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결시 자신감의 발로'

- ‘2.10 핵무기 보유선언’의 배경과 전망 


박경순(한국진보운동연구소 소장)


 

지난 2월 10일 이북 외무성은 <① 우리는 6자회담을 원했지만 회담 참가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 불가피하게 6자회담 참가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다 ② 미국이 핵몽둥이를 휘두르면서 우리제도를 기어이 없애버리겠다는 기도를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인민이 선택한 사상과 제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고를 늘이기 위한 대책을 취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부쉬행정부의 증대되는 대조선고립압살정책에 맞서 핵무기전파방지조약에서 단호히 탈퇴하였고 자위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요지의 공식 성명을 발표하였다.

6자회담의 조기개최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온 부시 정부는 애써 대수롭지 않은 듯 무시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는 기색이 역력하다. 웰던을 비롯한 미하원 의회대표단의 평양방문이후 야심적으로 추진해온 6자회담이 곧 성사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워싱턴 정가는 뜻밖의 사태에 아연실색한 채 침묵에 휩싸여 있다. 6자회담 관련 당사국들도 전혀 예기치 않았던 사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그리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른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내여론도 현 사태의 의미와 향후 전개양상을 둘러싸고 수많은 의견들이 충돌하고 있다. 

마치 핵폭탄이 워싱턴에 투하된 것처럼 굉음을 울리며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는 이북의 2.10성명의 배경과 정치적 의미, 향후 전망을 분석해 본다. 


1. 2.10 외무성 성명의 배경

2.10 외무성 성명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빚어낸 필연적 귀결이다. 

지난 해 제3차 6자회담에서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기초한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대화와 협상을 벌여나가기>로 원칙적인 합의를 보았다. 그러나 미국은 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리비아식 해결방식> 운운하면서 제3차 6자회담의 합의를 파기한 채 다시 선핵포기를 강요함으로서 9월 말에 열리기로 했던 제4차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한 채 무기한 표류하였다. 그 당시 이북은 3차6자회담의 합의사항을 파기하고 다시금 선핵포기 노선을 강요하는 미국의 행동에 대해 강력한 조처를 취했었어야 했으나, 미국대선이라는 특수한 환경과 조건을 고려하여 차분하게 기다려 주었다.

하지만 재선에 성공한 부시 정부는 지난 4년동안 대북정책의 실패를 교훈삼아 대북 적대시 정책을 폐기하고 평화공존노선을 채택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지난 4년 동안 대북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더욱 교묘하고 교활한 대북 붕괴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구체화해 나갔다. 부시 정부가 새롭게 수립한 교묘하고 교활한 대북 붕괴전략은 그 구체적 면모가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몇 가지 사례만 갖고서도 그 전모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 

① 부시는 자신의 취임사에서 <세계의 폭정을 종식시킨다는 궁극적인 목표로 민주주의 운동과 제도의 성장을 추구하고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군사력을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필요할 경우 우리 자신과 우방을 보호하기 위해 무력을 사용할 것이다.>고 선언함으로서 부시 행정부 1기 때의 ‘반테러전쟁’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중심적인 국정목표로 제시하였다. 

