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본 주한미군 감축의 전략적 의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들어가는 말
2. 주한미군의 본질을 다시 논한다 
    1) 제국주의적 전쟁위협을 자행하는 주한미군
    2) 제국주의적 봉쇄와 지배를 자행하는 주한미군
3. 감축 급류를 타는 주한미군
4.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는 요인들 
    1)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는 군사적 요인 
       (1)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
       (2) 선제핵공격 전략
       (3) 이라크 침략전쟁에서의 실패
    2)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는 정치적 요인
       (1) 한·미 동맹체제 변화
       (2) 미·일 동맹체제 강화 
5.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촉진하는 요인들
    1)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
    2) 북(조선)의 핵전쟁 대응력과 핵보복 능력 증강
    3) 반미자주화운동과 6.15공동선언실현운동의 발전
6. 지상군 감축은 전면철군으로 이어질 것인가
7. 주한미군 철군과 미국의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 창설 
8. 주한미군 철군과 한(조선)민족이 선택한 미래

1. 들어가는 말

근 60년이나 되는 오랜 세월 동안 남(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게 심상치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주목하는 까닭은, 그 변화양상들에서 주한미군의 존폐문제를 좌우할 수 있는 질적 변화의 가능성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주한미군이 철군하는가 아니면 계속 주둔하는가 하는 문제다. 주한미군을 철군시키려는 것은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적 요구이며,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키려는 것은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다. 

한(조선)반도의 현 정세는 서로 타협점을 찾을 수 없는 그 두 가지 근본요구가 충돌하면서 주한미군의 존폐문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주한미군의 운명문제를 놓고 한(조선)민족과 미국이 날카롭게 맞서고 있는 쟁점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전면철군이냐 계속 주둔이냐 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장래운명이 철군 또는 계속 주둔 가운데 어느 쪽으로 미리 정해져있다고 보는 것은,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대결, 민족자주역량 대 지배주의세력의 대결이 복잡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는 21세기 한(조선)반도의 역동적인 정세변화를 외면하는 오류다. 주한미군의 장래운명은 그 대결에서 어느 쪽이 승리하는가에 따라서 결정될 것이다.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문제는,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것과 더불어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lobal Defense Posture Review, GPR)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조선)민족이 자기의 반미자주역량을 강화하는 주체적 조건과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하는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 최근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있는 한(조선)반도 정세변화에서 그 연관성을 찾아내어 분석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만일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주체적 조건만 바라보고,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객관적 현실을 알지 못하면, 주한미군의 전면철군을 기정사실로 인정하게 된다. 반대로,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객관적 현실만 바라보고,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역량이 강화되고 있는 주체적 조건을 알지 못하면, 주한미군 철군 가능성은 사라지게 된다. 주한미군은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역량에 의해서 전면적으로 철군될 수도 있고, 미국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서 변형된 형태로 계속 주둔할 수도 있다.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볼 때, 주한미군의 철군이냐 계속 주둔이냐 하는 문제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역량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이 추진되는 정세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주한미군을 철군시키기 위해서 투쟁하는 데 있다.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주한미군의 장래운명이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에 의해서 결정되는 중이라는 것,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에서 한(조선)민족의 주체역량이 우세하다는 것이다. 

2. 주한미군의 본질을 다시 논한다 

주한미군은 한(조선)민족에게 어떠한 존재인가? 주한미군의 본질에 관한 이 물음과 관련하여 제시되는 견해는 완전히 상반적이다. 주한미군의 본질에 대해 상반된 견해가 제시된다는 말은, 주한미군에 대한 반대·배척과 옹호·애착이 엇갈리는 것을 뜻한다. 현실은 한(조선)민족이 주한미군을 반대·배척하는 편과 옹호·애착하는 편으로 갈라져 있음을 보여준다. 명백하게도, 반미자주역량은 주한미군을 반대·배척하고 있고, 친미예속세력은 주한미군을 옹호·애착하고 있다. 물론, 한(조선)민족의 성원들 가운데는 주한미군에 대해서 아무런 견해도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무견해나 무관심은 논의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주한미군에 대한 친미예속세력의 옹호·애착은 무조건적이다. 친미예속세력은 자기 군대인 한국군보다 주한미군을 훨씬 더 옹호·애착한다. 길을 가던 여중생 두 사람이 국회의원 승용차에 치어 사망한 경우에는 살인죄가 성립되지만, 주한미군 장갑차에 치어 사망한 경우에는 무죄로 되는 오늘의 남(한국) 사회는, 주한미군에 대한 친미예속세력의 무조건적인 옹호·애착이 빚어낸 비극과 치욕을 드러내 보여준다. 그 비극과 치욕은, 미군 대신 한국군을 이라크침략전쟁에 보내라는 미국의 강압적 지시에 복종하였던 노무현 정부의 친미예속성에서 극에 달한다.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볼 때, 주한미군에 대한 친미예속세력의 옹호와 애착은 이성과 상식을 파괴하는 정신병리현상이며 자기의 주체성을 배반하는 자해가 아닐 수 없다. 

반면에, 주한미군에 대한 반미자주역량의 반대와 배척은 명백한 논거를 가진다. 반대와 배척의 논거를 밝혀주는 이론적 기초는, 현대 제국주의에 관한 이론이다. 이 글이 현대 제국주의에 관한 일반론을 해설할만한 여유를 갖지 못한 것은 유감이지만, 분명한 것은 주한미군의 존재이유를 현대 제국주의론으로 해명하였을 때, 편견과 오해와 무지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던 주한미군의 정체가 비로소 적나라하게 밝혀진다는 점이다. 

1) 제국주의적 전쟁위협을 자행하는 주한미군 

미국은 오래 전부터 주한미군이 북(조선)의 남침위험을 막아주는 이른바 '방어력'과 '억제력'이라고 주장해왔다. 억제(또는 억지[deterrence])란 상대가 감히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힘의 작용을 뜻하며, 방어(defense)란 상대가 공격해오는 것을 막아주는 힘의 작용을 뜻한다. 어째든 2003년 11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제35차 한·미 연례안보회의(Security Consultative Meeting, SCM) 공동성명의 표현을 빌리면, 주한미군은 "북(조선)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강력한 연합방위력"을 구성한다는 주장이다. 

돌이켜보면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조인한 뒤로, 미국은 북(조선)의 남침위험을 한국(조선)전쟁의 경험과 결부시키면서 미군의 남(한국) 주둔을 합리화, 정당화하였다. 그리하여 주한미군이 남침위험을 막아주는 '방어력'과 '억제력'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부정할 수도 없고, 정치적으로 거부하거나 대항할 수도 없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남(한국) 대중의 뇌리 속에 깊숙이 침투하였다. 남(한국)의 '주적'은 북(조선)이고, 미국은 남(한국)의 '혈맹적 우방'이라고 생각하는 정신도착증에 감염된 친미예속세력은, 주한미군을 남(한국)을 보호해주는 가장 믿음직한 존재로 인정하였으며, 주한미군을 철군하라는 요구를 '이적행위'로 규정하여 탄압하였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남침위험을 막아주는 '방어력'과 '억제력'이라는 미국의 주장은, 더 이상 논할 가치조차 없는 거짓말이다. 미국의 그 주장을 거짓으로 보는 논거는 다음과 같이 제시된다.

한국(조선)전쟁이 전쟁중지를 합의한 정전협정을 체결하면서 매우 불안정하게 마무리된 직후부터 미국은 주한미군기지를 북(조선)에게 불의의 타격을 가하는 선제핵공격거점으로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국(조선)전쟁 중에 핵공격을 자행하려고 책동하였던 미국이 정전상태로 들어선 이후에 핵공격을 계획한 것은 조금도 무리가 아니었을 것이다. 

미국은 한(조선)반도에서 모든 외국군대를 철수하는 문제를 규정한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전쟁 직후인 1953년 8월 8일 주한미군의 사실상 영구주둔을 규정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고, 정전협정에 규정된 정치회의 소집을 거부하는 한편, 1954년 6월에 열린 제네바회담을 파탄시켰다. 이러한 정치적 책동과 함께 추진된 것은 주한미군기지를 대북(조선) 선제핵공격거점으로 구축하기 위한 군사적 책동이었다.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미국이 주한미군기지를 대북(조선) 선제핵공격거점으로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전술핵탄두를 장착하여 발사하는 지대지 미사일 어네스트 존과 핵포탄을 발사하는 280mm 대구경 장거리포를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하였던 1957년 6월 21일부터였다. 이듬해인 1958년에 미국은 북(조선)을 공격대상으로 하는 제4미사일사령부(The 4th U.S. Missile Command)를 설치하였다. 이것은 한(조선)반도 밖에서 군사장비를 들여오지 못하도록 규정한 정전협정 제13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위반행위였으며, 비핵국가를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겠다고 저들 스스로 정해놓은 원칙마저 짓밟은 조치였다. 

주목되는 사실은, 1957년부터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은 주한미군기지의 핵공격 능력을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강해왔다는 점이다. 미국이 40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주한미군기지의 선제핵공격 능력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지속적으로 증강해왔는지는 저들이 철저히 감추고 있는 군사비밀이므로 그 전모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 동안 미국이 생산하였던 모든 종류의 전술핵무기들이 주한미군기지에 우선적으로 배치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에 있는 노틸러스 연구소(Nautilus Institute)가 2004년 3월 31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카터 정부가 주한미군 철군을 검토하고 있었던 1976년부터 1978년까지의 기간에 미국 국방핵관리국(Defense Nuclear Agency)은 서울에서 14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서 공중폭발식 전술핵무기 30기를 사용하여 조선인민군 전차군단과 기계화군단을 파괴하는 전투계획을 검토하였다고 한다. (Nautilus Reports on Nuclear War-Fighting Strategy in Korea)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이 억제에 기초한 방어작전계획이 아니라 선제핵공격 능력을 동원하여 북(조선)을 공격하고 14일 안에 평양을 점령하고 군정을 실시하는 제국주의적 침략전쟁계획이라는 사실은, 1993년에 클린턴 정부가 이른바 반확산방위구상(Defense Counter-proliferation Initiative, DCI)을 공개함으로 세상에 알려진 바 있다. 한(조선)반도에서 미국의 전쟁목표는 전면전을 벌여 북(조선) 전역을 군사적으로 점령하고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예속정권으로 교체하려는 것이다. 

