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수립전략의 파산과 통일전선운동의 전진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글을 시작하며
2. 연립정부의 형태와 성격
3. 반파쇼민주화운동의 한계와 개량주의단독정부의 출현
4, 통일전선운동과 통일전선정부
5.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와 오늘의 정치정세
6. 글을 마치며

1. 글을 시작하며

노무현 정권이 새로운 전술과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정책공조전술과 연정수립전략(연립정부수립전략)이 그것이다. 정책공조전술이란 여소야대로 노무현 정권에게 불리하게 되어버린 정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야당들과 정책공조를 추진하는 전술을 말하며, 연정수립전략이란 노무현 정권이 야당인사 몇 사람을 내각에 받아들이거나 또는 내각제로 개헌하고 제1야당과 공조합작하는 연립정부(coalition government)를 세우는 전략을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각제 수준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열린우리당 의장 문희상은 그 발언과 관련하여 "앞으로 제1당에 조각권이나 총리임명권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연정수립론을 내놓은 직후에 열린우리당이 연정수립전략을 밀고 나가기 위한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추진단'을 발족한 것으로 보아서, 그들이 연정수립전략을 밀고 나가는 것은 기정사실로 되었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의 정책공조전술은 이 글의 쟁점이 되지 못한다. 정책공조전술은 집권세력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집권하지 못한 야당세력도 취할 수 있는 전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에 민주노동당은 자기의 의정활동에서 열린우리당과 정책공조전술을 취하는 사례를 남긴 바 있다. 정책공조전술이란, 청와대 홍보수석의 표현을 빌리면, "법안통과를 위해 최소한의 과반의석을 확보하는 소연정"이다.

그에 비해서 연정수립전략은 정책공조전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정치문제다. 연정수립을 '장기구상'에 따른 전략이라고 평가한 언론보도에서도 드러나듯이, 연정수립전략이란 정치권을 집권에 유리한 구도로 바꾸어놓는 전략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노무현 정권의 연정수립론에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보아서, 노무현 정권이 실제로 연정수립전략을 추진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 판단으로는, 노무현 정권이 연정수립론을 들고 나온 까닭은, 2006년에 실시될 지방자치제선거와 2007년에 실시될 대통령선거를 내다보면서 지금부터 정치권을 자기의 재집권에 유리한 구도로 바꿔놓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초조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권이 초조해졌다는 사실은 자기에 대한 대중의 지지율이 자꾸 떨어져 이제는 회복하기 힘든 상태에서 맴돌고 있는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대중적 지지가 회복하기 힘든 상태에서 맴도는 까닭은, 구호만 요란하던 개량주의정책(흔히 개혁정책이라고도 부름)이 노무현 정권의 대미예속심화와 사회계급적 한계, 그리고 반동적 사회정치세력의 역공세라는 삼각파도에 떠밀려 실종되었고, 실속 없는 말잔치만 벌려놓았던 경제회복정책은 제국주의독점자본의 직접적 수탈이 전면화되는 데다가 국제유가와 국제환율이 요동치는 악재까지 겹치게 되자 거의 파산지경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노무현 정권에게 닥쳐온 위기의 본질은 개량주의정책이나 경제회복정책을 밀고 나갈 능력이나 의지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그 정권이 내놓은 정책들이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사회정치적 요구와 어긋나고 말았다는 데 있다. 대중언론은 그러한 현상을 정권의 민심이반(民心離反)이라는 언론 특유의 용어로 설명한다. 정권의 민심이반이란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 대 노무현 정권 사이의 대립관계가 날카로워지는 정치현상을 통속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민심이반의 정치현상은 얼마 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노무현 정권이 만들어놓은 노사정위원회에서 모두 탈퇴하고 정권을 상대로 하는 총파업투쟁에 나서게 된 것에서, 그리고 농민단체들이 노무현 정권의 쌀시장개방정책을 반대배격하는 총파업투쟁을 벌인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각 부문들에서 격화되는 생존권사수투쟁은 노무현 정권에게 정치적 타격을 주고 있다.

이처럼 민심이반의 정치현상이 나타난 상황에서 노무현 정권이 연정수립전략을 들고 나왔다는 점에 주의를 돌릴 필요가 있다. 그 점에 주의를 돌리면서, 이 글은 남(한국) 통일전선운동의 관점에서 연정수립론과 그 전략을 분석비판한다. 남(한국)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통일전선운동이 강화발전되고 있는 오늘, 그 운동의 관점에서 노무현 정권의 연정수립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의의를 갖는다.  