그것은 어떤 측면에서는 반테러 전쟁이라는 군사적 공격정책에서 체제의 변형을 위한 외교적 정책으로 군사적 패권정책을 부분적으로 완화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테러와 대량살상무기 제거’라는 소극적 방어적 목표에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적극적 공세적 목표로 확대함으로서 더욱더 침략적 공격적 성격을 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북에 대해서도 핵문제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제거라는 기존의 요구에다가 덧붙여, 인권문제 등을 비롯한 <이북의 체제와 제도>문제를 직접적으로 쟁점화하고 문제시하며, <이북체제와 제도변경>요구를 첨가시켜, 그것을 북미협상의 쟁점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당국자가 소위 이북에 의해 납북되었다고 하는 김동식 목사 송환문제를 제4차 6자회담에서 제기하겠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이북의 입장으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체제에 대한 정면도전이고 내정간섭으로, 향후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은 전혀 바뀌지 않고 더욱 강화될 것으로 판단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어떠한 대화와 협상도 무의미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② 이것은 라이스 국무부 장관의 인준청문회에서 보여준 그녀의 대북관과 대북정책노선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 1월 18일 상원인준 청문회에서 이북을 포함한 6개국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칭하면서 ‘공포사회’ ‘매우 폐쇄되고 불투명한 사회’ ‘위험한 군사 강국’ ‘세계에서 가장 절망적인 북한 주민’ 등 강한 불신을 나타내면서 이북도 결국 미국식 ‘민주주의의 확산’의 대상이 될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녀는 이북을 겨냥하여 “미국은 세계 모든 압제받는 사람들의 편”이라고 밝혀 최소한 <이북체제의 변형>을 추진한 것임을 명백히 밝혔다. 이북의 체제를 변형하겠다는 라이스의 언명은 단순히 라이스 개인적인 사견이거나 우발적인 발언이 아니다. 그것은 지난 대선이후 12월 초 미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스티븐 헤들리가 공개적으로 표명한 이후 미국정부 관리들에게서 나온 일관된 주장으로서 이것은 이미 부시 정부 2기의 대북정책방향이 상호체제존중과 인정에 기초한 평화공존정책이 아니라 다양한 외교적 군사적 방법을 동원한 이북 체제의 약화와 변형, 더 나아가 체제 붕괴라는 대북적대시 정책을 지속적으로 밀고나가겠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③ 미국의 이러한 입장과 정책의지는 단순히 수사적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전략과 계획에 기초하여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 2.10 이북측 외무성 성명이 발표된 직후 2월 14일 뉴욕타임스가 폭로한 바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이북의 핵보유선언이 나오기 수개월 전부터 이북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개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명 ‘도구모임’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대북 제재방안은 이북측의 금융거래를 추적해 봉쇄하는 것을 목표로 국제적 협조제재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이 금융거래를 이용해 위조와 마약밀매, 미사일 및 무기 기술 판매 이득을 얻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의 수입원을 추적 차단하려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미국은 이북측이 이용하고 있는 은행과 회사 등의 명단을 수집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러한 계획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주도로 마련되었다고 NYT는 밝히고 있으며, 더 놀라운 것은 이 계획의 설계자가 국가안전보장회의 대확산 담당자인 로버트 조지프라는 것이다. 그는 존 볼튼에 이어 국무부 국제안보 및 군비통제 담당 차관으로 사실상 내정된 상태이다. 그를 주목해야 할 이유는 초강경 발언으로 물의를 빚어온 볼튼과는 달리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전략가'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셀리그 해리슨은 14일자 <한겨레> 기고문에서 "볼튼처럼 대담하거나 공공연히 도발적이지 않은 '은밀한' 조정자로서 조지프는 강경정책을 밀어붙이는 데 있어 볼튼보다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제재 전략과 관련해 미국의 전직 관리가 "부시 대통령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새로운 대북제제 전략에) 훨씬 강도 높게 관여하고 있다"고 말한 부분도 주목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개인적인 혐오감이 정책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략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일부 전략은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일본이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하는 선박유탁손해배상보장법은 이 전략의 한 예라고 미 정부 관리들이 확인했다. 대북 압박에 미-일 양국이 밀접하게 손발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손해배상보장법은 1백톤 이상 선박의 선주책임보험(PI) 가입을 일본 국내 입항조건으로 규정한 것으로, 이북선박의 PI 가입률은 극히 낮아 이 법이 적용되면 만경봉호 등 이북 선박의 입항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④ 이북체제의 내부붕괴(체제변형)를 노리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은 지난 2월 14일-16일 까지 서강대학교에서 있었던 <북한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에서도 그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북한인권법>을 한국정부의 우려속에서도 전격적으로 통과시켜, 이북의 인권문제(이북의 인권문제는 본질적으로 이북체제와 제도문제이다.)를 국제정치적 문제로 부각시키고 소위 ‘인권’을 무기화하여 이북에 대한 정치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이번 서울에서 열린 ‘북한인권’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를 조직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전세계에 명확히 시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서강대에서 열린 <북한 인권 난민문제 국제회의>는 형식상 인권단체들 사이의 국제회의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적으로 미국정부, 특히 CIA의 작품인 것이다. 그것은 이번 국제회의를 주최한 단체가 NED(미국전국민주주의 재단)이라는 사실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NED는 미국정부가 공식자금을 지원하는 정부산하 재단으로서 형식상 민간단체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사실상 CIA의 정치공작부대이다. 