1993년 이후 북(조선)의 '핵문제'를 둘러싸고 조·미 사이에 긴장의 파고가 높아질 때마다, 미국은 북(조선)의 전략거점들을 선제공격으로 파괴하고 전면전을 도발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북(조선)의 핵시설을 이른바 외과수술식 타격으로 파괴하는 미군 수뇌부의 선제공격작전안이 워싱턴의 전쟁지휘부에 제출되었을 때, 그것을 기각시킨 자들은 나중에 이라크 침략전쟁을 적극 추진하였던 전쟁광들이었다. 북(조선)이 1998년 5월 30일 파키스탄의 발루치스탄 사막 핵실험장에서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8월 31일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발사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전세계에 과시하였을 때, 북(조선)을 무력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전쟁선동기류가 워싱턴을 휩쓸다시피 하였는데, 그 기류에 제동을 걸었던 사람은 미국 국방부 부장관으로 이라크침략전쟁을 기획한 전쟁광 폴 월포위츠(Paul D. Wolfowitz)였다. 당시 그는 "우리는 어느 곳을 공격해야 할지 모른다. 우리가 알지 못하고, 도달할 수 없는 수많은 핵시설이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한 바 있다. (Asian Wall Street Journal, 2003년 4월 14일자)  

한(조선)반도에서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을 도발하는 미국의 군사작전계획에서 주한미군이 수행하는 역할은 전술핵무기로 선제공격을 가하는 것, 한·미 연합군을 동원하여 미군 증원군 69만 명이 한(조선)반도로 출동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준비하는 것, 약 14만 명에 이르는 주한미군 가족 및 미국 민간인을 주일미군기지로 사전에 대피시키는 것, 미·일 동맹군의 합동군사작전을 한(조선)반도에서 방조·보장하는 것, 평양을 점령한 뒤에 군정을 실시하는 것 등이다. 

1992년 9월 이전의 부시 정부는 한(조선)반도와 유럽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를 철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 철수선언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것이고, 더욱 심각한 것은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다고 발표한 뒤에도 계속해서 핵전쟁 능력을 증강하면서 전술핵공격 훈련을 실시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미국이 한(조선)반도와 유럽에서 낡은 전술핵무기를 회수하고 그 대신 최신형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였고,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때라도 전술핵공격을 가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군기지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것, 선제공격과 평양점령 및 군정실시를 중심내용으로 하는 한(조선)반도 전쟁계획을 세워놓은 것, 그리고 세계 최대 규모의 실전훈련을 해마다 남(한국)에서 실시하는 것은, 주한미군기지가 북(조선)의 남침위험을 막아주는 방어기지가 아니라, 불의의 핵타격으로 선제공격을 가하기 위한 공격기지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미 연합군의 작전지휘훈련인 '을지·포커스 렌스(Ulchi Focus Lens)'는 세계 최대 규모의 훈련이며, 합동군사훈련인 '포울 이글(Foal Eagle)'은 세계 최대의 전역실전훈련(theater-level field training exercise)이다. 

그런데 최근 주한미군에게 주목할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 변화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그 전모가 세상에 공개될 리 없지만, 2003년 11월에 발표한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서 그 윤곽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이미 언론에서 보도된 것처럼, 미국은 새로운 군사전략에 의거하여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유형을 전력투사근거지(Power Projection Hub, PPH), 주요작전기지(Main Operating Base, MOB), 전진작전거점(Forward Operating Site, FOS), 안보협력대상지역(Cooperative Security Location, CSL)으로 구분한다. 전력투사근거지는 미군이 대규모 병력과 군사장비를 유지하면서 영구적으로 주둔하는 해외중추기지이며, 주요작전기지는 전략적 지휘통제체계를 갖추고 대규모 병력이 장기적으로 주둔하는 해외군사전략거점이다. 전진작전거점은 소규모 군사시설을 남겨두고 신속기동여단이 순환하는 식으로 출병하는 곳이며, 안보협력대상지역은 군사장비를 관리하는 극소수 요원만 남겨두었으나 신속기동여단이 순환하는 식으로 출병하지는 하지 않고 요구될 때만 파병하는 곳이다.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르면, 미국은 주한미군을 점차적으로 감축하지만 주일미군은 더욱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일본 『교도통신』 2004년 5월 18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주한미군 지상군을 이라크전선에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감축하더라도 "주일미군 병력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나의 판단으로는, 그의 발언에는 주일미군 병력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한다는 뜻만이 아니라 주일미군의 작전능력을 증강하고 주일미군기지를 동아시아전략거점으로 강화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이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미국 국방부가 주일미군기지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까닭은, 주일미군이 지상군이 아니라 해군(항공모함 전단), 공군(전투비행단), 그리고 해병대로 이루어진 원정군적 성격을 원래부터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Associated Press, 2003년 10월 19일자) 

미국의 주일미군 증강계획에서 주목되는 대상은 주일미군기지가 있는 요코다(橫田)기지, 미사와(三澤)기지, 자마(座間)기지다. 

『마이니치신붕(每日新聞)』 2004년 5월 31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일 두 나라 정부는 도쿄(東京)도 후추(府中)시에 있는 일본항공자위대총사령부를 주일미공군사령부가 있는 도쿄(東京)도 요코다기지로 옮겨 미·일 두 나라 공군의 통합운용을 강화하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미주대륙 서해안에서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포괄하여 태평양과 인도양을 관할하는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의 초계정찰사령부를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기지로 이전하여 새로운 군사정보거점을 구축하려고 한다. (『마이니치신붕』 2003년 6월 21일자) 

미사와기지는 군사정보거점일 뿐 아니라, 냉전시기부터 러시아 극동지방, 중국 동북지방, 북(조선)을 겨냥한 핵공격전략거점이 되어 왔다. 미사와기지에서 발진한 전폭기에 장착되는 핵무기는 원래 히로시마형 원폭의 다섯 배 파괴력을 가진 70 킬로톤(MK7)이었는데, 나중에 히로시마형 원폭의 70배나 되는 1 메가톤(MH43)으로 증강되었다고 한다. 미사와기지 북쪽에 있는 덴모리(天森) 공군사격장에서는 미군 전폭기들이 지상 15m의 초저공에서 시속 900km로 날아가 핵폭탄을 투하하는 훈련을 계속하였는데, 1년에 모의핵폭탄을 평균 3천 발이나 투하하였다. (일본 SAPIO 2003년 11월 12일자에 보도된 사이토 미스마사의 기사를 번역한 『월간중앙』 2003년 12월 호의 기사 「북한 미사일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미사와 극동미군전략기지의 정체」 참조) 초저공 고속침투와 핵폭탄 투하훈련이 북(조선)에 대한 이른바 외과수술식 정밀폭격훈련의 일환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2003년 10월 30일 『교도통신』 워싱턴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03년 9월 하순에 열렸던 한·미·일 비공식회담에서 북(조선)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한 뒤에도 일본에 대한 '핵우산'을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였다고 한다. 이것은 주일미군기지를 핵공격전략거점으로 계속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교도통신』 2004년 3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03년 11월 하순 하와이에서 열린 미·일 안보실무자회담에서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있는 육군 제1군단사령부를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에 있는 자마(座間)기지로 옮기고 주일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이처럼 미국이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구분하고 차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동아시아에서 자기의 전술거점과 전략거점을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운용하는지에 관한 미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주한미군이 제국주의적 전쟁위협을 자행하는 사실을 논할 때 적지 않은 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주한미군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이른바 '인계철선(tripwire)' 또는 이른바 '자발적 인질(voluntary hostage)'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는 논리가 퍼져있다는 점이다. '인계철선'이라는 개념은 북(조선)의 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자발적 인질'이라는 개념은 미국이 자발적으로 주한미군을 북(조선)의 인질로 붙잡혀 있게 함으로써 대북(조선) 압박공세를 가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또한 북(조선)의 공격으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자동적으로 전쟁에 개입하기 위해서 주한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미국이 '인계철선'이나 '자발적 인질'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미국이 '인계철선'을 철거하거나 '자발적 인질'을 철수하면 전쟁을 도발할 수 있는 조건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미국에게는 북(조선)과 전쟁을 벌이기 위한 '인계철선'이나 '자발적 인질'이 요구되지 않는다. 

'인계철선'이나 '자발적 인질'이라는 개념은 주한미군이 보유한 전술핵공격 능력을 전적으로 부인하고, 주한미군이 수행하게 될 대북(조선) 선제공격전략을 부인하는 궤변을 성립시킨다. 미국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도 2003년 여름 미국 연방의회에 출석해서 "주한미군은 군사분계선 부근에 정치적 '인계철선'으로 배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ssociated Press, 2003년 10월 19일자)

나는 주한미군기지가 '인계철선'이 아니라 전술핵공격거점이고, 주한미군이 '자발적 인질'이 아니라 전술핵공격력이라고 생각한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군사장비는 1천1백12억5천만 달러로 추산되기도 하고(『연합뉴스』 2004년 6월 11일자), 2002년 한 해 동안 주한미군을 유지하기 위한 연간예산은 29억7천3백만 달러로 추산되기도 하고(『연합뉴스』 2003년 2월 16일자), 미국 노틸러스 연구소 소장 피터 헤이즈(Peter Hayes)의 견해에 따르면 50억 달러로 추산되기도 하는데(『연합뉴스』 2004년 2월 27일자), 미국이 그처럼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는 주한미군을 고작 '인계철선'이나 '자발적 인질'로 남겨둔다는 견해는 사리에 맞지 않는다.  

2) 제국주의적 봉쇄와 지배를 자행하는 주한미군

미국은 미군을 한(조선)반도에 주둔시킴으로써 북(조선)을 봉쇄하면서 남(한국)을 지배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 체제를 구축하였다. 남(한국)과 북(조선)을 포괄하는 한(조선)민족 전체에 대한 미국의 제국주의적 봉쇄·지배체제는 미군 주둔에 의해서 보장되는 것이다. 

미국은 한·미 연합군을 동원하여 정전상태에 있는 한(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도로, 상시적으로 유지하면서 북(조선)에 대한 이른바 '맞춤형 봉쇄(tailored containment)'를 자행해오고 있다. 북(조선)이 미국의 철저한 봉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한 것이어서 구태여 설명이 요구되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강조할 것은, 미국의 대북(조선) 봉쇄정책이 사회주의 대 제국주의의 날카로운 대결에서 사회주의체제를 무너뜨리려는 반사회주의 책동의 중심부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책동은 대북(조선) 봉쇄를 자행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미국은 한·미 군사동맹이라는 명목으로 남(한국)의 군사주권을 장악하고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를 자행하고 있다. 전모와 실상이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아니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를 너무 노골적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차마 세상에 공개하지 못하는 수많은 한·미 상호방위조약 부속협정들과 양해각서들은 주한미군이 제국주의적 지배를 위하여 존재하는 점령군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한국군은 지난 반세기 동안 한·미 연합군의 작전체계 안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의 작전지휘를 받도록 육성된, 그야말로 기형적인 예속군대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을 연합군체제로 결합시켜놓았는데, 그것은 미국 건국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미국은 자국 군대와 다른 나라 군대를 동맹군체제(allied forces)로 결합시킨 적이 있지만, 그 어떤 나라의 군대와도 연합군체제(combined forces)로 결합된 적은 없으며 아마 앞으로도 영원히 없을 것이다. 동맹군체제와 연합군체제의 근본적인 차이는, 전자는 미군과 주둔국 군대가 작전통제권을 각각 따로 행사하는 체제인 데 비하여, 후자는 미군사령관이 주둔국 군대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장악한 지배체제라는 데 있다.

미국이 주일미군사령관의 직급을 3성장군으로 배치하였으면서도, 유독 주한미군사령관의 직급을 한 급 높여 4성장군으로 배치한 까닭은, 주한미군사령관이 한·미 연합군사령관직을 장악하고 한국군 4성장군을 휘하에 거느리고 통제하기 위해서다. 

