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문제와 탄핵문제로 본 한(조선)반도 현 정세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북(조선)의 핵억제력에 대하여 
    1) 이슬라마바드발 평양행 고려민항 특별기 
    2) '핵문제'를 놓고 계속되는 격돌과 정세변화의 조짐 
2. 남(한국)의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에 대하여 
    1) 남(한국) 정치현실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창출될 수 있는가 
    2)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의 본질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3) 탄핵정국, 총선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자주적 민주세력 
        (1) 탄핵정국을 조작한 미국의 의도와 미국의 총선전략을 간파하는 문제 
        (2) 민중주체적 관점에서 총선투쟁의 전략전술을 세우는 문제 
        (3)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의 정치사적 의의 


1. 북(조선)의 핵억제력에 대하여 


1) 이슬라마바드발 평양행 고려민항 특별기 


1998년 6월 10일 고려민항 특별기 한 대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 활주로를 이륙하여 창공으로 날아올랐다. 평양발 특별기의 항행이 장차 한(조선)반도 정세를 뒤바꾸는 결정적인 요인의 하나가 되리라는 점을 예견했던 사람은 없었다. 그 특별기에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 사막의 차가이 핵실험장에서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북(조선)의 핵과학자들이 타고 있었고, 지하핵실험 계측장비들과 지하핵실험에서 얻은 극비자료들이 실려있었다. 

당시 파키스탄의 상황은 자국 최초의 지하핵실험이 성공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감격과 흥분에 휩싸여 있었다. 그런데 파키스탄 인민의 열광적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다른 한 편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파키스탄을 엄습하고 있었다. 그 까닭은 파키스탄에서 미국 첩보위성과 첩보기들이 감시활동에 들어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의 비밀요원들이 이슬라마바드에 집결하였기 때문이었다. 

이슬라마바드에서만 긴장감이 조성된 것은 아니었다.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보고를 받은 평양의 관계당국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왜냐하면 북(조선)은 미국이 파키스탄 곳곳에 쳐놓은 삼엄한 첩보망과 경계망을 뚫고 자국의 핵과학자들과 핵실험 계측장비들, 핵실험자료들을 무사히 귀환시키는 매우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였기 때문이었다. 만일 파키스탄에 급파된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비밀요원들에게 노출되는 경우, 핵실험 계측장비와 극비자료들이 탈취 당하고, 핵과학자들이 그들에게 납치되거나 살해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핵과학자들이 타고 있고, 핵실험 계측장비들과 극비자료들이 실려있는 특별기가 파키스탄 영공을 벗어나 항행하는 도중에 미 해군 요격기 또는 친미동맹국의 공군기에 의해서 요격·격추되거나 강제착륙될 위험도 있었다. 

북(조선)의 귀환작전은 그러한 위험을 돌파하기 위하여 처음부터 빈틈없이 조직되어야 하였고 오차나 실수가 없이 실행되어야 하였다. 북(조선)이 이슬라마바드에 급파한 고려민항 특별기가 미국의 첩보망과 경계망을 뚫고 자국의 핵과학자들과 계측장비들, 극비자료들을 어떻게 무사히 귀환시켰는가 하는 것은 그 동안 세상에 전혀 알려진 바 없다. 그런데 미국의 언론보도는 북(조선)의 귀환작전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알려주는 몇 가지 중요한 단서를 밝혀주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1999년 8월 23일자 보도와 2004년 3월 1일자 보도를 종합해보면, 귀환작전이 마치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귀환작전의 첫 장면은 이슬라마바드 교외의 한적한 고급주택가 밤하늘에 울린 날카로운 총성으로 시작된다. 그 날은 북(조선)이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한 주일이 지난 1998년 6월 7일이었다. 

총격사건현장은 파키스탄 고위관리들과 군장성들이 살고 있는 지역인데. '이(E)-7'이라는 고유명칭으로 불리는 보안경계주거지(high-security garrison town)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총지휘하였던 저명한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Abdul Qadeer Khan)도 그 보안경계주거지에서 살고 있다. 총격사건은 바로 칸의 저택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한밤중에 일어났다.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 보안경계주거지 안에서 사건이 일어났고, 그것도 밤중에 일어났으므로 총격사건현장을 본 목격자는 없었다. 사건현장 부근에 사는 주민들은 그 날 밤 총성이 들렸으며 얼마 뒤 사복차림을 한 파키스탄 정부관리들이 사건현장에 나타났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국가정보기관은 그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이 김사내(Kim Sa Nae)라는 이름을 가진 북(조선) 여성이었다고 발표하였다. 당시 이슬라마바드의 외교가에는 김사내라는 피살자가 냉면을 잘 만드는 여성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김사내 피살사건은 몇몇 파키스탄 국가정보기관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서 세상에 알려졌으나, 파키스탄의 지하핵실험 성공에 열광하는 분위기에 파묻혀 세상의 관심을 끌지 못했고, 파키스탄의 지방지가 '코리언 외교관 의문의 피살(The Mysterious Murder of a Korean Diplomat)'이라는 제목으로 네 줄에 걸쳐 아주 짤막하게 보도하였을 뿐이었다. 김사내 피살사건은 이내 사람들의 망각 속에 묻혀버렸다. 그 사건자료를 작성했던 파키스탄 경찰당국의 고위관리가 관련정보를 서방언론에 흘려주었던 때는 1998년 11월이었고(『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1월 12일자), 그 사건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처음 보도했던 때는 사건 발생 이후 1년이 지난 1999년 8월 23일이었다. 