2. 연립정부의 형태와 성격

정부형태에는 단독정부, 연립정부, 통일전선정부로 구분되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남(한국) 정치사는 단독정부가 아니면 연립정부라는 두 가지 형태밖에 경험하지 못하였다. 그나마 연립정부를 처음으로 경험한 것은 김대중계 정치세력이 집권하였던 1998년의 일이다.

1997년 말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상대를 겨우 이기고 등장하였던 김대중 정부는 호남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한 김대중계 정치세력(새정치국민회의)이 충청지역을 지지기반으로 한 김종필계 정치세력(자유민주연합)과 제휴한 일종의 연립정부였다. 김대중 정부의 외형은 호남-충청 지역구도 위에 세워진 연립정부로 보였으나, 그 정부의 성격은 김대중계 개량적 정치세력이 주도하고 김종필계 반동적 정치세력이 불안정하게 제휴함으로써 반동적 성격이 일정하게 뒤섞인 개량주의연립정부의 변종이었다. 김대중계 정치세력이 그 이전에 등장하였던 역대 단독정부들과 달리 연립정부수립전략에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 정치세력의 지지기반이 너무 약해서 단독정부를 세울 경우 통치력이 매우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60년을 헤아리는 남(한국) 정치사에서 단독정부의 경험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고, 김대중 정권시기에는 짧은 기간동안 불안정하게 존속하였던 변형된 연립정부도 경험하였으나, 통일전선정부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는 아직 경험하지 못하였다. 대중이나 대중언론에게 통일전선정부라는 말은 아직 낯설기만 하다. 통일전선정부에 대한 미지의 공백은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론에 대한 대중의 정치적 판단을 흐리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전략을 파악하기 위해서 먼저 요구되는 것은, 연립정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형태와 성격을 가졌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연립정부론에서 제기되는 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일반적으로, 연립정부형태에는 좌파정당연립정부, 우파정당연립정부, 중도파정당연립정부로 구분되는 세 가지 형태가 있다. 그 세 형태 가운데서 중도파정당연립정부 경우에는 중도파정당이 주도하고 좌파정당이 참여하는 연립정부, 또는 중도파정당이 주도하고 우파정당이 참여하는 연립정부 등이 있을 수 있다.

흔히 좌우연립정부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은 좌파정당과 우파정당이 공조합작한 연립정부라는 뜻이 아니라, 중도좌파정당과 중도우파정당이 공조합작한 연립정부를 뜻하는 말이다. 좌파정당과 우파정당이 공조합작한 연립정부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있을 수 없으므로, 좌우연립정부라는 말을 좌파정당과 우파정당이 공조합작한 연립정부라는 뜻으로 쓰는 것은 그릇된 일이다.

또한 연립정부는 그 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 변동되는 정치세력관계에 따라 민주주의연립정부와 개량주의연립정부로 구분된다.

민주주의연립정부라는 개념은 8.15 조국광복 직후에 펼쳐진 통일전선운동사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통일전선운동사를 살펴보면, 제국주의 미국이 한(조선)반도를 남북으로 갈라놓고 북위 38도선 이남지역을 점령하였던 1945년 8월 이후 통일전선운동이 미군정 당국과 반동적 정치세력으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았을 때, 또는 1961년 5월 5.16 군부반란 직후 군부출신 파쇼집권세력이 초보적 민주주의마저 짓밟으며 통일전선운동을 극심하게 탄압하였을 때, 그리하여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전망이 불투명해진 조건에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세력이 연정수립전략을 추진한 바 있다. 그 전략에 따라 세워지는 정부를 민주주의연립정부라 하였다.

일반적으로, 민주주의연립정부는 파시즘을 반대배격하는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세력들이 결집한 반파쇼민주화운동(anti-fascist democratic movement)이 승리하여 파쇼권력기구를 해체하고 세워지게 되므로, 그 정부를 반파쇼민주연립정부라고도 부른다. 1980년대 후반기에 제기되었던 이른바 '민주대연합전략'은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여 민주주의연립정부를 세우는 집권전략이었다.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여 새로운 정부가 세워지는 경우를 생각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운동을 어떤 정치세력이 이끄는가 하는 주도권(hegemony)문제다. 반파쇼민주화운동에 앞장서서 싸운 정치세력이 그 운동의 승리 이후에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갖는 것은 당연한데, 주도권문제는 정치세력관계에서 결정되는 것이다. 정치세력관계의 변동에 따라, 진보적 정치세력이 반파쇼민주화운동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고 개량적 정치세력이 그 운동의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

사회계급적 관점에서 볼 때, 진보적 정치세력이란 체제변화를 지향하는 사회적 진보를 추구하면서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정치세력이며, 개량적 정치세력이란 체제안정을 위한 사회적 개량을 추구하면서 중산층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실현하려는 정치세력이다.