1994년 12월 1일에 미국은 한국군에 대한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돌려주었다고 발표하였으나, 이른바 연합위임권한(Combined Delegated Authority, CODA)에 따르면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의 핵심부분은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이 장악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주한미군이 제국주의적 지배를 자행하는 점령군이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둔군은 주둔국 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친 뒤에 주둔하거나 철수하지만, 점령군은 사전통보 없이 점령해 들어가는 법이며, 또한 점령지역에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철군하는 법이다. 미국은 주일미군을 감축하는 경우 일본 정부와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규정한 교환각서를 일본 정부와 채택하였으나, 남(한국)의 경우에는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감축의사를 통보하고 주한미군을 감축하였다. 

2004년 6월 4일 부시 정부 고위관계자가 워싱턴 주재 남(한국) 언론사 특파원들과 나눈 대담에서 드러난 것처럼, 주한미군 감축은 부시-노무현 사이에서 있었던 전화통화에서 남(한국)에 통보되었다. (『연합뉴스』 2004년 6월 5일자) 한·미 정부 사이에서 주한미군 문제에 관련해서는 상호합의가 없고 일방적인 통보만 있을 뿐이다. 

주한미군을 이라크전선으로 차출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일방적 결정을 미국 대통령 부시(George W. Bush)의 국제통화를 통해 통보 받은 남(한국) 대통령 노무현은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못하고 순응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부시 정부 고위관계자는 "만일 노 대통령이 우리는 당신들이 그 여단을 데리고 가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시 생각했을지 모른다."는 말(『연합뉴스』 2004년 6월 5일자)로 노무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보여준 순응적 태도를 완곡하게 묘사하였다.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화 한 통으로 주한미군을 이라크전선에 보내겠다고 통보함으로써 남(한국)의 군사상황을 제멋대로 좌우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남(한국) 정부의 친미예속성을 입증하는 근거다. 한·미 관계의 지배·예속적 성격은 주한미군이 주일미군이나 주독미군의 주둔군적 성격과 달리 점령군적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이 남(한국)을 일본이나 독일 같은 주둔국이 아니라 한낱 점령지로 인정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에 의하여 주둔하는 동맹군이 아니라 남(한국)을 지배하는 제국주의 점령군이다.

3. 감축 급류를 타는 주한미군

부시 정부는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는 문제를 오래 전부터 자기들끼리 논의해왔으면서도 외부에는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들이 언제부터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부시 정부관리들과 외부 전문가들이 주한미군 3만7천 명 가운데 3분의 1인 1만2천 명을 감축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잔류병력을 아시아·태평양 각 지역에 출동하는 원정군으로 재배치할 것이라는 정보가 언론에 처음으로 흘러나왔던 때는 2003년 10월이었다. (Associated Press, 2003년 10월 19일자)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03년 11월 서울에서 열린 제35차 한·미 연례안보회의 공동성명에서 제시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라는 다소 모호한 개념은 주한미군 감축을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 이전에 감축한 사례를 논하는 것은 그만두고라도, 이전의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안을 작성하고 이를 추진한 사실은 여기서 다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1989년 11월 2일에 상하 양원 합동위원회에서 채택된 넌·워너 법안의 주한미군 감축안에 근거하여 작성된 동아시아전략구상(EASI)에 따라 이전의 부시 정부는 1992년 12월말까지 주한미군 제1단계 감축을 실행에 옮겼다. 동아시아전략구상은 1990년 4월 19일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보고서 『아시아·태평양 연안에 대한 전략구조: 21세기 전망(A Strategic Framework for the Asian Pacific Rim: Looking toward the 21th Century)』에서 구체화되었는데, 그 보고서에는 1990년부터 2000년까지 10년 동안에 주한미군을 3단계에 걸쳐 철군하는 감축안이 들어있다.

 주한미군을 제1단계(1990-1992년), 제2단계(1993-1995년), 제3단계(1996-2000년)로 10년에 걸친 세 단계 감축안에 따라 1992년 12월말까지 지상군 5천여 명, 공군 1천9백87 명을 포함하여 약 7천여 명을 감축하는 제1단계 감축을 실행하였다. 그런데 제2단계 감축은 미국이 북(조선)의 '핵문제'를 제기하는 바람에 1992년 10월에 열린 제2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전의 부시 정부가 작성하고 일부 실행에 옮겼던 주한미군 세 단계 감축안은 그로부터 무려 12년 동안이나 동면상태에 들어갔다. 2004년 2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회의에서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안을 남(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통보하였다. 당시 겉으로 드러난 감축안은, 주한미군 제2사단 제2여단을 미국 본토로 철수(withdrawal)하는 방식으로 감축하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전선에 재배치(relocation)하는 방식으로 감축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미국은 주한미군 제2사단 제2여단을 이라크전선에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감축한다는 사실을 남(한국) 정부에 통보해놓고서도 이를 숨겼다. 미국이 감축의사를 공개한 때는 그로부터 석 달이 지난 2004년 5월 17일이었다. 그날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주한미군 제2사단 제2여단 병력 3천6백 명을 오는 8월까지 이라크전선에 재배치하는 것을 남(한국) 정부에 통보하였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18일자)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안을 좀 더 명확하게 세상에 공개한 때는 서울에 있는 국방부 중회의실에서 제9차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회의가 열렸던 2004년 6월 6일이었다. 그 회의에서 미국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리처드 롤리스(Richard Lawless)는 오는 2005년 12월말까지 이라크 차출 병력 3천6백 명을 포함하여 주한미군 1만2천5백 명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주한미군 1만2천5백 명을 감축하는 계획을 그로부터 1년 전에 이미 남(한국) 정부에게 통보하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남(한국) 국방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2003년 5월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일부병력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는 내용의 '주한미군 지휘구조 개편안'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시사저널』 제735호, 2003년 11월 27일자) 그로부터 얼마 뒤인 2003년 6월 5일에 개최된 제2차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회의에서 주한미군 지상군 1만2천5백 명을 점차적으로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남(한국) 정부당국에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워싱턴과 서울의 분석가들은 미국이 주한미군 지상군을 본격적으로 감축하는 시기가 2006년이 될 것으로 예상하였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고 주한미군 감축시기는 1년이나 앞당겨졌다. 1년이나 앞당겨진 것은, 지난 12년 동안 고정불변한 것처럼 보였던 주한미군이 감축 급류를 타기 시작하였음을 뜻한다. 이것은 미국이 주한미군 제2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고 지상군을 감축하는 계획을 서둘러 추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2005년 말까지 감축될 주한미군 제2사단 1만2천5백 명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한미군 제2사단은 2개 전차대대와 1개 장갑차대대로 구성된 제1여단, 2개 공중강습대대와 1개 장갑차대대로 구성된 제2여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개 전차대대는 엠(M)1 전차 140여 대로 무장되어 있으며, 2개 장갑차대대는 브래들리 장갑차 230여 대로 무장되어 있다. 제1여단과 제2여단의 총병력은 1만2천 명이다. 제2사단에는 제1여단과 제2여단을 지원하는 지원여단들이 있는데, 엠(M)109에이(A)6 팰러딘 155mm 자주곡사포 30 문(2개 대대)과 다연장 로켓포(MLRS) 30 문(2개 대대)으로 무장한 2천 명 규모의 포병여단, 아파치 전투헬기(AH-64D) 70여 대로 무장한 2천명 규모의 항공여단, 그리고 정보여단, 통신여단, 군수여단, 헌병여단이 있다.  

제2사단 예하 제1여단과 제2여단 가운데서 2004년 8월까지 이라크전선에 급히 차출되는 것은 제2여단이다. 제2여단은 미국의 유명한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출연하였던 부대로서 일명 '타격여단(strike brigade)'이라고도 불리는데, 지상군 병력 2천7백 명으로 편제되어 있다. 그 여단은 군사분계선에 가까운 임진강 북쪽, 판문점 남쪽에 있는 캠프 그리브즈(Camp Greaves)에 주둔하고 있는 506보병 1대대, 동두천에 있는 캠프 케이시(Camp Casey)에 주둔하고 있는 503보병 1대대, 그 부근에 있는 캠프 호비(Camp Hobby)에 주둔하고 있는 9보병 1대대로 구성되었다. 

경기도 파주, 연천, 문산, 동두천, 포천, 의정부 등 19개의 고착된 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 제2사단은 중무장한 지상군 부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주한미군 제2사단은 미국 본토와 남(한국)을 오락가락하였던 군대로도 유명한데, 1954년에 미국 본토로 재배치되었다가 1965년 7월에 다시 남(한국)에 배치되었다. 또한 주한미군 제2사단은 한국(조선)전쟁 이후 조선인민군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부대로도 유명하다. 1966년 11월 제2사단 23연대 1대대 미군병사 6명이 조선인민군의 매복공격을 받아 사살당했고, 1967년에도 미군병사 16명이 사살당했다. 

이처럼 주한미군 지상군은 이른바 효과기반작전(Effects-based Operation, EBO)을 수행하지 못하는 뒤떨어진 군대다. 효과기반작전이란 몇 시간 안에 전투에 돌입할 수 있는 신속대응능력, 전진배치를 하지 않고서도 먼 곳에 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장거리 타격능력, 공격목표를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는 효과적인 타격능력, 인력과 보급품을 비롯한 지원비용을 줄일 수 있는 비용절감능력을 극대화하는 군사작전인데, 주한미군 지상군은 그러한 군사작전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불합격 군대인 것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불합격 판정을 받은 주한미군 지상군을 개편하여 합격 판정을 받게 하려는 것이다. 세상에 알려진 대로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은, 고착된 기지에 배치된 중무장한 지상군 병력을 경무장한 신속기동군(Rapid Deployment Force)으로 재편성하여 순환하는 방식으로 출병시키는 전략이다. 

중요한 것은, 한(조선)반도에서 그 전략이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주한미군 제2사단 예하 제2여단을 이라크전선에 차출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이라크전선에서 군사적 패배를 만회하려는 의도에 따라 매우 급하게 추진되고 있다. 2004년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는 부시는 이라크침략전쟁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주한미군 3천6백 명을 2004년 8월 15일 안에 이라크전선에 서둘러 배치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2004년 5월 19일 주한미군사령관 리언 라포트(Leon J. LaPorte)를 만났던 남(한국) 국방부 장관 조영길은 이라크 주둔 미군사령관이 늦어도 8월 15일까지 주한미군을 꼭 보내줘야 차질이 없겠다고 한 말을 라포트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19일자)

다른 하나는, 주한미군 지상군 병력 8천9백 명을 2005년 말까지 추가로 감축하는 방식인데, 이것은 주한미군 제2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려는 의도에 따라 추진되고 있다. 

신속기동군이란 작전지역에 더 빠르게 보낼 수 있는 기동력이 증강된 지상군을 뜻한다. 『디펜스 뉴스(Defense News)』 2004년 6월 1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원거리 작전지역에 열흘 안에 출동하고 전투를 30일 안에 종결하며 그로부터 30일 안에 다시 전투준비를 갖추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2003년도 '작전가능성 연구보고서'를 작성 중이라고 한다.