그런데 파키스탄 정부당국 관계자들의 발언내용을 기초로 하여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작성한 몇 차례의 보도내용을 분석해보면 김사내 피살사건은 진상을 알 수 없는 의혹사건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1) 파키스탄 국가정보기관은 피살자 김사내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칸의 호화저택 부근에서 피격·사망한 김사내의 신원에 대해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밝혀놓은 것은 두 가지다. 미국 국무부의 정보에 따르면, 그 여성이 이슬라마바드 주재 북(조선) 대사관에서 경제참사관으로 일하고 있던 중간급 외교관 강태윤(Kang Thae Yun)의 처라는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강태윤이 외교관이 아니라 1990년대 후반에 북(조선)의 무기를 다른 나라에 판매하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지적하였다. 강태윤은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과 부품을 수출하였던 창광신용회사의 현지요원이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창광신용회사가 다른 나라에 미사일을 수출하였다는 것을 구실로 하여 1996년부터 2003년까지 그 회사에 대해 경제제재조치를 발동하였다. 강태윤은 김사내 피살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한 달 뒤에 파키스탄을 떠났다. 

다른 한편, 파키스탄 핵무기 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칸 연구소(Khan Research Laboratories)의 전직, 현직 요원들이 최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현지 취재원에게 털어놓은 바에 따르면, 김사내는 외교관의 처가 아니라 지하핵실험에 참가하였던 북(조선) 핵과학자 20명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피살사건 당시 김사내는 다른 북(조선) 핵과학자들과 함께 칸의 대저택 경내에 있는 영빈관(guest house)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이다. 

(2) 파키스탄 국가정보기관은 누가 왜 김사내를 죽였는지에 대해서 밝히지 않았다. 김사내 피살사건이 있은 지 1년 뒤에 몇몇 파키스탄 국가정보기관 관계자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김사내 피살사건에 관해서는 세 가지 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칸의 이웃집에서 일하는 파키스탄 요리사가 경비원의 총을 가지고 오발사고를 일으켜 김사내가 피격·사망하였다는 설, 그리고 칸의 이웃집 사람이 자기 차고에서 권총을 손질하던 중 오발사고를 일으켜 김사내가 피격·사망하였다는 설이다. 압둘 카디르 칸은 1999년에 미국 주간지 『타임(The Times)』과 대담하는 자리에서 파키스탄 국가정보기관이 자기에게 김사내 피살사건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고사였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주장은 다르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김사내는 북(조선)의 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정보를 미국과 서방나라에게 넘겨주는 간첩행위를 하다가 망명하려고 했는데, 그 사실을 포착한 북(조선)의 요원에 의해서 살해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R. James Woolsey)와 뉴욕의 크레센트투자관리회사(Crescent Investment Management)의 회장 맨수어 아이잿(Mansoor Ijaz)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2003년 1월 12일자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에서 자세하게 기술되었다. 

(3)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파키스탄 검시관은 김사내의 사체를 부검하지 않았고, 파키스탄 정부당국은 현지 경찰당국에게 피살사건자료를 열람하지 말 것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또한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주장에 따르면, 피살사건이 발생한 지 사흘째 되던 1998년 6월 10일 김사내의 사체는 파키스탄 전세 화물기편으로 북(조선)에 운구되었는데, 김사내의 관속에는 고농축우라늄 제조에 사용되는 두 종류의 원심분리기와 각종 관련자료들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사내 피살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파키스탄에는 북(조선)의 항공기가 한 달에 두 차례씩 오갔다. 북(조선)의 항공기들은 김사내 피살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에도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 착륙하였다. 이런 정황을 보면, 김사내의 사체가 고려민항이 아니라 파키스탄 전세 화물기편으로 운구되었다는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이상과 같은 사건내용을 살펴보면, 김사내 피살사건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문들만 무성하여 완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의 판단으로는, 김사내 피살사건은 북(조선)이 미국의 첩보망과 경계망을 뚫고 귀환작전을 수행하기 위하여 퍼뜨린 헛소문과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북(조선)의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을 조작하기 위해 퍼뜨린 왜곡선전내용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장경비원들의 경계가 삼엄한 보안경계구역에서 한밤중에 일어난 총기오발사고로 북(조선)의 여성 핵과학자가 사망했다는 파키스탄 당국자들의 발언은, 웃음을 자아내는 만화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북(조선)의 여성 핵과학자가 미국 정보기관에 포섭되어 정보를 넘기고 망명하려 하였으며, 그 사실을 간파한 북(조선)이 요원을 파견하여 그를 보안경계구역 안에서 살해했다는 미국 국가정보기관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모략선전으로 들린다. 더욱이 북(조선)이 김사내의 관속에 고농축우라늄 제조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와 관련자료들을 숨겨서 운반하였다는 엽기적인 주장은, 미국 국가정보기관이 북(조선)의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을 퍼뜨리기 위하여 날조해낸 것으로 생각된다. 

김사내 피살사건은 북(조선)이 자국의 지하핵실험을 수행한 핵과학자 20명과 계측장비, 극비자료들을 무사히 돌아오게 하기 위한 극비의 귀환작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김사내라는 이름을 가진 북(조선) 여성은 존재하지 않은 가공인물이었고, 피살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가공사건이었다. 북(조선)은 미국의 첩보망과 경계망 속에 들어있는 자국의 핵과학자들과 계측장비 및 극비자료들을 고려민항 특별기로 안전하게 실어 나르기 위하여 가공인물을 내세워 피살사건이 일어난 것처럼 위장했던 것이다. 그 위장전술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것은 미국이었다. 1998년 초여름에 있었던 북(조선)의 지하핵실험과 귀환작전은 이처럼 북(조선)의 완승으로, 미국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2) '핵문제'를 놓고 계속되는 격돌과 정세변화의 조짐 


2004년 3월 12일 파키스탄과 인도의 외무장관들은 국제사회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다섯 나라만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이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데서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도와 파키스탄을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촉구하였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13일자) 

그러나 북(조선)은 자국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이것은 북(조선)이 미국과의 대결에서 쟁취하려는 목표가 북(조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내가 이전에 발표한 몇몇 글에서 서술한 대로, 북(조선)의 '핵문제'는 본질상 핵문제가 아니므로 반핵 대 찬핵의 대결구도로 이해될 수 없으며, 전세계 반제자주역량을 대표한 한(조선)민족 대 제국주의연합세력을 대표한 미국의 대결구도로 이해되어야 한다. 북(조선)의 요구는 핵보유국으로 인정해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반제자주적 요구다. 북(조선)이 미국에게 제기한 반제자주적 요구는, 미국의 적대정책을 폐기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 조·미 관계 정상화와 주한미군 철수로 실행되는 것이다. 