NED가 출범한 배경을 놓고 보면 이것이 보다 분명해진다. NED는 이란 콘트라 스캔들의 산물이다. 이란콘트라 스캔들이란 지난 80년대 레이건 정부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불법적으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판매대금의 일부를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게 지원한 사실이 폭로된 정치 스캔들이다. 이 사건은 미국정부가 당시 이라크와 전쟁중인 이란 정부를 원조하지 않을 것이라던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에 배치되게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무기를 판매했다는 점, 그리고 그 무기판매대금을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게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이 심각한 정치적 도덕적 문제점으로 부각되어 레이건 정부의 도덕성에 치명적으로 타격을 가했으며, 더 나아가 미국정부가 합법적인 정부(니카라과 정부)를 붕괴시키기 위한 치밀한 정치공작을 벌였다는 것이 전세계에 폭로되어 미국정부의 국제적 위신을 크게 실추시켰다. 

이란콘트라 사건을 교훈삼아 미국정부는 정부내 비밀정보기관을 중심으로 벌이던 해외비밀공작과 불법적 자금지원활동을 아예 합법적인 방식으로 전화하기로 하고 그 대신 정부가 직접적으로 벌일 수 없는 조건아래에서 이것을 대행해 줄 수 있는 민간기구를 설립하기로 하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로 NED이다. NED는 미국정부가 공식적으로 예산을 지원하여 운영되는 민간단체이며, 내용적으로 CIA의 정치공작반의 지휘아래 그들의 전략에 따라 움직여지는 단체이다. 

이번 서강대에서 열린 <북한인권 난민 국제회의>는 형식상 전세계 인권단체들의 자발적인 국제회의인 것처럼 보이지만 철저히 NED의 지휘아래 미국의 전략과 필요성에서 조작된 정치적 행사이며, 이 정치적 행사가 노리는 목표는 바로 이북의 인권문제를 국제화하여 반북여론을 전세계적으로 확산시키자는 것이다. 이 행사에 참가한 대부분의 국내외단체들의 NED의 자금지원을 받고 일상적으로 NED의 정치적 지휘아래 움직여지는 인권단체의 탈을 쓴 정치적 단체들이다. 이번 행사는 현시기에 미국정부의 대북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상과 같은 몇 가지 사례를 놓고 보아도 현시기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현주소를 명확히 추론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정리하자면 부시 행정부는 재선이후에도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거나, 수정 또는 완화하지 않고 있으며, 더욱 교묘하고 교활하게 추진하고 있다. 일부에서 과거 군사적 공세와 체제붕괴전략을 앞세웠던 것이 정치외교적 공세, 체제변형전략으로 바뀌었으며, 이것은 대북 적대시정책(대북 붕괴전략)의 후퇴 또는 완화이며, 대화와 협상의지가 높아진 것이 아닌가? 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분석이다. 미국이 군사적 압박에서 정치외교적 해결원칙을 앞세우고, 체제붕괴를 앞세우던 것이 체제변형을 얘기하여,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것은 아니다고 말하는 것은 단순히 기만적인 것에 불과하다. 

단언하건데 이북을 붕괴시키려는 전략적 목표아래 추진되고 있는 대북 적대시정책은 전혀 수정되거나 완화되지 않았다. 단지 그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인 방침이 바뀌었을 뿐이다. 즉 노골적인 군사적 압박공세가 전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호전성만을 부각시켜 미국 스스로 국제적인 고립만을 자초할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들의 본심과 정체를 숨긴 채 이북을 체계적으로 고사시킬 저강도 전략을 새롭게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저강도 전략이 어찌보면 더욱 교활하고 위험한 전략인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말로만 큰소리쳤던 존 볼튼이 순진하고 덜 위험스러운 존재였는지 모른다. 

미국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이북체제 변형전략(저강도 전략)은 인권과 마약, 위폐 등을 앞세워 이북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이북에 대한 경제제재를 확대하여 경제적 고립을 심화시키고, 이북체제 내부를 교란 혼란시키기 위한 다양한 비밀 정치공작을 강화하고 남북관계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이북체제 변형전략은 이북체제 붕괴전략의 한 부분으로서 전 단계 작업에 속한다. 