여기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반파쇼민주화운동의 성격과 발전경로가 개량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반파쇼민주화운동의 성격과 발전경로와 다르다는 점이다.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반파쇼민주화운동은 파시즘을 반대배격하는 통일전선운동의 한 형태이므로, 진보적 정치세력의 주도추동으로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는 경우 민주주의연립정부(democratic coalition government)가 아니라 통일전선정부(united front government)가 세워지게 된다. 반면에, 개량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반파쇼민주화운동은 파시즘을 개량주의로 교체하는 한시적 공동투쟁의 한 형태이므로, 개량적 정치세력의 주도추동으로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는 경우 통일전선정부가 아니라 민주주의연립정부가 세워지게 된다.

민주주의연립정부는 개량적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정부형태이므로, 개량적 정치세력이 집권한 뒤에 초보적 민주주의를 불철저하게 실현하는 데서 발걸음을 멈추게 되고 결국 개량주의연립정부로 변질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개량주의연립정부는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가 개량주의집권세력의 사회계급적 한계에 가로막혀 전진운동을 멈추면서 민주주의연립정부가 통일전선정부로 개조되지 못한 조건에서 나타나는 변종이다.

3. 반파쇼민주화운동의 한계와 개량주의단독정부의 출현

노무현 정권의 연정수립전략을 파악하기 위해서,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남(한국)에서 전개된 반파쇼민주화운동의 경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시 반파쇼민주화운동에 나선 정치세력은 민족민주운동단체를 중심으로 결집한 진보적 정치세력과 김대중과 김영삼으로 대표되는 야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결집한 개량적 정치세력으로 구분되었다.

당시 반파쇼민주화운동의 특징은, 그 운동이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이 파쇼권력구조 해체와 민주주의연립정부 수립을 지향하여 불안정하게 제휴한 한시적 공동투쟁으로 전개되었다는 데서 드러난다. 그에 비해서 오늘 통일전선운동은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조국통일 실현을 공동목적으로 하여 다양한 사회정치세력이 진보적 대중정당을 중심으로 결집되고,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가 제기관철되며,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사회변혁운동의 한 형태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남(한국)에서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이 제휴하여 반파쇼민주화운동을 밀고 나갔으나 파쇼권력기구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하였다. 이것은 반파쇼민주화운동이 한계에 부닥쳤음을 뜻한다.

반파쇼민주화운동이 한계에 부닥친 원인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겠으나, 가장 주된 원인은 남(한국)의 진보적 정치세력이 통일전선전략에 의거하여 반파쇼민주화운동을 전개할 만큼 성장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이 제휴한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여 파쇼권력기구를 해체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길이 미국의 제국주의정치공작에 의해 번번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6월 민주항쟁으로 알려진 1987년의 반파쇼민주화운동이 남(한국) 전역으로 확산되었을 때 전두환을 퇴장시키고 '6.29선언'을 들고 나온 노태우를 앞에 내세워 궁지에 몰린 군부출신 파쇼집권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준 정치공작, 1987년 12월 대통령선거에서 개량적 정치세력을 김대중계 정치세력과 김영삼계 정치세력으로 갈라놓음으로써 결국 노태우를 내세운 반동적 정치세력이 승리하게 만든 정치공작, 1990년 1월 노태우계 반동적 집권세력(민주정의당), 김종필계 반동적 정치세력(신민주공화당), 김영삼계 개량적 정치세력(통일민주당)을 이른바 삼당야합으로 끌어내어 '보수대연합'을 조작함으로써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의 '민주대연합'을 차단한 정치공작이 미국이 벌인 제국주의정치공작이었다.

1987년 이후 반파쇼민주화운동이 힘있게 전개된 것과 때를 같이하여 일어났던 위와 같은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남(한국)의 반동적 정치세력이 미국의 제국주의정치공작과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일으켰다고 보는 것은, 반파쇼민주화운동의 확산, 군부출신 파쇼집권세력의 위기,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 유지 사이에서 형성된 삼각의 정치세력관계를 알지 못하는 무지의 소치다. 당시 군부출신 파쇼집권세력이 가한 반동적 공세도 심했지만, 그 세력을 뒤에서 지원조종하면서 반파쇼민주화운동의 길을 가로막았던 주범은 미국의 제국주의정치공작이었다. 만일 제국주의정치공작이 없었다면,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이 제휴한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여 민주주의연립정부를 세웠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남(한국) 정치사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미국의 제국주의정치공작은 반파쇼민주화운동의 발전전망을 가로막음으로써 민주주의연립정부가 세워지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전략, 개량적 정치세력을 갈라놓고 그 일부를 반동적 정치세력이 주도하는 밀실야합으로 끌어들여 변태적 야합정부를 세우게 만드는 전략, 그렇게 세워진 변태적 야합정부를 차츰 개량주의단독정부로 바꿔 가는 전략에 따라 추진되었다. 그러한 장기전략의 완성기에 등장한 개량주의단독정부가 바로 노무현 정부다.