제2차 6자회담이 끝난 직후 북(조선)은 미국에게 반제자주적 요구를 다시 한번 명백하게 천명하였다. 『로동신문』 2004년 3월 8일자에 실린 논평은,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란 극히 반동적이고 침략적이며 지배주의적인 위험천만한 독해물"이라고 규정하면서, "남조선주둔 미군을 검증가능하게 완전철수하고 조미 사이의 평화협정체결과 관계정상화로 담보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담보>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기술하였다. 3월 9일 『조선중앙통신』 논평도 "남조선강점미군 전면철수와 대조선적대시 정책의 영구포기 등을 핵심으로 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담보>를 요구"하였다. 

이처럼 북(조선)이 미국에게 반제자주적 요구를 제기하는데도 미국은 그 요구를 거부하면서 핵사찰과 핵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북(조선)의 반제자주적 요구를 거부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그 요구에 응하는 경우 미국은 10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대결에서 정치·군사적 패배를 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북(조선)의 반제자주적 요구와 미국의 핵사찰 및 핵폐기 요구는 6자회담의 구도 안에서 계속 충돌하게 되는 것이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에서 북(조선)의 강공에 밀려 궁지에 빠진 미국이 들고 나온 것은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과 그 시설에 대한 사찰 및 폐기 요구다. 2004년 3월초 미국 중앙정보국은 파키스탄의 칸 연구소가 농축우라늄을 제조하는 데 쓰이는 설비와 기술을 북(조선)에 제공하였다는 내용으로 작성된 새로운 비밀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하였다. (『뉴욕타임스』 2004년 3월 13일자) 미국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의 강공에 맞서서 어떤 대응공세를 취할까 고심하던 끝에 김사내 피살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북(조선)의 귀환작전을 왜곡하여 이른바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을 조작해냈으며, 북(조선)이 파키스탄의 우라늄농축기술을 은밀히 반입하였다는 거짓정보를 미국 언론에 흘려주었다. 이것은 북(조선)의 강공으로 궁지에 빠진 미국이 궁여지책으로 취한 여론공작이다. 이 여론공작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을 가지고 북(조선)의 강공에 대응하려는 미국의 궁여지책은 6자회담을 좌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결정적인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1) 위에서 기술한 대로, 미국이 주장하는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은 그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허구다. 『뉴욕타임스』 2004년 3월 13일자 보도는 북(조선)이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미국의 정보평가에 두 가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였다. 첫째,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북(조선)의 우라늄농축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둘째, 미국 국가정보기관들은 북(조선)의 우라늄농축시설에서 고농축우라늄이 제조되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북(조선)의 우라늄농축시설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언제 제조될 것인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들이 우라늄농축시설 보유설을 조작해냈음을 뒷받침해주는 하나의 방증이다. 

(2) 일반적으로, 핵사찰이란 핵시설의 해체나 포기에 선행하는 조치이므로 반드시 실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백 번 양보해서 북(조선)이 영변 플루토늄 재처리시설 이외에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 비밀시설을 사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일 미국이 북(조선)의 비밀핵시설을 사찰하려 한다면, 북(조선)은 주한미군의 비밀핵시설을 사찰하려고 할 것이다. 북(조선)과 미국의 상호핵사찰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미국이 주한미군의 비밀핵시설을 북(조선)에게 보여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냉전 이후 지난 1990년대 초에 미국은 한(조선)반도와 유럽에서 전술핵무기를 완전히 철거하였다고 발표하였으나,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그 발표는 사실이 아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2004년 3월 13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독일 영토 안에 있는 미 공군기지 지하무기고에 공중투하식 비(B)-61형 전술핵무기 2백여 기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13일자) 이처럼 유럽에서 핵무기를 철거하였다고 발표하고서도 실제로는 핵무기를 계속 배치하여온 미국이 남(한국)에서 핵무기를 완전히 철거하였다는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이 주한미군의 구형 전술핵무기를 신형 전술핵무기로 교체하면서 전술핵무기를 완전히 철거하였다고 발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독미군과 마찬가지로 주한미군도 공중투하식 비(B)-61형 전술핵무기를 비밀핵시설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 핵무기들은 군산 공군기지에 배치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이 군산 공군기지의 비밀핵시설을 북(조선) 사찰단에게 보여주는 것이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과 마찬가지로, 북(조선)이 비밀핵시설을 국제사찰단에게 보여주는 것도 역시 생각할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핵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북(조선)과 미국의 상호핵사찰이 아니라 북(조선)의 핵포기와 미국의 적대정책 포기를 맞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북(조선)이 핵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는 대가로 미국이 한·미 동맹체제를 해체하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미국이 한·미 동맹체제를 해체하는 문제를 과연 생각할 수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워싱턴에서 한·미 동맹체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나돌고 있는 것은 그러한 의문을 풀어 가는 데서 주목할 만한 일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조엘 위트(Joel Wit)가 지적한 대로, 미국의 거의 모든 전문가들은 한·미 동맹체제가 60주년이 되는 2013년까지 남아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11일자)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의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도 한·미 동맹체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체제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란 그 동맹체제가 장차 해체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을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미국 전문가들은 왜 한·미 동맹체제의 불확실성을 생각하게 되었을까? 나에게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와 미국 전문가들이 한·미 동맹체제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는 것이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와 남(한국) 민중의 반미자주화운동에 의해서 변화되고 있는 한(조선)반도 정세인식의 반영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와 남(한국) 민중의 반미자주화운동에 의해서 변화되고 있는 한(조선)반도 정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한·미 동맹체제의 불확실성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이 미국 국방부가 최근 주한미군 주둔도 아니고 철수도 아닌 제3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선택한 제3의 길이란 이른바 신속기동이다. 미군을 고정배치된 기지에 주둔시키지 않는 신속기동전략은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인데, 그러한 군사전략에 들어맞는 한·미 동맹체제는 지금까지 50년 동안 존재해오고 있는 한·미 동맹체제와는 상당히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나의 판단으로는, 신속기동전략에 들어맞는 새로운 한·미 동맹체제는 필리핀식 동맹체제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신속기동전략은 전세계적 범위에서 수행되는 군사전략인데, 한(조선)반도에서는 신속기동전략으로 북(조선)과 남(한국) 민중의 미군철거전략에 맞서겠다는 것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전략적 판단인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신속기동전략은 제국주의연합세력을 대표하는 미국의 전략이고, 미군철거전략은 전세계 반제자주역량을 대표하는 한(조선)민족의 전략이다. 