그렇다면 북미평화공존 의지가 전혀 없는 미국이 지금 6자회담에 사활적으로 매달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라이스의 직접적인 표현을 통해서 미국측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라이스는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은 6자회담 참여국들의 이웃에 있는 문제(problem)”라고 규정하고 “6자회담은 이 문제를 관리해 나간다는 더 폭넓은 문제(question)와도 관련있기 때문에 중요한 혁신적 창안”이라며 “그러나 지금 우리의 우선 목표는 핵문제를 처리하는 것이며, 그 후 6자회담을 통해 이 위험한 정권을 관리하는 더 폭넓은 문제도 다루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6자회담이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해결하는 틀로서가 아니라 이북을 ‘6자회담의 외교적 틀거리’로 묶어두고 외교적 압박을 통해 선핵포기를 강요하고 더 나아가 이북체제의 변형을 시도하겠다는 의도이다.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이 전혀 바뀌지 않고 더 나아가 교묘하고 교활한 대북 체제변형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북을 고사시키려고 하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난 이상, 그리고 6자회담 공간을 그러한 수단으로 악용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조건에서 무조건 6자회담에 참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최소한의 대화와 협상의지가 없는 상대와 그 무엇이 가능하겠는가?

바로 이러한 점이 이북의 2.10외무성성명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따라서 이북의 2.10외무성성명(6자회담 무기한 불참선언과 핵무기 보유 및 강화성명)은 철저히 미국에 의해 강요된 것으로, 대북 적대시정책을 더욱 강화한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책임인 것이다. 


2. 2.10 외무성 성명의 정치적 의도

이북 외무성의 2.10성명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북미대결은 새로운 국면을 나아가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남북관계 한미관계 북중관계 한중관계 중일관계도 새롭게 변화발전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새로운 정세하에서 우리정부와 국민대중들의 판단과 선택도 향후 정세 발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북의 이번 성명의 의도는 무엇인가? 일부에서는 이번 이북외무성의 성명을 북미협상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기 위한 ‘판돈올리기’라고 분석하는데 이것은 전혀 틀린 얘기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정확하고 올바른 분석이라고 볼 수 없다. 이번 이북외무성 성명에서도 명백히 밝혔듯이 “회담 참가 명분이 마련되고 회담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고 인정될 때까지”라고 조건부 불참선언을 하였다. 이것은 역으로 회담참가 명분과 조건이 주어진다면 회담에 참가하겠다는 것이며, 이번 성명은 바로 이러한 회담참가 명분과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인 것으로서 협상을 위한 ‘판돈 올리기’적인 성격이 명확히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따르게 되면, 미국이 이북의 요구에 응하지 않게 되면 이북은 얻는 게 없는 실패한 게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빠질 가능성이 많다. 또 미국이 반드시 자신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러한 성명을 냈다고 단정짓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판돈올리기’론은 도박판이 유지되어야만 의미가 있다. 만약에 도박판이 깨진다면 ‘판돈올리기’는 무의미하게 된다. 그러나 이북 외무성의 2.10성명은 명백히 6자회담의 유지를 전제로 한 ‘판돈을 올리기’ 전술이 아니다. 이것은 이북의 한성렬 주유엔 대사가 인터뷰에서 <6자회담은 이미 낡은 얘기(old story)>라고 밝힌 데서 이북의 입장을 명백히 알 수 있다.

그것은 대북 적대시정책의 철회가 전제되지 않는 기만적인 대화는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정면 대결선언인 것이다. 즉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정책의 전면 철회를 요구하며, 이것이 수용되지 않는다면 <‘대화를 위한 대화’는 더 이상 없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 정책전환이 전제되지 않으면, 더 이상 대화와 협상에 기대를 걸지 않고 독자적인 길(핵무기 보유국의 길)을 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북의 정책과 노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은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으면, 이북경제의 재건과 비약적 성장이 불가능하며, 이북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미관계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이북의 정책과 입장에 대한 완전한 오해이다. 이북은 강성대국건설과 6.15공동선언이행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과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미관계개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북미관계개선 문제를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북미관계 개선을 이북경제 재건과 비약적 성장의 전제조건을 바라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북미관계 개선과 이북경제 재건과 비약적 성장문제를 연계하게 되면 강성대국건설을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북의 입장은 북미관계 개선과 관계없이 자체의 힘으로 경제재건과 비약적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이것을 이북은 선군노선에 기초한 경제건설노선이라고 부른다. 이북은 자신들의 선군노선에 기초한 경제건설노선이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정부나 한국은행 등에서 이북경제에 대한 객관적 분석으로도 어느 정도 사실로서 입증되고 있다. 이북이 이번에 이처럼 강경한 정면대결로 나오게 된 배경에는 이러한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