3천5백-4천 명으로 편제된 신속기동군 1개 여단은 기존 보병여단과 달리 씨(C)-130 수송기에 실을 수 있는 최신형 전투차량 엘에이브이(LAV)-3을 타고 작전에 투입된다. 미국은 2007년까지 90억 달러를 들여 6개 보병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군사전략에 따라, 주한미군 제2사단 전체가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되는 것은 물론이다.

제2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면 제1여단과 제2여단 병력 가운데서 8천-8천5백 명의 병력이 줄어들게 되고, 지원여단들에서도 1천-1천2백 명의 병력이 줄어들게 된다. 그로써 감축되는 병력수는 약 1만2천 명 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안에서 언급한 1만2천5백 명이라는 감축병력수와 일치한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것이라는 외신보도가 나올 때마다 그 보도내용을 부인하면서 주한미군이 감축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추려고 허둥대었다. 2004년 5월 18일 미국 국방부가 지난 2월 14일 이후 석 달 동안 남(한국) 정부당국이 은폐해오던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발표하였을 때, 외교통상부 장관 반기문은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강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추려고 하면서,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미국이 남(한국)과 협의해서 결정할 문제이며, 한·미 정부당국은 시간을 갖고 주한미군 감축문제를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말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18일자) 

그러나 그의 말은 사실이 아니다. 주한미군 감축문제는 부시 정부가 노무현 정부와 협의해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부시 정부가 이미 결정해놓은 것을 노무현 정부에게 통보하는 것이다. 주한미군 감축과 관련하여 부시 정부가 고려하는 문제는 노무현 정부에게 감축시기와 감축방도를 통보해주는 시기를 결정하는 것, 그리고 부시 정부의 통보내용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불만을 어떻게 적당히 무마할 것인가 하는 것 등이다. 

미국이 주한미군 제2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는 것은, 제2사단 전체를 한(조선)반도 밖의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뜻한다. 나의 판단으로는, 주한미군 지상군은 앞으로 2-3년 안에 완전히 철군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3년 안에 주한미군 제2사단이 철군하면 남(한국)에는 오산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8전투비행단과 군산 공군기지에 주둔하는 제51전투비행단으로 구성된 제7공군이 남게 된다. 제7공군은 에프(F)16 전투기 60대로 구성된 3개 전투비행대대, 에이(A)10 공격기 12대와 오에이(OA)10 정찰공격기 12대로 구성된 1개 전투비행대대, 엠에이취(MH)53케이(K) 전투헬기와 유(U)2 정찰기 1대로 구성된 1개 특수작전대대로 편성되어 있으며, 오산 공군기지에는 중앙방공통제소(MCRC)와 전역항공통제센터(TACC)가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 제7공군은 주한미군사령부가 아니라 태평양군사령부에 소속되어 있다. 남(한국)에 배치된 미국 공군만이 아니라 일본, 괌, 알래스카에 배치된 미국 공군도 모두 하와이에 본부를 둔 태평양공군사령부(PACAFC)의 단일지휘체계 안에 있다. 따라서 제7공군은 태평양군사령부에 소속된 제7함대가 그러한 것처럼, 한(조선)반도에서 전면전을 대비하여 발령되는 대북방어태세(DEFCON) 2 이상의 전시상태로 들어간 뒤에야 주한미군사령부로 전속된다. 

주목할 것은,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안이 지상군인 제2사단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공군인 제7공군까지 포괄할 것이라는 점이다. 제7공군 감축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안에 따라 오산 공군기지와 군산 공군기지를 통합하여 오산 공군기지를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주한미군 전체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말해준다.

4.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는 요인들 

위에서 논한 대로,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 지상군 1만2천5백 명을 감축하는 것은, 1992년에 이전의 부시 정부가 수립하였던 동아시아전략구상의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에 제시된 제3단계를 12년 뒤에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문제는 부시 정부가 왜 12년 동안이나 묵혀두었던 감축안을 오늘에 와서 실행에 옮기는가 하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12년 전에 작성되고 일부 실행되었던 감축안을 되살려 전면적으로 실행하도록 만든 요인을 군사적 요인과 정치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설명한다.

1)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는 군사적 요인 

(1)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고 있는 첫 번째 요인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부시 정부가 추진하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이다. 만일 부시 정부가 해외주둔 미군을 재배치하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주한미군은 현재수준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다. 

부시 정부는 지난 몇 해 동안에 자행한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과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얻은 전쟁경험을 가지고 해외주둔 미군을 재배치하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그 두 전쟁에서 첨단지휘통제체제와 첨단유도무기를 동원하기는 하였지만, 그 두 전쟁이 이른바 반테러(counter-terrorism)의 명분을 내세운 재래식 전쟁인 것은 분명하다. 

지금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해외주둔 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고 있는 것은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반테러전쟁에 신속기동군을 동원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행하는 반테러전쟁의 대상이 중동을 중심으로 해서 서쪽으로는 북아프리카, 그리고 동쪽으로는 필리핀 남부지역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 산재해 있는 반미적 이슬람세력이라는 사실은 명백하다. 

그렇지만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은 반테러의 명분을 내세운 재래식 전쟁이 아니라 핵전쟁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북(조선)은 반테러전쟁의 대상이 아니라 핵전쟁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미국이 핵전쟁의 대상인 북(조선)을 겨냥하여 반테러전쟁에 동원하는 신속기동군을 배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신속기동군은 전차가 없기 때문에 조선인민군의 집중포격을 당해낼 수 없으며, 전투헬기가 없기 때문에 조선인민군 전차군단과 기계화군단의 고속진격을 당해낼 수 없다. 기계화군단 4개, 전차군단 1개, 포병군단 1개를 보유하고 있는 지상군은 세계에서 조선인민군이 유일하다.

미국은 반테러전쟁을 도발할 수 없는 지역에 반테러전쟁에 동원하는 신속기동군을 배치하는 논리적인 모순에 빠질 만큼 어리석은 나라가 아니므로, 미국이 남(한국)에 신속기동군을 배치하려는 목적은 북(조선)을 대상으로 반테러전쟁을 도발하려는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미국이 남(한국)에 신속기동군을 배치하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이 노리는 목적은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면서도 한·미 동맹체제로 위장되어 있는 남(한국) 지배체제를 계속 유지하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는 숨겨진 목적은,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한 조건에서 남(한국) 지배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하려는 데 있다. 

(2) 선제핵공격 전략

일반적으로 비재래식 전쟁은 대량파괴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인데, 한(조선)반도에서 일어나는 비재래식 전쟁은 핵전쟁을 뜻한다. 미국의 핵전쟁전략은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를 사용하여 적대국을 완전히 파괴하는 전략이다. 

미국이 가장 날카로운 적대감을 보이고 있는 북(조선)을 겨냥한 선제핵공격전략은 주한미군기지에 배치한 전술핵무기는 물론, 태평양기지들에 배치한 장거리 전략폭격기들과 미국 본토에 배치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동원하여 전략핵무기를 사용하는 전략이다. 다시 말해서, 북(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은 전술핵무기와 전략핵무기를 모두 동원하는 전면핵전쟁(all-out nuclear war)인 것이다.

미국 해군제독 출신으로 군축운동에 참여하였던 유진 캐롤(Eugene J. Carroll, Jr)이 생전에 남긴 회고담에 따르면, 자신이 지휘하였던 항공모함 두 척에는 핵폭탄을 장착한 전폭기 40-50대가 배치되어 있었는데, 공격명령이 떨어지면 동유럽 주요도시들의 산업시설과 교통요충지를 파괴하기 위하여 발진하도록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전폭기가 투하하는 핵폭탄 한 발은 약 60만 명을 죽일 수 있는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였다고 그는 회상하였다. 

1970년대에 전략미사일기지 요원이었으며, 현재 워싱턴에 있는 국방정보센터(Center for Defense Information) 회장인 브루스 블레어(Bruce G. Blair)는 1970년대에 캘리포니아주와 몬태나주에 있는 지하발사기지에서 발사명령이 떨어지면 2분 안에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훈련에 100회 정도 참가하였다고 회상하였다. (Center for Defense Information, The Defense Monitor, 2003년 4/5월 호)   

유진 캐롤과 브루스 블레어가 회상한 선제핵공격훈련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에 있었던 아주 고전적인 전면핵전쟁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이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은 선제핵공격전략을 여러 차례 갱신하면서 공격훈련을 계속 실시하였으며,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핵공격 능력을 체계적으로 증강하여 왔다. 지난 30년 동안 장거리 전략폭격기, 장거리 순항미사일, 핵공격 잠수함, 미사일 방어망을 새로 개발하거나 또는 그 기존성능을 크게 향상시킴으로써 미국의 선제핵공격 능력은 비할 바 없이 증대되었다. 현재 미국은 제3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들인 '미니트맨(Minuteman)-III'과 '피스키퍼(Peacekeeper)'를 실전배치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들에 탑재하는 탄두는 원자폭탄보다 1천 배나 더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수소폭탄이다. 이 미사일들에는 날개 달린 탄두가 위성자동위치측정체계(GPS)로부터 전달되는 비행정보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목표를 한꺼번에 공격하는 이른바 각개유도다탄두(Multiple Independently-targeted Reentry Vehicles, MIRVs)가 장착되어 있다. '미니트맨-III'에는 각개유도다탄두 세 개가 장착되어 있으며, '피스키퍼'에는 각개유도다탄두 열 개가 장착되어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관리하는 미군 제20공군은 '미니트맨-III' 5백 기와 '피스키퍼' 50 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기술혁신을 끊임없이 추구하여 탐지체계(sensors)와 타격체계(shooters)를 결합한 이른바 정찰·타격 복합체(Reconnaissance-Strike Complex)를 개발한 기초 위에서 정밀유도무기체계와 지휘통제체계를 발전시켰다. 이것은 미국이 장거리 전투능력(long-range combat capability)과 정밀교전능력(precision engagement capability)을 획득하였음을 뜻한다. 그로써 기존의 연쇄적, 순차적 전투체계(serial-sequential combat system)는 동시적, 병렬적 전투체계(simultaneous-parallel combat system)로 전환되었으며, 기존의 직선형, 면적형 전투체계(linear-areal combat system)는 비직선형, 비면적형 전투체계(non-linear, non-areal combat system)로 전환되었다.  

이처럼 미국이 장거리 전투능력과 정밀교전능력을 발달시키면서 전투체계를 새롭게 전환할수록 적대국에 가까운 지근거리에 전진배치한 중무장한 지상군에 대한 의존은 급격히 줄어든다. 『워싱턴 포스트』 2004년 5월 18일자 보도에 나온 미국 국방부 관계자들의 말처럼, 미국의 군사적 억제력은 지상군보다는 첨단군사장비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며, 해외에 배치한 미국 지상군은 실질적인 방어력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더 큰 것이다.