앞으로 한(조선)반도의 정세는 미군철거전략과 신속기동전략이 격돌하는 가운데 미국이 한·미 동맹체제를 신속기동전략에 맞게 재편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미국의 신속기동전략에 따라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04년 3월 8일 경기도 평택항에는 미국 해병대 사전배치전단 함정들이 몰려들어 전투차량, 탱크, 상륙장갑차 수백 대와 엠(M)198 곡사포를 하역하였다. 그와 함께 하와이, 오키나와, 이와쿠니, 히로시마 등에 주둔하고 있는 미 해병대원 8천여 명이 현장에 집결하였다. 이른바 '자유기치(Freedom Banner) 04'라는 작전명으로 신속기동훈련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훈련은 미군 증원전력 이동작전을 훈련하는 이른바 '한·미 연합전시증원훈련(RSOI)'과 야외기동작전을 훈련하는 이른바 '독수리훈련'으로 연결되면서 한층 통합·증강된 신속기동훈련으로 전개된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15일자) 나의 판단으로는, 미국이 이번 훈련을 통해서 한(조선)민족의 미군철거전략에 맞서서 신속기동전략을 추진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조선)반도에서 신속기동전략을 추진하는 경우, 주한미군을 분산된 기지들에 고정적으로 주둔시키는 종래의 군사전략을 기초로 하여 수립된 한·미 동맹체제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2) 미·일 동맹군이 계속 증강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어떤 다른 나라의 군대가 일본을 침략하는 것을 가정한 전쟁시나리오에 따라 컴퓨터로 모의전쟁을 연습하는 이른바 '야마사쿠라(Yamasakura)-45'라는 합동군사훈련을 해마다 두 차례씩 실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12일자) 그들이 말하는 어떤 다른 나라는 북(조선)이다. 미·일 동맹군 증강계획에 따라, 미국은 이지스함에서 발사하는 함대공 미사일 '에스엠(SM)-3'과 지대공 미사일 패트리엇(PAC)-3'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 미사일방어(MD)체계를 일본에 판매하게 된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12일자) 

(3) 일본 『교토통신』 2004년 3월 2일자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워싱턴주 포트 루이스(Fort Lewis)에 있는 육군 1군단사령부를 일본 가와가나(神奈川)에 있는 '자마(座間)기지(Camp Jama)'로 옮기는 방안을 일본 정부에 타진했다고 한다. 그 보도기사가 지적한 대로,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사령부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1군단사령부를 일본으로 옮기려는 것은 주한미군 2사단을 일본에 주둔하게 될 1군단사령부 휘하에 편입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4) 미군 전문지 『성조지』 2004년 3월 3일자 보도에 따르면, 주한미군 방송 '에이에프엔 코리아(AFN Korea, American Forces Network Korea)'는 3월 1일부터 보도시간을 종전 15분에서 30분으로 늘리고 전반 15분은 주한미군 관련보도시간으로 후반 15분은 주일미군 관련보도시간으로 배정하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남(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주일미군 보도시간을 배정한 것은 미국 국방부가 1군단사령부를 일본으로 옮긴 뒤에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을 통합된 지휘체계로 묶으려는 사전포석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2004년 3월 3일자) 


2. 남(한국)의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에 대하여 


1) 남(한국) 정치현실에서 새로운 정치지형이 창출될 수 있는가 


남(한국)의 정치정세를 결정하는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미국의 남(한국) 지배정책이다. 미국이 남(한국) 정치현실에 은밀하게 개입하고 간섭하면서 제국주의적 지배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미국은 1945년 9월 6일 미군병력 7만여 명을 인천에 상륙시킨 이후 지금까지 남(한국) 정치권 내부에 조밀하게 설치해놓은 비밀정보수집망과 비밀정치공작망을 움직이면서 정치정세를 언제나 자국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어왔고 자기의 의도를 관철하였다. 이것은 미군정 이후 남(한국) 정치사에서 어길 수 없는 절대법칙처럼 굳어져 있다. 그 절대법칙은 2004년 3월 현재에도 변함없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므로 남(한국) 정치현실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미국이 남(한국)의 정치정세를 수수방관 또는 예의주시하고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커다란 착각이다. 