이북의 이번 성명의 배경과 의도를 종합분석하자면,

첫째, 미국의 대북정책이 부시 2기 행정부에서도 전혀 변화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인권공세>와 <경제적 압박공세>등 더욱 교묘하고 교활한 체제변형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북체제와 제도를 붕괴시키려 하고 있으며, 둘째, 특히 당면해서 미국은 이라크와 이란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북미관계에서 현상유지적 지연전술을 구사하려고 하고 있으며, 6자회담도 이러한 지연전술에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되고 있을 뿐이며, 더 나아가 이북을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공간으로 변질시키려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상태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을 향해 <전쟁이냐> <협상이냐>를 선택할 것을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을 한 데는 현시기 북미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즉 이북은 선군정치(선군무장력과 전인민적 단결력)에 대한 자신감, 선군노선에 기초한 경제건설노선에 대한 자신감, 선군노선에 기초한 외교력에 대한 자신감,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민족공조에 대한 자신감에 기초하여 북미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강하게 깔려 있다고 판단된다. 

이북은 미국이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고 충분히 대처할 수 있으며, 어떠한 경우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로 미국이 이북의 요구를 수용하여, 대북적대시 정책을 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하여, 진지한 협상자세로 나오게 되면, 6자회담이든 북미 직접회담이든 어떠한 형태로든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기초한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미협상을 통해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 국교정상화>를 실현함으로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유리한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나갈 수 있으며, 둘째 미국이 이북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지연전술을 구사한다면, 자위적 핵무장력을 비약적으로 강화시켜 <핵무장군사강국>으로 도약하여 미국의 군사적 공격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대북 적대시정책을 힘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으며, 셋째 미국이 이북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반대로 대북 정치군사적 경제적 압박공세를 강화한다면, <전쟁불사>를 각오하고 전면적 대결을 통해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처럼 이북이 자신만만한데는 충분히 이유가 있으며, 객관적으로 보아도 그 이유가 타당하다. 

미국은 이북의 2.10 성명으로 다시 한번 진퇴양난의 궁색한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까지 경험으로 섣부른 군사적 압박공세로는 이북을 약화굴복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정치외교적 고립에 빠져들고 이북의 정치외교적 입지만을 높여줄 뿐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압박공세에 섣부르게 나설 수 없다. 

그렇다고 전쟁불사를 각오한 전면적 대결을 펼치기에는 여러 가지 점에서 불리하다. 

첫째, 미국의 세계전략에 커다란 차질을 초래한다. 미국은 올해 이라크 처리를 마무리하는 한편 이란으로 전선을 확대하여 중동지역에서 확고한 패권을 구축하지 않는다면 애써 따낸 이라크에 대한 지배력도 무력화될 수 있다. 이번 이라크 총선에서 반미 친이란 성향의 시아파가 승리하여 이라크 정부구성에 주도권을 차지한 조건에서 중동(이란과 이라크)에서 발을 뺄 수 없다. 따라서 이라크에 이어 이란정부를 굴복시키려는 것이 현재 미국정부의 가장 핵심전략으로 되고 있다. 이러한 처지에서 한반도 문제에 깊이 빠져들게 되면 전력이 분산되어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양쪽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점을 우려하고 있다. 

둘째 이북과 전면적 대결을 펼치기에는 이북에 대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새롭게 <체제변형전략>으로 시도하고 있는 인권공세나 경제공세는 단기간에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이 아니라 중장기 전략이다. 따라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단기전면전에는 별 효과가 없다. 그리고 다른 군사적 외교적 제재수단은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이다. 더 나아가 현시점에서 이북을 무력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단기 전면전을 치를 수 있는 힘이 없는 게 미국의 냉엄한 현실이다. 반면에 이북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등등의 여러 가지 군사적 공격수단이 즐비하게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정책당국자들이 합리적 이성을 가진 집단이라면 대북 적대시정책을 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하여 이북과의 직접협상의 자리에 나오겠지만, 한반도가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과 함께 대북불신과 적대감이 극도에 달한 부시 행정부는 쉽사리 대북 적대시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겨우 한다는 것이 한국에 압박을 가해 남북경협 확대를 저지하고 남북대결구조를 강요하여 이북을 압박하여 6자회담 마당으로 이북을 끌어내려고 획책할 것이다. 즉 현 시기 미국은 이북의 핵보유선언을 애써 외면하는 <악의적 무시정책>으로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3. 향후 전망과 우리의 당면과제