중무장한 지상군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대신, 선제핵공격을 가하는 첨단무기체계에 대한 의존을 늘이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라서 현재 해외기지들에 배치된 중무장한 지상군은 감축되거나 또는 신속기동군으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르면, 전진배치한 중무장 지상군만 쓸모 없게 되는 것이 아니라 클린턴 정부가 1998년 말에 작성한 다섯 단계에 걸쳐 북침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작전계획(Operation Plan) 5027-98'과 그 부록인 '시차별 전력배치목록(Time-Phased Force Deployment List)'도 쓸모가 없게 된다. 미국이 '작전계획 5027'을 세상에 공개함으로써 사실상 폐기하고,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게 된 까닭이 여기서 드러난다. 미국은 한(조선)반도에서 전면핵전쟁을 도발하는 새로운 침공작전계획을 작성해놓았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는 것과 더불어, 미국이 자기 휘하에 두고 있는 한국군도 신속기동전략에 편입시킬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한·미 연합군을 한(조선)반도 밖에서 진행되는 반테러전쟁에 동원할 수 있다. 오는 8월 한국군과 주한미군을 이라크전선에 파병하는 것은, 사실상 한·미 연합군을 한(조선)반도 밖에서 진행되는 반테러전쟁에 동원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2004년 5월 25일 미8군사령관 찰스 캠벨(Charles C. Campbell)이 미8군사령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한·미 연합군이 동북아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한 말(『연합뉴스』 2004년 5월 25일자)은 미국이 한국군을 신속기동전략에 편입시킬 의사를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3) 이라크 침략전쟁에서의 실패

미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패배의 쓴잔을 마시며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주목할 것은,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이 곤욕을 치르는 것이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에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지금 미국은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패색이 짙어지자 주한미군을 서둘러 차출하여 전세를 역전시켜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2003년 12월에 이미 주한미군 제2사단 교체병력 5천7백 명을 남(한국)으로 보내지 않고 이라크 모술에 배치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17일자) 다급해진 미국은 주일미군 3천 명도 이라크 침략전쟁에 차출하였다. 

미국이 보유한 10개 전투보병사단 가운데 이라크에 차출되지 않은 사단은 주한미군 제2사단이 유일한데, 이번에 주한미군 제2사단마저 차출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급한 상황에 밀려간 것이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차출은 미국이 마지막까지 붙들고 있던 전투보병사단을 차출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미국이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패배를 만회해보려고 몸부림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라크 침략전쟁에 차출된 주한미군 병력은 전투임무를 마친 뒤에 다시 주한미군기지로 돌아가지 않는다. 차출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철군하는 것이다. 만일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이 패배의 곤욕을 치르지 않는다면, 주한미군 감축은 연기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라크 침략전쟁에서 미국이 고전하는 것은 주한미군 감축을 급속하게 촉진시킨 요인들 가운데 하나다.

2) 주한미군 감축을 촉진하는 정치적 요인

(1) 한·미 동맹체제 변화

2004년 6월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안보대화'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공군 이(E)4-비(B)를 타고 가던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Donald H. Rumsfeld)는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냉전이 끝나고 위협이 사라진 곳에 오랫동안 너무 많은 미군을 배치해왔다."고 하면서 "한(조선)반도와 유럽에 배치한 미군편제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미국은 미군 주둔을 바라는 곳에, 미군을 우호적으로 대하는 곳에 주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년 6월 4일자) 

럼스펠드가 말한 미군편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주둔군(또는 점령군)의 편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은 미국과 주둔국(또는 피점령국)의 동맹체제가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주한미군 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은, 한·미 동맹체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음을 뜻한다. 럼스펠드의 지적에서 드러나는 것은, 미국이 냉전 이후 한·미 동맹체제를 변화시켜야 했었는데도 너무 오랫동안 그대로 방치해왔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미국에게 있어서 한·미 동맹체제의 근본적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 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른바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회의'를 계속 추진하는 것은 한·미 동맹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한 발빠른 조치다. 

한·미 동맹체제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성립된 군사·정치체제이므로,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 동맹체제의 근본적 변화는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변경하는 것을 뜻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기본적 내용은 미군을 주한미군기지에 영구히 주둔시킨다는 것과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미군을 동원하여 참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변경하는 경우, 그 두 가지 기본내용이 변경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그 변경이란,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여 한(조선)반도 이외의 지역에서 일어나는 반테러전쟁에 출동시킨다는 것이다.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된 주한미군은 더 이상 조선인민군을 대상으로 하는 전투단위로 기능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여 한(조선)반도 이외의 지역에 출동시키는 것은, 명백하게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범위를 넘어선 조치다. 지금 미국은 주한미군 제2사단의 이라크 차출을 강행하는 한편, 주한미군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함으로써,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는 중이다. 이것은 한·미 동맹체제가 동요하고 있으며, 차츰 무력화될 것임을 말해준다. 한·미 동맹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는 그 체제를 동요시키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무력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되는 것이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변경으로 이어지면서 한·미 동맹체제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런 까닭에, 노무현 정부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일방적으로 감축하게 되자 심리적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노무현 정부는 한·미 동맹체제의 동요와 무력화가 노무현 정부의 동요와 무력화를 촉발시키는 최대의 '안보불안요인'이라고 생각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개정이 거론되면 사회 전반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켜 국론이 분열될 우려가 있다."고 털어놓은 노무현 정부 고위당국자의 발언(『연합뉴스』 2004년 6월 4일자)에서 노무현 정부가 겪고 있는 심리적 충격이 엿보인다. 한·미 동맹체제의 변화를 추구하는 미국의 조치에 대해서 노무현 정부가 보인 반응은 다음과 같다.

2003년 6월 5일에 개최된 제2차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회의에서 미국이 주한미군 지상군 1만2천5백 명을 감축하겠다는 의사를 남(한국) 정부당국에 처음으로 밝힌 것은 노무현 정부에게 한·미 동맹체제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충격적인 통보였다. 충격적인 통보를 받은 노무현 정부는 2003년 8월 19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주한미군 대책위원회를 서둘러 결성하였고, 9월 29일에는 국방부, 외교통상부, 국가안전보장회의 고위관리들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을 워싱턴에 급파하였다. 주한미군 철군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북(조선)을 의식하는 부시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의사를 일찍이 공개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음을 간파한 노무현 정부는, 정부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내서 주한미군 감축의사를 공개하겠다고 생떼를 씀으로써 2004년 여름까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한 논의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허락을 받아내는데 성공하였다. 다급해진 노무현 대통령은 2003년 8월 15일에 있었던 광복절 경축사에서, 그리고 10월 1일 국군의 날에 있었던 연설에서 이른바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꺼내 보이면서 앞으로 주한미군 감축이 몰고 올 충격파를 사전에 예방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의사 발표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허락을 받아내는 것이나, '협력적 자주국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는 것은 노무현 정부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친미예속성을 가진 통치집단이므로 미국의 주한미군 감축결정 자체를 반대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주한미군 감축을 환영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궁여지책은 주한미군 감축시기를 연기해달라는 청원이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더라도 주한미군 제2사단과 주한미군사령부가 오산·평택으로 이전되는 2007-2008년 이후에 감축해달라는 굴욕적인 청원을 대응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그러한 감축연기청원을 부시 정부에 제출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2004년 6월 4일 노무현 정부의 고위당국자가 언론기관과 진행한 전화통화에서 드러났다. (『연합뉴스』 2004년 6월 4일자)

지금까지 미국이 한·미 동맹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주저해온 까닭은, 북(조선)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조선)의 '핵문제'와 한·미 동맹체제의 유지문제는 뗄 수 없는 관계로 묶여있으므로, 북(조선)의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조건에서 미국이 한·미 동맹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미국에게 있어서 북(조선) '핵문제'의 해결이 불가피한 것처럼, 한·미 동맹체제의 근본적인 변화도 역시 불가피하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미국이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 앞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한계점에 이르렀기 때문에 북(조선)의 '핵문제'를 해결하는 길을 가로막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미국이 한·미 동맹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은, 북(조선)의 '핵문제'가 조·미 사이의 정치적 타결에 의해서 해결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북(조선)의 '핵문제'가 해결되는 것과 더불어 한·미 동맹체제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동요에 빠질 것이고 차츰 무력화될 것이다. 

(2) 미·일 동맹체제 강화 

미국의 동아시아정책에서 가장 무거운 전략적 비중을 갖는 것은 중국의 패권적 진출을 견제하기 위하여 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는 문제다. 그런데 중국의 패권적 진출을 견제하기 위하여 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는 문제는 북(조선)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더욱 복잡하게 되었다. 

지난 시기 조·일 대결관계는 중·일 갈등관계와 중첩되면서 일본에게 불안감을 안겨주었는데, 북(조선)의 핵무장은 조·일 대결관계와 중·일 갈등관계의 교차점에 놓여있는 일본을 위협하게 되었다. 중국이 북(조선)의 핵무장을 반대하면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요구하는 까닭은, 북(조선)의 핵무기가 자기를 위협하기 때문이 아니라 일본을 자극하여 일본의 핵무장을 촉발시키지나 않을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중·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조선)의 핵무장에 의해서 자극을 받은 일본에게는 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조·중 두 나라에 대항하든지 아니면 핵무기를 개발하여 조·중 두 나라에 대항하든지 하는 두 가지 전략적 선택이 주어졌다. 그렇지만 미국이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는 조건에서 일본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은 미·일 동맹체제를 강화하여 조·중 두 나라에 대항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패권적 진출을 견제하는 것과 동시에 일본의 핵무장 야욕을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해서 미·일 동맹체제를 서둘러 강화하면서 조·일 대결관계를 일정하게 완화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미·일 동맹군의 군사력이 날로 증강되고 있는 것과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가 두 번째로 평양을 방문하여 조·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은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아시아정책을 반영한 일련의 움직임이다. 

미국이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의 도전을 물리치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중국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2004년 5월 29일 미국 국방부는 중국 군사력에 관하여 의회에 제출한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공개하였는데, 그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이 미·일 동맹을 강화하고, 아시아대륙에 가장 가까운 미국 영토인 괌에 있는 미군기지에 선제핵공격 능력을 갖춘 무력을 배치하고, 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포위·견제전략을 추구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패권적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 가운데는 미·일 동맹군을 증강하고 있는 미국의 견제책동만이 아니라 대만의 분리독립책동도 포함된다. 대만의 분리독립책동에 대해서 미국이 중국의 눈치를 살펴가며 음양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만 정부는 오는 2006년까지 헌법을 개정하여 분리독립책동을 본격화하겠다고 공언하였고, 이에 대응하여 중국 정부는 대만이 분리독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경우 무력을 사용해서 저지하고 통합을 실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로써 대만해협의 정치·군사적 긴장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미군과 대만군 장교들은 중국의 대만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일곱 차례나 비밀회의를 가졌다고 한다. (셀릭 해리슨[Selig S. Harrison], 「미군 전진배치 실제 이유」, 『한겨레』 2001년 8월 26일자) 만일 대만의 분리독립을 저지하려는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통합하기 위한 전쟁에 돌입할 경우, 미국은 제7함대만이 아니라 미·일 동맹군까지 동원해야 할 것이다. 

중국의 패권적 진출, 대만의 분리독립책동, 북(조선)의 핵무장, 일본의 핵무장 야욕에 대한 통제 같은 굵직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함으로써 미·일 동맹체제는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문제는 미·일 동맹체제가 강화될 수록 주일미군의 전략적 비중이 커지는 반면, 주한미군의 전략적 비중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미·일 동맹군의 증강은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해체와 주한미군의 감축을 촉발시킨다. 

