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전선의 관점에서 본 국가보안법철폐투쟁
- 2004년 투쟁 평가와 2005년 투쟁 방향

고영범


1. 민족통일전선을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
2. 국가보안법의 개정과 철폐, 통일전선봉쇄법의 유지와 철폐
3. 국가보안법철폐투쟁, 주체역량강화와 객관조건변화
4. 2004년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서 나타난 한계와 오류
5. 민족통일전선과 지역통일전선, 그리고 2005년 국가보안법철폐투쟁


1. 민족통일전선을 봉쇄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가보안법

1945년 8월 15일 일제의 식민지기반에서 해방된 조선민족은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민족독립국가를 수립하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반면 같은 해 9월 8일 이땅에 군대를 진주시킨 미국은 38선 이남에 자신들의 대리정권을 세워 식민지지배체제를 구축하려는 책동에 나섰다. 조선민족의 민족통일국가수립노선과 미국의 분단예속국가수립노선 사이의 대립은 '해방정국'이라고 불리는 민족사의 격변기를 특징짓는 본질적인 대립이었다.
미국이 5.10남조선단독선거를 획책한 1948년은 이 대립이 정점으로 치달았던 해였다. 조선민족은 남북제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를 열어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고 단선반대투쟁을 전개하였으며, 미국은 미군과 예속군대 및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그것을 야수적으로 탄압하였다. 이 과정에서 5.10단독선거는 그 정치적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하였고, 그 선거로 세워진 이승만 친미대리정권은 민족통일전선의 계속된 통일정부수립투쟁 앞에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1948년 12월 1일에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이러한 위기에 대응해 미국이 만들어낸 통일전선봉쇄법이었다. 민족통일전선의 공세로 식민지지배체제수립책동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음을 깨달은 미국이 이승만을 사주하여 국가보안법을 만들었던 것이다. 민족통일전선의 남측 부분과 북측 부분을 분리하고 그 남측부분을 말살하는 것, 이것이 이 법이 만들어진 목적이었다. 그리고 이날 이후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주한미군이 이북에 대한 침략의 기회를 노리며 이남의 식민지지배체제를 무력으로 담보해왔다면 국가보안법은 민족통일전선의 형성을 법적으로 봉쇄하여 식민지지배체제를 공고히 해왔다.
이남에 수립된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를 유지하려는 세력은 미국과 친미예속세력이며, 그것을 해체하려는 세력은 조선민족의 민족자주세력이다.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고 민족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는 과업이 오늘 조선민족 앞에 놓인 최고·최대의 과업인 만큼, 그것은 조선민족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으로 결집하고 발휘하여야 성취될 수 있다. 민족역량을 최대한 결집한다는 것은 남과 북의 인민대중이 민족통일전선으로 결집되고, 민족통일전선이 조선민족의 혁명무력인 조선인민군과 결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족역량을 최대한 발휘한다는 것은 조선인민군의 전략적 공세와 민족통일전선의 전술적 공세가 결합하여 최고의 위력을 발휘하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기 위해 풀어야 할 선결과제가 민족통일전선건설이며,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통일전선봉쇄법인 국가보안법의 철폐가 전제되어야 한다.

2. 국가보안법의 개정과 철폐, 통일전선봉쇄법의 유지와 철폐

오늘날 이남에 대한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는 식민지개량화정책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다. 식민지개량화정책은 친미파쇼세력 대신에 친미개량세력에게 식민지대리정권을 담당하게 하며, 파쇼적 통치방식 대신에 개량적 통치방식을 사용하는 지배정책이다. 파쇼세력의 폭력적 통치방식을 반대하는 중간층을 체제내로 포섭하여 체제를 안정화하는 것, 민중운동의 상층부를 개량화하여 민중운동을 무력화하고 식민지 수탈을 강화하는 것, 이것이 식민지개량화정책의 목적이다. 친미파쇼세력과 마찬가지로 친미개량세력도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의 유지에 복무하는 친미예속세력이라는 점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열린우리당으로 대표되는 친미개량세력은 국가보안법을 개정하여 미국의 식민지개량화정책을 집행하려 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당론인 국가보안법 폐지 후 형법보완론은 그 법의 핵심조항인 반국가단체조항을 표현만 바꾸어 형법에 옮겨 담겠다는 것으로 본질상 국가보안법개정론이다.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개정시도는 이남에서 민주주의가 완성된 듯한 인상을 심어 주어 민중의 민주개혁 요구를 무마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국가단체 조항이 남아 있는 한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하려는 세력에게는 민주주의가 보장될 수 없고, 따라서 통일전선봉쇄법으로서의 국가보안법의 본질에는 변화가 없는 것이다. 식민지지배체제의 유지에 복무하는 친미개량세력이 통일전선봉쇄법을 유지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면에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민족민주세력은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철폐하여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려 하고 있다. 미국의 식민지지배로 인해 자주성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이남 민중, 즉 중간층과 기층민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민족민주세력이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이남 민중을 지역통일전선으로 묶어세우고 이북의 인민대중과 민족통일전선을 형성하여야 한다. 지역통일전선이란 민족통일전선의 남측부분을 말한다. 민족민주세력은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철폐투쟁, 즉 통일전선봉쇄법철폐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3. 국가보안법철폐투쟁, 주체역량강화와 객관조건변화