반파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은, 남(한국)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이 나선 모든 형태의 정치투쟁이 미국의 제국주의지배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투쟁, 곧 반미자주화운동을 전략적 중심에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여기서 두 가지 정치경험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8.15 조국광복 이후 남(한국)에서 집권에 실패한 적이 없는 반동적 정치세력을 개량적 정치세력이 누르고 개량주의단독정부를 세운 정치적 이변이 일어난 까닭은, 개량주의 간판을 내걸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정치정세가 변화발전되었기 때문이다. 명백하게도, 정치정세가 그 수준으로까지 변화발전된 것은 지난 수 십 년 동안 진보적 정치세력이 민주주의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하여 피눈물 어린 싸움을 벌여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그것은 진보적 정치세력의 민주주의적 요구에 양보할 수밖에 없을 만큼 반동적 정치세력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2) 개량주의단독정부는 개량주의정책을 추진하였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정책을 반대배격하는 반동적 정치세력의 역공세를 뚫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개량주의단독정부가 반동적 정치세력의 역공세를 뚫고 나가지 못한 까닭은, 그 정부가 사회계급의 양극화 추세에 밀려 정치적 기반이 약화되고 있는 중산층의 민주주의적 요구에 매달려 오락가락 동요하면서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억눌렀기 때문이다.

개량주의단독정부가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억누를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정부가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초보적 민주주의에 만족안주하려는 계급적 한계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개량주의단독정부의 사회계급적 한계는 그 정부가 추진하는 개량주의정책이 초보적 민주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뿐 아니라, 초보적 민주주의를 반대배격하는 반동적 정치세력과 벌이는 투쟁에서 패배를 거듭한 나머지 초보적 민주주의 실현조차도 매우 불철저하게 되어버리는 개량주의정책의 파산이라는 결과를 낳게 만든다.

4, 통일전선운동과 통일전선정부

통일전선정부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는 연립정부와 견주어 볼 때 훨씬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적 성격과 내용을 가진다. 여기서 말하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란 중산층이 요구하는 초보적 민주주의를 일부로 포함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요구수준을 넘어서는 민주주의, 다시 말해서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까지도 실현하는 민주주의를 뜻한다. 그러한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를 진보적 민주주의(progressive democracy)라 한다.

민주주의연립정부나 그것의 변종인 개량주의연립정부를 개량적 정치세력이 주도하고 중산층의 초보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후진적 정부형태라고 한다면, 통일전선정부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하고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선진적 정부형태라고 할 수 있다.

초보적 민주주의가 진보적 민주주의의 낮은 단계이며, 진보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 과도적으로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초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민주주의연립정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워 가는 사회변혁과정에 등장하는 과도적 형태다. 통일전선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초보적 민주주의의 정부형태인 민주주의연립정부를 세우는 과업이 전술적이라면 진보적 민주주의의 정부형태인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는 과업은 전략적이다. 그런 뜻에서 민주주의의 완성은 민주주의연립정부나 그것의 변종인 개량주의연립정부가 아니라 통일전선정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다.

통일전선정부에 관한 몇 가지 논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통일전선정부는 통일전선운동의 정치적 기반 위에 세워지는 정부다.

남(한국)에서 펼쳐지는 통일전선운동은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변혁운동의 한 형태다. 통일전선운동은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조국통일을 실현해 가는 사회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 청년학생, 여성, 지식인, 종교인, 문화예술인, 민족자본가, 그리고 군인까지 포괄하는 가장 폭넓은 사회정치적 결집력을 자기의 정치적 기반으로 하는 사회변혁운동이다.

통일전선운동의 정치적 기반은 다종다양한 사회단체들의 연대조직형태에서 차츰 강화발전되어 결국 정당이라는 단일한 정치조직형태로 집중집적되는데, 그러한 통일전선적 성격의 정당을 통일전선정당 또는 진보적 대중정당이라고 부른다. 민주노동당이 바로 그러한 정치조직이다. 통일전선운동은 다종다양한 사회단체들의 연대조직형태에서 출발하여 정당이라는 단일한 정치조직형태로 강화발전되는 것이다.