5.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촉진하는 요인들

1)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

북(조선)은 '핵문제'를 가지고 미국을 계속 압박하면서 미국에게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요구하고 있다. 북(조선)은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나, 북(조선)이 조·미 정치회담에서 제기한 조·미 불가침조약 체결, 조·미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는 주한미군 전면철군과 직결된 사안이다. 

북(조선)이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일관되게 요구하는 까닭은, 주한미군이 전면적으로 철군되어야 북(조선)이 자기의 국가전략목표인 한(조선)반도 통일과 강성대국 건설을 성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조선)이 한(조선)반도 통일과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국가전략목표를 집중적, 지속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사실은 심지어 미국 군부조차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바다. (2000년 3월 7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군사령관 토머스 슈워츠[Thomas A, Schwartz]의 보고서 3쪽과 5쪽)

조·미 정치회담에서 조·미 두 나라가 원론적으로 동의하는 유일한 사항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다. 북(조선)과 미국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2004년 6월 8일자 보도에 따르면, 2004년 5월 22일 평양을 방문하여 조·일 정상회담을 진행하였던 일본 총리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2004년 6월 8-10일까지 열렸던 선진 8개 나라(G8) 회담에 참석하기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명확히 밝혔다. 그는 핵개발사업 동결이 검증과 함께 이루어질 것이라는 점도 매우 명확히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조·미 두 나라 사이에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원론적 동의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될 수 있으며, 또한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하는 문제다.

매우 대조적으로, 미국은 한(조선)반도 비핵화의 의미를 북(조선)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비해서, 북(조선)은 그 의미를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것과 더불어 주한미군 전면철군으로 이해한다. 북(조선)은 주한미군이 철군하면, 한(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된다고 보는 것이다. 북(조선)에게 있어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군사적 의미와 정치적 의미를 갖는다.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미국의 한(조선)반도 전쟁책동에 제동을 걸고 조·미 사이의 군사적 대치상태를 이완시킨다는 뜻이다. 정치적 측면에서 볼 때,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북방세력인 중국과 러시아 대 남방세력인 미국과 일본의 복잡한 갈등구조 속에서 한(조선)반도를 중립화, 완충지대화한다는 뜻이다.

오래 전부터 북(조선)은 선제전술핵공격거점인 주한미군기지를 철거하고 주한미군을 전면적으로 철군하는 경우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군 전면철군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이라는 것이다. 북(조선)에게 있어서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는 길은 곧 주한미군 전면철군이다. 그러므로 북(조선)의 견지에서 보면,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추진하는 조·미 정치회담은 사실상 주한미군을 전면적으로 철군시키기 위한 정치회담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조·미 정치회담에서 북(조선)이 승리하는 것은 곧 주한미군을 전면적으로 철군시키는 것을 뜻한다. 달리 표현하면, 주한미군이 점차적으로 철군하는 과정은 조·미 정치회담에서 북(조선)이 점진적으로 승리하는 과정과 일치한다. 

그런데 부시 정부는 클린턴 정부 시기에 진행하였던 조·미 정치회담을 6자회담으로 전환시켜놓았다. 부시 정부가 조·미 정치회담을 6자회담으로 전환시켜놓은 까닭은, 조·미 정치회담이 진전되어 주한미군을 철군하는 문제가 제기되는 것을 미리 차단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6자회담에는 중국, 일본, 러시아, 남(한국)의 이해관계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으므로 6자회담을 진전시켜 조·미 사이의 주한미군 철군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조선)반도 비핵화 문제를 풀어내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면 6자회담과 함께 조·미 정치회담이 병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6자회담만 진행해서는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지 못한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군하기 위한 조·미 정치회담을 거부하는 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실현되지 못하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철군하지 않으면서 한(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을 수 없다. 

북(조선)은 주한미군 전면철군과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하나의 협상과제로 묶어 미국에게 일괄타결안으로 제시하였고, 이제는 미국이 그 일괄타결안에 응답할 차례가 되었다. 미국은 북(조선)의 계속적인 핵무기 개발을 더 이상 용인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므로, 북(조선)의 일괄타결안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이것은 부시 정부가 중단하였던 조·미 정치회담을 재개하고 그 회담에서 주한미군 철군문제와 한(조선)반도 비핵화문제를 논의하는 조건이 성숙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조·미 두 나라가 한(조선)반도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고 주한미군 철군을 일괄적으로 타결하는 과정에서 시간은 북(조선)의 편에 있다. 북(조선)의 핵프로그램은 완전하게, 검증할 수 있게, 돌이킬 수 없게 해체되어야 한다는 것(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ing)을 완강하게 고집하면서 6자회담을 추진해오던 미국은 차츰 초조와 불안에 빠져 갈팡질팡하면서 한 걸음씩 물러서고 있다. 2004년 6월 8-10일 미국 조지아주 남부 씨 아일랜드(Sea Island)에서 열린 선진 8개 나라(G8)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조선)의 핵프로그램(nuclear program)이 완전하게, 검증할 수 있게, 돌이킬 수 없게 해체되어야 한다는 종전의 주장을 철회하고, 그 대신 북(조선)의 핵무기 관련 프로그램(nuclear weapons-related program)이 완전하게, 검증할 수 있게, 돌이킬 수 없게 해체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6월 13일자) 이것은 미국의 고집이 꺾이고, 미국의 대북(조선) 협상조건이 북(조선)의 평화적 핵프로그램까지 해체하려고 하였던 것에서 물러서서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의 해체로 국한되었음을 뜻한다. 북(조선)도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문제를 반대하지 않으므로, 핵무기 개발포기와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일괄타결하는 조·미 정치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10년 이상 지속되어온 조·미 대결전에서 미국의 패색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미국이 주한미군 지상군을 2005년 안에 감축하는 결정을 내렸고, 북(조선)이 2005년을 주한미군 철군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의사를 표명하였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우연한 일치가 아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과 북(조선)이 주한미군 철군 원년을 설정한 것이 2005년이라는 특정한 시점에 맞아떨어지는 것은, 2005년에 미국이 주한미군 전면철군과 한(조선)반도 비핵화를 하나로 묶은 북(조선)의 일괄타결안을 받아들이는 퇴각방향으로 떠밀려가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2) 북(조선)의 핵전쟁 대응력과 핵보복 능력 증강

북(조선)은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한 핵전쟁 대응력을 증강해오고 있다. 북(조선)이 전국 요새화의 군사노선에 따라 각지에 건설해놓은 수많은 지하요새는 핵전쟁 대응력의 중요한 기반이다. 북(조선)은 기존 지하요새를 보강하는 공사를 하였다. 지하요새에 밀폐식 출입문을 설치하였고, 출입구를 지(之)자 형으로 바꿨고, 지하요새 안에는 별도의 밀폐된 대피공간을 여러 군데 설치하였다. 

미국의 핵공격에 대비한 핵전쟁 대응력 가운데서 중요한 것은 핵보복 능력이다. 북(조선)의 핵보복 능력은 미국의 선제핵공격 능력을 억제하는 가장 강력한 군사적 수단이다. 북(조선)은 국력을 기울여 미국의 선제핵공격 능력에 맞설 수 있는 핵보복 능력을 1990년대에 이미 확보하였으며, 그 뒤로 그 능력을 계속 증강해오고 있다. 북(조선)은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핵무장국이 되었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한 핵무장국으로서는 5대 핵강국 이외에 유일한 나라다. 북(조선)은 세계 제6위의 핵강국인 것이다. 만일 북(조선)이 미국의 핵공격을 억제하는 핵보복 능력을 갖지 못하였다면, 미국의 침략전쟁책동을 저지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라크가 미국의 침략전쟁을 억제하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 것이나, 리비아가 제국주의 연합세력의 압박에 대항하지 못하고 결국 굴복한 것은 모두 미국에 대한 군사적 보복능력과 억제력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정통한 소식통이 밝힌 바에 따르면, 북(조선)은 오키나와와 괌의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넣는 사거리 3천-4천km에 이르는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2002년에 완료하였다고 한다. (Agence France-Presse 워싱턴발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03년 9월 11일자, 그리고 『연합뉴스』 2003년 9월 8일자) 평양에서 괌 사이의 거리는 4천km다. 미국 영토인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는 유사시 북(조선)으로 출격하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들인 비(B)-52, 비(B)-1이 배치되어 있으므로, 북(조선)은 미국이 침략전쟁을 도발할 때 우선 괌의 출격기지부터 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 미사일로 파괴할 것이 분명하다. 미국 국방부 부장관 폴 월포위츠는 2001년 7월 12일 연방상원 군사위원회의 국방예산 심의회의에 출석하여 "한(조선)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의 수많은 공군기지들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수많은 함정들이 북(조선)의 미사일 공격으로 격침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연합뉴스』 2001년 7월 13일자)

최근 부시 정부관리는 북(조선)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거리 1만5천40km의 새로운 3단계 추진형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9월 12일자) 평양과 샌프란시스코 사이의 거리는 8천8백km이고, 평양과 로스앤젤레스 사이의 거리는 9천5백km이고, 평양과 워싱턴 사이의 거리는 1만2천km다.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침략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북(조선)은 대륙간탄도미사일로 인구와 산업시설이 밀집해있는 대도시를 파괴하여 미국의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킬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 북(조선)이 '핵억제력'이라는 말로 표현하는 핵보복 능력이다.

미국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은 함경북도 대포동에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장이 2002년 11월에 엔진분사실험을 실시하던 중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하여 실험장비들이 손상되었는데, 2003년 중순에 완전히 복구되었음을 확인하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3년 8월 9일자, 『교도통신』 도쿄발 보도를 인용한 『연합뉴스』 2003년 10월 29일자)

만일 미국이 선제핵공격전략에 따라 침략전쟁을 도발하는 경우, 미국 본토에 핵보복을 가하여 전쟁수행력을 마비시킴으로써 한(조선)민족의 인명손실과 한(조선)반도의 전쟁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조국을 통일하려는 것이 조선인민군의 '환상적인 3단계 전격작전계획'이다. 조선인민군의 '환상적인 3단계 전격작전계획'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디펜스(Defense)』 1996년 6월 호에 보도되었는데, 그것은 미군정보당국이 파악한 극히 일부내용으로 보인다. 

이처럼 북(조선)이 핵전쟁 대응력과 핵보복 능력을 계속 증강하는 것은,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전술핵공격력의 중요성을 계속 감소시킨다. 주한미군의 전술핵공격력은 북(조선)의 핵전쟁 대응력과 핵보복 능력 앞에서 무력화되는 것이다. 전술핵공격력이 무력화된 주한미군은 더 이상 존재가치를 갖지 못한다. 미국은 전술핵공격력이 무력화된 주한미군을 철군시키고 그 대신 괌과 알래스카, 그리고 미국 본토에 배치한 전략핵공격력에 의존하게 된다.