지금 이남 사회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입장은 한나라당의 유지론, 열린우리당의 폐지 및 형법보완론, 민주노동당의 완전폐지론으로 나누어져 있다. 국가보안법문제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대립은 통일전선봉쇄법을 유지하는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된 대립이다. 반면에 이 두 정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의 대립은 통일전선봉쇄법의 유지 여부를 둘러싼 대립이다. 전자가 비적대적인 모순을 내포한 비본질적인 대립이라면, 후자는 적대적인 모순을 내포한 본질적인 대립이다.
국가보안법문제를 두고 벌어진 2004년의 사회정치적 충돌에서는 비본질적인 대립이 전면에 부각되어 있었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열린우리당이 자신들의 당론을 국가보안법 폐지론으로 포장하여 이남 민중을 기만하였기 때문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민주세력의 일부에서 민주노동당의 당론과 열린우리당의 당론이 가진 질적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것을 양적인 차이로 파악하였기 때문이다.
민족민주세력이 전개하는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은 주체역량강화의 측면과 객관조건변화의 측면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추진하는 국가보안법철폐가 객관조건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면, 열린우리당이 추진하는 국가보안법개정이 객관조건의 일정한 개선을 가져오는 것은 사실이다. 민족민주세력의 일부가 실천상에서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은 이 두 결과 사이의 차이를 양적인 차이로 인식하고 전자를 최선의 목표로 후자를 차선의 목표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일전선의 관점에서 조명하면 두 결과 사이의 차이가 통일전선봉쇄법이 있느냐 없느냐의 질적인 차이라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현실성의 측면에서 볼 때, 민족민주세력의 투쟁력이 친미예속세력을 압도하지 못하는 한 국가보안법문제는 열린우리당의 당론대로 처리될 것이다. 그것은 개량정책, 즉 미국이 민중의 높아진 자주적 요구에 밀려 취하게 된 새로운 지배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성과의 측면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국가보안법개정을 촉진하는 것이 민족민주세력이 세워야 할 또 하나의 목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국가보안법개정이 늦춰지고 있는 것은 미국이 북미관계의 속도에 맞추어 보안법개정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족민주세력의 앞에 두 개의 목표가 놓여 있다면 그것은 '보안법완전철폐와 보안법개정촉진'이 아니라 '보안법완전철폐와 지역통일전선건설'이다.
지역통일전선건설이란 주체역량강화의 측면에서 본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목표이다.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성과로 지역통일전선건설과업을 완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정확하게 말하면 지역통일전선건설에 복무하는 성과를 남기는 것이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목표가 된다. 지금 민족민주세력의 일부는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이 객관조건의 변화뿐만 아니라 주체역량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지역통일전선건설의 관점에서 보면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서 열린우리당과 공동전선을 형성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먼저, 열린우리당에 반감을 가진 기층민중이 투쟁의 주체로 서는 것을 방해한다. 지역통일전선의 중심역량을 강화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다음, 중간층 세력을 견인하여 지역통일전선에 묶어세우는 것을 가로막는다. 지역통일전선의 보조역량을 강화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투쟁의 성과를 민족민주세력이 아니라 친미개량세력이 가져가게 한다는 점, 이것이 민족민주세력의 일부에서 나타난 모호한 태도의 해독성인 것이다.