지금 남(한국)에서 다종다양한 사회단체들의 연대조직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큰 덩어리의 새로운 통일전선체를 내오고, 그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는 것은 다종다양한 사회단체들의 연대조직형태에서 출발한 통일전선운동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단일한 정치조직형태로 강화발전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민주노동당은 다양한 사회정치세력들이 단일한 정치조직형태로 집중집적된 남(한국) 통일전선운동의 주체이며, 장차 남(한국)에 통일전선정부를 세우기 위한 정치적 준비를 갖추는 주체다.

2) 통일전선정부는 통일전선운동의 승리에 의해 세워지는 정부다.

통일전선운동은 제국주의지배세력과 반동적 정치세력의 온갖 방해와 탄압을 뚫고 나아가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조국통일을 실현해 가는 복잡하고 어려우며 장기적인 정치투쟁이다. 그 운동이 자기의 정치투쟁에서 전략적 승리를 얻을 때 비로소 통일전선정부가 세워지게 된다.

통일전선운동의 승리는 통일전선의 사상과 전략을 가장 앞장서서 실천하는 지도핵심세력이 통일전선운동의 구심력을 틀어쥐고 전체 운동력을 끊임없이 강화발전시키는 것으로 얻는 것이다. 또한 통일전선운동의 승리는 느닷없이 나타나는 기적 같은 현상이 아니라, 통일전선의 사상과 전략에 따라 벌어지는 정치투쟁에서 여러 차례 전술적 승리를 쟁취하면서 최후의 전략적 승리를 향하여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 얻게 되는 것이다.  

3) 한(조선)반도에 세워질 통일전선정부의 두 가지 형태는 자주적 민주정부와 자주적 통일정부다.

일반적으로, 통일전선정부는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를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하는 새로운 형태의 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정부가 자주적 민주정부가 아닌 다른 것으로 될 수 없다.

특히 분단국가에서 자주적 민주정부를 세우는 과업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과업, 곧 자주적 통일정부를 세우는 과업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된다. 조국통일위업은 6.15 공동선언의 깃발 아래 남, 북, 해외의 각당각파 각계각층 사회정치세력이 결집한 민족통일전선운동에 의해서 수행되는데, 그 운동은 남(한국)에 자주적 민주정부가 세워짐으로써 자기의 조국통일위업을 완수하는 최고발전단계에 이르게 된다.

남(한국)에 자주적 민주정부가 세워지고 민족통일전선운동이 자기의 조국통일위업을 완수하는 최고발전단계에서 등장하게 될 자주적 통일정부도 역시 통일전선정부다. 자주적 통일정부는 남(한국)의 자주적 민주정부와 북(조선)의 자주적 사회주의정부가 연방제 통일국가 건설에 합의하여 세우는 통일전선정부다. 한(조선)민족의 최대 숙원인 평화적 통일이란 한(조선)반도의 범위에서 연방제적 통치권을 행사하는 통일전선정부를 세움으로써 실현되는 것이다. 연방제 통일국가 건설에 합의하여 통일전선정부를 세우는 것은 세계정치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형태와 내용의 정부를 창조하는 대사변이다.

4) 남(한국)에서 통일전선정부를 세우는 경로에는 개조경로와 교체경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이 제휴한 반파쇼민주화운동이 승리하여 세워진 민주주의연립정부가 통일전선정부로 개조되는 경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통일전선운동이 승리하여 개량주의단독정부를 통일전선정부로 교체하는 경로다.

그 두 가지 경로 가운데서 오늘의 변화발전된 정세가 요구하는 것은 민주주의연립정부를 통일전선정부로 개조하는 경로가 아니라 개량주의단독정부를 통일전선정부로 교체하는 경로라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다.

통일전선정부를 세우는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통일전선운동의 발전수준이다. 통일전선운동의 발전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는 통일전선정당, 곧 진보적 대중정당의 존재와 활동이다. 통일전선운동은 진보적 대중정당이 그 운동에서 어떠한 지위를 갖고 어떠한 역할을 맡는가에 따라서 그 발전수준이 정해지는 것이다.

통일전선운동이 진보적 대중정당을 내오는 수준으로 발전되지 못한 조건에서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개량적 정치세력과 제휴하여 투쟁하다가 투쟁이 승리하는 과정에서 공조합작하여 민주주의연립정부를 세우게 되고, 더 나아가 그 정부를 차츰 통일전선정부로 개조하는 정치투쟁이 벌어지게 된다. 그에 비하여, 진보적 대중정당이 결성되고 통일전선운동이 그 정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조건에서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집권전략에 따라 통일전선정부를 세우는 정치투쟁이 벌어지게 된다. 오늘 남(한국) 통일전선운동의 집권전략, 곧 통일전선정부 수립전략은 개량주의단독정부를 통일전선정부로 교체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의 집권전략이다.

