 협정을 체결하여 전략핵무기를 감축하였던 사례를 돌아볼 때 핵으로 핵을 없애겠다는 북한의 정책은 타당성과 현실성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항, 3항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과 핵재처리 시설, 농축우라늄시설 보유 금지를 담고 있는데 핵에너지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핵연료의 순환고리가 있어 핵재처리와 우라늄 농축은 필수적 공정이 된다. 그렇다면 2항과 3항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군사적 활동의 핵재처리와 우라늄 농축만 제한해야 한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우라늄 농축과 핵재처리를 제3국에서 해주는 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핵주권과 효율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고 평가된다. 즉 제3국이 우라늄 농축과 핵재처리 지원을 중단하면 남과 북에 아무리 많은 핵발전소가 있다해도 이 핵발전소들의 가동은 전면 중단되고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만다. 따라서 핵에너지를 이용하는 주권은 제3국의 입장에 종속되게 되는 것이다. 한국에는 우라늄이 없어 핵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농축우라늄을 전량 외국에서 수입한다. 그러나 북한에는 우라늄이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다. 이를 남북이 함께 농축하여 핵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면 경제성 면에서도 큰 이익이 된다. 북한에서 채굴한 우라늄을 제3국에 보내어 농축을 해서 다시 들여와 핵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면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미국은 주되게 3항을 걸고 넘어지지만 2항에서 이미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 보장되어 있는만큼 이를 보장하는 조건에서 3항을 해석하는 것이 올바른 이해다. 
 모든 법률이 그러하듯이 선행 조항 우선 원칙에 따라 2항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3항은 문구를 적절히 수정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보여진다. 3항에 대한 수정 요구는 한국 핵과학자들 속에서도 나오고 있다.

 북미제네바 합의가 깨지면서 북한에서 평화적 핵활동을 재개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2항의 권리에 부합한다. 그리고 그 평화적 핵 활동과 별도로 군사적 용도로 핵을 이용하겠다는 것을 최고인민회의에서 승인하고 2005년 2.10 핵무기 보유선언에서 명확히 했다. 
 그런데 핵무장은 어디까지나 평화적 핵 활동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이루어진다고 하고 있어 군사적 용도의 핵재처리 시설과 농축우라늄시설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특히 농축우라늄시설의 존재에 대해서 북한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미국을 보면 핵무기에 필요한 핵원료를 만들기 위한 핵발전기지, 재처리 시설, 농축시설을 군사시설로 전용해 사용하고 있는데 북한에도 이런 기지가 있다면 그것은 3항과 관련이 되겠지만 지금까지 이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4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반대한 북한의 평화적 핵활동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비추어볼 때는 타당한 권리이며 국제적으로 누구한테나 인정되는 권리이다. 그리고 그것이 핵사찰 등을 통해 논점이 되는 3항의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는 조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지금 4차 6자회담이 휴회하고 있지만 조만간 다시 열릴 것이라고 하는데 비핵화에 대한 각국의 입장을 정리해 보면 북한은 이열치열의 원리를 이용해 일정한 핵무장으로 비핵지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일방적 핵폐기를 강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회담의 큰 줄기는 결국 한반도 비핵화다. 6개국이 모여서 우리 민족에게 주어야 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지대화와 평화 그리고 미국의 핵위협제거를 통한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의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거다. 우리 민족은 이미 그것을 이루기 위한 원칙과 방향을 합의하고 제시했으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힘도 가지고 있다.

5. 비핵화 실현의 의미 

 비핵화 실현은 결국 한반도에 비핵지대, 평화지대를 만들자는 것이고 그것은 미국의 세계 지배체제인 핵우산을 걷어낸다는 거다. 

 비핵지대화 그 자체가 미국의 한반도 지배력을 약화시키게 한다. 
 왜냐면 주한미군의 핵심전략무기가 핵무기이고 주한미군을 비롯한 미군들의 한반도 전쟁연습도 핵무기를 동원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산, 군산 공군기지에 있는 미군 전투기들은 언제라도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고 해마다 열리는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F-15E전투폭격기, 핵항공모함, 핵전략잠수함들이 동원되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군사력을 핵으로 무장했다. 그리고 핵의 위력을 맹신하다시피 한다. 그런 미국에게 비핵지대화는 결국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지배와 남북대결정책의 중요한 무기를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비핵지대화는 미국이라는 통일걸림돌의 이빨을 빼 자주적 평화통일의 전기를 마련해내는 거라 하겠다. 미국이 지금이라도 대북적대정책을 버리면 북한은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백년숙적이 아니라 우방으로 지내겠다고 했다. 미국에게는 참으로 좋은 기회다. 이런 기회를 잘 살려서 수치스러운 파국을 피하려는 지혜와 용기가 미국에 있는지 세계는 지켜보고 있다.  

 한편 민족의 힘에 기초해 만드는 비핵지대화는 중국, 러시아, 일본과 같은 주변 국가들도 더 이상 한반도를 넘보지 못하게 하고, 한반도가 미국을 비롯한 이들 국가들간의 분쟁을 막는 평화지대가 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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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번 4차 6자회담의 비핵화 논의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조국통일이, 한반도 주변의 강국이라는 미국과 일본을 쥐고 흔드는 우리 민족의 강력한 힘에 의해서 반드시 실현될 거라는 것을 확실히 보고 있다. 
 모두다 부강번영하는 통일대국을 건설하기 위한 반미반전, 주한미군철수, 비핵지대화 실현을 위한 실천에 나서 통일조국의 주인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