4. 2004년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서 나타난 한계와 오류

지금까지 이야기한 바를 바탕으로 2004년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서 나타난 한계와 오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성격과 목표에 대한 올바른 합의가 부재하여 대오의 단결력과 투쟁력을 저하시켰다. 민족민주운동대오의 일부는 형법보완론과 완전철폐론에 대하여 실천상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열린우리당과 공동전선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편향을 보였다. 또 다른 일부는 '반한나라당연합전선론'을 경계한 나머지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 응당한 힘을 기울이지 않는 편향을 보였다. 이러한 편향들은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을 주도해야 할 민족민주운동대오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 되었다.
다음으로, 노동자와 농민을 비롯한 기층민중을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주체로 세워내지 못하였다. 민족민주세력의 국가보안법철폐론이 식민지지배체제해체의 전망을 내포하고 있는 반면에, 친미개량세력의 국가보안법개정론은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민족민주세력의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은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예속독점자본의 민중수탈을 반대하고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는 기층민중의 생존권투쟁과 결합된다. 반면에 친미개량세력의 국가보안법개정시도는 제국주의독점자본과 예속독점자본의 민중수탈을 강화하며 기층민중의 생존권투쟁에 대하여 탄압으로 일관하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과 결합된다. 이렇듯 판이하게 다른 철폐론과 개정론 사이에서 민족민주세력의 일부가 보인 모호한 태도는 사실상 국가보안법철폐투쟁과 민중생존권투쟁을 분리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그것은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이 기층민중의 주도아래 전개되지 못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을 통해 중간층을 지역통일전선으로 견인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민주노동당의 철폐론과 열린우리당의 개정론 사이의 본질적인 차이는 중간층에게는 쉽게 인식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중간층이 친미개량세력의 기만성을 인식하고 지역통일전선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통일전선의 중심역량이 가지고 있는 선진적인 사상의식을 흡수하는 사상교양과 사상투쟁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공동투쟁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민족민주세력의 일각에서 보인 모호한 태도는 사실상 중간층이 현재 가지고 있는 의식수준과 다를 바가 없는 것으로, 그러한 내용으로는 사상교양과 사상투쟁을 통해 중간층을 견인하는 과제는 수행할 수 없다. 이러한 대중추수주의적인 모습은 지역통일전선건설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층을 여전히 친미개량세력의 영향력 아래에 놓아두는 결과를 낳는다.
끝으로,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을 이남 전역에서 광범위한 민중이 전개하는 대중적인 투쟁으로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민족민주운동가들이 국회 앞에서 벌인 단식농성투쟁은 그 완강성과 헌신성으로 하여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으나, 그 투쟁범위가 서울에 국한되어 있었고 다양한 형식과 방법의 대중투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를 배제한 선도적인 투쟁방법만으로 지역통일전선건설에 복무할 수 없다는 점은 명백하다. 수많은 운동가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이런 결과가 빚어진 것은, 주체역량강화의 측면을 간과하고 '연내폐지'에만 집착한 조급성과 열린우리당을 견인하여 보안법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불철저한 대적관점에 원인이 있었다.