5) 오늘 남(한국)의 정치정세는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적 정치세력이 제휴하여 반파쇼민주화운동을 벌였던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통일전선운동이 진보적 대중정당을 내오는 높은 수준으로 발전되었을 뿐 아니라, 통일전선운동이 진보적 대중정당을 중심으로 강화발전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따라서 오늘의 통일전선운동은 진보적 대중정당의 집권전략을 밀고 나가는 정치투쟁에 의해서 강화발전되는 것이지, 진보적 대중정당이 개량주의집권정당과 공조합작하는 연정수립전략에 의해서 강화발전되는 것이 아니다.

지난 반파쇼민주화운동 시기에는 집권전략을 아직 갖지 못한 진보적 정치세력이 개량주의야당을 중심으로 결집한 개량적 정치세력과 제휴하였고, 그 두 세력이 공조합작한 민주주의연립정부 수립을 지향하였지만, 오늘 서로 다른 집권전략을 각자 추진하는 진보적 대중정당과 개량주의집권정당이 정책공조전술을 넘어서 연정수립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진보적 대중정당과 개량주의집권정당이 전술적 공조 이상으로 나아갈 수 없는 까닭은, 진보적 대중정당의 집권전략과 개량주의집권정당의 재집권전략이 상호대립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진보적 정치세력과 개량주의집권세력이 공조합작하여 민주주의연립정부를 세우는 연정수립전략을 주장하는 것은, 진보적 대중정당이 결성되어 개량주의단독정부를 통일전선정부로 교체하는 집권전략을 추진하게 된 오늘의 정치정세를 무시하면서 통일전선운동사의 발걸음을 20년 전으로 돌려놓으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5.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와 오늘의 정치정세

오늘 남(한국) 정치정세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이르렀다는 말은 사회 전반의 민주주의적 개조변혁이 당면한 정치과업으로 나섰다는 뜻이며, 동시에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요구를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그 당면한 정치과업을 수행하는 주체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였다는 뜻이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는 사회변혁의 주체역량이 준비를 갖추는 정도에 따라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상향발전된다. 낮은 수준이란 주체역량의 준비정도가 아직 미흡하여 형식적 민주주의, 초보적 민주주의, 개량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수준을 말한다. 형식적, 초보적, 개량적 민주주의를 통칭하여 일반민주주의(general democracy)라고도 부른다. 사회변혁의 주체역량의 준비정도가 아직 미흡한 조건에서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개량적 정치세력과 불안정하게 제휴하는 한시적 공동투쟁이 벌어진다.

그에 비해서 높은 수준이란 사회변혁의 주체역량이 장성하여 통일전선운동이 활발히 벌어지는 단계, 다시 말하여 형식적이 아니라 실질적 민주주의, 초보적이 아니라 진보적 민주주의, 개량적이 아니라 혁명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지는 수준을 말한다. 이 수준에서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주도추동하는 통일전선정당을 중심으로 통일전선운동이 전개되며 진보적 정치세력이 집권하기 위한 투쟁이 벌어진다.

그런데 개량적 정치세력이 집권하여 개량주의단독정부를 세우면, 그 정부는 개량주의 간판을 내걸고 불철저하나마 형식적, 초보적, 개량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시작한다. 개량주의단독정부는 형식적, 초보적, 개량적 민주주의를 실현함으로써 사회계급관계에서 일어나는 대결과 위기를 타협과 안정으로 돌려놓으려고 한다. 그러나 제국주의독점자본으로부터 직접적인 수탈을 받는 남(한국)에서 노동계급 대 독점자본의 대립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이른바 '사회적 대타협'은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형식적, 초보적, 개량적 민주주의에 집착하는 개량주의집권세력이 실질적, 진보적, 혁명적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요구하는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과 충돌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이 실질적, 진보적, 혁명적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요구할수록 개량주의집권세력이 매달려있는 형식적, 초보적, 개량적 민주주의는 낡은 민주주의로 전락하게 된다.

낡은 민주주의는 개량주의집권세력이 불철저하게 추진하는 개량주의정책에 의해서 정권으로부터 주어지는 민주주의다. 그에 비하여 새로운 민주주의는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지향과 요구를 실현하는 통일전선운동이 쟁취하는 민주주의다.

개량주의집권세력이 매달려있는 낡은 민주주의가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이 지향하고 요구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로 대체되는 것은,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가 낮은 수준에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섬으로써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경로이며, 사회역사적 현실이 민주주의적으로 개조발전되는 합법칙적 경로다.