남(한국) 정치현실과 관련된 미국 국무부의 비밀문서를 분석·종합한 한 자료는, 미국이 1970년대에 남(한국) 정치현실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음을 밝혀주었다. 그 가운데는 미국 국무부가 자기의 비밀정보수집망을 통해서 남(한국)의 정계, 관계, 군부, 언론계, 학계, 종교계 등 지도급 인사들을 감시하는 이른바 '잠재적 지도자 신상정보 보고공작(PLBRP, Potential Leader Biographic Reporting Program)'이라는 것도 있다. 그 보고서는 주한미국대사가 작성하여 국무부에 정기적으로 보고되는 것인데, 1년에 네 차례씩 수정·보완된다고 한다. (이흥환 편저, 『미국 비밀문서로 본 한국 현대사 35장면』, [서울: 도서출판 삼인, 2003년], 151쪽) 

미국 국무부의 비밀정보수집망에 의해서 추진되는 보고공작은 거대한 얼음산의 한 모서리에 지나지 않는다. 남(한국)에는 국무부의 비밀정보수집망만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보국, 국방정보국의 비밀정보수집망도 각각 경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남(한국)의 정치상황은 거미줄처럼 조밀한 미국 비밀정보수집망으로 뒤덮여 있는 셈이다. 

미국의 비밀정보수집망은 비밀정치공작을 추진하기 위하여 가동되는 것이다. 남(한국)의 정치현실이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에 의해서 좌우된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사항이 아니다.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은 남(한국)에서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의 향방을 결정하는 요인이며, 때로 터져 나오는 굵직한 정치사건의 배후에서는 예외없이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런데 미국의 비밀정치공작 추진은 박정희 군사독재정권 시기인 1970년대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하면서, '정치개혁'과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된 오늘에는 미국이 남(한국)에서 비밀정치공작을 아마도 중단했거나 추진하고 싶어도 추진하지 못하리라고 본다면 그것은 어리석은 판단이다. 미국이 만일 자기가 지배하는 나라들에 대한 비밀정치공작을 중단한다면, 그것은 제국주의국가이기를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비밀문서를 분석한 위의 자료는, "한국의 정객들이 넘나든 것은 명분뿐이었던 민주와 반민주의 분계선이라기보다는 정치적 야망과 좌절의 경계선이었고, 모든 것은 '박정희' 대 '반(反)박정희'로 귀착되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미국이 있었다."(같은 책, 128쪽)고 서술하면서, 남(한국)의 정치상황을 박정희세력 대 반박정희세력의 정치지형으로 고착시키는 것이 미국의 의도였고, 실제로 그 의도대로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1970년대 정치현실에서 박정희세력이나 반박정희세력은 모두 미국의 손아귀 안에서, 미국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는 친미예속세력이었다는 사실이다. 박정희세력은 반민주세력으로, 반박정희세력(김대중세력)은 민주세력으로 각각 인식되고 있었으나, 그것은 기만당한 인식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남(한국) 정치사에 등장했던 여야정당은 한결같이 추악한 집권야욕과 부정부패에 몸을 담그고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에 따라 움직이는 친미예속정당들이었던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6.25전쟁 이후 50여 년 동안 남(한국) 정치사에서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은 사실상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남(한국) 정치현실에는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민주노동당의 출현이다. 민주노동당 창당은 지금까지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기회마저도 갖지 못했던 남(한국) 민중이 자기의 정치적 의사를 대변할 뿐 아니라, 그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자기의 정당을 갖게 된 획기적인 사변이었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것은, 추악한 집권야욕과 부정부패에 몸을 담그고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에 따라 움직이는 친미예속정당들의 독무대로 전락하였던 남(한국) 정치현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이 형성될 수 있음을 예고하는 정치사적 사변이었다. 

민주노동당의 등장 이후 지난 4년 동안 서서히 형성되기 시작한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은, 미국이 남(한국) 정치권을 장악·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놓은 친미적 개혁세력 대 친미적 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을 대체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반미자주적 성격을 내포한 정치지형이다.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출하는 정치사의 주역으로 등장하기 시작하는 현 시기에 남(한국) 정치현실에서는 어떤 사태가 발생하고 있을까? 남(한국) 정치권이 미국의 신자유주의정책에 굴종함으로써 비정규직 차별과 대량실업은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르게 되었고, 한-칠레 자유무역협정을 비준함으로써 농가부채에 허덕이는 농민에게 고통의 멍에를 가중시켰다. 마땅히 행복하게 살아야 할 대중의 경제생활은 불행의 심연으로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남(한국) 정치권이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 강요에 굴종함으로써 군복을 입은 청년들이 폭탄테러화염 속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대통령을 비롯해서 수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저지른 불법정치자금 부정부패사건은 청와대와 정치권에 대한 대중적 공분과 절망을 촉발하였다. 이처럼 연속적으로 발생한 사건을 통해서 남(한국)사회의 대중은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이 한결같이 반민주적이며 친미예속적인 정당이라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남(한국) 민중의 반미자주화운동과 북(조선)의 대미압박공세에 의해서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구도가 부각된 현재 조건에서, 민주노동당의 등장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에 내포되어 있는 반미자주적 성격은 날로 증식되고 더욱 표면화되고 있다. 남(한국) 민중의 반미자주화운동이 강화·발전될수록 민주세력의 의식은 자주화되고, 반면에 반민주세력의 친미예속성은 심하게 드러나게 된다. 이로써 자주의식화된 민주세력은 자주적 민주세력으로, 친미예속성을 드러낸 반민주세력은 친미적 반민주세력으로 각각 자기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었다. 이것은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이 더 발전된 정치지형, 곧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으로 완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제 남(한국) 정치현실은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역사적 전환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노무현 정권이 세워진 이후 노동자, 농민 중심의 기층민중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양대 정당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배격하는 투쟁을 전개하였고, 중간층 도시근로자들도 그 두 정당을 외면·혐오하였다. 남(한국) 언론이 내놓은 여론조사결과에서 뚜렷이 보이듯이, 대중이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양대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는 것은, 결국 자주적 민주세력의 유일한 정당인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이 확장되는 추세로 이어지는 법이다. 