3) 반미자주화운동과 6.15공동선언실현운동의 발전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 이후 지금까지 남(한국)의 반미자주화운동은 민족민주운동세력이 전개한 불굴의 투쟁에 의해서 추진되어 왔다. 남(한국) 민중 전체는 아직 반미자주화운동에 결합하지 못하고 있으나, 남(한국) 민중 속에서 반미자주화운동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해서 남(한국) 민중이 비판적 태도를 갖게 된 원인을 제공한 문제들은, 주한미군이 남(한국) 주민에게 저지르는 각종 범죄와 그 범죄를 남(한국) 정부가 처벌하지 못하는 문제, 미국이 주한미군기지를 이전하는 비용을 남(한국) 정부에 떠넘기는 문제, 주한미군기지 주변환경이 오염되는 문제, 이라크침략전쟁에서 미군이 저지른 만행 등이다. 

현재 남(한국) 민중의 일반적인 대미인식은 주한미군이 남(한국)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체제를 유지해주고 있으며, 북(조선)에 대한 제국주의적 봉쇄와 전쟁위협을 자행하고 있다는 본질적 인식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상태에 있다. 그렇지만 남(한국) 민중은 미국을 더 이상 '혈맹적 우방'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과 주한미군에게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이처럼 남(한국) 민중이 미국과 주한미군에게 비판적 태도를 갖는 것은 반미자주화운동의 동조세력이 확장되는 것을 뜻한다. 워싱턴의 전략가들은 남(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그러한 변화를 이른바 '민족주의의 발흥(rise of nationalism)'이라고 이해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남(한국) 민중의 비판의식이 확산되는 것은 북(조선)에 대한 동족의식이 복원되는 것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북(조선)에 대한 동족의식이 복원될수록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의식이 확산되며, 거꾸로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한 비판의식이 확산될수록 북(조선)에 대한 동족의식이 복원된다. 

북(조선)에 대한 동족의식이 복원되기 시작한 결정적인 계기는, 두 말할 것도 없이 2000년 6월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6.15 공동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6.15 공동선언은 지난 시기 상상하기 힘들었던 남북 사이의 다방면적인 화해, 교류, 협력을 촉진시킴으로써 한(조선)반도 통일이 먼 장래의 희망이 아니라 당대에 실현될 수 있음을 현실로 입증하였다. 2000년 6월 15일 이후 4년 동안 한(조선)민족이 추진해오고 있는 6.15 공동선언실현운동은 남(한국) 민중 속에서 북(조선)에 대한 적대의식을 급속히 소멸시키고 동족의식을 복원시켰다. 

6.15 공동선언실현운동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한국) 민중은 자기 동족인 북(조선)이 왜 반미자주화를 추구하는지를 차츰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기 동족인 북(조선)을 적대하는 미국과 주한미군을 비판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남(한국) 민중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대미비판의식이 반미자주화운동의 대중적 동조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볼 때, 6.15 공동선언실현운동은 남(한국) 민중의 대미비판의식을 촉매로 하여 반미자주화운동에 차츰 연계되고 있는 것이다. 6.15 공동선언실현운동이 아직 반미자주적 요구를 정면에서 제기하지는 못하지만, 그 운동의 전개방향이 친미예속에서 벗어나 대미비판으로 이동하고 있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반미자주의식과 남(한국) 민중의 대미비판의식 사이에서 드러나는 간격과 차이는, 민중의 정치의식이 균등하게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층차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남(한국) 민중의 의식구조 속에 자리잡은 대미비판의식은 친미예속의식에서 벗어나 반미자주의식으로 발전해 가는 중간단계라고 할 수 있다. 반미자주화와 주한미군 철군을 추구하는 민주노동당이 지난 제17대 총선에서 선전하여 원내 제3당으로 진출하고, 총선 이후에도 계속하여 대중적 지지기반을 넓혀가고 있는 것은, 남(한국) 민중의 의식구조가 친미예속에서 벗어나 반미자주로 가는 중간단계에 이르렀음을 입증한다. 

남(한국)에서 반미자주화운동과 6.15 공동선언실현운동이 발전하는 것은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촉진시키는 강력한 요인이다.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반미자주화운동이 발전하고, 민중 속에서 반미자주화운동의 동조세력이 확장되는 것은, 주한미군 전면철군을 촉진시키고 더 나아가서 미국의 남(한국) 지배체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6. 지상군 감축은 전면철군으로 이어질 것인가

미국이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면서도 남(한국) 지배체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점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하였다. 여기서 제기되는 물음은 지상군 감축이 전면철군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남(한국) 지배체제를 유지하려면 주한미군을 전면적으로 철군해서는 안 된다. 지상군은 감축하더라도 일부 병력을 잔류시키면서 한·미 동맹체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현재 미국이 자기의 군사전략적 요구에 따라 추진하는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은 일단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그 현상은 미국이 지상군을 감축하면서도 일부 병력을 잔류시켜서 한·미 동맹체제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현상 속에 들어있는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다. 나의 판단으로는,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이라는 현상 속에 들어있는 본질은,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에서 정치적 패배를 당한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차츰 퇴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이 진행되는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미국은 정치적 패배로 밀려가고 있으며, 따라서 현재의 주한미군 지상군 감축은 미국의 정치적 패배에 따라 장차 전면철군으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지상군이 발행하는 『성조지(The Stars and Stripes)』 2004년 5월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연방하원 예산국(Congressional Budget Office)은 지상군 재배치 계획에 관련한 일곱 가지 대안을 검토하였는데, 그 가운데서 주목할만한 것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안이 검토되었다는 점이다. 즉 주한미군 지상군 2만8천 명 가운데 1천 명만 남기고 모두 철군한 다음,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된 1개 전투여단이 순환 식으로 남(한국)에 출병하는 방안과 군사장비를 관리하는 극소수의 요원만 남기고 전면철군한 다음, 신속기동여단이 순환하는 식으로 출병하지 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파병하는 방안이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20일자)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유형을 전력투사근거지(PPH), 주요작전기지(MOB), 전진작전거점(FOS), 안보협력대상지역(CSL)으로 구분하는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르면, 의회예산국이 검토한 두 가지 방안은 주한미군을 전면철군하고 주한미군기지를 전진작전거점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2004년 2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미래 한·미 동맹정책구상회의(The Future of the Alliance Talks, FOTA)에서 미국 정부관리는 해외주둔 미군기지를 구분하는 네 가지 유형을 설명하면서 주한미군기지는 전력투사기지와 주요작전기지의 중간급에 해당하는 기지, 또는 주요작전기지가 될 것이라고 통보하였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19일자) 그러한 통보를 전달받고 충격을 받은 남(한국) 정부관리들은 미국이 해외주둔 미군기지의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하는 것은 국가를 단위로 하여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기지를 단위로 하여 구분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주한미군기지들은 네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한다는 자의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28일자)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을 자세히 살펴보면, 2004년 2월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회의에서 앞으로 주한미군기지가 전력투사근거지와 주요작전기지의 중간급 지위로 전환될 것이라는 미국 관리의 발언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에서 주한미군기지가 차지하는 지위를 명확하게 지적하지 못한 부정확한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의 판단으로는, 주한미군 감축단계에 들어선 주한미군기지는 미군이 상주하지 않고 1-2년에 한 차례 신속기동여단 훈련을 실시하는 전진작전거점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미8군사령관 찰스 캠벨은 2004년 5월 25일 미8군사령부에서 진행한 국방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주한미군 보병 전체가 빠져나가는가 라는 물음을 받고 "주한미군 501정보여단과 제1통신여단은 계속 한(조선)반도에 주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25일자) 주한미군 지상군을 모두 감축하더라도 정보여단과 통신여단을 잔류시킬 것이라는 말은, 주한미군이 장악하고 있는 정보감시임무와 지휘통제임무를 한국군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2003년 7월 미국은 주한미군이 장악해왔던 10가지 작전임무를 한국군에게 넘겨주겠다고 통보하였는데, 정보감시임무와 지휘통제임무는 그 10가지 작전임무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2004년 2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제7차 미래 한·미 동맹 정책구상회의에서 주한미군 고위장성은, 2003년 7월에 장차 넘겨주기로 합의하였던 10가지 작전임무 이외에 다른 임무도 한국군에게 넘겨주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21일자) 미국이 한국군에게 추가로 넘겨주려는 작전임무가 무엇인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추가로 넘겨주려는 임무에는 정보감시임무와 지휘통제임무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서 남(한국) 언론은 미국이 10가지 작전임무 이외에 정보감시임무와 지휘통제임무까지 넘겨주려는 것이 주한미군을 점차적으로 감축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전면적으로 철군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21일자) 

여기서 살펴볼 것은 지난 시기 주한미군 감축의 성격과 현재 주한미군 감축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가 하는 문제다. 명백하게도, 지난 시기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에 의해서 추진되었다. 그에 비해서 오늘의 주한미군 감축은 지난 시기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의해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철군시키려는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을 내적 요인으로 하고,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를 외적 요인으로 하여 추진되는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차이다.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형성되기 이전에 미국이 자기의 군사전략적 요구에 따라서 주한미군을 감축하였던 것과 오늘날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 속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그 의미가 매우 다르다.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 속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것은, 감축과정에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만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적 요구도 관철되는 것을 뜻한다. 

더 중시할 것은,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한(조선)민족의 정치적 승리로 차츰 기울어지면서 주한미군 감축과정에는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적 요구가 미국의 군사전략적 요구보다 더 강하게 관철될 것이라는 점이다. 

주한미군을 전면적으로 철군시키려는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적 요구는, 조·미 정치회담과 반미자주화운동을 통하여 강하게 제기되면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명백하게도, 그 압박강도는 계속 높아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조·미 정치회담에서 북(조선)이 승리의 기선을 잡고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과 남(한국) 민족민주운동세력의 반미자주화운동이 강화·발전되는 것은, 주한미군의 점차적 감축이 결국 전면철군으로 이어지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7. 주한미군 철군과 미국의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 창설 

주한미군 감축은 한(조선)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대북(조선) 선제공격전략에 따른 전쟁준비인가? 어떤 사람들은 주한미군 감축은 군사적 긴장의 완화가 아니라 미국의 침략전쟁준비가 아닌가 하는 강한 의혹을 제기한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주한미군 지상군을 감축하는 대신, 2006년까지 1백10억 달러를 들여 대북(조선) 정보수집능력을 강화하고, 정밀유도식 통합직격탄(JDAM)으로 무장하고, 최신형 전투헬기인 에이에이취(AH)-64디(D) 아파치 롱보우를 배치하여 작전능력을 증강하는 사업을 추진하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2006년까지 1백10억 달러를 들여 주한미군의 작전능력을 증강시켜놓는다고 해도, 그 작전능력은 주한미군 철군과 함께 결국 남(한국)을 떠나는 것이다. 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에서 생기는 군사력의 공백을 군사장비의 보강으로 메우려는 것이지 침략전쟁준비를 다그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조선인민군 포병군단의 대구경 장거리포 사정권에 들어 있었던 주한미군 제2사단과 주한미군사령부를 사정권 밖에 있는 오산·평택기지로 이전하는 것은, 조선인민군에게 불리하고 주한미군에게 유리한 정황이 조성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조선)반도의 군사적 상황을 재래식 전쟁능력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은 일면적인 견해다. 북(조선)이 지하핵실험과 우주발사체 개발에 성공하였던 1998년에 북(조선)의 핵보복 능력이 입증된 이후, 한(조선)반도의 군사적 상황에서 비재래식 전쟁능력, 다시 말해서 핵전쟁 능력이 전쟁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북(조선)이 핵보복 능력을 보유한 사실을 미국이 아직 확인하지 못했던 1998년 이전에는 주한미군 제2사단과 주한미군사령부가 조선인민군 포병군단의 대구경 장거리포 사정권 안에 들어있는 것이 중대한 요인이었으나, 북(조선)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의 심장부를 타격할 수 있게 된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미국은 북(조선)에 대해서 선제핵공격전략을 함부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게 된 것이다. 미국 언론의 표현을 빌리면, 북(조선)의 대량핵보복 능력과 미국의 선제핵공격 능력이 이른바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이루고 있는 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은 주한미군 철군문제와 상관없이 대북(조선) 선제공격전략을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지만, 미국이 주한미군을 철군하는 것을 대북(조선) 선제공격전략에 따른 실질적인 전쟁준비라고 규정하는 것은 오류다. 주한미군 전면철군은 미국이 북(조선) 침략전쟁을 준비하려는 조치가 아니라, 미국의 군사적 퇴각이며 정치적 패배라고 보아야 한다.