지금 남(한국) 정치정세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낡은 민주주의를 새로운 민주주의로 대체하기 위한 통일전선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오늘 정치정세가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낡은 민주주의를 새로운 민주주의로 대체하는 통일전선운동은 민주주의의 원칙들을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철저히 실행하고,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권리를 전면적으로 쟁취하는 투쟁이다. 오늘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이른 남(한국)의 통일전선운동은 낡은 민주주의를 새로운 민주주의로 교체하는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 자신의 투쟁인 것이다.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은 헐벗고 굶주리는 단말마적 고통을 겪게 될 때 비로소 저항하는 그런 나약하고 피동적인 사회집단이 아니다.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생존권사수투쟁은 헐벗고 굶주리는 천민집단의 단말마적 모질음이 아니라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의 민주주의적 권리와 이익을 쟁취함으로써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를 상향발전시키는 투쟁이다.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가 상향발전되어가는 과정에서 진보적 정치세력은 통일전선을 형성강화하고 통일전선운동을 주도추동함으로써 낡은 민주주의를 넘어서서 새로운 민주주의, 곧 진보적 민주주의로 전진한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논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가 상향발전하는 속도는 주체역량에 의해서 결정된다. 주체역량이란 사회변혁을 지향하는 진보적 정치세력이 가진 역량을 뜻한다. 진보적 정치세력은 각계각층 사회정치역량을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로 끌어간다. 그 과정에서 결집되는 다종다양한 역량의 전략적 총합이 통일전선역량이다.

통일전선역량은 이처럼 각계각층의 다양한 구성성분을 갖지만, 기본적인 것은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결집한 근로대중의 조직화된 역량이다. 노동계급을 중심으로 결집한 근로대중의 조직력을 기본으로 하여 각계각층의 다양한 진보적 정치세력을 조직화한 것이 통일전선체이며, 그것의 발전된 조직형태가 통일전선정당 곧 진보적 대중정당이다.

그러므로 오늘 남(한국) 노동계급의 자주역량은 민족적 자주성과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조국통일 실현에 공동의 이해관계를 갖는 각계각층 사회정치세력들을 민주노동당의 깃발 아래 형성된 통일전선에 결집시키고 그 전선을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투쟁으로 이끌어 가게 되는데, 바로 그러한 투쟁에 의해서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가 상향발전하는 속도가 결정되는 것이다.

2)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서는 정치적 파국이 다가온다.

노동계급 및 근로대중이 차츰 노폐해지는 개량적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사회변혁의지에 공감하여 통일전선정당에 결집할 때, 그리고 개량주의집권세력이 지배질서의 개편(언론에서는 정계개편이라고 부름)을 꾀하지 않고서는 자기의 지배권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정치적 파국이 다가온다.

지난 시기 반파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제국주의 미국은 남(한국)에서 정치적 파국을 피해 가는 제국주의정치공작을 오랫동안 추진해왔다. 그 정치공작은 개량적 정치세력이 집권하게 하여 다가오는 정치적 파국을 개량적 안정으로 돌려놓는 공작이다. 지난 시기 남(한국)의 정세에 정치적 파국이 몇 차례나 닥쳐왔는데도 번번이 위기를 넘기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추세를 이어온 것은 다가오는 정치적 파국을 개량적 안정으로 돌려놓는 제국주의정치공작이 일정 기간동안 통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남(한국)에서 벌여온 제국주의정치공작은 그 공작이 일단 성공하여 개량적 정치세력이 집권한 뒤 얼마 가지 않아 마비되기 시작하였다. 그러한 사태는 개량주의집권세력의 대미예속심화와 사회계급적 한계, 그리고 개량주의집권세력이 내건 개량주의 간판을 끌어내리려는 반동적 정치세력의 역공세가 노무현 정권에게 정치적 파국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뜻한다. 명백하게도,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전략은 정치적 파국이 다가오는 위기국면에서 빠져 나오려는 궁여지책이다.

브라질의 개량주의집권세력도 남(한국)의 개량주의집권세력과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다. 노동자당(Workers Party)의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Luiz Inacio Lula da Silva)는 2002년 11월에 실시된 대통령선거에서 65%의 지지율을 얻어 집권하였고, 한때는 대중적 지지율이 무려 90%까지 치솟기도 하였으나, 결국 개량주의정책의 파산으로 궁지에 몰리는 바람에 얼마 전 노동자당은 제1야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Brazilian Democratic Movement Party)에게 연립정부를 세우자고 제안하였다. 제1야당에게 장관직 세 자리를 나누어주겠다는 것이다. 브라질에는 집권당인 노동자당이나 제1야당인 브라질민주운동당 이외에도 민주노동당(Democratic Labor Party), 브라질사회민주당(Brazilian Social Democracy Party) 같은 개량주의정당들이 있으므로, 개량주의단독정부가 개량주의연립정부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만일 노무현 정권이 정치적 파국이 다가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았다면 현존하는 개량주의단독정부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2007년 선거에서 재집권하는 전략을 추진하려고 하지 다른 정당들에게 권력의 일부를 나누어주려는 연정수립전략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3)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전략은 연립내각구성을 지향한다.