5. 민족통일전선과 지역통일전선, 그리고 2005년 국가보안법철폐투쟁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고 민족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하기 위한 조선민족의 투쟁은 2005년을 경과하면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새로운 단계에 조선민족은, 이남과 이북의 인민대중을 포괄하는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하는 과업, 조선인민군과 민족통일전선의 조직적 결합을 실현하는 과업, 민족역량을 총동원한 결정적 타격으로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는 과업, 자주적민주정권을 수립하고 연방통일조국을 건설하는 과업을 수행할 것이다. 이러한 단계, 즉 자주통일의 실현단계로 넘어가는 해라는 의미에서 조선민족은 2005년을 자주통일원년으로 선포하였다.
조선민족은 자주통일원년인 2005년에 민족통일전선건설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 지금 그 과제는 6.15공동선언의 기치를 든 민족공조기구인 '6.15공준위'와 주한미군철거의 기치를 든 민족공조기구인 '미군철수공대위'를 건설·강화하는 사업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 두 기구는 북미대결이 이북의 승리로 끝나고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실현되는 과정을 전망하며 건설되는 것으로, 남북최고위급회담이 실현되는 조건에서 그 성과를 빠른 속도로 확대·발전시킬 것으로 보인다.
민족통일전선의 건설은 그 남측 부분인 지역통일전선의 건설을 전제로 한다. 지금 민족민주세력은 지역통일전선의 토대가 되는 기층민중 중심의 통일전선조직들을 건설하는 사업을 마무리짓고 그것을 통합·확대·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기층민중을 중심으로 중간층을 포괄한 단일한 지역통일전선을 건설하는 사업, 그 강령적 합의수준을 반미자주·민중민주·연방제통일로 끌어올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에 민족민주세력이 전개하는 모든 투쟁은 민족통일전선건설과 지역통일전선건설에 복무하여야 한다.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이 여기에서 예외가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이 민족통일전선건설과 지역통일전선건설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들이 지켜져야 한다.
먼저, 국가보안법완전철폐의 정치노선을 확고하게 견지하여야 한다. 남북최고위급회담의 실현과 민족공조기구의 건설·강화를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이 개정 또는 철폐되어야 한다.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하는 과업은 국가보안법의 개폐를 전제로 수행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업의 완수는 국가보안법이 완전히 제거되는 속에서만, 또 그것을 목표로 한 투쟁이 전개되는 속에서만 가능하다. 통일전선봉쇄법인 국가보안법이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조건에서 민족통일전선을 완성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국가보안법완전철폐의 구호를 들고 투쟁하지 않고서는 민족통일전선건설의 전제인 지역통일전선건설을 이룩할 수 없다는 것 역시 명백하다. 민족민주세력이 국가보안법완전철폐의 구호를 분명히 들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노동자·농민을 비롯한 기층민중을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 통일전선의 주도세력인 기층민중역량을 강화하는 것은 통일전선사업의 원칙적인 요구 중의 하나이다. 국가보안법철폐투쟁의 성과가 유실되지 않고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는 데에 복무하기 위해서는 기본계급의 주도성을 확고히 보장하여야 한다. 기층민중을 투쟁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철폐투쟁과 민중생존권투쟁을 밀접하게 결합시켜 전개하여야 한다. 이 두 가지 투쟁은 통일전선 속에서, 통일전선의 추진주체가 발휘하는 정치력을 통해서 결합될 수 있다. 통일전선조직이 보안법철폐투쟁을 중심으로 민중생존권투쟁을 배합하여 투쟁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여야 하며, 민주노동당이 정치력을 발휘하여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문제와 민생현안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전혀 없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즉 친미보수정치권 전체를 타격하는 투쟁 속에서 국가보안법철폐투쟁과 민중생존권쟁취투쟁의 결합은 이루어질 수 있다.
다음으로, 중간층을 지역통일전선으로 인입하기 위한 투쟁사업과 정치사업을 펼쳐야 한다. 통일전선이란 원래 중간층을 변혁역량으로 전취하기 위해 건설하는 것이다. 중간층을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 합류시키기 위한 대중적인 투쟁방법을 개발하고 실천하여야 한다. 친미개량세력의 기만성을 폭로비판하고 중간층을 민주노동당의 지지세력·참여세력으로 만드는 정치사업을 전개하여야 한다. 아울러, 국가보안법철폐투쟁에 친미극우세력척결투쟁을 밀접하게 결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중간층은 친미개량세력에 대해서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반면 친미극우세력에 대해서는 뚜렷한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친미극우세력을 청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친미개량세력은 중간층의 이러한 요구를 실현하려는 듯 연극을 하여 그들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에 두려 한다. 반면에 민족민주세력은 그 요구를 실지로 실현하여 사회역사의 진보를 앞당기려 한다. 민족민주세력이 친미극우세력척결투쟁을 전개하는 것은, 중간층을 지역통일전선에 인입하고 친미개량세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국가보안법철폐투쟁과 친미극우세력척결투쟁은 각각 친미파쇼잔재에 대한 제도적 청산과 인적 청산이므로 밀접히 결합되어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과거사청산문제가 제기되는 것과 같은 유리한 조건을 친미극우세력척결투쟁에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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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지배체제를 유지하려는 미국과 그것을 해체하려는 조선민족 사이의 대립과 투쟁은, 한편으로는 민족통일전선의 건설을 막으려는 미국과 그것을 건설하려는 조선민족 사이의 대립과 투쟁이기도 하였다. 그 대립과 투쟁의 한가운데에 통일전선봉쇄법인 국가보안법의 존폐문제가 놓여 있었다.
역사적인 평양상봉과 6.15공동선언의 발표는 그 오래된 봉쇄의 장벽을 뚫고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할 수 있는 전망을 열어준 사변이었다. 대북적대의식의 퇴조와 민족공조의식의 성장, 그것은 민족통일전선의 초석을 놓는 과정이기도 하였고 통일전선봉쇄법의 근저를 뒤흔드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6.15공동선언 발표 5주년이 되는 2005년, 조선민족은 드디어 민족통일전선을 건설하고 미국의 식민지지배체제를 해체하는 마지막 판가리싸움을 시작할 것임을 내외에 선언하였다.
그 판가리싸움을 위해서 올해 이남의 민족민주운동가들은 민족통일전선의 장애물을 없애고 초석을 든든히 다지는 투쟁을 먼저 전개하여야 한다. 통일전선봉쇄법을 뽑아 없애는 국가보안법철폐투쟁, 지역통일전선건설에 복무하는 국가보안법철폐투쟁으로 자주통일 원년의 제1막을 장식하여야 한다. 민족통일전선의 웅장한 자태를 그려보는 민족민주운동가들의 눈빛, 그 속에 2005년 첫 승리의 열쇠가 있다. (2005년 1월 28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