한편, 주한미군이 철군하면 한국군 대 조선인민군의 대치상태가 격화될 것으로 내다보는 견해가 있다. 주한미군이 철군하면 조선인민군 대 주한미군의 대치상태는 일단 해소될 것이고,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의 대치상태가 남게 된다. 그런데 주한미군 철군 이후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의 대치상태는 격화되는 것이 아니라 이완되는 방향으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전망하는 까닭은 두 가지다. 

첫째, 주한미군이 철군하면 한국군의 제한적인 작전능력이 그나마 무력화될 것이고, 한국군과 조선인민군의 대치상태는 이완될 것이다. 

한국군이 한·미 연합군체제 안에서 미군의 전력을 보완하는 지위에 묶여있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한국국방연구원이 2002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군이 당면한 문제점은 전략 수준의 전력을 미군에게 의존하면서 전술 수준의 전력을 증강해온 것, 그리고 군사과학기술을 발전시키는 것보다 완성품 위주의 무기를 도입하는데 힘을 기울여온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한국군의 독자적인 작전능력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주한미군은 단계적으로 철군하면서 자기들이 장악·통제하여왔던 작전임무를 한국군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작전임무를 넘겨주는 것이지 작전능력까지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주한미군이 철군하는 과정에서 한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고 자기의 작전능력을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면철군에 대비하여 이른바 '안보공백론'과 한국군 증강론이 고개를 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4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은 예비역 장성 30여 명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국방비는 협력적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 적절한 수준으로 꾸준히 증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4년 5월 18일자)

그러나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과정에서 남북 사이의 화해·교류·협력이 더욱 심화·발전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군사부문에서도 남북 군사회담이 진전되어 대치상태를 완화시키는 조치가 추진될 것이 분명하다. 한(조선)반도에서 한국군 대 조선인민군의 대치상태는 주한미군이 단계적으로 철군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완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군 대 조선인민군의 대치상태가 완화되는 것은 한국군이 자기의 작전능력을 강화하려는 추세에 강한 제동을 거는 것이다.

둘째, 주한미군이 철군하는 과정에서 미국은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는 움직임을 서두르게 될 것이다. 주한미군 전면철군과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 창설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요구된다.

한·미 두 정부는 2005년에 열리는 한·미 연례안보회의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한국군은 북(조선)에 대한 전략정보의 100%, 전술정보의 70%를 주한미군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는데, 주한미군사령관이 그러한 처지에 있는 한국군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은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육상선수권대회 참가권을 주는 것처럼 비정상적인 일로 보인다. 

작전능력이 매우 제한적인 한국군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려는 미국의 행동은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정치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렇지 않다. 주한미군사령관이 한국군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는 것은, 한·미 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고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려면 한·미 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미국에게는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는 문제가 급하고 더 중요한 것이므로,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을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한국군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주는 무리수를 두면서라도 한·미 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려는 것이다.  

주한미군을 감축하는 문제와 한·미 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문제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주한미군 감축을 한·미 연합군사령부 해체와 연계하는 문제는 1990년 4월 19일 미국 국방부가 연방의회에 제출한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에서 이미 제시된 바 있다. 주한미군 3단계 감축안에 따르면, 부시 정부가 2005년 말까지 주한미군 1만2천5백 명을 감축하는 것은 제2단계 감축에 해당하는 것이며, 2006년 이후에 진행될 제3단계 감축에서는 4년 안에 주한미군이 극소수 요원만 남고 모두 철군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것은 한·미 연합군사령부 해체와 전시작전통제권 이양을 뜻한다.

『뉴욕타임스』 기자출신의 이름난 언론인 리처드 핼로런(Richard Halloran)이 미국은 주한미군 지상군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적으로 줄이는 대신 해군력에 대한 의존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주한미군 제2사단을 신속기동여단으로 개편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 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사령관의 직급을 4성장군에서 3성장군으로 격하시키는 문제를 언론에 보도한 때는, 미국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괌과 오키나와의 미군기지를 둘러보고 서울과 도쿄를 방문하였던 2003년 11월이었다. (『워싱턴 타임스』 2003년 11월 24일자)

미국은 주한미군사령부와 주일미군사령부를 해체하고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교도통신』 2004년 3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03년 11월 하순 하와이에서 열린 미·일 안보실무자회담에서 워싱턴주 포트루이스에 있는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일본 가나가와현에 있는 자마기지로 옮기고 주일미군사령부와 주한미군사령부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미국 육군 제1군단은 보병사단 4만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발생하는 사태나 분쟁에 신속하게 개입하는 신속기동전략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다. 『디펜스 뉴스(Defense News)』 2004년 6월 1일자 보도는 미국이 신속기동군을 출동시키는 중심축으로 남(한국)을 이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였는데, 이것은 한·미 연합군사령부를 해체하고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를 창설하려는 움직임에 부합되는 내용이다.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는 주일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작전능력을 결합하여 중국의 지역패권주의를 견제하고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려는 장기전략구상에 의해서 창설되는 것이다. 앞으로 남(한국)이 미국의 지배체제에서 벗어나고 한(조선)반도가 통일되는 경우에도 동아시아지역군사령부는 미·일 동맹군을 기반으로 하여 계속 존립할 것이다.

8. 주한미군 철군과 한(조선)민족이 선택한 미래

동아시아에 주둔하였던 미군이 철군함으로써 발생하는 전략환경의 변화를 논할 때, 대만주둔 미군이 전면적으로 철군하였던 경험을 빼놓을 수 없다. 대만주둔 미군의 전면철군은 미국·대만 동맹체제를 해체시켰고, 그에 따라 대만의 집권세력은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에 비하여 한(조선)반도의 경우, 주한미군의 전면철군은 한·미 동맹체제를 해체시킬 것이고, 남(한국)과 북(조선)의 화해·교류·협력을 계속 증진시켜 연방제 통일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미국·대만 동맹체제의 해체가 대만의 분리독립 추구로 나아간 것과 완전히 다르게, 한·미 동맹체제의 해체는 연방제 통일의 실현으로 나아갈 것으로 전망하는 근거는, 대만과 남(한국)이 처해 있는 주체적 조건이 완전히 다르다는데 있다. 미국·대만 동맹체제를 해체시킨 요인은 중·미 정치회담에서 중국이 승리한 것이었다. 중·미 정치회담에서 중국이 승리하여 미국·대만 동맹체제를 해체시키고 있었을 때, 대만 인민은 중국 인민과의 동족의식을 복원하지 못하였으며, 대미비판의식도 갖지 못하였고, 반미자주화운동을 전개할 민족민주운동세력도 존재하지 않았다.  

만일 대만 인민 속에서 중국 인민과의 동족의식이 복원되고 통일의지가 강해졌다면, 중국과 대만은 일국양제(一國兩制) 원칙에 기초하여 평화통일을 실현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대만 인민은 통일실현의 기회를 외면하고 분단의 현상유지를 추구하였으며, 대만 집권세력은 그러한 현상유지의 흐름에 편승하여 분리독립을 추구하였다. 대만 총통이 베이징을 방문하여 중화인민공화국 주석과 상봉하고 양안의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정치적 합의를 내오는 것은 상상하지 못할 일이었다.

중국은 중·미 정치회담에서 정치적으로 승리하여 대만주둔 미군을 전면적으로 철군시키고 미국·대만 동맹체제를 해체시키는데 성공하였으나, 그것으로 하여 대만 인민의 대미비판의식과 중국 인민에 대한 동족의식이 촉발되지는 않았다. 이것은, 중국과 대만이 평화통일의 역사적 임무를 수행하는 기회를 놓쳐버렸음을 뜻한다. 이제 그들 앞에는 중국인민해방군이 대만군과 전쟁을 벌여 대만의 분리독립세력을 무력으로 타도하고 대만을 강제로 통합하는 마지막 대안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그에 비해서 한(조선)민족은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한(조선)민족은 동족끼리 전쟁을 하지 않고 조국을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통일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원칙과 방도를 찾아내었으며, 6.15 공동선언 발표 이후 그 원칙과 방도를 차근차근 실현해 가고 있는 중이다. 거기에 더하여, 남(한국) 민중이 대미비판의식을 갖게 됨으로써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선명하게 부각되고, 그에 따라 한(조선)민족의 반미자주화운동은 상승국면에 접어들었다. 한(조선)민족의 6.15 공동선언실현운동 발전과 남(한국) 민중의 대미비판의식 획득은, 조·미 정치회담에서 북(조선)이 미국을 궁지에 몰아넣으면서 주한미군을 전면철수하라는 요구를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는 대미압박공세와 연동작용을 일으키면서 주한미군 철군을 촉진하는 동반상승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남(한국)에서 반미자주화운동과 6.15 공동선언실현운동의 발전은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인 민주노동당을 정치권에 등장시켰고, 그 주체를 강화하는 통일전선운동을 촉진시키고 있는 중이다. 민족자주와 조국통일을 추구하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강화하는 통일전선운동은 진보정당을 집권의 길로 힘있게 밀어줄 것이며, 진보정당의 집권은 한·미 동맹체제 해체와 연방제 통일 실현으로 귀결될 것이다.

13억 중화민족은 대만을 무력으로 통합하기 위해서 동족끼리 피를 흘리는 마지막 대안을 불가피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으나, 7천만 한(조선)민족은 동족끼리 피를 흘리지 않고 조국통일위업을 성취하는 미래를 선택하였다. 

오늘날 인류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는 사회주의와 제국주의의 모순, 민족자주역량과 제국주의세력의 모순이 하나의 집중점에 뒤엉킨 것으로 하여 그 누구도 해결의 전도를 낙관하지 못했던 한(조선)반도에서 그처럼 복잡하게 뒤엉킨 모순에 분연히 맞서 싸우고 있는 7천만 민족은 그 모순을 자기의 힘으로 풀어내어 민족자주를 실현하고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는 위대한 민족으로 일어서고 있는 것이다. (2004년 6월 16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