이북의 2.10외무성성명(6자회담 참가 무기한 중단과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한반도 핵문제를 둘러싼 각축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6자회담에 참가한 각 나라들은 정치군사적 외교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현 상황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바꾸어 나가려고 온힘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가장 첨예하게 대결하고 있는 양당사자인 이북과 미국은 새로운 정세의 주도권을 틀어쥐려고 사활적인 혈투를 벌일 것이다. 

향후 정세의 주도권을 누가 틀어쥐는가의 여부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변수는 이남사회의 상황에 달려 있다. 즉 이남사회의 정세와 분위기와 여론이 어떻게 조성되고 노무현 정부가 어떠한 정치적 태도를 취하는가가 향후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으로 될 것이다. 

미국은 이 기회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극대화하여, 공고한 한미동맹의 틀로 묶어세우고, 한국 내에 이북 핵무기 보유선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켜 남북관계를 차단한다면, 향후 북미대결에서 주도권을 다시 틀어쥘 수 있다고 보고, 여기에 힘을 집중하는 한편, 그동안 자신들의 대북 적대시정책의 관철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중국과 러시아를 회유하여 미국편으로 끌어들여 대북압박틀을 재구축하기 위해 온갖 힘을 쓸 것이다. 

반면에 이북은 민족공조와 국제적 연대를 통해 현 상황을 정면돌파하려 할 것이다. 즉 이를 통해 미국을 역포위고립화하여, 정세의 주도권을 튼튼히 틀어쥐고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힘으로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정치외교적 격돌에 결정적인 변수로 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올바른가를 냉철한 이성에 기초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여야 한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냉철한 이성에 기초한 합리적 판단과 결정을 가로막는 몇 가지 잘못된 고정관념이 존재한다. 

첫째는 핵확산 도미노이론이다. 

우리사회 일각에서는 <북핵 보유는 절대로 반대한다>는 여론이 엄존한다. 그 여론중에는 반북대결적 관점에서 <북핵은 남침용>이라는 냉전적 관점과 입장에서 반대하는 여론도 있지만, 상당수는 <북핵이 남침용>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지만 <이북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동북아시아에 일본의 핵무장, 한국의 핵무장, 대만의 핵무장을 필연적으로 초래하게 되면서 동북아시아에서 핵확산 경쟁을 초래하게 되어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게 된다>는 이유에서 <북핵 보유를 반대하고 북핵무기 보유선언을 비판하는> 여론이 존재한다. 이것이 소위 <핵확산 도미노론>이다. 

이러한 핵확산 도미노론의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① 한반도 평화수호의 관점과 입장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의 모든 인식과 사고의 출발점은 한반도 평화의 수호이며, 더 나간다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이다. 우리가 핵확산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세계평화 이전에 한반도 평화, 즉 우리민족의 평화적 공존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민족의 운명(한반도 평화와 민족의 화해통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며, 이것을 기준으로 사고하고 판단하여야 한다. 그렇다고 보았을 때 핵확산 도미노론이 일정한 타당성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것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것은 핵확산문제를 절대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것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핵만은 절대 안된다>는 고정관점에 사로잡히지 말고 왜 <핵만은 안된다>고 생각하는지를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사고의 기초에는 미국과 NPT체제에 대한 그릇된 믿음이 존재하고 있다. 즉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핵무기를 갖지 않는 나라에 대해 핵무기를 갖고 위협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이 NPT의 정신이라면, 그것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한반도에서는 깨어졌다. 미국은 수십년 전부터 한반도에 수천기의 전략전술적 핵무기를 배치하여 왔으며, 핵선제타격전략을 수립하고 핵전쟁연습을 정기적으로 벌임으로 핵공갈과 위협을 일상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1991년 부시1세의 선언의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술적 핵무기가 철거되었다고 하지만 그것도 과연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며, 더 나아가 미국의 핵잠수함과 항공모함이 동해상에 배치되어서 언제라도 핵무기를 통한 대북공격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이북과의 전쟁이 발발했을 시 당연히 핵전쟁을 가정한 전쟁계획을 수립하고 전쟁연습을 일상적으로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그 누가 미국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근원을 없애자는 것이 근본 목적이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대북 핵전쟁계획으로 이미 무너져 있는 상태이다. 