만약 이러한 정세발전의 흐름을 타고 총선이 실시되는 경우, 남(한국) 정치현실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친미적 개혁세력 대 친미적 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이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으로 교체되는 근본적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근본적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가장 먼저 간파한 것은, 남(한국) 정치현실을 마치 제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꿰고 있는 미국의 비밀정보수집망이었다. 

이번 총선정국에서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이 형성된다면, 미국은 그것을 자기의 남(한국) 지배체제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여기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는 남(한국) 총선에 대한 비상대책이 중요한 의제로 올랐고, 미국 대통령 부시를 비롯한 국가안보회의 성원들은 그 문제를 놓고 논의를 거듭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가 2004년 남(한국)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하여 원내로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고, 친미적 개혁세력 대 친미적 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을 종전대로 유지하기 위한 비상대책을 수립하였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 비상대책은 남(한국) 정치권 내부에 설치해놓은 미국의 비밀정치공작망을 통해서 실행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남(한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나왔기에 더욱 커다란 혼란과 충격을 몰고 온 탄핵소추안 발의는, 친미수구정당들인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총선에서 친미개혁정당인 열린우리당을 꺾고 압승하기 위하여 저지른 정쟁의 격돌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의 비상대책에 따라 실행된 비밀정치공작의 결과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2)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의 본질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당연한 전제지만,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의 본질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당들인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민주당이 서있는 관점이 아니라 자주적 민주세력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서있는 관점에서 인식되어야 한다. 

탄핵정국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배후에서 은밀히 사주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권좌에서 몰아냄으로써 한나라당에게 총선승리를 안겨주고 열린우리당에게 총선패배를 안겨주려는 것이 아니다. 탄핵정국에서 미국이 노리는 목표는, 자주적 민주세력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에게 쏠리고 있는 대중적 지지를 사전에 차단하고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당들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에게 대중적 지지기반을 적절히 분배하여줌으로써 친미개혁세력 대 친미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을 계속 고착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에 의하여 조성된 탄핵정국은 지금 미국의 의도대로 전개되고 있다. 탄핵정국은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들을 자극하여 단결하게 만들고, 노무현 정권에게 실망한 유동적인 중산층을 '탄핵반대'라는 구호 아래 결집시켜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을 반대하는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총선전략이 노리는 두 가지 목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원내의석수를 전자가 우세하게 적절히 배분하는 것과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을 봉쇄하는 것이다. 미국은 자기에게 쓸모가 없어진 다른 친미수구정당들인 민주당과 자민련은 이번에 탄핵정국을 조성하기 위한 비밀정치공작에서 써먹고 방치할 것이다. 그리고 탄핵정국이 조성되었다고 해서 노무현 대통령이 정말로 탄핵을 받고 권좌에서 끌려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들은 미국의 총선전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드러나게 된다. 

그런데 미국의 총선전략을 알지 못하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미국의 은밀한 사주를 받으면서 비밀정치공작의 각본에 따라 대통령 탄핵추진이라는 사상초유의 정치소동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어차피 몰락할 운명에 처한 민주당은 이렇게 무너지나 저렇게 무너지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후의 자해흉기를 빼들었으므로 그러한 정황에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탄핵정국이 자기에게 정치적 자해효과로 되돌아오리라는 계산정도는 하였을 한나라당이 민주당과 공조하여 적극 탄핵에 나선 것은 일반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한나라당이 스스로 정치적 자해행위를 저지르고 있음을 감지하면서도 탄핵의 칼을 빼들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덤벼든 것은, 그들이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친미예속정당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른 한편,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지난 2월 24일 평소에 경솔한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해오던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초강경한 협박공세를 취하였다. 분위기가 차츰 험악해지던 3월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대통령의 발언은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무현 대통령은 느긋하게 배짱을 부렸다. 3월 7일까지 대통령이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3월 8일에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겠다는 민주당의 최후 통첩이 청와대로 날아갔을 때도 노무현 대통령은 "부당한 정치적, 정략적 압력과 횡포에 굴복하지 않겠다." 또는 "탄핵사유에 대해서는 굴복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큰 소리를 치면서 기고만장하였다. 

노무현 탄핵을 외치며 힘을 합한 정적들이 휘두르는 탄핵의 칼이 눈앞에서 번득이는 위태로운 상황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상하리 만치 배짱을 부리면서 기고만장하였던 것을 두고, 그의 미숙한 상황판단 또는 천성적인 승부근성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박한 인식이다. 그는 자기에게 탄핵의 칼을 휘두르는 정적들보다 비할 바 없이 강대한 힘의 실체, 그리하여 정적들이 설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더라고 그 정도의 위기상황은 마음대로 뒤바꿔놓을 수 있는 강대한 힘의 실체가 정국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가 알아차리고 있었던, 아니 그가 정녕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강대한 힘의 실체가 미국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가슴에 자리잡고 있는 것은, 친미수구정당들이 제아무리 탄핵의 칼을 휘두르며 덤벼들어도 미국을 믿고 따르는 자기를 내리칠 수는 없으리라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이다. 