그 정권이 말하는 연립정부라는 것은 연립내각을 구성한 정부라는 뜻이다. 연립내각 구성이란, 청와대 홍보수석의 표현을 빌리면, "사회적 대통합 추구를 위해 정치권이 각자의 정책노선을 포기하고 함께 책임을 지는 대연정"이다.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방식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대통령책임제를 유지하면서 각료직 몇 자리를 야당에게 나누어주는 저강도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책임제를 내각책임제로 바꾸고 총리직을 넘겨주는 고강도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연립정부는 의석 비율로 구성되기 때문에 국회의석을 각각 10석밖에 차지하지 못한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을 대상으로 하는 연립내각 구성방식은 그 두 야당에게 장관직 한 두 자리 나누어주는 저강도 방식이 될 것이고, 상당수 의석을 차지한 제1야당인 한나라당을 대상으로 하는 연립내각 구성방식은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고 내각책임제를 도입하여 한나라당에게 총리직을 넘겨주는 고강도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전략은 저강도 연립내각 구성방식과 고강도 연립내각 구성방식을 떼어놓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결합하거나 한꺼번에 채택하는 전략이 될 가능성이 있다.

노무현 정권이 한나라당과 공조합작하여 연립내각을 구성하는 경우, 그것은 개량주의가 퇴색한 변태적 연립정부가 될 것이다. 개량주의정당들이 난립해 있는 브라질의 정치정세와 달리, 남(한국)에서는 개량주의집권세력이 공조합작할 제1야당이 반동적 정치세력의 결집체인 한나라당 밖에 없으므로 개량주의가 퇴색한 변태적 연립정부가 출현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6. 글을 마치며

개량주의집권세력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요구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들의 눈치나 살피면서 굴종할 수밖에 없는 정치세력이며, 사회민주주의정책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정치세력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정치세력이 제국주의지배체제에 묶여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치세력이 결집된 정당이 열린우리당이며, 그러한 성향의 관리들로 이루어진 정부가 노무현 정부다.

반면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요구에 대해서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하는 자주성을 가진 정치세력, 미국이 강요하는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반대배격하는 정치세력, 세계정치사에서 이미 파산하였음이 입증된 사회민주주의를 넘어서 진보적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결집한 유일한 대안정당이 민주노동당이다.

이처럼 속성이 상호대립적인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이 공조합작하여 연립정부를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가능한 길이 있다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공조합작하여 개량주의가 퇴색한 변태적 연립정부를 세우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경우 연립정부의 변태성은 정권의 불안정과 위기를 반영하는 뚜렷한 징표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전략이 파산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노무현 정권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정치적 파국을 피해보려는 궁여지책으로 연정수립전략을 내놓았으나, 그 정권이 제국주의지배체제에 묶여있는 이상 다가오는 정치적 파국을 피할 수 있는 출로는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연정수립전략이 파산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까닭이 거기에 있다.

이처럼 파산의 위기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정치세력이 있는가 하면, 그와는 반대로 전진의 깃발을 휘날리며 투쟁하는 정치세력이 있다. 오늘 사회변혁의 민주주의적 단계에 이른 남(한국) 통일전선운동은 민주주의연립정부 수립의 낡은 깃발이 아니라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새 깃발을 들고 전진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날로 강화발전되는 통일전선운동의 앞길에는 자주적 민주정부 수립의 깃발이 단결과 승리의 바람을 일으키며 휘날리고 있다.

올해 안에 '통일연대'와 '민중연대'를 통합하고 그 밖의 진보적 사회정치세력들이 결집하여 큰 덩어리의 통일전선체를 내오면, 남(한국)의 통일전선운동은 기초축성을 마친 단계에 들어서게 된다. 기초축성을 마친 통일전선운동은 민주노동당의 집권전략을 안받침하면서 더 힘있게 투쟁하기 시작할 것이다. 통일전선운동의 기초축성을 마쳐야 하는 지금은 진보적 정치세력들이 정파적, 분파적 이해관계를 뒤에 두고, 우선 큰 덩어리의 통일전선체를 내오는 정치조직사업에 온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2005년 7월 2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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