우리민족에게는 핵확산과 동북아시아에서 핵확산경쟁문제가 급한 것이 아니라, 그것보다 우선적인 것은 한반도에서 핵전쟁의 발발을 방지하고 한반도 평화를 수호하는 것이다. 이것보다 절대적으로 앞서는 과제는 없다. 그렇다면 <핵보유만은 절대 안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이북의 핵무기 보유>가 한반도 평화수호문제와 어떠한 관련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실사구시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② <핵도미노론>은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그것은 마치 과거 <베트남이 공산화되면, 공산주의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된다>는 도미노이론과 전혀 다르지 않은 그릇된 가정에 기초한 논리이다. 이북의 핵무장이 필연적으로 일본의 핵무장을 불러오며, 한국의 핵무장을 불러온다는 가정에는 아무런 논리적 근거도 없고 사실과도 부합되지 않는다. 

우선 한국의 경우 철저하게 한미군사동맹체제에 얽매어 있고 미국의 식민지라 할 정도로 종속적이고 예속적인 관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북이 핵무기 보유가 기정사실화된다 하더라도 미국의 조종과 지시없이 핵무기 제조를 할 수 있겠는가? 

일본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본은 현재 철저히 미국과의 일미동맹체제에 기초해서 군국주의화를 추구하고 있으므로 미국과의 동맹유지보다 더 앞서는 것은 없다. 미국과의 동맹을 통하지 않고서 일본의 군국주의화는 불가능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미국의 지시없이 미국과의 갈등을 감수하고서라도 핵무기 무장을 할 가능성은 전무하다. 그리고 이북의 핵무장이전에 이미 일본은 미국의 조종과 묵인하에 독자적인 핵무장화를 진행시켜왔으며, 잠재적 핵무기 강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을 군사전략적으로 이미 핵무장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핵무기 제조와 운반에 관련된 모든 기술과 재료를 확보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핵실험만 안했다 뿐이지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가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일본의 핵무장화는 철저히 미국의 비호와 방조아래에서 추진되었다. 

이북의 핵무장화가 주변나라들의 핵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사실이지만, 그것이 직접적으로 주변나라들의 핵무장화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며, 현재의 국제정치적 역학관계로 보면 이북의 핵무장화가 주변나라들의 핵무장화를 불러올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둘째는 <이북의 강경대응은 미국의 강경대응을 부추겨 한반도 정세를 악화시킨다>는 논리도 현실과 맞지 않는 고정관념이다. 지금까지 북미대결의 역사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면 미국의 강경방침에 대해 이북의 강경대응이 상황을 악화시켜 왔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강경방침을 무력화시키면서 상황을 완화시키고 평화적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냈으며, 북미대화와 협상을 이끌어 냈다. 이것을 일부에서는 <벼랑끝 전술>이라고 비하하지만 그것은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시기 미국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미국은 시대와 역사의 발전추세에 역행하여 침략적 야수적인 본성을 버리지 않고 군사적 패권주의 일방주의 노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여 왔다. 이러한 군사적 패권주의 일방주의 노선의 본질은 무엇인가? 그것은 <모든 것을 미국의 이익 즉 제국주의 독점자본의 이익만을 위해 국제적 규범이나 국제여론, 세계평화나 정의등과 같은 도덕적 가치를 깡그리 무시한 채 힘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노선>이다. 그것은 힘이 약한 자들은 더욱더 몰아붙여 항복을 받아내고, 항복하지 않으면 침략과 전쟁을 통해 무너뜨리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일방주의적 군사적 패권에 맞서서 자주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군사적 패권을 힘으로 맞받아쳐 나가는 수밖에 없다. 합리적 이성과 정의에 호소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은 없다. 그들은 정의와 도덕과 같은 가치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힘과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힘이 강한 자에게는 함부로 대들지 못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공존하면서 기회를 엿보며, 반대로 힘이 약하고 후퇴하는 자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하게 밀어붙이면서 항복을 요구하게 된다. 이것이 현대 미국의 본질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북미대결과정에서 미국의 강경압박에 대해 강경대응으로 맞선 것은 모험주의적 판단도 아니라 합리적이며, 과학적인 분석과 판단이며, 미국의 힘에 맞설 수 있는 자체의 힘에 기초한 결정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소위 <벼랑끝 전술>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리하자면 미국의 강경압박에는 초강경으로 맞서는 길만이 미국의 침략성 야수성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며, 문제는 초강경으로 맞설 수 있는 힘과 배짱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힘도 없으면서 허세를 부려 배짱을 부려서야 어찌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을 속일 수 있으며,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겠는가? 이러한 점에서 이라크의 후세인은 힘도 배짱도 없었기 때문에 망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에 이북은 지금까지 소위 <벼랑끝 전술>이 매번 성공할 수 있었으며, 그것은 역으로 이북은 힘과 배짱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로 이북을 6자회담의 틀로 끌어내려면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문제이다. 압박을 통해 이북을 회담장으로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의도가 어떠하던 간에 미국의 대북 붕괴전략에 발맞추는 것이며, 반북대결구조를 복원시키자는 것이며, 그 효과도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북에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제일 크다는 중국조차도 이북이 압박으로 느낄 그 어떠한 정치적 행위도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수십년 북중관계의 경험에서 이북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러한 정책이 나온 것이다. 이북은 제제나 압력에 굴복하는 나라가 절대 아니라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따라서 압박을 가하자는 주장은 현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보복적 대결을 부추기는 논리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현시기에 제재나 압력은 사태해결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못하며, 남북관계만 치명적으로 악화시킬 뿐이다.