탄핵소추안 발의가 정치적 자해행위임을 뻔히 알면서도 한나라당이 탄핵의 칼을 빼들고 대통령에게 덤벼든 것은, 그들이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에 따라 움직이는 친미예속정당이기에 가능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노무현 대통령이 정적들의 난타전 공세 앞에서도 이상하리 만치 배짱을 부리면서 기고만장하였던 것 역시 그가 미국의 손아귀에 들어있는 친미예속정권의 대표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탄핵정국은 정치현실에 무엇을 가져다주었을까?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열린우리당과 친미개혁정부의 동반몰락을 노리고 탄핵정국을 조성하였으나, 그들은 미국의 총선전략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알지 못한 것은, 미국의 총선전략이 탄핵정국으로 열린우리당과 친미개혁정부를 동반몰락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자주적 민주세력의 정당인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정치사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저지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친미개혁정당과 친미개혁정부에게 동반강화의 기회를 가져다주는 것이라는 점이다. 

탄핵정국은 친미개혁정당과 친미개혁정부가 드러낸 추악한 부패상, 무능, 대미굴종, 반민주적 작태에 혐오와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유동적인 중산층의 마음을 돌려세워 지지층으로 만듦으로써 민주노동당이 중산층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는 범위를 축소시켰다. 더 나아가서 탄핵정국은 남(한국) 정치현실에 친미개혁세력 대 친미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을 고착시킴으로써 미국의 남(한국) 지배체제에 대한 자주적 민주세력의 도전을 미연에 방지하였다. 비정규직 철폐, 이라크 파병반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체결반대, 국가보안법 철폐를 외치던 함성은, 탄핵정국 이후 탄핵반대를 외치는 함성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민주노동당의 등장으로 남(한국) 정치현실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형성되기 시작한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새로운 정치지형은,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이 조작한 탄핵정국의 드센 풍파에 떠밀려 실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서고 한나라당이 원내 제2당으로 밀려나는 한편,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상당부분 저지 당하면, 친미개혁세력 대 친미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이 고착되는 가운데, 이미 행정권을 장악한 친미개혁정권이 입법권까지 추가로 장악하게 되고, 따라서 노무현 정권 출현 이후 동요와 불안정으로 심하게 흔들리던 정치현실이 미국의 지배체제 안에서 안착하게 된다. 이것은 남(한국) 정치현실이 탄핵정국을 조작한 미국의 총선전략에 따라 안정적으로 재편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민족적 모순과 계급적 모순이 첨예화되면서 거의 파탄상태로 급속히 주저앉던 남(한국)은, 이번에 또다시 미국의 비밀정치공작으로 일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 탄핵정국, 총선정국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자주적 민주세력 


(1) 탄핵정국을 조작한 미국의 의도와 미국의 총선전략을 간파하는 문제 


미국은 남(한국) 지배체제의 안정을 추구한다. 미국은 남(한국)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어 노무현 대통령이 권좌에서 쫓겨나고 국회가 마비되는 식의 정정파탄이나 무정부상태가 일어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사주하여 탄핵정국을 조작한 장본인은 미국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노무현 대통령을 임기 중에 권좌에서 쫓아내려는 목적에서 탄핵정국을 조작한 것은 아니었다. 미국이 탄핵정국을 조작한 목적은 노무현 중도퇴진이 아니라 다른 데 있었다. 미국이 탄핵정국을 조작한 목적은, 위에서 지적한 대로, 민주노동당이 새로운 정치사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것을 저지하고 열린우리당과 노무현 정부를 안정적 통치기반 위에 올려놓으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지 않도록 비밀정치공작을 추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과 공조하여 탄핵반대투쟁에 나서는 것은 탄핵정국에서 관철되고 있는 미국의 의도를 모르는 무지의 소치가 된다. 그런데도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과 공조하여 탄핵반대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한나라당이 탄핵정국을 이용하여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한나라당의 총선승리를 막기 위해서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과 공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주장은 총선정국에서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전술로 연결된다. 

그러나 그런 종류의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즉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을 척결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과 불안정하게 공조함으로써 가능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이 각계각층 대중의 폭넓은 지지를 끌어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을 척결하는 투쟁력을 친미개혁세력과 자주적 민주세력의 불안정한 공조에서 찾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각계각층 대중에게 잠재되어 있는 자주적 민주역량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각계각층 대중에게 잠재되어 있는 자주적 민주역량이야말로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을 척결하는 가장 강하고 가장 믿음직한 힘이다. 각계각층 대중의 자주적 민주역량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될 때,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을 척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총선승리 막기 위해서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과 공조해야 한다는 주장은, 미국이 한나라당의 총선승리를 결코 바라지 않으며 친미수구세력의 권력독점을 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이 권력을 독점하는 것을 미국이 저지하는 까닭은, 만일 그 세력이 집권할 경우,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폭발하여 남(한국) 사회가 정정불안과 무정부상태에 빠질 위험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은 노무현 대통령을 대표로 하는 친미개혁정권의 집권을 연장해줌으로써 민족모순과 계급모순이 폭발하여 정정파탄과 무정부상태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따라서 남(한국)이 미국의 지배체제 아래에 있는 한,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이 친미개혁정권을 누르고 집권하는 역전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총선에서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이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과 공조해야 한다는 견해는,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을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이 주도하는 탄핵반대투쟁과 총선과정에 일종의 보조세력으로 결합시키는 견해며, 결과적으로 자주적 민주세력이 당면투쟁과업을 수행하지 못하게 만드는 견해다.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은 친미개혁세력 대 친미수구세력의 정치지형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총선전략을 파탄시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면서,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새로운 정치지형을 창출하여야 한다.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을 창출하려면, 각계각층 대중에게 잠재되어 있는 자주적 민주역량을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은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이 주도하는 탄핵반대투쟁이나 총선과정에 끌려갈 것이 아니라 민주노동당의 주위에 더욱 굳게, 더욱 폭넓게 단결하여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을 창출하는 투쟁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민주노동당의 총선승리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현재 조건에서,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차라리 열린우리당이 승리하는 것이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그 견해는 미국이 친미개혁정권의 집권을 계속 연장시키는 지배정책을 추진하는 정세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친미개혁정권의 집권을 계속 연장시키는 미국의 지배정책이 어떻게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말일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한나라당의 총선승리보다 열린우리당의 총선승리가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조국통일운동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그 견해는 근시안적이고 일면적이다. 친미개혁정당과 친미개혁정부는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약하고, 더욱이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는 권한마저도 미국의 지배정책에 의해서 제약되어 있다. 친미개혁정당과 친미개혁정부는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는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볼 때, 6.15 공동선언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주된 요인은 미국의 방해인 것이다.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의 방해는 이차적 요인이다. 따라서 6.15 공동선언을 실현하려면 주된 요인인 미국의 방해를 제거하는 데 우선 힘을 집중하여야 한다. 