2.10 이북 외무성성명(6자회담참가 무기한 중단과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야기된 현 상황을 타개하여 <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정책을 수정 또는 완화하여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에 따른 동시행동의 원칙>을 수용하여 6자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을 보장해 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다. <굴복을 위한 대화><대화를 위한 대화><지연전술을 은폐시키기 위한 대화><선핵포기 노선 관철을 위한 대화>는 이북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없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비료지원중단> <남북경협축소>등의 대응방식이 거론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여 미국의 대북붕괴정책(체제변형정책, 대북적대시 정책)에 동조 편승하여 남북관계발전을 중단한다면, 6.15공동선언이후 애써 발전시켜온 화해협력적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남북관계는 다시 6.15공동선언이전의 냉전적 대결관계로 되돌아가게 되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엄청난 장애가 조성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의 압력과 요구에 굴복하지 않고 역으로 노무현 정부가 공언한대로 한반도 핵문제 해결에 주동적 관점과 입장을 확고히 세워 제 3차 6자회담에서 합의된 대화와 협상방식에 미국이 동의하도록 대미압박을 가해 6자회담을 명실상부한 대화와 협상의 공간으로 만들어 내야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다. 반대로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다시 남북대결 정책(대북압박, 경제지원과 경제협력의 축소중단)으로 회귀하게 된다면 한반도에는 새로운 전쟁 먹구름이 휩싸이면서 전쟁위기가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의 위기로 번져 나갈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정부의 정책당국자들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려는 나약성을 표출시키고 있다. 

외무부 장관이 북핵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규모 경제협력은 없다고 공언하는가 하면, 대북비료지원은 신중히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발을 빼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민족의 운명과 장래를 이들 정책당국자들에게 맡겨 둘 수 없다. 그것은 바로 국민대중들의 자각과 투쟁의 몫이다. 우리들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대북 압박정책(대북 경제지원과 협력의 축소정책)이 가져올 엄청난 후과를 직시하고 이를 반대하는 투쟁에 나서야 한다. 

현 시기에 우리민족이 나아갈 길은 명확하다. 제재나 압력은 바로 전쟁의 길이며, 냉전적 대결을 부추길 뿐이다. 오직 전 민족적 역량을 총 결집하여 미국의 대북전쟁정책을 반대하여야 한다. 

미국의 내정간섭적인 대북제재압력을 반대 배격하여야 하며,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대북압박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저지하여야 한다. 특히 이 기회를 틈타 대북대결을 부추기려는 국내외 반통일세력들의 책동을 막아내야 한다. 한반도 평화는 오로지 남북 화해협력과 민족공조의 힘으로 지켜나가야 한다. (2005.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