미국이 6.15 공동선언의 실현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북(조선)과 남(한국) 민중이 우리 민족끼리의 구호를 들고 교류와 협력을 더욱 심화·전면화하면서 힘을 합하여 반미자주화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6.15 공동선언은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의 총선승리에 의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라 남(한국) 민중과 북(조선)의 단합된 힘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2) 민중주체적 관점에서 총선투쟁의 전략전술을 세우는 문제 


이번 총선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들 가운데 하나는 친미예속정당들에 대해서 혐오감을 느끼는 유동적 중산층의 지지를 어떻게 끌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이 자기의 총선전략에 따라 탄핵정국을 조작한 현재 조건에서, 유동적 중산층의 관심은 민주노동당이 아니라 열린우리당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전개하는 총선투쟁에 일정하게 난관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은 미국이 조성한 탄핵정국의 난관을 뚫고 나가야 하며, 민주노동당의 총선승리를 보장하는 투쟁을 더욱 힘있게 전개하여야 할 시점에 와있다. 

주목할 것은, 난관을 뚫고 나가는 힘도, 총선승리를 보장하는 투쟁력도 오직 자주의식화된 민중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이다.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에게는 대중의 자주적 민주역량에 대한 믿음이 있다.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은 노동자, 농민의 기층민중 조직역량을 친미적 반민주세력에 맞서 싸우는 조직화된 자주적 민주역량으로 전환시키고, 그와 더불어 청년학생, 여성, 지식인, 종교인, 중소기업가들을 비롯한 유동적 중산층 속에서 지지기반을 확보하고 있다. 

남(한국) 사회의 기층민중과 각계각층에 망라되어 있는 자주적 민주세력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을 돌파하는 전략과 전술은 오로지 민중주체적 관점에서 수립되고 추진되는 것이다. 민중주체적 관점에서 총선투쟁의 전략과 전술을 세우는 것은, 자주적 민주세력이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탄핵정국을 조작한 미국의 정치적 의도가 관철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며, 또한 미국의 손아귀에 잡혀서 노동자와 농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친미예속정당들에 맞서 투쟁하는 것을 뜻한다. 

민중주체적 관점에서 볼 때 탄핵정국과 총선정국에서 벌어지는 대결은, 열린우리당 중심의 친미개혁세력이 주도하고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이 거기에 가세한 양자 공조체제를 한편으로 하고, 한나라당 중심의 친미수구세력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벌이는 대결로는 될 수 없다. 그 대결은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대결로 되는 것이다. 


(3) 민주노동당 원내진출의 정치사적 의의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정당은 남(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는 의회에 진출한 진보정당들도 있다. 지난 시기 남(한국) 정치사에서는 진보정당의 맥이 끊어졌을 뿐 아니라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은 거의 생각하지도 못하는 일이었으나, 오늘 정세는 달라졌다. 지금 민주노동당 중심의 자주적 민주세력은 총선투쟁에서 민주노동당이 정해놓은 원내의석수 목표를 확보하기 위해서 총력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총선투쟁에서 승리하면, 2004년 4월 15일을 기점으로 하여 남(한국)의 정치사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펼치게 된다. 

주목할 것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다른 나라의 진보정당들이 원내의석수를 얻는 것과는 비할 수 없는 거대한 정치사적 의의를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 까닭은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출이, 위에서 지적한 대로, 친미예속정당들의 독무대가 되어 왔던 50년 묵은 정치지형을 새로운 정치지형으로 교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한국)의 정치지형을 바꾸는 것은,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자주적 민주세력의 총선투쟁이 미국의 남(한국) 지배체제에 정치적 타격을 가하여 반미자주화와 반독점민주화의 파열구를 뚫어놓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의 총선승리는 미국의 총선전략을 저지·파탄시키고 남(한국) 민중의 정치적 의사를 관철하는 실로 거대한 정치사적 의의를 갖는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남(한국) 민중항쟁사의 견지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총선승리는, 1960년의 4.19혁명에서 5.18광주민중항쟁을 거쳐 1987년의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진 대중정치투쟁의 역사를 계승·발전시키고, 1987년 7-9월 노동자대투쟁 이후 계속 증강되어온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투쟁역사를 계승·발전시킨 자주적 민주세력의 정치적 승리가 될 것이다. 

이처럼 민주노동당의 총선승리는 민주노동당의 당내범위를 넘어서 미국의 남(한국) 지배정책과 친미예속정당들의 권력독점에 맞서 투쟁하는 자주적 민주세력의 승리가 될 것이며, 6.25전쟁 이후 남(한국) 민중이 최초로 정치적 승리를 이룩하는 대사변이 될 것이다. 

민족주체적 관점에서 볼 때, 민주노동당의 총선승리로 자주적 민주세력 대 친미적 반민주세력의 정치지형이 형성되는 것은, 한(조선)민족 대 미국의 대결에서 한(조선)민족이 승리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는 것이다. (2004년 3월 19일 작성)